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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무렵에나 볼 감자 꽃 한 겨울에 감자 꽃을 본다. 겨우내 묵은 감자에서 싹이 돋아 그 싹을 키웠다.
동 켠 거실 창가에 두고 푸른 잎을 보렸더니 어느날 꽃망울이 돋아났다. 마지막 몸부림으로 꽃을 피우는 그 생명이 가상하다.
보리고개 긴 긴 여름 날 사람들은 감자 밑 들기만 학수고대 했을 테고 꽃이야 피든지 지든지 했을 터였다.
난 이 겨울 피어난 감자 꽃에 동지섣달 "꽃" 본듯이 반색을 한다. 저만치 흐드러진 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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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은 피고/심정자-
<감자꽃>은 단순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수작이다.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드러냄이라는 진리와 더불어 종(種)의 명령에 순응하는 개체의 숭고함을 보여준다. 자주꽃 핀 데 하얀 감자가 달리지 않고, 하얀꽃 핀 데 자주색 감자가 달리지 않는다. 무릇 생명 가진 것들은 그 종의 진실을 거스르지 않는다. 우리는 날마다 이 기적과 신비를 체험하며 이 우주 안에서 거대한 생명의 코러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본디 감자는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안데스 산맥이 그 원산지다. 16세기에 유럽으로 건너온 뒤 18세기 말에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씨눈을 가진 감자 알은 흙의 자양분을 끌어다가 둥글게 익는다. 이 성숙의 결과가 원만(圓滿)이다. 이 풍부한 땅의 부(富)를 산처럼 쌓고 인류가 공평하게 나눈다면 10억 명의 사람들이 굶어 잠 못드는 일은 없을 터다. 탐욕이라는 짐승들이 감자를 독점하려고 한다.
권태웅(1918~1951) 시인은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다. (장석주 시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