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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길어요. 그런데 사실일까요. 토론해보고 싶군요...펀글

작성자동그라미|작성시간02.10.07|조회수188 목록 댓글 0
안개꽃 (단편)
스토리

그는 오랜만에 토우 선생의 작업실에 들렀다. 선생의 작업실에 가면 거의 만나게 되는 병순 선배를 만날 겸 토우 선생의 안부도 궁금해서. 그리고 그 동안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도 선배에게 이야기하고. 역시나 토우 선생의 작업실에는 병순 선배가 와 있었다. 그런데 지극한 약시인 누님의 전화로 그는 금세 일어날 수밖에 없자 병순 선배는 그가 자신에게 할말이 있어서 작업실을 찾은 줄 눈치채고 퇴근 후 그의 집으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저녁시간. 병순 선배는 시간을 지켜 그를 찾아왔다. 그간 그에게서 일어난 사건들을 그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쯤 그는 바깥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대문간에 놓여진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하철범 귀하. 수신인란에는 '파 이스트 테크노즈'라는 말만 씌어져 있을 뿐 다른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그 안에는 직경 18센티미터 무게 8킬로그램 정도의 완전히 둥근 옥돌 하나와 팔에 끼는 토시처럼 생긴, 반짝이를 넣어서 짠 편직의 니트류 2매가 들어 있었다.

그런 후, 이틀 뒤 그는 집 근처의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사서 들어오는데 대문 앞에서 바람처럼 소리 없이 다가온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회색 옷에 굵게 웨이브진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얼핏 '도인'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사람이었다. 그 '도인'이 그에게 할말이 있으니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도사가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큰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며 누님과 같이 살고 있지만 그 누님은 친누이가 아닌, 2대에 걸쳐 그의 집안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루에 있던 옥돌과 반짝이 토시를 보고서 그 도인은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 물건에서는 인체에서 나오는 엄청난 생체 에너지가 발생되고 있다고. 그러면서 그가 여태껏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에서도 조만간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는 도대체 어디서 그것을 얻게 되었는지를 묻더니, 산에 계신 분께서 어찌하여 자신을 이곳으로 내려가 보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서서히 인류의 신기원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의 말을 듣고 난 선배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찌하여 그 도인께서는 그의 어머니 대로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오갈 데 없는 기정이 누님을 거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러나 그는 그것보다도 며칠 전 서점에서 산책의 내용을 읽고 더 깜짝 놀랐다는 사실을 선배에게 계속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그 도인을 만나던 날 서점서 산책은 어떤 물리학자가 쓴 글이었는데 그 물리학자가 어릴 적부터 경험한 이상한 체험과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연구한 결과 지금은 엄청난 학술적 성과를 얻게 되었다고. 그 내용은 대충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을 역으로 해석해서 '질서의 개념'을 발견한 것과 우주에 작용하는 4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외에 다른 한 가지 힘을 더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힘은 철심에 코일을 감아 전혀 새로운 전기적 힘을 얻은 것이었는데 그 힘이 바로 동양적 표현은 기(氣)이며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생체 활성화 에너지(bio activation energy)라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박사께서 '극동에너지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랬다. 며칠 전 그에게 배달된 그 상자는 바로 그 책을 쓴 박사가 그에게 보낸 것이었던 것이다.

그가 선배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그 책을 쓰신 엄청난 분께서 그에게 그런 선물을 보냈는지 너무도 궁금한 것이 많아서 조만간 그분을 찾아뵐 작정이라고.

탁자 위의 배부른 백자 항아리에는 안개꽃이 소담스럽게 꽂혀 있었다. 양 박사의 말이 안개꽃 저쪽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기사를 시켜 그에게 상자를 보내고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그가 자신을 찾아올 것임을 확신했다고 했다.

양 박사는 얼마 전 책상 정리를 하다가 몇 해 전에 발간된 모 회사의 사보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을 읽었다고 했다. 그 글의 내용은, 현대 과학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핵폭탄 한 방에 수천 수만의 사람이 죽을 수 있어도, 생명 있는 것은 들의 풀 한 포기 만들 수 없으며 삶의 질 차원에서 본다면 과학의 발전이 과연 우리 인류에게 얼마만한 기여를 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 자유기고가의 글이 마음에 들어 글이 실린 회사의 홍보실에 연락하여 그 사람의 주소를 알아냈고 그 사람이 마침 자신의 운전기사와 한 동네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기사를 시켜 상자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자유기고가는 바로 그였으며. 양 박사의 이야기를 들은 그도 양 박사의 학자적 양심을 책에서 읽었노라고 한마디했다. 물질의 최소입자를 쿼크라고 하는데 현대의 물리학자들이 대규모 입자가속기를 사용하여 그 입자를 충돌시켜 양자와 중성자를 파괴시킬 때 발생하는 예측할 수 없는 어떤 힘에 대해 경고한 점을 예를 들어 양 박사에게 말했다. 어떻든 첫 만남에 두 사람은 이미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가 내놓은 토우 선생의 토우를 보면서 양 박사는 그 토우에서는 진정한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얘기했다. 그는 토우 선생의 아픔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했다. 몇 해 전, 모 선생의 가마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부인과 두 딸을 잃었다는 사실과 그 이후로 원래의 자기 일은 모두 접고 손가락 만한 토우나 만들면서 소일을 한다고 그러면서 그는 양 박사의 안목에 놀라움을 표했다. 자연과학자들에게서 보기 힘든 예술적 소양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하긴, 그러한 안목이 있었기에 인류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주야로 연구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그는 기정이 누님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기정이 누님의 오갈 데 없는 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가 집에서 거두었고 그 딸인 기정이 누님이 태어나자 누님까지 키워서 결혼시켰는데 결혼에 실패하고 다시 혼자 몸이 되자 또 불러들여 그 누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지금은 그의 모친도 돌아가시고 그도 건강이 좋지 않아서 결혼도 않고 누님과는 그냥 친남매처럼 한집에서 계속 살고 있다고. 그 말에도 박사는 감동을 표했다. 며칠 전 만난 도사의 말처럼 2대에 걸쳐 선업을 쌓고 있다고.

그는 박사께 환경 보호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양 박사는 반색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고통스런 병을 고쳐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일을 도우라고. 그러면서 지금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환경 관련 연구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현재 상태로 간다면 환경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오염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방도가 없다는 것과 그래서 자신이 연구한 게 있는데 이제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략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인체의 심폐기능을 왕성하게 하듯 각 식물들의 이파리를 크게 해서 탄소동화작용을 왕성하게 하고 그리하여 지구의 공기를 우선 맑게 유지하도록 하며,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막을 수 없는 현단계에선 우선 이산화탄소의 구성을 달리해서, 하자면 이성체로 만들어서 방출케 하고, 다음 단계로는 자동차의 연료를 바꾸는 것. 바다에는 엄청난 음전기와 양전기가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그것을 개발해서 사용할 것이며…… 일견 황당해 보이는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양 박사의 이론만큼 확실한 대안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는 양 박사의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싶다고 했다.

양 박사가 개발한 다른 힘 한 가지를 '양력'이라고 했는데 그 양력, 즉 '기'로써 모든 물질을 양력화시킨다면 모든 생명체는 새로운 힘을 얻게 되어 자생력이 증대된다고 했다. 물론 이파리를 크게 만드는 것도 바로 양력의 힘으로써. 환경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그의 결심에 양 박사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그도 양 박사가 아버지처럼 스스럼이 없어졌고, 돌에서 인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나온다며 놀라던 그 도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뉴트리노 이론과 중력 메커니즘,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의 반대 개념과 새로이 개발했다는 제5의 힘…… 그 모두를 그 도인도 양 박사도 모르는 가운데 또 서로가 알고 있었던 점.

그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꽃 한 송이가 잘 자라는 사회, 그 사회가 진정 인간이 살기에도 적합한 땅이라는 양 박사의 말에 동감하면서 향내조차 없는, 뭉게구름처럼 꽂혀 있는 안개꽃에 코를 박았다. 이 땅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비릿한 안개꽃 향내 속에 숨어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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