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자 사모의 성경동화>
옷자락을 만진 순간(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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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자 (동화작가, 온양 예은교회 사모)
로이는 열두 살입니다. 로이는 언제나 상냥하게 웃는 착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로이에게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건 엄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로이는 엄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로이는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아이입니다. 친구들하고도 잘 지냅니다.
로이네 집에서 물을 길어오는 일은 언제나 로이의 몫입니다. 로이가 물을 길어오기 시작한 것은 일곱 살 때부터입니다. 일곱 살 때는 아주 작은 가죽주머니를 들고 물을 날랐습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물을 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사용하는 크기의 물주머니를 머리에 이고 사뿐사뿐 걸어갑니다.
또한 로이는 아버지와 오빠들을 위해 식사도 준비합니다. 오빠들은 하나밖에 없는 어린 여동생이 고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오빠들은 어린 여동생 로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더구나 로이는 자랄수록 엄마를 닮아갑니다. 탐스러운 머리카락은 물론이거니와 눈과 콧날이 엄마를 닮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씀씀이와 부지런한 것도 엄마와 똑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엄마가 참 그립습니다. 엄마는 지금 어디에 계신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두 해 전만 해도 더러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소식조차 들려오지 않습니다.
엄마는 로이를 낳으면서 혈루증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 더러 오래도록 피가 멈추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혈루증은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점점 말라가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엄마를 고쳐보기 위해 그 많은 양떼들을 다 팔았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병은 더 심해져 갔습니다. 엄마가 있는 곳에는 악취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귀신이 붙었다며 엄마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엄마를 극진이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가족들이 엄마를 찾으러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더러 동굴에서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엄마는 어디서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로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 새 열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빠들은 로이 마음속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로이는 요즈음 매일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왜 엄마가 없는지 물어보아야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오빠들을 보면 아무 것도 묻지 못합니다. 그런데 오빠들이 눈치를 챘나 봅니다.
“로이야, 무슨 걱정거리가 있니? 요즈음 네 얼굴이 밝지 않구나.” 하지만 로이는 애써 숨깁니다. 엄마 이야기를 물어보면 오빠들도 슬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숨기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로이 가슴이 아직은 작아서 슬픔을 더 가두어 놓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식사가 끝난 후에 로이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가 죽었다면 왜 엄마의 무덤도 없는 거여요?” 큰오빠가 조용히 말합니다.
“로이야, 엄마는 죽은 것이 아니란다.” 큰 오빠는 로이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가 앓고 있었던 병을, 그리고 엄마를 고치기 위해 아버지가 애쓰셨던 일, 또한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나가신 일까지 자세히 들려줍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로이는 더 가슴이 아픕니다. 어디선가 홀로 쓰러져 있을 것 같은 엄마, 어디선가 배가 고파 울고 있을 것 같은 엄마, 어디선가 혼자 너무 아파하고 있을 것 같은 엄마, 누군가에게 돌을 맞고 있을 것 같은 엄마를 생각하면 숨이 막힙니다.
로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엄마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혼자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야나 묘지 주변으로 엄마를 찾아다닙니다. 때때로 거지들이 모여 산다는 곳도 가 봅니다. 창녀들이 살고 있다는 동네에도 가 봅니다. 나병환자들이 모여 있다는 곳에도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서고 엄마는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를 본 적이 없지만. 엄마를 보기만 하면 단번에 알아 볼 것 같습니다.
로이는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엄마를 한 번만이라도 만나게 해 주세요.” 그런데 베다니 마을에 다녀오신 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구나. 네 엄마가 예수님을 만났더라면 혈루증을 고쳤을텐데....”
순간 로이 가슴에 세찬 소용돌이가 칩니다. 로이는 간절하게 소리칩니다. “하나님, 우리 엄마를 만나게 해 주세요.” 로이는 물을 긷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일도 잊어 버렸습니다. 동무들과 놀지도 않습니다. 로이는 오로지 엄마를 찾아다닙니다. 엄마를 찾으러 다니느라 로이는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로이는 오늘도 엄마를 찾아 동굴을 돌아다니다 장터로 왔습니다. 어쩌면 엄마가 배가 고파 장터에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을 불현듯이 한 것입니다. 로이는 장터 여기저기 미친 듯이 다닙니다. 그러나 어디서고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로이는 지쳐서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장터를 비척거리며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누더기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옷은 너무 더러웠고, 그 여자에게서는 악취가 났습니다. 그런데 로이는 그 여자가 엄마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로이는 일어나서 천천히 그 여자에게 다가갔습니다. 순간 그 여자도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로이는 그 여자가 얼굴에 덮어 쓴 천을 조심스럽게 벗겼습니다. 그 여자는 로이의 행동에 아무 저항도 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 여자의 얼굴이 조금 드러난 순간, 그 여자의 눈을 보고 로이는 엄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엄마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엄마, 로이에요. 엄마의 딸 로이에요.” “......” 로이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합니다. 엄마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홱 돌아섭니다. 그리고 도망을 치고 맙니다. 로이가 따라갔지만 엄마의 걸음은 너무 빠릅니다. 그러나 로이는 엄마를 놓칠 수 없습니다. 엄마를 붙잡은 로이가 간절하게 소리칩니다.
“엄마, 예수님을 찾아가세요. 예수님을 만나면 엄마의 병을 고칠 수가 있어요.” 그러나 엄마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나에게 가까이 오지 마. 아무도 내 병을 고칠 수 없어.” “엄마, 예수님은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어요. 이 세상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가 있어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내 병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고치지 못했어. 내 병은 고칠 수 없는 병이야. 로이야, 제발 나를 모른 척 해. 나를 찾아다니지 마.” 엄마는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서 달려갑니다. 로이가 애타게 찾아다닌 일을 엄마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번엔 로이가 엄마를 붙잡지 않습니다. 아니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간절하게 소리칩니다. “엄마, 꼭 예수님을 찾아 가세요. 예수님을 만나면 엄마의 병이 틀림없이 나을 거여요.”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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