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회 사건 피해자 목소리 담은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출간...북토크 진행
- 최선림 기자
- 승인 2025.09.18 03:21
“국가폭력 진실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 위한 ‘재심’ 촉구한다”..교회협 김종생 총무, 이학영 국회부의장, 저자 박은자 작가 등 참석
한울회 사건으로 본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박은자 著, 서로북스출판)가 출간됐다.
책은 한울회 사건의 피해자들을 비롯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닿아있는 14인의 증언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목소리를 또렷하게 담았다. 교계언론에서 오랜기간 활동하며 기독교계 대표 작가로도 잘 알려진 박은자 작가(온양 예은교회 사모)가 자료를 모아 관련자들과 함께 고증 한 뒤, 직접 기술자(記述者)가 되는 형식을 취해 집필했다.
한울회 사건은, 80년 군부정권시절 신앙을 토대로 함께 모여 공부하고 성장하는 공동체 한울회모임에 대해 ‘자생적 공산주의’라며 용공혐의를 씌우고 관련자들에게 고문과 징역형을 가한 인권침해 사건이다. 사건은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재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3년 12월, ‘허위자백을 강요받고 그 과정에서 불법구금, 폭행, 고문, 가혹행위 및 진술강요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판단하며, ‘경찰청, 방첩부대, 검찰청이 저지른 허위와 가혹행위, 불법에 대해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정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재심을 원하는 한울회 사건 피해자들은 사건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번에 책을 출간하게 됐다. 재심촉구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교회인권센터와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국가폭력피해자들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가 주관한 출판기념 북토크는 17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개최됐다.
책을 쓴 박은자 작가를 비롯해 피해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북토크는 국가폭력으로부터 억울함을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며, 진실규명과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을 촉구하는 자리가 됐다.
북토크쇼에서는 먼저 한울회 사건 피해자 장수명 교수와, 한울회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아람회 사건의 피해자 박해전 회장이 나서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증언했다.
장수명 교수는 “당시 3주동안 조사를 받으며 철창과 신음소리, 용공조작의 과정이 지금도 생생하다”면서 “간디의 비폭력 사상을 한울회에서 강의했다는 이유로 반국가단체, 국가 전복기도 등으로 몰며 가혹행위를 했는데, 그런 국가의 야만적 폭력은 끝내야 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스스로 성찰하고 이제라도 정의를 갖기 바란다. 하루속히 재심을 개시하여 무죄판결 해야한다. 재심 등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건, 단순한 사건 종결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힘없고 무책임한 것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해전 회장은 “아람회 피해자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고문받고 반국가단체로 조작됐다”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나 억울하고 치떨린다. 국가권력의 야만스런 무리들을 규탄하며 주범 처벌과 피해자 원상복귀 및 이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창했다. 덧붙여 그는 “진실과 화해위의 결정으로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확실히 청산되지 못했다. 아람회 사건과 한울회 사건은 시효가 없으며 역사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정부와 사법부는 올바른 책무를 다해 달라. 하루빨리 한울회사건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보혁 박사는 “진지한 주제를 책이 너무도 잘 만들었더라"며 "국가로부터 사과받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또한 “우리 한국사회에서 왜 아직까지 사과와 피해보상이 안 이뤄질까. 44년이 지났는데도 진실규명이 안되는건 너무 심하고 부끄럽다”면서 “내란용공 조작 피해가 모두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출판 기회가 그런 결의를 다지는 기회가 돼서 좋다. 오늘 북토크가 국가보안법 폐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피력했다.
책을 저술한 박은자 작가는 “자료를 받아들고 책을 저술하기까지 가슴아픈 내용들이 직접 와닿아 고통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움과 격려를 주셨다”면서 “책을 준비하며 증언자 한분 한분과 가능한 한 모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한울회 사건이 정말 내가 사는 이 땅에서 일어났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한울회 사람들이 살아내야만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붙잡혀 시달리며 거짓증언해야만 했던 어린 고등학생들, 그리고 선생님과 선배들이 감옥에 간 것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자책했을 순간들이 가슴아팠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반듯하게 살아냈다. 목회자로 교수로, 선생님으로 공무원으로 건강하게 살아내며 이땅의 어둠을 밝혀주는 사람들로 살아냈다”고 찬사를 더했다. 일일이 14인의 증언자에 대한 집필과정의 일화와 증언을 꺼내든 박 작가는, “한울모임 사람들은 44년간 절망의 세월을 보냈다. 법원의 침묵은 도대체 언제 끝날까”라고 아쉬움을 표한 뒤, “한울모임은 참 근사하고 아름다운 생명의 공동체이며 꽃이었다”라고 규정하며 결언했다.
박은자 작가는 집필과정을 설명하면서 피해자와 증언자들의 당시 고통과 목소리를 되뇌이며 한동안 다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아들이 만들어준 영상이라며 한울회 사건과 관련한 노래와 영상을 공개하며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기도했다.
끝으로, 한울회 사건 재심 변호인 황정아 변호사가 발언을 이었다. 황 변호사는 “2010년에 한울회 선생님들을 뵀는데 그후로 15년이 지났다”면서 “긴 시간이 흘렀는데 국가폭력피해자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며 재심 지연 상황을 에둘러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도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때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북토크쇼는 한울회 사건 피해자 재심촉구위원회 박재순 목사가 환영사를 전하고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박래군 소장이 축사를 통해 격려했다. 환영사를 전한 박 목사는 “국가폭력을 은폐하고 끝내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을 세울 수 없다”고 강조하며 “5.18과 함께 국가폭력을 완전히 끝내고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이 그리고 오늘의 모임이 큰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된다. 고맙다”라고 환영사를 남겼다.
또한, 증언자이기도 했던 교회협 총무 김종생 목사도 참석해 소감을 전했다. 김 총무는 “44년전의 일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박은자 작가께서 뜨거운 여름날을 보내며 열정을 쏟아 진실을 잘 엮어 주셨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인사했다.
한편, 책은 국회부의장 이학영 국회의원과 4.16재단 박래군 운영위원장, 전 교회협인권위원장 이해동 목사,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순덕 의장, 한울회 재심사건 변호인 황정화 변호사가 추천사를 썼다.
특히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울타리여야 한다”며 읽기를 권했고, 조순덕 의장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한울회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기를 바라며, 이 아픈 역사 기록의 일독을 권한다”라고 말하며 추천했다.
북토크에 앞서 드린 예배는 한국교회인권센터 부이사장 손은정 목사의 인도로, 한국기독교민주화운동 사무총장 이원희 목사(기억과 회개의 기도)와 국가보안법피해자들을위한기독교대책위 집행위원장 이성환 목사(치유와 회복을 위한 기도), 한국기독청년협의회 EYCK 총무 김진수 전도사(연대와 다짐의 기도)가 각각 기도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상규 목사가 설교한 뒤, YMCA 이사장 안재웅 목사가 축도하고 순서를 맺었다.
출처: 크리스챤 월드 리뷰
http://www.christianwr.com/news/articleView.html?idxno=121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