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복습
그동안 잘 있었니? 오늘은 복습을 해보자. 그동안 우리가 조금씩 해본 호흡 보기 연습을 다르게 한번 말해 볼게. 여기에 한 사람을 예로 들어 우리 아야기의 주인공으로 삼아 호흡에 대해서 명상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볼게. 이 글은 그동안 내가 책에서 읽었거나 강의에서 들었거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과 내가 생각한 것들을 섞어서 지어낸 이야기야. 주인공 이름을 전기수라고 할게. (전기수는 조선시대에 직업으로 소설을 읽어주는 사람이라고 해).
전기수는 회사에 다니는데 한 동료의 권유로 ‘시민명상교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전기수는 몇 년 전부터 “웰빙 명상”이나 “힐링 명상”이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자신이 직접 명상교실에 참가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전기수가 간 ‘시민명상교실’에는 네 개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입문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중에서 전기수는 입문반에 들어갔습니다. 입문반에는 20대의 젊은이로부터 30대, 40대의 직장인도 있었고 50대의 중년층과 60대 이상의 노년층도 있었습니다.
첫날 입문반의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명상, 다들 들어보셨지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요즘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또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서양에서는 환자의 치료에 명상 기법을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명상 선생님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입문반이니까 명상에서 발걸음을 떼는 과정을 하겠습니다. 한 걸음을 떼어봐야만 두 걸음 세 걸음 걸어낼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한 걸음을 뗍니까? 어떤 방법으로 발걸음을 뗍니까? 물론 출가 수행자라면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한 끝에 집중함으로써 이미 당당하게 걸어가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당장 ‘마음을 한 끝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러자 한 참석자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학생은 마음이 책에 집중해 있고, 운동선수는 그 운동경기에 마음이 집중되어 있고, 동물은 먹이를 노릴 때 마음이 집중되어 있잖아요. 우리는 필요할 때면 누구나 다 그 일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참가자의 말이 끝나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사람은 필요할 때에는 그 일에 집중합니다. 동물도 생존을 위해서 자기 일에 집중합니다. 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명상을 배운다고 하면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다른 것이란 무엇일까요? ①일상에서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서 집중하는 것과 ②명상에서 ‘마음을 한 끝에 집중함’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첫날이라서 서로 눈치를 보는지 모두 눈만 껌뻑였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배우는 것은 ‘바른 명상’입니다. 명상은 명상인데 ‘바른 명상’을 배우려고 합니다. 일상에서 자기 일에 집중하는 것과 동물들이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바른 명상’을 배우겠습니다. 바른 명상을 편의상 두 가지로 나누겠습...”
그러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렸습니다. ‘명상이면 다 바르지 않을까? 명상에 바른 명상과 그릇된 명상이 있을까? 거기에 더하여 두 가지로 나누다니’ 하면서 명상 배우는 것이 복잡해지지나 않을까 수군거렸습니다. 전기수도 선생님의 말씀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듣기로는 명상은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평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명상에도 바른 명상이 있는 것일까?’ 하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을 찾아서 연습하면 됩니다. 팔굽혀 펴기를 하거나 아령을 들거나 다른 팔 운동기구로 연습하면 됩니다. 이와 같이 명상도 어떤 결실을 얻게 해주는데, 우리가 배우려는 명상은 특별한 결실을 얻게 해 줍니다. 그래서 바른 명상이라고 부른답니다. 바른 명상에는 ①자신의 행위를 제어해주고 삼매에 들게 하는 영역이 있고, ②삼매에 들어 어떤 것들을 수행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아!’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삼매’라는 용어를 바로 여기 앞에 계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계속 말했습니다. “바른 명상에서 호흡 보기 연습은 ①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마음을 한 끝에 집중하여(삼매에 들어) 어떤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②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마음이 한 끝에 집중됨’을 다른 말로 ‘삼매’라고 합니다.
입문반에서는 ①의 영역을 배우겠습니다. ①자신의 행위를 제어해주고 삼매에 들게 하는 범위입니다. 행위의 제어란 내가 몸으로 행위할 때나 말로 행위할 때나 마음속으로 행위할 때, 내가 그릇된 행위를 하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겠습니다. 삼매에 들게 한다는 것은 호흡 보기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삼매에 드는 <방법>을 얻게 되어 자신이 직접 삼매에 든다는 뜻이겠습니다.
선생님은 몇 가지를 더 말했습니다. 바른 명상에서 호흡 보기 연습은 ①‘착함과 착하지 않음’을 구분하는 것을 알려주고, ②착함(善, 선)은 근심, 고통, 슬픔, 비탄, 절망 등을 극복하여 행복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이고, 착하지 않음(不善, 불선)은 반대로 근심, 고통, 슬픔, 비탄, 절망 등을 생겨나게 하고 많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③착한 요소는 점점 생겨나게 하고 늘어나게 하며, 나쁜 요소는 점점 줄어들게 하고 없애준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릇된 명상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그릇된 명상은 선(善)과 불선(不善)을 구분해주지 않고, 행복으로 이끄는 요소가 무엇이고 괴로움으로 이끄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바른 명상이 얻는 결실과 그릇된 명상이 얻는 결실은 서로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우리들은 지시대로 명상을 연습해 보았습니다. 명상 주제는 많이 있는데, 시민명상교실 입문반에서는 호흡 보는 연습으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모두 눈을 감았습니다. 전기수도 눈을 감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30분이 지난 후 선생님과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30분 앉아 있는 동안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알았는지를 선생님이 물었고 참가자들이 대답했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대답을 잘 못하고 우물쭈물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 1은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몇 번 보니까 다른 생각이 나곤 했다고 말했고, 참가자 2는 숨이 들어올 때는 콧구멍이 시원했고 숨이 나갈 때는 콧구멍이 따뜻했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 3은 숨이 들어오고 내쉬는 것에 마음이 집중되니 점점 안정되다가 내 자신이 사라지고 숨만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현상만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모두 놀라서 ‘와, 대단하다!’고 감탄했습니다. 선생님은 참가자 3에게 나중에 따로 만나 더 대화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전기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기수는 할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30분 동안 앉아 있었지만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거의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생각이 일어났고, 그 생각이 일어난 것을 의식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고, 그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다른 생각이 일어났고, 이렇게 생각이 계속 일어나는 것만 있어서 30분 뒤에는 몸과 마음이 무척 피곤해져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전기수님, 그럴 때는 이 말을 한번 생각해 보셔요. 여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개가 있어요. 그 개를 기둥에 매어놓아요. 그러면 그 개는 더 이상 뛰어다니지 못하고 기둥 주위만 맴돌 거예요. 그와 같이 전기수님도 ‘생각을 매어보자.’고 연습해보셔요. 생각을 매어놓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스스로 알 때까지 연습해 보셔요.”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은 대체로 호흡 보는 연습을 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기수처럼 생각에 빠져 헤매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전기수는 그들처럼 자신도 호흡 보는 일을 잘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행위도 제어하고 나중에는 삼매에도 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연습하고 노력한 것이 없었으니 전기수에게는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날부터 전기수는 아침에 일어나면 호흡 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배운 ‘눈-빛•모양, 귀-소리, 코-냄새, 혀-맛, 몸-감촉, 마음-생각들•떠오르는 것들•이치들’을 외웠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몸-감촉’에 주목하지 못하고 이내 ‘마음-생각들’로 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전기수는 ‘생각을 매어놓자’는 말을 떠올리며 생각을 매어보려고 했습니다. 더 이상 날뛰지 않게 생각을 매어두려고 해보았습니다. 마치 이리저리 멀리 다니는 개를 기둥에 매어놓듯이 생각을 매어놓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사유하면서 호흡 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기수에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자신이 왜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가 하나 생각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호흡에 관심 가져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것이었습니다. 학생은 계속 공부를 생각하고 공부해왔으니까 책을 보면 금방 공부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관심 있는 것은 늘 눈으로 보아왔으니까 눈으로 어떤 대상이든 집중할 수 있고, 귀로 늘 소리를 들어왔으니까 귀로 소리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호흡에 대해서는 관심 가지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니 전기수가 집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책에서 본 비유인데, 개울을 동쪽으로 흐르도록 하려면 계속해서 물길을 동쪽으로 터주면 되고, 개울을 서쪽으로 흐르도록 하려면 물길을 계속 서쪽으로 터주면 됩니다. 이제 전기수도 호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속 연습하면 되었습니다. 마치 개울의 물길을 원하는 쪽으로 흐르게 하려면 그쪽으로 계속 도랑을 파서 물길을 터주어야 하듯이 전기수도 이제 계속 노력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