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정기산행 후기

금수산 후기

작성자이종진|작성시간26.06.16|조회수67 목록 댓글 5

초여름 햇살 더운 날에 금수산을 다녀왔다. 금수산은 제천시와 단양군 경계에 있는 높이 1,016m의 산이다. 조선 시대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직할 당시, 산의 경치가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백암산에서 금수산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다. 솔직히 그 정도로 아름다운 산은 아니다. 무슨 행정 절차를 통해 산 이름을 바꿨을 것 같지는 않고, 동행한 아전들이 "그럼요. 그럼요.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나으리. 오늘부터 금수산이라고 하겠습니다. 여봐라. 당장 아니 바꾸지 않고 무엇하느냐"라고 했을 것을 생각하니 예나 지금이나 권력 앞에 조아리는 것은 인간 세상을 관통하는 생존 전략인가 보다. 

 

큰 산도 아니고, 5시간이면 충분히 걷는 그냥 흔하디 흔한 산이다. 산 초입에 아주 적나라한 남근석이 있어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2001년 적성면 주민 일동이 복원했다고 한다. 성적수치심을 줬다고 민원 넣을 사람도 있을 법한데, 등산할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은가 보다. 산에서 보는 경치는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냥 산에서 보는 경치. 볼만한 것은 하산길에서 내려다 보는 충주호 정도. 억지로 이름 갖다 붙인 것 같은 독수리 바위가 기억에 남는다. 경사도나 거리나 산행 난이도는 내 기준으로 중하 정도였다. 햇살은 한여름이었으나 그래도 대부분의 등산로에 수목이 우거져서 그럭저럭 걸을 만했다. 등산로도 잘 꾸며져 있어 딱히 사고 날 구간도 없어 보였다. 물 소모량은 2리터 정도. 중간 급수는 없고, 주차장 옆에 수도꼭지는 있다. 하산 후 접시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 안쪽 식당에서 나물전과 버섯전골을 먹었다. 특이한 점은 무려 고기가 들어간 육수는 리필이 되나 두부는 불가였다. 수제 두부임이 틀림없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이번에 운영진으로 들어가게 되고 나서 처음 산행인데, 후미대장이라는 것을 즉석에서 했다. 구급kit하나 더 들고 가는 거고, 제일 뒤에서 제일 느려보이는 사람을 찍어서 그 사람을 주시하면서 가는 것이다. 남들은 질주 본능을 참고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러닝도 훈련의 80%는 조깅이다. 그래서 느리게 가면 또 느리게 간다. 심심해서 짐도 들어주고 그랬다. 다들 생각보다 잘 올라가고 잘 내려가서 일이랄 것도 없었다. 등산과 평시가 다른 점 중 하나는 핸드폰 보면서 산 올라가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별로 안 친해도 동행끼리 서로 말도 걸고, 얼굴도 한 번 더 보고 해서 좋은 것 같았다. 피상적이긴 해도 스마트폰 이전 시대의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무래도 직장이라서 서로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이것저것 등산 및 장비 사용법에 대해 서로 지식도 나누게 되니 초심자들은 혼자서 산을 다니기 전에 몇 번 정도는 단체 산행에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명희 선생님이 하산길에서 신입 회원과 운동화와 등산화를 바꿔 신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첨부는 진짜 금수산 정상의 측량점이다. 사진 찍는 곳이 아니다. 조규진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김수량 | 작성시간 26.06.16 핸드폰을 하지 않고 걸어가니 대화를 하게 된다는 말이 공감이 되네요.
    처음엔 어색해도 자주 만나다 보면 한마디씩 하면서 정드는거 같아요.
  • 작성자조규진 | 작성시간 26.06.16 국가가 공인한 최고의 '조망 명당' 삼각점🔼

    금수산 1등 삼각점(단양11)

    ※삼각점(Triangulation Point)~
    국토의 정확한 위치와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설치한 측량의 기준점이다.
    삼각점은 설치 간격과 중요도에 따라 1등부터 4등까지 나뉜다.

    1등 삼각점(대삼각본점)은 지리산 설악산 주요 산군의 주봉에만 설치되고,
    40km 밖에서도 보일 만큼 사방이 트여 있어 이를 찾는 것을 보물 찾기처럼 즐기는 등산인도 많다고 한다.

    아산메아리 운영진으로서 임무를 받으시고, 후미대장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기에 수고로움과 든든함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ㅇ^)/
  • 답댓글 작성자이종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지명희 | 작성시간 26.06.16 후미 대장님~😊

    후기도 정말 재밌게 쓰시네요!

    읽다 보니 왜인지 모르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떠올랐어요📖🌿
    같은 산행을 다녀와도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내시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ㅎㅎ

    특히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도 후미 대장님 글에서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살아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산행을 한 번 더 즐긴 기분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후미 대장님의 활약과 재치 있는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종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댓글 이모티콘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