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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의 데이트

작성자사과 -o-...★|작성시간05.07.08|조회수51 목록 댓글 4
며칠전 사과는 아빠와의 데이트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랫만이었어요. 아빠와 둘만의 시간을 갖어 보는게...

언제나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과묵하시던 아빠..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나 뒤에서만 묵묵히 일처리를 하시곤 했지요..
그런 아빠가 어렸을땐 왜 그리 무섭고 멀게만 느껴지던지요...
제가 그런 아빠를 이해했을땐 벌써 2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흐른 뒤였지요.
어렸을때는 아빠를 피해다녔을 정도였으니 말이예요..

20살이 되어 집을 나와서 살게 되면서..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아빠라는 존재도 다시한번쯤 돌아보게 되었고 말이죠,
아빠의 20년동안 우리에게 보여줬던 모습들도 하나둘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지요.

그런 아빠와 5년만인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아빠가 바쁜 일정을 쪼개어 대구에 오셨더군요.
제가 내려가야 되는데도 아빠가 자상하게도 올라와 주시더군요..
잠시 한눈판 사이에 동대구 I.C 로의 길을 지나치셔서 서로를 찾느라고 약 1시간 30분 가량을 허비하고 그렇게 마주친 아빠의 모습은 전보다 훨씬 늙어버린 모습이었지요.

아빠를 모시고 집에와서 얼마 없는 반찬과 아침에 급하게 끓인 찌게를 내어 놓으며
"일찍 연락주고 오시지 그랬어요~~"라는 핀잔도 빼놓지 않았지요. ^^
아빠가 오실줄 알았음 그 전날 장이라도 봐왔을껀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만든 음식들만으로 이루어진 상을 차려드렸어요.
아빠는 맛있는 음식들을 사주려고 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내시드라구요.. ^^
(밥이 맛이 없었나?^^;;)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시는 우리 아빠~~*

아빠와 같이 동네의 작은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구요..
22년동안..
참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속 깊이 묻고 사셨더라구요..
조금씩.. 아빠의 마음 문을 두드릴때마다 아주 조금씩 아빠의 맘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아주 조심스레 말이지요..
우리는.. 그동안 불편하고,, 좋지 않고.. 그런 일들은 누군가에게 바로바로 얘기해오면서 서로의 위로와 공감을 토대로 풀어왔는데, 아빠는 전혀 그렇지 않았엇어요..
"말해봤자 뭐하겠니.. 기분만 우울해지잖아.. 그냥 나혼자 이렇게 가슴에 묻어두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는걸 뭐.."라는..
어찌보면 너무 바보같은 우리 아빠..

그렇게 짧은 시간 데이트를 하고 나는 도서관으로 아빠는 울산으로 향하는 그 길이 아빤 못내 아쉬웠엇나봐요.
"은경아 울산 갔다가 차타고 다시 대구로 올래? 그럼 좀더 같이 있을 수 있잖아~"
아빠도 그동안 저희와의 시간이 그리웠나봅니다.
사실 저도 그랬구요..
도서관 가는 길은 살며시 뒤로 미루고 아빠를 따라 나섰습니다.
아빠가 신이 나셨는지 차에 있는 카세트를 틀었습니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가안다아아~~ 저얼~~ 씨구 씨구 들어가안 다아아~~작년에 왔던 각써얼이가아 아뒤지지도(-_-;;)않고오 또오 와았네에에~~♬"
"앗.. 아빠 이게 뭐예요!! -_-;;;"
"왜 좋잖아~~ ^^"
아빤 각설이 타령을 크게 틀어놓고 고속도로를 향해 신나게 달리시기 시작했습니다.
창문들을 화알짝 열어놓고요..-_-;;;;;

아빤 저와의 데이트가 아주 신나셨나봅니다.
평소에 그렇게 말이 없으시던 우리아빠..
고속도로 가시는 내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런 아빠의 20년 남짓한 시간동안 참 많은 아픔들이 가슴속에 묻혀있었단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울산에 간 저희는 정자 바닷가로 향했지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바다는 마치 커다란 호수와 같았습니다.
비가 많이 온 후라서 그럴까요?
바닷물은 마치 눈물방울들을 모아놓은 것 처럼 투명하고 맑았지요.
바람이 없어서 그런지 파도도 없었구요..

시원한 파도를 기대했던 나에겐 사실 조금 실망감이 없진 않았지만, 넓은 바다를 보며 언젠가 저에게 바다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시던 시인 김성춘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다는 언제나 넉넉하고 넓지.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거란다. 너도 바다처럼 언제나 넉넉하고 깊이있는 사람이 되어라."라면서 저에게 바다의 멋을 가르쳐주셨지요.

그렇게 데이트를 하면서 같이 밥도 먹고 대구와 울산을 돌아다니며 아빠와 함께한 하루는 참 행복했습니다.
마치 잃었던 편안함을 다시 찾은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아빠와 그렇게 만나고 나서 약간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동안 왜 그런 마음속에 담겨있던 말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셨을까...
그렇게 마음을 풀어놓을만한 상대가 없었을까?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들에는 그 사람들의 사상과 생각 방식이 담겨있습니다.
베토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속에 우울함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구요,
모짜르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발랄한 성격이 많지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내면의 세계에선 말이예요.
각설이 타령을 아주 신나게 들으시던 아빠..
각설이 타령은 서민들의 애환을 아주 리얼하게 풀어놓은 노래인 만큼 그 속에 한과 말하지 못한 서러움들이 담겨있지요.
제가 한때 음악으로 속 마음을 풀듯이 어쩌면 아빠도 그러고 계신건 아닌가.. 싶었어요.
그만큼 내가 부모님께 소홀했단 이야기구요..

아빠와의 데이트..
다시한번 더 집과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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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목룐 | 작성시간 05.07.08 많은 걸 느끼게 해 주는 글이네요. 감사.
  • 작성자올리브 | 작성시간 05.07.09 읽어 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딸이랑 데이트하고 싶다.
  • 작성자아목동 | 작성시간 05.07.10 사과가 많이 컸구나. 철도 들고.. 나도 오늘은 우리딸과 모처럼 외식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단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천연염색전도 보았단다.
  • 작성자구름나그네 | 작성시간 05.07.12 예쁜 딸을 둔 아빠가 부럽다. 나도 딸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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