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의 여인들 (1)
제우스는 여신과 요정, 그리고 인간 여성을 가리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임으로써 그리스 신화에 흥미진진한 가십성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우스의 연애담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독자들은
관심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제우스와
관련된 신화에 있어서 제우스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여인과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보겠다.
제우스와 안티오페
제우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모습을 한 사티로스의 모습으로
테바이를 섭정하고 있던 잠든 안티오페를 범하여 암피온과 제토스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안티오페와 그의 아들들에게 관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안티오페는 자신의 몸이 이상이 있음을 깨닫고 겁이 덜컥 났다.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사실이 만약 바깥으로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두고두고 남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고 만약에 아버지 니크테우스에게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했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겁이 덜컥 난 안티오페는 이를 모면하기 위해서 시키온으로 도망가서 에포페우스왕과 결혼하였다(일설에 의하면 에포페우스 왕에게 유괴되어 겁탈을 당했다는 설도 있음). 니크테우스는 테바이를 내팽겨치고 도망친 딸을 쫓아 시키온까지 추격하였으나 에포페우스와의 전투에서 죽었다.
니크테우스는 안티오페의 형제인 리코스에게 복수해달라 유언하기를 나라와 부모형제를 버린 안티오페를 반드시 벌하라고 명하면서 숨을 거두었다. 리코스는 부친의 명령에 따라 테바이의 군대를 이끌고 시키온을 공격하여 에포페우스를 죽이고 안티오페를 포로로 잡았다.
이제 안티오페의 배가 만삭이 되었다. 그녀가 포로로 테바이로 압송되어 오던 중에 키타이론 산에서 암피온과 제토스 쌍둥이 형제를 낳았는데, 리코스는 안티오페의 아들이며 자신의 조카인 어린 핏덩이들을 산 속에 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아마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한 에포페우스의 자식들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안티오페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았지만, 분위기로 보아서 그런 말을 했다가는 정신나간 사람이 제 행실을 감추기 위해서 신을 모독한다고 했을 것이다).
버림받은 암피온과 제토스 형제는 그곳에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양치기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헤르메스는 암피온에게 리라를 주고 그것을 타는 법도 가르쳐 주었으며 암피온의 쌍둥이 동생
제토스는 사냥이나 가축들을 사육하는 일에 종사하였다.
한편, 산후조리도 못한 안티오페는 리코스에게 끌려가서 자신의 올케, 다시 말해서 리코스의 아내인 디르케의 몸종이 되었고 리코스는 권력에 공백이 생긴 테바이를 장악하여 참주가 되었다.
명색이 전직 테바이의 섭정이었던 안티오페는 자신의 형제와 올케에게 부당하고 잔혹스러운 학대 속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키타이론 산에서 헤어진 자식들을 수소문하여, '너희들은 제우스의 피를 이어 받고 있으며 악독스러운 테바이의 참주 리코스에게 탄압을 받고 있으니, 이 어미를 제발 구해달라'는 뜻을 전하였다.
장성한 암피온과 제토스는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동료 양치기들을 동원하여 리코스를 공격하여 그를 죽여 버리고 그의 처 디르케의 머리카락을 황소에다 비틀어 맨 다음, 황소로 하여금 그녀가 죽을 때까지 끌고 다니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원래 디르케가 안티오페에게 가하려고 했던 형벌이었다.
이렇게 안티오페는 자유를 되찾게 되었고 그의 아들 암피온은 테바이 왕이 되어 도시의 성채를 튼튼하게 쌓는 일에 착수하였다.
아마 자신들을 저지하지 못한 테바이의 방어책이 너무 허술한데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암피온이 리라를 타면 돌들이 저절로 움직여 성벽을 차곡차곡 쌓았다고 전해진다.
제우스와 칼리스토
제우스가 여신뿐만 아니라
요정과 인간 여성에 이르기까지 메뉴(?)를 가리지 않게 되자 질투심에 몸을 부르르 떨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우스가 자숙하고
헤라만을 바라볼 입장도 아니었다.
그때 아르카디아 왕 리카온의 딸 가운데 칼리스토(Callisto)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 자체부터가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제우스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그림:칼리스토와 제우스의 밀회). 그런데 문제는 칼리스토가 연애 따위하고는 담을 쌓고 오로지 처녀 신 아르테미스를 위해서 평생을 동정녀로 살겠다고 결심한 데에 있었다. 주도면밀한 제우스가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그녀에게 나타났다. 자신이 공경하는 아르테미스 여신이 나타났으니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르테미스(실은 제우스)가 '이리 가까이 오너라'하는데 어찌 따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제우스와의 관계가 있고 난 후에 칼리스토는 곰으로 변하고 말았는데, 그것이 제우스가 한 일인지, 헤라의 소행인지, 아니면 아르테미스가 한 일인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세 가지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제우스가 정실부인인 헤라의 분노로부터 칼리스토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설. 만약에 헤라가 한 일이라면 자신의 위치를 침해당한 복수심에서 나온 것이 바로 그것이고 아르테미스가 그랬다면 평생을 순결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파기한 데에 대한 징계이다.
곰으로의 변신이 제우스가 한 일이라는 전설에 따르면,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를 활로 쏘아 죽이도록 헤라가 아르테미스에게 부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보내어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의 태내로부터 아르카스를 구출했으나 곰으로 변신한 그녀(칼리스토)는 아르테미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칼리스토는 통상적인 출산을 통해서 아르카스를 낳았으나 아르카디아 산중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던 장성한 아르카스에게 사살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제우스는 죽은 칼리스토를 하늘로 데려와 큰곰별자리가 되게 하였는데,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아르카스가 사냥에서 곰으로 변한 어머니를 죽이려는 참담한 행동을 그대로 중지시킨 뒤 그들을 둘 다 하늘로 끌어올려 대웅성(大熊星, 큰곰자리)과 소웅성(小熊星, 작은곰자리)의 두 별자리로 만들었다. 한편, 헤라는 자기의 연적 칼리스토 모자가 명예로운 자리에 앉은 것에 분노하여 테티스와 오케아노스을 찾아가 그들의 영역인 바다 속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하므로 테티스와 오케아노스는 결국 그녀의 청을 들어주어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두 별자리는 하늘에서만 맴돌 뿐 다른 별들처럼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이 설화가 국내에 알려져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임).
기타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에 대한 전설 ① 헤르메스가 그를 구출하여 키레네 산에서 살고있는 그의 어머니 마이아에게 맡겨 양육케 했다는 설 ② 칼리스토의 아버지이며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이 아르카스를 키웠으나 나중에
아르카스를 스튜요리로 만들어 제우스에게 바치자, 이를 괘씸하게 생각한 제우스가
아르카스를 소생시키고 리카온을 늑대로 바꾸어 버렸다. 아무튼 아르카디아는 아르카디아의 왕위를 계승한 아르카스가 어원이 되어 만들어진 이름이며, '아르카스(Arkas)'는 '곰'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르쿠스(arkous)와 발음이 비슷하다. |
제우스와 다나에
제우스가 아르고스 지방을 내려보다가 그곳의 왕녀 다나에를 보고 연정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한번 마음을 먹었던 일은 빠짐없이
성사시킨 제우스인지라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나! 그곳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에게는 다음과 같은 참담한 신탁이 내려져 있었다.
'딸이 낳은 자식이 너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으리라'
당시 아크리시오스 왕은 이러한 예언 때문에 무척이나 고심하고 있었다. 딸의 결혼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그녀를 방치했다가 만약에 누가 그녀를 보쌈질이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낭패이므로 딸을 죽이지 않고서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옳거니 바로 그거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아크리시오스는 딸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다나에를 청동의 지하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그러나 제우스가 누구인가! 변신술의 최고 권위자이며 더욱이 기후를 관장하는 우주의 지배자가 아니었던가! 이번에는 '황금의 비'가 되어 지하감옥으로 스며들어가
다나에를 품었다.
그 후 다나에가 임신을 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메두사의 목을 자른 영웅 페르세우스였다(그림:다나에에게 접근하는 제우스).
딸의 옥중출산을 알게 된 페르세우스의 외할아버지인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가 낳은 외손자에 의해 살해될 것을 두려워하여 그들 모자를 궤짝에 넣어 바다에 띄워 버렸다. 차마 직접 죽이지는 못하지만 바다가 알아서 처리해 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다나에와 페르세우스 모자를 태운 궤짝이 세리포스 섬까지 표류하게 되었을 때, 그 섬의 통치자의 동생이며 어부(漁夫)인 딕티스가 구출하여 그들을 그 나라의 왕 폴리덱테스에게 데리고 갔다. 왕의 보호 속에서 페르세우스가 장성하자 왕은 온 나라를 황폐케 하고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간 메두사라는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서 그를 파견하였는데,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와 헤르메스의 도움으로 잠을 자고 있는 메두사에게 접근하여 무사히 메두사의 목을 벨 수 있었다.
메두사를 처치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페르세우스는 나중에 본의 아니게 외할아버지인 아크리시오스를 죽임으로써 그 예언이 이루어졌다.
'황금의 비'로 변한 제우스가 다나에와 관계를 맺어 아들 페르세우스가 태어났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햇빛이 지하로 스며들어 씨앗의 생명을 소생시키는 현상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