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기] 디지털의 아날로그적 완성, Musetec(L.K.S) MH-DA005
아날로그 마니아라 자처하는 나는 디지털에 무척이나 인색했었다. 상당한 고가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디지털은 4만 원짜리 CDP와 30여만 원 중국산 저가 DAC가 전부였고, 소스도 복사 CD나 타이달이 고작이었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3년도에 중국 L.K.S AUDIO의 MH-DA004를 구입하고부터다. 이 DA004는 디지털에 대한 나의 관점,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DA004는 해상도, 정밀함, 공간감 등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하이엔드 명품이었다. 아날로그로 구현하자면 수백만 원짜리 카트리지에 하이엔드급 턴테이블로나 간신히 구현할 수 있는 음을 너무도 쉽게 내어주었다.
이때부터 나의 주력기는 004가 되었고 소스는 타이달로 고정되었다. 더 이상 비싼 LP를 구입하지 않아도 됐었던 것이다. (물론 물욕에 가끔씩 재발매판을 구입하기는 한다 ㅎㅎ)
그런데 한 2년 넘게 듣다 보니, 다 좋은데 음의 끝자락이 거칠다. 텔레풍켄(Telefunken) ECC83 진공관이 내어주는 그 쨍하고 예리한 선명함에 "와" 하면서 기분 좋게 음악에 빠져들다가도, 문득 소리의 뾰족한 모서리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한 것과 같다.
처음에는 명쾌한 해상도와 자극적인 타격감이 기분 좋은 단맛처럼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위적인 에지(edge)가 어느 순간 묘하게 역한 이질감이나 피로감으로 바뀌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의 이 불편함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외국 유저들의 사용기에서 같은 내용을 접하고 이들의 해결책이 DA005였음을 알게 되었다.
가격이 문제였다. 004의 거의 두 배... 망설이다가 004를 탐내는 동네 형님께 보내고, 그 돈에 또 돈을 보태어 중국 현지 중고 사이트에서 남경의 한 마니아가 내놓은 DA005를 인수하게 되었다.
남경에서 배대지를 거쳐 무려 3주 만인 지지난주,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근 일주일간 세팅 과정을 거쳐 마침내 사무실 시스템에 최적화된 소리를 끌어냈다.
MH-DA005는 004의 한계를 완벽하게 극복한 '진화의 결정체'였다.
DA005는 004가 가진 뛰어난 해상도와 다이내믹스의 유산은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고역 끝의 거친 디지털 자극과 피로감을 마법처럼 도려냈다.
소름 돋는 배경의 적막함(Background Blackness) 속에서 치밀한 악기 분리도가 뭉개짐 없이 피어오르지만, 귓가를 찌르는 불편함 대신 완벽한 아날로그적 매끄러움과 온기를 채워 넣었다.
해상도와 음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다 잡아낸 것이다.
이 기기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와이프의 행동에서 증명되었다. 50줌마인 와이프의 최고 낙은 주말 드라마다. 평소 같으면 퇴근 후 사무실에 들르더라도 8시 이전에 집으로 가자 했고, 잠시만 뜸을 들여도 바로 짜증을 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사무실 소파에 앉아 "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웅산, 이은미, 박효신, 이문세... 끊임없이 주문했다. 자극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가 와이프의 발걸음을 붙잡고 음악 그 자체에 온전히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DA005에 대한 많은 외국 유저들의 칭송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50줌마 와이프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었다.
▶ Musetec(LKS) MH-DA005(중고) 개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