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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ourses Review

(26.4.28~30) 9박 11일 스코틀랜드 버킷리스트(2탄) 세계 2위, 150년 역사 꿈의 무대 ‘Royal Dornoch GC"

작성자사무국|작성시간26.06.23|조회수1 목록 댓글 0

 

(26.4.28~30) 9박 11일 스코틀랜드 버킷리스트(2탄) 세계 2위,

150년 역사의 꿈의 무대 ‘로열 도녹 골프클럽’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의 세계적인 골프장 3곳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한국골프관광협회가 10일간의 역사적인 투어에 나섰다.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첫 방문지인 인버네스(Inverness)에 위치한 캐봇 하이랜즈(Cabot Highlands)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방문한 '로열 도녹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이었다. 챔피언십코스는 스코틀랜드 1위, 세계 2위에 랭크된 명문 중의 명문으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대표적인 골프클럽이다. 18홀 추가 증설 계획이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또 하나의 54홀 규모의 불후의 명작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로열 도녹 골프 클럽(Royal Dornoch Golf Club)의 역사와 의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도녹에 자리한 로열 도녹 골프 클럽은 정통 링크스의 정수를 보여주는 36홀 규모의 세계적인 명문 코스다. 챔피언십 코스는 ‘2024~2025 골프다이제스트 USA’가 선정한 세계 2위, 스코틀랜드 1위라는 타이틀은 이곳이 가진 최상위 위상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이곳의 골프 연원은 161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877년 공식 클럽 설립 이후 1906년 에드워드 7세에 의해 ‘로열(Royal)’의 작위를 하사받았다. 스트류이 코스 (Struie Course)는 1899년 여성 골퍼들을 위한 12홀 규모로 처음 문을 열었으며, 1923년 18홀로 확장, 1999년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인 도널드 스틸(Donald Steel)과 그의 디자인 팀이 대대적인 리라우팅과 확장 작업을 진행하여, 18홀 챔피언십 규격 코스로 완성시켰으며 스코틀랜드 톱100 코스에 진입했다.

 

로열 도녹 골프클럽은 2027년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 사암 구조(Sandstone)로 지어진 새 클럽하우스를 2026년 봄 정식 개관한 데 이어, 신규 18홀 규모의 쿨 링크스 코스(Coul Links) 조성을 추진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로열 도녹의 유구한 역사 속에는 골프 설계 거장들의 위대한 발자취가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1886년 ‘현대 골프의 아버지’ 올드 톰 모리스(Old Tom Morris, 1821~1908)가 기존 9홀 코스를 18홀로 확장하며 명문 코스의 기틀을 다졌고, ‘도녹 골프의 아버지’ 존 서덜랜드(John Sutherland)는 58년간 클럽 비서로 헌신하며 전설적인 설계가 도널드 로스(Donald Ross, 1872~1948)를 발굴하는 혜안을 발휘했다.

 

도녹이 배출한 천재 도널드 로스는 이곳에서 첫 프로이자 그린키퍼(Greenkeeper)로 활동하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미국의 대명작 ‘파인허스트 No. 2(Pinehurst No. 2)’를 탄생시켰으며, 1927년 고향으로 돌아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파3 홀인 2번 홀을 직접 리뉴얼했다. 또한 1940년대에는 조지 던컨(George Duncan)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비행장으로 징발되어 소실되었던 챔피언십 코스의 6개 홀(현재의 6~11번 홀)을 완벽하게 복원 및 확장해 내는 업적을 남겼다.

 

20세기 골프 문학의 거장이자 ‘미국 골프 작가들의 대부(Dean of American Golf Writers)’로 추앙받는 스포츠 저널리스트 허버트 워렌 윈드(Herbert Warren Wind, 1916–2005)는 이곳의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골퍼라면 로열 도녹에서 라운드하고 연구해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골프 교육을 마쳤다고 할 수 없다(No golfer has completed his education until he has played and studied Royal Dornoch).”

 

[가장 자연에 가까운 링크스 코스라는 찬사]

챔피언십 코스는 도녹 만(Dornoch Firth)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황무지와 거센 바닷바람, 노란 고스 관목(Gorse), 그리고 천연 사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자연에 가까운 ‘유기적 링크스 코스’라는 극찬을 받는다.

 

기술적으로 로열 도녹을 대변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골프 코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플래토(Plateau)’와 ‘인버티드 소서(Inverted Saucer)’ 구조의 완벽한 결합에 있다. 해안 단구 지형을 따라 조성된 그린들은 주변보다 높게 솟아 있는 포대 그린(Plateau Green) 형태를 띤다. 이 때문에 링크스 코스의 전형적인 공략법인 낮게 굴려 치는 런업 샷(Run-up shot)이 통하기 어렵고, 공을 높이 띄워 그린 상단에 정확히 안착시켜야만 한다.

 

동시에 그린 내부 구조는 중앙이 솟아오르고 사방 가장자리가 흘러내리는 ‘뒤집힌 접시(Inverted Saucer)’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핀을 정교하게 공략하지 않으면 공은 가차 없이 주변의 깊은 항아리 벙커(Pot Bunker)나 컬렉션 에어리어(Collection Area)로 굴러떨어져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처럼 로열 도녹의 그린은 "올라가기는 어렵고(Plateau), 머무르기는 더 어려운(Inverted Saucer)"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정교한 탄도와 완벽한 스핀 컨트롤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골퍼라도 스코어를 지켜내기 힘든 독보적인 난이도를 자랑한다.

 

[북해의 거친 바람과 고립이 빚어낸 영성적인 코스]

북해(North Sea)를 끼고 앉은 대자연의 위치상, 언제 어떻게 몰아칠지 모르는 거센 바닷바람은 라운드의 변수가 아닌 코스 그 자체다. 홀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풍향 탓에 들어갈 때와 나아갈 때의 바람이 전혀 다르며, 탁 트인 고지대에 들어선 홀들은 날것의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에 낮은 탄도로 바람을 뚫고 가는 강력한 '펀치 샷'이 필수 무기로 요구된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깊숙한 변방, 도녹 마을에 위치한 로열 도녹은 언뜻 접근하기 까다로운 오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고립된 위치야말로 오히려 이곳을 신비로움과 순수함의 대명사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대규모의 상업적인 대회(The Open 등)를 치르기에는 주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 덕분에 코스의 위대한 원형이 훼손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영성(靈性)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골프의 전설들이 "가장 순수한 골프 경험"을 갈망하며 결국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코틀랜드의 반전, 평온과 포근함이 감돌던 4월의 하이랜드]

필자가 방문했던 4월 말의 하이랜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따뜻했고, 매서워야 할 링크스의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북위 57.88°에 위치한 스코틀랜드 특유의 거칠고 험난한 자연과의 사투를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던 필자로서는, 오히려 실망감이 들 정도였다. 우리가 흔히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황량하고 혹독한 날씨와 달리, 그날의 자연은 한없이 평온하고 포근했다.

 

물론 링크스답게 가끔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거나 짓궂은 비가 흩뿌리기도 했지만, 이내 10~20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고 본래의 평화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는 기온이 5~6도 안팎으로 떨어져 제법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으나, 한낮에는 15도를 넘나들며 라운드를 즐기기에 더없이 쾌적한 최상의 날씨를 선사해 주었다.

 

 

 

 

 

[로열 도녹 골프클럽으로 가는 여정과 랜드마크 글렌모린지 디스틸러리를 만나다]

개인적으로는 1993년 영국 유학 시절, 여행 차 스코틀랜드(Scotland) 땅을 처음 밟은 이후 무려 33년 만에 이루어진 감격스러운 재회다. 당시에는 에든버러(Edinburgh)와 글래스고(Glasgow)를 방문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그곳에서 북쪽으로 무려 320km를 더 거슬러 올라왔다.

 

대장정의 시작은 1주일 전 이른 아침 7시 50분에 이륙하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면서였다. 아시아나항공에 몸을 싣고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London Heathrow Airport)까지 14시간 동안 9,330km를 날아간 후, 다시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공항(Inverness Airport) 행 영국항공(British Airways) 환승 편으로 갈아타고 1시간 30분 동안 720km를 더 비행했다. 중간 환승 시간까지 포함해 꼬박 21시간이 소요된 위대한 여정이었으며, 인버네스에서 3일을 보낸 후 다시 승용차로 100km를 더 올라갔다.

 

인버네스에서 로열 도녹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이 위치한 도녹 스테이션 호텔(Dornoch Station Hotel)까지의 100km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스코틀랜드 티투그린(https://scotlandteetogreen.com/)'의 차량 서비스 덕분이었다. Scotland tee to green은 현지 교통편 제공부터 랜드마크 및 위스키 증류소 방문, 호텔과 골프장 연결 등을 세심하게 도와주는 곳으로, 스코틀랜드 골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파트너다.

 

이동 당일 아침, 지난 3일간 머물렀던 역사적인 컬로든 하우스 호텔(Culloden House Hotel)에서 우리를 도녹 스테이션 호텔까지 안전하게 안내해 줄 스코틀랜드 친구 헤이미시 말콤(Hamish Malcolm)을 만나면서 비로소 스코틀랜드에 와 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Kilt)를 멋지게 차려입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킬트는 스코틀랜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 그리고 역사를 상징하는 의복이다. 치마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그 안에는 스코틀랜드 남성들의 거친 역사와 강인한 자부심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우리는 최종 목적지인 로열 도녹 골프클럽을 약 13km 앞두고,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의 테인(Tain)에 위치한 글렌모린지 증류소(Glenmorangie Distillery)에 들렀다. 게일어(Gaelic)로 '고요함의 계곡(Glen of Tranquility)'이라는 뜻을 지닌 글렌모린지는 도녹 퍼스(Dornoch Firth) 해안가의 웅장하면서도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1843년 설립된 이래 부드럽고 섬세한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며 전 세계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아온 곳이다. 로열 도녹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과는 차로 불과 15분 거리에 인접해 있다. 이곳에서 현장 위스키 투어 팀에 합류하여 1시간 동안 증류소 구석구석을 상세히 둘러보았고,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위스키 시음까지 더할 나위 없이 값지고 풍요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웹사이트 https://www.glenmorangie.com/

 

 

 

[어디서 묵었는가!] '마린 앤 론'이 빚어낸 역사의 향기, 도녹 스테이션 호텔 (Dornoch Station Hotel by Marine & Lawn)

인버네스(Inverness)를 출발해 글렌모린지 증류소(Glenmorangie Distillery) 투어까지 무사히 마친 후, 이번 여정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줄 ‘도녹 스테이션 호텔(Dornoch Station Hotel)’에 마침내 도착했다. 도녹 스테이션 호텔은 스코틀랜드 서덜랜드(Sutherland) 해안의 유서 깊은 골프 도시 도녹(Dornoch)에 자리 잡고 있는 5성급 럭셔리 부티크 골프 호텔이다. 약 4에이커(약 5,000평)의 아름다운 대지 위에 세워진 이 호텔은, 세계적인 명문 코스인 로열 도녹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 1번 홀 티박스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골퍼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은 입지를 자랑한다.

 

1. 에드워드 시대의 낭만과 현대적 럭셔리의 조화 (History)

이 호텔은 에드워드 7세 시대인 1902년, '스테이션 호텔(Station Hotel)'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도녹 경량철도(Dornoch Light Railway)가 개통되면서, 하이랜드의 청정한 공기와 골프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영국 전역의 부유한 자산가와 귀족들이 모여들던 고급 사교의 장이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더 도녹 호텔(The Dornoch Hotel)'로 불리며 명성을 이어오다, 2022년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 인근의 유서 깊은 호텔들을 전문으로 리노베이션하는 하이엔드 호스피탈리티 브랜드 '마린 앤 론(Marine & Lawn Hotels & Resorts)'에 인수되었다.

마린 앤 론 그룹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2023년 8월, 1902년 오픈 당시의 오리지널 이름에서 착안한 '도녹 스테이션(Dornoch Station)'으로 호텔을 재론칭했다. 특히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로비 깊숙이 묻혀 있던 1902년의 오리지널 파케트(Parquet) 목재 바닥을 찾아내 완벽하게 복원함으로써 호텔의 유구한 역사성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2. 하이랜드의 자연을 품은 품격 있는 객실 (Rooms)

역사적 가치를 복원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한 호텔은 현재 총 89개의 객실과 스위트룸을 보유한 최고급 명문 호텔로 거듭났다. 필자가 머문 객실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도녹 퍼스(Dornoch Firth) 해안선과 로열 도녹의 푸른 링크스 코스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이랜드의 대자연을 눈에 담으며 보낸 시간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이었다.

 

3. 골퍼를 위한 배려와 스토리가 있는 미식 (Features & Restaurants)

호텔 곳곳에는 골퍼들을 위한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클럽을 미처 챙겨오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최고급 렌탈 클럽 세트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호텔 전면 잔디밭에는 투숙객들이 언제든 퍼팅 감각을 조율할 수 있는 사설 퍼팅 그린(Putting Green)이 조성되어 있으며, 저녁이 되면 하이랜드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싱글 몰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야외 화로(Fire pits)와 테라스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텔 내부의 미식 공간 역시 이곳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더 골든 고스 (The Golden Gorse): 도녹 링크스 코스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인 야생화 '고스(Gorse)'에서 이름을 딴 시그니처 레스토랑이다. 로컬 제철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정통 하이랜드 퀴진을 선보인다. 필자는 머무는 3박 동안 모든 저녁식사를 이곳에서 했다. 최고의 시간이었다.

 

바 로스 (Bar Ross): 도녹 출신의 전설적인 골프 코스 설계가인 도널드 로스(Donald Ross)의 이름을 헌정 받은 전통 바(Bar)다. 로열 도녹의 상징인 타탄(Tartan) 체크무늬로 장식된 벽면과 클래식한 스누커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스코틀랜드 최고 수준의 싱글 몰트 위스키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하루의 마무리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120년이 넘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골프 역사와 정취를 완벽하게 보존해 낸 이 멋진 공간에서, 가장 럭셔리하고 우아한 여정을 누릴 수 있어 깊은 행복을 느꼈다. 여기에 머무는 3박 동안 마주한 직원들의 진심 어린 친절과 세심한 배려는 호텔이 가진 무형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었다. 골퍼라면 평생 꼭 한 번은 머물러야 할 최고의 '버킷리스트 숙소'로 주저 없이 강력하게 추천한다."

웹사이트: https://marineandlawn.com/dornochstation/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가?]

우리는 도녹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의 저녁 식사를 모두 도녹 스테이션 호텔(Dornoch Station Hotel)의 메인 레스토랑인 ‘더 골든 고스(The Golden Gorse)’에서 만끽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코틀랜드 여정 중 단연 최고의 성찬을 경험한 시간들이었다.

 

첫날 저녁은 스코틀랜드 바다의 신선한 풍미를 고스란히 담아낸 아귀(Monkfish) 요리로 시작했다. 이곳의 아귀 요리는 하이랜드의 거친 자연과 스코틀랜드 해안의 싱그러움을 우아하게 재해석해 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레스토랑 측은 스코틀랜드 북동부의 차고 깨끗한 해역(Firth)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당일 수급하여 요리한다고 설명했는데, 과연 명성대로 스코틀랜드산 아귀는 유독 살이 오동통하고 탄력이 뛰어난 품격 있는 식감을 자랑했다.

 

둘째 날 저녁은 치킨 요리를 선택했다. 프랑스식 프라이드 치킨이었으며 우리나라의 그것과 매우 유사했다. 타지에서 만난 고소하고 담백한 닭고기 요리 덕분에, 모처럼 한국적이고 친숙한 정취를 느끼며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셋째 날 저녁은 그날의 가장 신선한 어획물로 준비되는 '오늘의 생선(Catch of the Day)'을 주문했다. 이날 상에 오른 주인공은 대구목의 대표적인 흰살생선인 헤이크(Hake, 민대구) 요리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첫 경험이었다. 팬에 구워내어 부드러운 흰살의 풍미가 극대화된 헤이크는 일반 대구보다 살이 살짝 더 연하고 촉촉했으며, 익혔을 때 아주 깨끗하고 담백한 맛을 선사했다. 유럽 전역, 특히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에서 대구(Cod)나 해덕(Haddock)만큼이나 대중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맛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서 가장 유쾌했던 미식 에피소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로열 도녹 클럽하우스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주문했던 ‘코리안 치킨’에 얽힌 일화다. 주문한 샌드위치가 식탁에 올라온 후, 우리는 그 샌드위치를 맛있게 비워낸 뒤, 은근한 기대감을 안고 직원에게 "우리가 주문한 코리안 치킨은 언제 나오나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직원의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미 다 드셨는데요?"

알고 보니 우리가 방금 먹은 샌드위치 속 치킨이 다름 아닌 '한국에서 길러진 닭(Korean-raised Chicken)'으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매콤한 양념치킨이나 프라이드치킨 같은 한국식 조리법을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참으로 묘하고도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머나먼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유서 깊은 골프 클럽에서 한국산 닭고기 샌드위치를 먹게 될 줄이야. 여행의 묘미를 더해주는 이 위트 있는 에피소드는 도녹이 우리에게 남겨준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로열 도녹 골프클럽(Royal Dornoch Golf Club)은 어떤 코스인가!]

로열 도녹은 100% 사질토 위에 세워진 정통 해안 링크스이지만, 하이랜드 특유의 거친 고스(Gorse) 덤불 식생과 자연적인 고원형 지형이 결합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아름다운 샷 밸류를 선사하는 독보적인 코스이다.

'뒤집힌 접시(Upturned Saucer)'의 본고장으로 로열 도녹 그린의 가장 큰 특징인 가운데가 솟아 있고 가장자리가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돔(Domed)' 형태이며, 또한 그린이 주변 지형보다 높게 솟아 있는 플래토(Plateau, 고원) 구조를 갖고 있다.

 

로열 도녹(Royal Dornoch)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통상적인 골프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파격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티박스의 색상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골프장들이 블랙, 블루, 화이트, 옐로우, 레드로 코스 난이도를 구분하는 것과 달리, 로열 도녹의 메인 코스인 ‘챔피언십 코스(Championship Course)’는 블루나 블랙 대신 그린(Green), 오렌지(Orange), 브라운(Brown), 퍼플(Purple)로 이뤄진 독창적인 4개의 티박스를 운영한다. 통념을 완전히 탈피한 이 색상 배치는 로열 도녹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대변한다.

 

또한 두 코스 모두 단순히 숫자로만 홀을 구분하지 않고, 각 홀마다 저마다의 역사적 스토리와 지형적 특색을 담은 고유의 이름을 명명해 두었다. 덕분에 골퍼들은 티박스에 설 때마다 수백 년을 이어온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숨결과 마주하며, 라운드 내내 깊이 있는 인문학적 미학을 만끽하게 된다.

 

고위도 하이랜드 지역 특유의 엄청난 낮 길이 덕분에, 이곳의 라운드 가능 시간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여유롭다. 공식적인 첫 티오프는 이른 아침 7시에 시작되며, 하루의 마지막 티오프는 무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이어진다.

4월 말만 되어도 오전 5시면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저녁 9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기 때문에, 하루 16시간에 가까운 낮 시간 동안 시간에 쫓기지 않는 황홀한 라운드가 가능하다. 특히 여름철 하지(夏至) 기간에는 낮 시간이 18시간 이상 이어지며 사실상 밤이 없는 백야의 풍경을 자아낸다. 하이랜드 대자연이 선사하는 이 축복 같은 시간 덕분에, 로열 도녹에서의 라운드는 골퍼들에게 긴 여운과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챔피언십 코스(Championship Course, 파70·6649·6299·5920·5296야드)]

2번 홀: "Ord" (파4·434·399·360·330야드)

로열 도녹의 독창적인 매력을 초반부터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매운맛' 홀이다. 홀 이름인 '오드(Ord)'는 게일어로 '둥글고 가파른 언덕'을 뜻하는데, 이름 그대로 요새처럼 우뚝 솟은 전형적인 플래토(Plateau) 그린이 골퍼를 압도한다. 특히 이 그린은 지면보다 높이 솟아오른 플래토 지형 위에, 중앙이 높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흘러내리는 '뒤집어놓은 접시(Inverted/Upturned Saucer)' 형태가 결합된 구조다. 정교한 샷이 아니면 볼을 그린 위에 머물게 할 수 없는, 로열 도녹의 혹독한 정수가 이 홀에 담겨 있다.

 

6번 홀: "Whinny Brae" (파3·161·156·137·125야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함정을 품고 있는 파3 홀이다. 홀 이름의 '윈(Whin)'은 스코틀랜드어로 가시나무인 '고스(Gorse)'를 뜻한다. 4번과 5번 홀을 거쳐 이곳 6번 홀까지 이어지는 고지대 그린 주변은 흐드러지게 핀 노란 고스 덤불과 촘촘한 벙커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린은 매우 좁을 뿐만 아니라, 중앙이 높고 가장자리가 흘러내리는 '뒤집어놓은 접시(Inverted Saucer)' 형태가 극단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그야말로 '그린을 정확히 지켜내지 못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Hit it or lose it)' 로열 도녹의 혹독한 시험대다.

 

7번 홀: "Pier" (파4·479·464·395·342야드)

로열 도녹에서 단연 최고의 포토존으로 꼽히는 홀이다. 티박스에 오르는 순간, 우측으로 거대한 도녹 만(Dornoch Firth)의 푸른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오며 독자를 압도한다. '부두(선착장)'를 뜻하는 이름처럼,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나간 지형의 형상에서 유래했다. 시각적 대장관 뒤에는 치명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티박스에 서면 페어웨이가 왼쪽에서 오른쪽 바다 방향으로 크게 흘러내려, 마치 티샷한 공이 그대로 바다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따라서 우측의 위험을 피해 페어웨이 왼쪽 끝 아슬아슬한 지점으로 공을 보내야만, 세컨드 샷에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각도가 열린다. 4번 홀부터 시작된 노란 고스(Gorse) 덤불의 향연이 이곳 7번 홀에 이르러 마침내 그 절정을 이룬다.

 

14번 홀: "Foxy" (파4·445·439·401·378야드)

로열 도녹의 상징과도 같은 14번 홀은 "벙커가 없는 세계 최고의 걸작(The Bunkerless Masterpiece)"으로 불린다. 인위적인 모래 벙커가 단 하나도 없음에도 최상급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골프 코스 설계가들 사이에서는 ‘벙커 없이도 얼마나 까다롭고 완벽한 홀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최고의 교과서로 꼽힌다.

 

완만하게 두 번 휘어지는 더블 도그레그 레이아웃으로, 심한 굴곡의 페어웨이와 우측의 거대한 천연 사구가 시야를 강하게 압박한다. 이 홀의 백미는 단연 지면보다 높이 솟은 이중 플래토(Double Plateau) 구조와 뒤집어놓은 접시(Inverted Saucer) 모양의 그린이다. 그린을 놓치면 볼을 잡아줄 안전장치(벙커)가 없어 30~40야드 밖까지 가차 없이 흘러내린다. 불규칙한 마운드 위에서 파(Par)를 세이브하려면 텍사스 웨지(Texas Wedge)나 범프 앤 런(Bump-and-run) 같은 창의적인 숏게임 능력이 필수적이다.

 

17번 홀: "Valley" (파4·405·390·384·326야드)

이름 그대로 극적인 고도 변화와 깊은 골짜기 지형이 특징인 홀이다. 라운드 후반의 승부처로서 골퍼의 전략과 담력을 시험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Cavalier) 난이도를 자랑한다. 높은 티박스에 서면 페어웨이가 아래로 푹 꺼졌다가 그린을 향해 급격히 솟아오르는 입체적인 ‘V자형’ 지형이 펼쳐진다.

 

골짜기 바닥에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가파른 잔디 언덕인 ‘위어스 힐(Weir's Hill)’이 티샷을 가로막는다. 이 장애물을 넘어 절벽 위 요새 같은 포대 그린을 향해 정교한 세컨드 샷을 올려 쳐야 한다. 특히 그린 뒤편이 바다를 향해 탁 트여 있어 바람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는 곳이기도 하다. 하이랜드의 역동적인 대자연과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현명한 클럽 선택과 과감한 결단이 정복의 열쇠다.

 

 

 

[스트류이 코스(Struie Course, 파70·6125·5826·5240·4995야드)]

스트루이 코스 (Struie Course) 1899년 여성 전용 12홀로 시작되었으며, 1923년 18홀로 확장, 1999년 도널드 스틸(Donald Steel) 팀이 현대적인 레이아웃으로 개조했다.

 

골프다이제스트 USA (Golf Digest USA)에서 세계 5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릴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전통적인 링크스(Links) 요소와 부드러운 내륙형(Parkland)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가시덤불(Gorse)과 함께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코스 이름인 ‘스트류이(Struie)'는 인근의 스트류이 언덕에서 따온 것으로, 라운드 내내 도녹 만(Dornoch Firth)의 아름다운 해안선과 언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통상적인 구성과 달리 1번 홀과 18번 홀이 모두 파3로 이뤄진 파격적인 구조다. 첫 홀부터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마지막 순간까지 한 타의 승부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스트류이 코스만의 영리한 디자인이다. 여기에 하이랜드의 계절감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코스 전반에 고스(Gorse) 군락이 많지는 않지만, 6번과 14번 홀에 다다르면 노란 고스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장관을 연출한다.

 

2번 홀: “Caddies Well” (파3·122·109·100·71야드)

과거 캐디들이 목을 축이던 천연 식수 우물(Well)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골프와 지역민의 삶이 결합된 깊은 인문학적 스토리를 품은 홀이다. 티박스에서 그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골프의 고향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의 명물을 연상시키는 아담한 ‘스웰컨 다리(Swilcan Bridge)’ 형태의 아치형 돌다리가 놓여 있어 클래식한 정취를 더한다.

 

전장이 짧아 만만해 보이지만, 정교한 공략이 없으면 순식간에 함정에 빠진다. 그린이 콤팩트한 데다 촘촘한 벙커들이 호위하고 있으며, 앞쪽 경사가 심해 샷이 조금만 짧아도 공이 우측 아래 계곡으로 사정없이 굴러떨어진다. 이 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코스를 굽이쳐 흐르는 천연 시냇물 ‘스트류이 번(Struie Burn)’이다. 인위적인 워터 해저드가 아닌 대자연의 물길인 스트류이 번은 2번 홀을 시작으로 17번, 16번 홀을 차례로 휘감으며 스트류이 코스를 하이랜드의 자연과 헤리티지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인문학적 무대로 완성한다.

 

9번 홀: “Dornoch Firth” (파5·553·524·477·454야드)

전반 홀의 마침표를 찍는 9번 홀의 이름은 코스를 바짝 성벽처럼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바다, ‘도녹 퍼스(Dornoch Firth)’에서 그대로 따왔다. 이 홀은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인피니티 그린(Infinity Green)이 특징이며, 전면의 벙커가 그린을 방어하며, 도넉 피르스(Dornoch Firth)와 포트마호맥(Portmahomack) 등대를 조망할 수 있는 환상적인 뷰를 선사한다.

 

스코틀랜드에서 ‘퍼스’는 빙하가 깎아 만든 깊고 푸른 만(灣)을 뜻하는데, 이 9번 홀이야말로 바다와 가장 가깝게 맞닿아 흘러가는 링크스(Links) 골프의 진수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무대다.

 

18번 홀: “Witches Pool” (파3·127·109·105·102야드)

홀 이름인 '마녀의 연못(Witches Pool)'은 1727년 스코틀랜드 역사상 마지막 마녀재판으로 화형당한 '재닛 혼(Janet Horne)'의 잔혹한 형벌터에서 유래한, 하이랜드의 서글픈 비극을 품고 있다.

 

이 역사적 중압감을 배경으로 하는 18번 홀은 마지막 순간까지 골퍼의 통념을 유쾌하게 배반한다. 라운드의 대미를 파4나 파5가 아닌 파3 홀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1번 홀에 이어 18번 홀까지 파3로 문을 닫는 이 독특한 수미상관(首尾雙關)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스트류이 코스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이다.

 

클럽하우스의 시선이 집중되는 티박스에 서면 10미터가 넘는 가파른 오르막과 거친 러프가 압박감을 준다. 특히 지면보다 높이 솟은 플래토(Plateau) 지형과 흘러내리는 인버티드 소서(Inverted Saucer) 그린이 결합되어, 조금만 짧아도 볼이 사정없이 굴러떨어진다. 거리는 짧지만 마지막까지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공포스러운 파3 홀이다.

 

[화려했던 방문, 그리고 뒤로하는 아쉬움]

3박 4일간의 화려했던 방문을 마치고, 마지막 날 오전 총지배인 닐 햄튼(Neil Hampton)과의 만남을 끝으로 나누었던 작별은 마음에 깊은 여운과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여정의 모든 일정을 세심하게 조율해 준 골프장의 클레어 리델(Claire Riddell) 어시스턴트 매니저의 헌신, 그리고 머린 앤 론 호텔 앤 리조트(Marine & Lawn Hotels & Resorts)의 골프 부문 글로벌 어카운트 디렉터(Global Account Director - Golf)이자 현지 도녹 스테이션 호텔(Dornoch Station Hotel)의 책임자인 질리언 스티드먼(Gillian Steedman)이 4일 동안 베풀어 준 따뜻한 환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울러 인버네스에서 로열 도녹 골프클럽이 위치한 도녹 스테이션 호텔까지 100km의 거리를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리키 메이(Ricky May)와 직접 운전대를 잡아 준 그의 스코틀랜드 친구 헤이미시 말콤(Hamish Malcolm)의 친절함은 하이랜드의 푸른 풍경과 함께 가슴속에 소중히 각인될 것이다.

 

웹사이트 https://royaldorno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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