프롤로그
1990년, 서른 중반의 젊은 나이에 새로운 삶을 꿈꾸며 스페인으로 떠났던 이 인야의 떠돌이 삶은 멕시코와 독일을 거치며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낯선 이방인처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금 이국땅으로 떠나기를 반복하던 그의 삶은, 어느덧 하나의 고착된 패턴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러던 독일 시절, 삶의 위기를 맞고 있던 어느 날 날아든 어머니의 위독 소식은 인야를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오갈 데 없는 처지에서 어머니를 모실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하겠답시고 절박하게 글 작업까지 감행했으나, 그 결실을 보기도 전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급기야 어머니를 여읜 절망적인 상태에서 누님 집에서의 1년 남짓한 눈치 보이고 어정쩡한 더부살이가 이어졌다.
힘겨운 나날 속에서 이전처럼 또다시 한국 사회에 부적응을 겪으며 외국으로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으나, 공교롭게도 뜻밖의 새 주거지가 생기면서 인야의 운명은 급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40대 중반에야 처음으로 품게 된 내 집이자 작업실을 겸해야 할 열두세 평의 아파트는 비좁았지만, 인야의 지나온 모진 처지를 돌이켜보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안식처였다. 게다가 새로운 천년, ‘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우연이었다.
그래서 인야는 이것을 '한국에 남으라는 하늘의 운명'으로 기꺼이 받아들였고, 젊은 날의 오랜 방랑을 청산하고 새롭게 맞이할 중년 이후의 생활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마침 이 시기부터 세상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인야 역시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세상과 조우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홀로 골방에서 개인적인 일기를 쓰는 것에 머물렀던 그의 글쓰기였다면, 이제는 인터넷을 이용해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갔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글 작업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게 되면서, 이러한 삶의 양식은 그를 단순한 방랑자가 아닌 책을 펴내는 '작가'로서도 자리를 잡게 만들었다.
천성이었을까, 혹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 아파트와 인터넷이라는 새 터전 위에서 삶의 자리가 잡혀가던 바로 그 무렵, 인야에게 스페인의 '까미노(El Camino de Santiago)'가 숙명처럼 찾아왔다. 이미 10년 전 스페인에 첫발을 디딘 이래 현지의 수많은 친구와 깊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던 그였다.
이제부터 전개될 4부의 이야기는, 한국에 온전히 자리를 잡은 이후 또다시 시작되는 10년 간의 길고 깊은 까미노와의 인연, 그리고 그 길의 틈새마다 변함없이 이어져 온 '스페인 친구들'과의 뜨거운 우정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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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살다 보니...'의 '제 4부, 까미노'는 2026년 6월 15일부터 연재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