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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객담

감자 꽃

작성자삼척동자|작성시간12.03.09|조회수28 목록 댓글 0

감자꽃.jpg

 

하지 무렵에나 볼 감자 꽃

한 겨울에 감자 꽃을 본다.

겨우내 묵은 감자에서 싹이 돋아 그 싹을 키웠다.

 

동 켠 거실 창가에 두고 푸른 잎을 보렸더니

어느날 꽃망울이 돋아났다.

마지막 몸부림으로 꽃을 피우는 그 생명이 가상하다.

 

보리고개 긴 긴 여름 날

사람들은 감자 밑 들기만 학수고대 했을 테고

꽃이야 피든지 지든지 했을 터였다.

 

난 이 겨울 피어난 감자 꽃에

동지섣달 "꽃" 본듯이 반색을 한다.

저만치 흐드러진 봄이 다가오고 있다.

 

*****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은 피고/심정자-

 

<감자꽃>은 단순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수작이다.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냄이라는 진리와 더불어 종(種)의 명령에

순응하는 개체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자주꽃 핀 데 하얀 감자가 달리지 않고, 하얀꽃 핀 데 자주색

감자가 달리지 않는다. 무릇 생명 가진 것들은 그 종의 진실을 거스르지 않는다.

우리는 날마다 이 기적과 신비를 체험하며 이 우주 안에서 거대한 생명의 코러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본디 감자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안데스 산맥이 그 원산지다.

16세기에 유럽으로 건너온 뒤 18세기 말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씨눈을 가진 감자 알은 흙의 자양분을 끌어다가 둥글게 익는다.

이 성숙의 결과가 원만(圓滿)이다. 이 풍부한 땅의 부(富)를 산처럼 쌓고 인류가 공평하게

나눈다면 10억 명의 사람들이 굶어 잠 못드는 일은 없을 터다.

탐욕이라는 짐승들이 감자를 독점하려고 한다.

 

권태웅(1918~1951) 시인은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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