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25~27) 스코틀랜드(1) 9박 11일 스코틀랜드 버킷리스트(1탄) 세계100대 골프코스 - Cabot Highlands, Castle Stuart Course
스코틀랜드 인버네스(Inverness)에 위치한 캐봇 하이랜즈(Cabot Highlands)는 이미 세계 Top 100 코스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캐슬 스튜어트(Castle Stuart)’ 코스와 2026년 6월 공식 개장을 앞둔 신설 ‘올드 페티(Old Petty)’ 코스까지, 총 두 개의 독보적인 18홀 챔피언십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골프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특별한 시공간적 경험을 선사하며,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골프 본연의 가치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명소다.
북해를 마주한 머레이 퍼스(Moray Firth) 해안의 웅장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삼은 세계적인 명문답게, 코스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감동을 준다. 필자가 방문했던 4월 말에는 아쉽게도 공식 개장 전이라 올드 페티 코스를 가볍게 둘러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 짧은 만남만으로도 거장 톰 도크가 빚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 탄생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현대 링크스의 걸작과 스코티시 오픈의 유산
캐슬 스튜어트 골프 링크스(Castle Stuart Golf Links)는 2009년 공식 개장과 동시에 전 세계 골프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디벨로퍼 마크 파시넌(Mark Parsinen)과 세계적인 코스 건축가 길 한스(Gil Hanse)가 공동 설계한 이곳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역동적인 자연지형을 정교하게 살려낸 ‘현대적인 링크스(Modern Links)’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후 2022년, 세계적인 프리미엄 골프 리조트 개발사인 캐봇(Cabot) 브랜드가 이곳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캐봇 하이랜즈(Cabot Highlands)’로 화려하게 재브랜딩 되었다. 코스의 명성에 걸맞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스코티시 오픈(Scottish Open)을 네 차례나 개최했으며, 특히 2013년에는 전설적인 골퍼 필 미켈슨(Phil Mickelson)이 이 거친 링크스를 정복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역사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의 반전, 평온과 포근함이 감돌던 4월의 하이랜드
필자가 방문했던 4월 말의 하이랜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따뜻했고, 매서워야 할 링크스의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칠고 험난한 자연과의 사투를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던 필자로서는, 오히려 실망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흔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황량하고 혹독한 날씨와 달리, 그날의 자연은 한없이 평온하고 포근했다.
물론 링크스답게 가끔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거나 짓궂은 비가 흩뿌리기도 했지만, 이내 10~20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고 본래의 평화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5~6도 안팎으로 떨어져 제법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으나, 한낮에는 15도를 넘나들며 라운드를 즐기기에 더없이 쾌적한 최상의 날씨를 선사해 주었다.
인문학을 품은 골프 여행, 하이랜드의 깊이를 더하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그 땅의 역사와 문화를 호흡하는 여정이다."
이번 투어는 “인문학이 있는 골프 여행”이라는 필자의 오랜 골프투어의 철학과 콘셉트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시간이었다. 캐봇 하이랜즈 측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단순히 라운드만이 아닌, 지역의 오랜 유산인 위스키 디스틸러리 투어를 비롯해 유서 깊은 인버네스 성(Inverness Castle)과 활기찬 시내 관광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속살을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가장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었기에 이번 저널은 필자에게 더욱 뜻깊고 값진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캐봇 하이랜즈 골프장으로 가는 여정!]
개인적으로는 1993년 영국 유학 시절, 여행 차 이곳을 처음 밟은 이후 무려 33년 만의 감격스러운 재회다. 이른 아침 7시 50분에 이륙하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몸을 싣고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까지 14시간 동안 9,330km를 날아간 후, 다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공항행 영국항공 환승편으로 갈아타고 1시간 30분 동안 720km를 더 비행하는 대장정이었다.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인버네스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공항 입국장에서는 캐봇 하이랜즈 골프장에서 직접 마중을 나온 스테파니(Stefanie)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여정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우리가 향한 곳은 공항에서 불과 7km 거리에 위치한 스코틀랜드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품고 있는 유서 깊은 “컬로든 하우스 호텔(Culloden House Hotel)”에서 우리는 3박을 머물게 된다.
중간 환승 시간까지 포함해 꼬박 21시간이 걸린 위대한 여정이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가 몰려올 법도 했지만,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가 주는 벅찬 기대감과 터질 듯한 설렘 덕분에 다가올 다음 날이 그저 기다려질 뿐이었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날씨, 기온, 옷차림]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Inverness)는 북위 57도에 위치한 도시로, 일년 내내 다양한 일조의 변화를 경험한다. 필자가 방문한 4월말은 16시간 이상 해가 있다. 골프장은 저녁 6시에도 티오프를 한다고 한다. 겨울에는 7시간, 여름에는 오전 4시경에 해가 뜨고, 밤 10시경에 해가 지는 18시간 이상 해가 있다.
인버네스는 스코틀랜드 북쪽에 위치한 하이랜드 지역의 주요 도시로, 일반적으로 온화한 해양성 기후(Temperate Oceanic Climate)를 띤다. 북대서양 난류의 영향을 받아 위도에 비해 겨울이 아주 혹독하지는 않지만, 날씨 변화가 잦고 예측하기 어렵다. "스코틀랜드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편이다.
필자가 방문했던 4월 말은 5도 ~ 15도 정도였다. 겨울 평균 최저 기온은 0~2°C, 평균 최고 기온은 5~7°C 정도로,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지만, 극심한 한파는 드물다. 흐린 날이 많고, 비 또는 진눈깨비, 눈이 자주 내리며,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으며, 낮은 일조량으로 다소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름에는 평균 최저 기온은 9~11°C, 평균 최고 기온은 17~19°C로 가장 온화하고 쾌적하다. 종종 20°C를 넘기도 한다.
옷차림은 여러 겹 겹쳐 입는 것이 좋으며, 따뜻한 스웨터나 얇은 패딩이나 바람막이 등을 챙기시는 것을 추천한다.
[캐봇 하이랜즈(Cabot Highlands)의 캐슬 스튜어트 코스 (Castle Stuart Course)는 어떤 코스인가!]
캐슬 스튜어트(Castle Stuart, 파72·7009·6592·6183·5179야드)는 스코틀랜드 9위, 세계 51위에 랭크된 2009년 개장한 현대판 링크스의 걸작이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1.4마일의 장대한 구간, 수평선과 맞닿은 ‘인피니티 에지(Infinity Edge)’ 그린, 요동치듯 기복이 심한 페어웨이(Rumpled Fairways), 그리고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한 자연스러운 벙커들이 이 코스의 위대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체 18개 홀 중 무려 10개 홀의 그린이 하늘이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삼는 인피니티 에지 형태로 설계되어, 골퍼에게 시각적 경외감을 선사한다.
코스 전반을 거칠게 뒤덮고 있는 황금빛 고스(Gorse)와 빗자루를 닮은 브룸(Broom), 보랏빛의 헤더(Heather), 그리고 해안가에서 거친 바람을 버텨내는 마램 그라스(Marram Grass) 등 소박하면서도 강인한 토착 식생들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자연환경의 가공되지 않은 진수(眞髓)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코스의 티 색깔은 블랙-화이트-그린-레드였다.
1번 홀 (파4·434·399·360·330야드) 해안선을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내리막 홀로, 페어웨이 우측으로 경사가 심해 티샷 시 에이밍을 페어웨이 좌측으로 과감하게 잡아야 한다. 페어웨이 오른쪽으로는 거친 페스큐 그라스와 매람 그라스(Marram Grass)가 뒤엉킨 웨이스트 에어리어(Waste Area)가 도사리고 있으며, 그 너머로는 거대한 북해의 일부인 머레이 퍼스(Moray Firth)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이 극적인 레이아웃은 링크스 코스의 거친 성격을 단번에 보여주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오프닝 홀이다.
4번 홀 (파3·191·176·161·151야드) 이 코스 이름의 유래가 된 17세기의 역사적인 성, ‘캐슬 스튜어트(Castle Stuart)’의 독특한 돔형 탑이 그린 너머의 완벽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성의 상징적인 열린 첨탑(Open Spire) 모양은 실제로 캐슬 스튜어트 코스 로고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그린 앞쪽에는 약 30야드 길이의 런오프(Run-off) 구역이 펼쳐져 있어, 좌측의 높은 플라토(Plateau) 지형과 정교한 런오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링크스 특유의 입체적인 그린 콤플렉스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9번 홀 (파4·364·350·330·225야드) 전반을 마무리하며 클럽하우스 방향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홀이다. 머레이 퍼스(Moray Firth)의 탁 트인 바다 풍경과 웅장한 클럽하우스가 한눈에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오르막 지형을 자랑한다. 이 홀은 그린이 솟아 있는 포대 그린(Elevated Green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 표시된 거리보다 클럽을 여유 있게 길게 잡고 공략해야만 한다.
라운드를 마친 골퍼들은 그린 뒤편으로 우뚝 솟아 있는 캐슬 스튜어트의 상징인 3층 규모의 원형 아르데코(Art Deco)풍 클럽하우스를 향해 전반전의 마지막 샷을 날리는 극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11번 홀 (파3·144·130·115·91야드) 바다를 마주 보고 서 있는 '인피니티 그린(Infinity Green)'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홀이다. 그린 뒤편으로 아무런 배경 없이 오직 하늘과 바다만이 맞닿아 있어, 골퍼로 하여금 거리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각적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머레이 퍼스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 핀이 꽂혀 있는 듯한 강렬한 인피니티 뷰가 일품이다.
필자가 방문한 4월 말은 마침 고스(Gorse)가 황금빛 절정을 이루고 있던 시기였다. 그린 우측으로 거대한 고스 군락이 온 대지를 뒤덮을 기세로 피어있었는데, 이 장엄한 기세는 12번 홀 티박스부터 그린 우측 페어웨이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며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최고의 시즌에 이곳을 찾은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짧지만 골퍼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점에서, 미국 페블비치(Pebble Beach)의 전설적인 7번 홀과 비교될 만큼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명성을 자랑하는 홀이다.
12번 홀 (파5·528·518·504·414야드) 수평선 위에 마법처럼 떠 있는 듯한 인피니티 그린(Infinity Green)의 매력이 다시 한번 정점을 이루는 곳이다. 앞선 11번 홀의 극적인 컨셉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구조다.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이 롱 홀은 코스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으며, 저 멀리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샤노리 등대(Chanonry Lighthouse)를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낭만을 선사한다.
페어웨이 우측 산등성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황금빛 고스(Gorse) 군락은 마치 현실을 벗어난 별천지에 와 있는 듯한 황홀한 감흥에 젖게 만든다.
18번 홀 (파5·595·508·490·420야드) 아름다운 아르데코 양식의 클럽하우스를 향해 길게 거슬러 올라가는 오르막 홀이자, 18홀 라운드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드라마틱한 피니싱 홀이다.
티박스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장엄한 해안선인 머레이 퍼스(Moray Firth)의 해안 절벽(Sea Cliff)이 홀 전체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페어웨이는 ‘부서지고 물결치는 모래 지형(Broken, rumpled, sandy ground)’으로 빚어내어 자연미를 극대화했다.
최종 관문인 그린은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포대 그린(Elevated Green)으로, 온 그린에 성공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그린 주변의 깊은 런오프(Run-off) 구역은 골퍼에게 마지막 한 타까지 정교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 거칠고도 아름다운 자연과의 사투 끝에 마침내 마지막 퍼팅을 마치고 나면, 저 너머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그 어떤 보상보다 달콤하게 다가온다.
웹사이트 https://cabot.com/highlands/
[어디서 묵었는가!] 컬로든 하우스 호텔(Culloden House Hotel)
골프장 측의 각별한 배려로 묵게 된 컬로든 하우스 호텔은 인버네스 공항에서 9km, 골프장에서 7km, 시내 중심가에서 8km 거리에 자리해 있으며, 총 2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머무는 고급 숙박 시설을 넘어, 스코틀랜드 역사의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품고 있는 유서 깊은 공간이다.
1. 아픈 역사적 사건
이 호텔은 1746년에 벌어진 '컬로든 전투(Battle of Culloden)'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시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을 주장했던 '보니 프린스 찰리(찰리 에드워드 스튜어트)'가 전투 직전 며칠 동안 이곳을 자신의 숙소이자 작전 본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져 있는 컬로든 무어(Culloden Moor)에서 자코바이트 군대는 영국 정부군에게 참패를 당하고 만다.
이 전투는 영국 본토에서 벌어진 마지막 정규전이었으며, 이후 하이랜드의 클랜(씨족) 문화가 완전히 해체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전투가 끝난 후, 자코바이트 장교 18명이 이 호텔 지하 감옥에 사흘 동안 숨어 있다가 결국 발각되어 근처에서 처형당했다는 가슴 아픈 기록도 전해진다.
2. 건축 및 시설의 특징
현재의 건물은 과거 요새 형태의 성곽에서 우아한 조지안 양식(Georgian style)의 대저택으로 거듭난 모습이다. 지금의 외관은 1788년에 완공된 것으로, 원래는 16세기에 지어진 성(Castle)이었으나 전투 이후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방어용 성벽을 허물고 세련된 저택으로 개조되었다.
내부는 높은 천장과 화려한 석고 세공(Stucco), 대리석 벽난로 등 당대 귀족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로버트 아담(Robert Adam) 양식의 섬세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호화로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며, 약 40에이커(약 5만 평)에 달하는 울창한 정원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깊은 평온함을 준다. 야간에 조명을 받은 건물의 자태는 한층 더 고색창연하며, 오랜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움과 깊은 문화적 체취가 자연스럽게 베어 나온다.
3. 강력한 추천
필자는 이 컬로든 하우스에서 3박을 머무는 동안 인버네스에서의 첫 경험을 무척 뜻깊게 채워나갈 수 있었다. 공항과 골프장, 시내가 모두 인접해 있어 접근성 또한 훌륭하므로, 향후 인버네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곳에서의 투숙을 적극 추천한다. 컬로든 하우스는 단순히 잠을 청하는 숙소를 넘어, "스코틀랜드의 운명이 바뀐 전야(前夜)"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역사적 공간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높은 물가 & 무엇을 먹었나!]
스코틀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51,000달러 선으로, 영국 전체 평균인 61,000달러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체감 물가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물론 지역마다 어느 정도 편차는 있겠지만, 이번 여정의 첫 방문지이자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심장부인 인버네스(Inverness)에서 맞닥뜨린 물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실제로 시내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주변을 관광하기 위해 호텔에서 택시를 이용해 보았다. 이동 거리 8km에 청구된 요금은 무려 45,000원 선. 서울에서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교통 체증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12,000원 안팎이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택시 기본요금부터가 이미 8,500원에 육박한다.
저녁 식사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따뜻한 수프를 시작으로 메인 요리인 바다 송어(Sea Trout) 구이, 디저트인 라스베리 아이스크림에 와인 딱 한 잔씩을 곁들인 2인 저녁 식사비가 35만 원에 달했다. 특히 곁들인 스페인산 하우스 와인은 한 잔에 3만 원이었다.
낮 시간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히 먹은 햄버거와 콜라 한 잔이 55,000원이었고, 평범한 샌드위치에 콜라를 조합해도 똑같이 55,000원이 청구되었다. 그나마 시내 태국 식당에서 맛본 조그만 탕(국물 요리) 한 그릇이 14,000원 선으로, 현지 물가 기준에서는 가장 눈물겹게 ‘착한 가격’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을 보았는가!]
1.고스(Gorse)
언뜻 보면 흐드러지게 핀 유채꽃을 연상케 하는 고스는 봄철 스코틀랜드를 노랗게 물들이는 주인공이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약 6주간이 절정이라는데, 필자가 방문했던 4월 말은 그야말로 최고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거친 바람과 척박한 토양을 이겨내고 피어난 고스 군락은 밋밋할 수 있는 링크스 코스에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장미보다 매서운 가시가 숨어 있다. 온통 억센 가시로 뒤덮여 있어, 티샷 한 볼이 이 식물 속으로 들어가면 찾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언플레이어블(Unplayable)'을 선언하는 편이 현명하다.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코코아 향도 일품인데,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고스를 '예쁘고 향기롭지만 가시를 품은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하기도 한다.
2.브룸(Broom)
고스와 마찬가지로 선명한 노란색 꽃을 피우지만, 결정적으로 가시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고스가 전성기를 지나 저물어가는 5월 중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6월까지 절정을 이룬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아직 개화 전이라 푸르른 녹색 잎만 지켜볼 수 있었다.
3.헤더(Heather)
8월부터 9월 중순까지 스코틀랜드의 온 산과 들판을 화려한 보라색 카펫으로 뒤덮는, 스코틀랜드의 진정한 시그니처 야생화이다. 필자가 방문한 봄철에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갈색빛을 띤 다소 칙칙한 덤불처럼 보였다. 보라색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늦여름이 되면 품종에 따라 핑크, 자주, 화이트 등 다채로운 색감으로 변신해 링크스의 가을을 알린다.
4.매람 그라스(Marram Grass)
국내에서는 '아모필라(Ammophila)' 혹은 '갯포아풀'로도 번역되지만, 골프계에서는 원어 그대로 '매람 그라스'라 부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해안가 링크스 코스의 상징인 듄스(Dunes, 사구)에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닷바람과 모래 이동을 막아주는,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이다.
5.시슬 플라워(Thistle Flower)
우리에게는 '엉겅퀴'로 친숙한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일화가 전해진다. 13세기 바이킹(노르웨이 군대)이 야간 기습을 감행했을 당시, 은밀하게 침투하기 위해 맨발로 진격하던 바이킹 병사들이 이 엉겅퀴 가시를 밟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덕분에 잠에서 깬 스코틀랜드 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대승을 거두었고, 이때부터 엉겅퀴는 '나라를 구한 꽃'으로 대접받으며 당당히 국화의 반열에 올랐다.
[어디를 방문했나!]
인버네스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이틀은 라운드를 마친 후 인버네스 시내 관광에 나섰다. 유유히 흐르는 네스(Ness)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강 양옆으로 펼쳐진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하이랜드의 랜드마크인 인버네스 성을 비롯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울라베쉬트(Uile-bheist, 발음: Ooh-la-vesht) 디스틸러리 & 브루어리'를 방문하고, 활기 넘치는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현지 태국 식당에서 맛좋은 저녁 식사를 즐기는 등 인버네스의 매력에 듬뿍 빠져들었다.
1. 인버네스 성(Inverness Castle Experience)
네스강을 도도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이 붉은 사암 성은 2025년 말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인버네스 성 익스피리언스'라는 현대적인 체험형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이곳은 단순히 유적을 둘러보는 박제된 성이 아니다. 하이랜드 전역의 역사와 신화, 문화를 전통 스토리텔러(Seanchaidh)의 서사와 몰입형 디지털 전시를 통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건축학적으로 보면 인버네스 성은 거대한 하나의 성채라기보다는 두 개의 큰 독립된 블록(건물)과 이를 둘러싼 성벽, 그리고 넓은 광장(Esplanade)으로 구성된 복합 구조물이다. 19세기 중반에 건설되어 최근인 2020년까지 실제로 법원 건물로 사용되다가, 대대적인 변신을 거쳐 최첨단 명소로 탈바꿈했다.
2. 울라베쉬트(Uile-bheist) 디스틸러리 & 브루어리
인버네스의 아름다운 네스 강변에 자리 잡은 ‘울라베쉬트 디스틸러리 & 브루어리’는 전통과 혁신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지난 2023년에 첫 문을 열었다. 이곳은 스코틀랜드 최초로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Distillery)와 수제 맥주 양조장(Brewery)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브루스틸러리(Brewstillery)’를 표방한다. 장인의 전통적인 위스키 제조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면서도, 맥주 양조용 에일 이스트(Ale Yeast)를 위스키 발효 과정에 도입하는 등 독창적이고 과감한 실험을 시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울라베쉬트(Uile-bheist)’라는 독특한 이름은 스코틀랜드 게일어로 ‘괴물(Monster)’을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근 네스호(Loch Ness, 게일어로는 '로흐 니쓰')의 괴물 ‘네시’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필자는 이곳에서 위스키와 맥주의 흥미로운 제조 공정을 직접 살펴보는 ‘디스커버리 투어(Discovery Tour)’에 참여했다. 약 1시간 동안 열정적인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 후, 30분간 시음(Tasting) 시간이 주어졌다. 한자리에서 신선한 수제 맥주와 깊은 풍미의 위스키를 동시에 맛보는 경험은 무척 이색적이었다. 투어에 함께 참여한 미국인 여행객 부부와 술 한잔을 나누며 유쾌한 대화를 나눈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홈페이지 www.uilebheist.com/
[캐봇 하이랜즈 방문을 마치며!]
노란 고스(Gorse)와 보랏빛 잠을 품은 헤더(Heather), 그리고 간간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 브룸(Broom)이 하이랜드의 거친 바람, 그리고 웅장한 북해와 어우러지며 링크스 코스의 불멸의 명작을 선사해 주었다. 왜 캐벗 하이랜드(Cabot Highlands) 골프장이 세계 100대 코스 중에서도 늘 상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그야말로 평생 잊지 못할 라운드였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 이 위대한 합작품을 보며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내일부터는 이곳 인버네스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적인 성지(聖地) '로열 도녹(Royal Dornoch)'의 36홀 코스 라운드에 나선다.
마지막으로, 이번 하이랜드 투어 일정을 첫 단추부터 빈틈없이 완벽하게 조율하고 진행해 준 오랜 친구 레오나르도(Leonardo), 마케팅 매니저 스테파니(Stefanie), 그리고 골프장 총 지배인 마크 롸이트(Mark Wright)에게 글을 빌려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아름다운 링크스 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기대해 본다.
에필로그 (Epilogue)
캐봇(The Cabot Collection) 브랜드의 신화
캐봇(The Cabot Collection)은 캐나다의 선구적인 기업가 벤 코완-디와(Ben Cowan-Dewar)와 미국 '밴든 듄스(Bandon Dunes)'의 신화를 일궈낸 전설적인 개발자 마이크 카이저(Mike Keiser)가 의기투합하여 설립한 글로벌 하이엔드 골프 리조트 및 럭셔리 레지던스 개발 브랜드이다.
“가장 매혹적인 자연환경 속에 마법 같은 골프 공간을 창조한다”는 확고한 철학 아래, 이들은 바다와 절벽, 거친 산악 등 극적인 천연 지형을 고스란히 살려낸 정통 링크스(Links) 스타일의 코스를 선보여 왔다. 여기에 최고급 호스피탈리티를 결합함으로써 전 세계 골퍼들의 궁극적인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황량한 폐광촌을 세계 최고 수준의 코스인 ‘캐봇 링크스(Cabot Links)’와 ‘캐봇 클리프스(Cabot Cliffs)’로 부활시키며 그 위대한 전설의 서막을 열었다.
현재 캐봇 브랜드는 전 세계 6개국에 걸쳐 11개의 독보적인 거점(Destination)을 확보하고 있으며, 총 18개 이상의 세계적인 명문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의 본고장인 유럽으로도 영토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기존 명문이었던 ‘캐슬 스튜어트(Castle Stuart)’를 인수하여 ‘캐봇 하이랜드(Cabot Highlands)’로 화려하게 재탄생시켰고, 여기에 거장 톰 도크(Tom Doak)가 설계한 제2코스인 ‘올드 페티(Old Petty)’까지 추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라인업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웹사이트 https://cab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