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투사체(投射體)에 잡힌 모놀로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삶에서 연인을 빼놓으면 그 삶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연인은 사랑하는 대상 자체이다.사랑하는 젊은 남녀만이 연인이 아니다.연인은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한다.사랑의 마음이 결여된 형태는 그 상대가 아무리
젊고 예쁘고 남들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을 갖췄다고 해도 연인이 될 수가 없다.
영화속의 남녀주인공은 화면속에서 연인이고, 관객들이 보기좋은 형태로서의
연인일뿐이다.
연인들은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서 님이란 단어를 쓴다.그 님이란 말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갖가지 형태를 이룬다.만해(卍海)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에서의 님은
일제의 억압속에서 고통받는 우리 불쌍한 민족이었고, 이순신 장군의 님은 왜적
들에게 능멸 당하는 우리들의 약하고 여린 민초(民草)들이었다.그분은 궁극적으로
님을 위한 전쟁에서 승리를 한 것이다. 백범 김구선생의 님 역시 도탄에 빠져
허우적대는 민족이었고 그분이 쓴 백범일지는 님을 위한 기록이었다.
남편을 일끽 여윈 아내의 님은 남편이 남기고간 그 자식들이고,할머니의 님은 이
세상에 남겨진 또 다른 혈육들이 아닌가.그래서 세계는 온통 님으로 뭉쳐져 있고
님이 없는 인생은 삭막하고 유령이 사는 동네처럼 폐허(廢虛)의 거리일뿐이다.
그래서 모든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이나 음악작품이나 연인에 대한 소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되는셈이다.영화속의 모든 주인공들은 연인을 찾아서 헤매는
모놀로그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은 할머니가 된 불란서의 유명한
배우이면서 지금은 감독인 "쟌 모로"의 연인들은 흑백영회시대에 젊음을 살았던
많은 사람들의 꿈이었고 영국영화 젊은 연인들의 주인공 데이비드 나이트는 연인을
데리고 꿈의 동네로 가는 여정을 그린 것이었다.빅토르 위고의 님은 장발잔이고
장발잔의 님은 양녀인 코제트이고 코제트의 님은 혁명당원 마리우스 남작이었던
것이다.님으로 뭉쳐진 작품, 거기에 연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작품은
세기를 뛰어넘은 것이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시대를 넘나드는 많은 사람들의 연인으로 아직도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고 다빈치는 자신의 연인을 이렇게 모나리자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님을 그리지 않은 미술작품은 그래서 가치가 없다.빈센트 반고흐의 님은 강렬한
태양이고 태양을 하께 즐기는 그의 동생 태오였던 것이다. 님의 이야기를 쓰지 않은
이야기는 소설이 될 수가 없다.시인들은 더 많은 님을 만들어야하고 스스로가 연인
이 되어야한다.조각가는 자신의 연인처럼 나무를, 철을, 시멘트를 깎고 다듬어서
살아있는 님을 만들고 연인이 되는 심정으로 작업을 해야만한다.
김신자 화백의 연인은 그래서 모놀로그로 되어있다.말이 필요없는 오직 형태로 님을
만들었고 스스로 연인을 삼았다.연인들은 말이 필요없다.눈빛으로 말을 대신하고
미소로 마음을 전한다.그 연인들을 보듬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이를 입증해준다.
마음이 착하고 겸손한 사람만이 그릴 수 있고 이해를 하는 연인들,그래서 작가는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래서 김신지 화백은 님의 작가이고 우리들의
연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