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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모음

소나기

작성자석하 박병학|작성시간26.06.11|조회수5 목록 댓글 0

 

 

 

 

 

그저께 오후,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날씨가 흐리긴 했어도 설마 설마 했는데 드문드문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면서 제대로 쏟아지기시작했다.

집가지 가려면 10여분의 거리이니 택시를 타기는 뭣하고 달려가자니

비를 맞은 생쥐꼴이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아 어쩔수 없이 가까운 건물의

추녀밑으로 들어가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려면 얼마나 기달려야 할까.

그치기는 할가. 그런데 마침 한 남자분아 우산을 쓰고

겨드랑이엔 또 한개의 우산을 끼고 서성거리고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물론 내 시선은 여분의 그 우산에 꽂혔고

우산을 받을  그 사람은 참 좋겠다며 잠시 부러워했다.

거런데 문득 그분이 나더러 '우산이 필요하시지요?' 라고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나는 괜스레 심통이 나서 '그렇치요, 뭐'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는데 겨드랑이에 끼고있던 여분의 그 우산을 내게 건네주었다.

물론 처음 보는 분이였으니 나를 위한 우산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에게 줄 우산이 어쩌다 순간적으로 내게 와 버린 건 아닐까.

혹시 나를 아는 분인가.

아니, 비를 피해 서있는 내 모습이 그렇게 딱하게 보였는가,

불쌍하게 보였는가.

연락처도 모를 뿐더러

우산은 안 돌려줘도 된다고 했으니 다시 만날일도 없지만

고맙고 기분 줗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구나

. 우산 하나가 이렇게 마음을 따뜻하게 데울줄은 몰랐다.

나도 누구에겐가 이런 역활을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걷가 보니

어느새 집에 이르렀고 비는 그치고 있었다. 불과 10 여분동안에 있었던 일이다.

작고 예쁜 수채화 한 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살다보면

우리는 가끔씩 돌발과 반전의 소나기를 맞을 때가 있다.

누군가의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세찬 비를 혼자서

고스란히 맞으며 견디어야 한다. 한치 앞을 모르는게 사람의 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방곳곳에는 지뢰처럼 위험한 시기와 이별과 실패가 널려있다.

그런 것들을 용케도 피해 하루하루를 무사히 건넌다는 자체가 참 기적같기도하다.

그러나 패배와 절망의 소나기속에서 너무 당황하거나 도려워 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조금지나고 보면 이거나 저거나 별로 차이가 없다.

모든 일이 지나가는 비에 불과하다. 알고보면 모두가 조금씩

다른 색갈의 소나기를 맞으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삶은 다져지고 이어간다.

이런 소나기의 무늬가 들어가야만 삶의 피륙은 아름답다.

그런 무늬가 없으면 밋밋한 단색이 되어

우리의 일생은 참으로 지루한 작품이 될것이다. 

 

 

"주간문경신문에 조향순시인의  '소나기'라는 아름다운 글이 있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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