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난생처음으로 화장을 당했다.
(귀찮고 재미없는 세상이다. 산채로 화장을 당했으면 정말 좋겠다(사자에 뜯어 먹혀서 죽는 것도 괜찮을 거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소원대로 화장을 당하다니 이건 웬 재수! 편히 누워서, 똑똑하게 생각해 보면 마침내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모닝 콜이나 자명종의 소리를 듣지 않고 또는 마누라의 잔소리가 사라지고) 잘 수 있을 때까지 영원히 잠드는 것이다. 화장을 당하고서부터 난 세속과 다투지 않는다. 나를 내세우지도 않고 남을 질시 하지도 않는다. 난 해탈하고 마는 것이다.)
내가 화장 당한지 하루 지난 오늘 아침, 내가 화장 당하길 너무 잘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공장 출근길에 올랐다. 근데 금방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화장 당했다면 오늘이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바보라는 걸 알았다. 단어의 전이 상태. 정신의 공백상태. 문제다. 진짜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지. 바보야. 그 화장과 이 화장은 틀려! 化粧과 火葬 차이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잠깐 착각했나 보다. 제자리를 잡아야겠다.
‘화장(火葬)을 당했다’라는 말이 틀린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내가 직접 화장(化粧)을 한 것이 아니고 남이 내 얼굴을 화장을 해 줬는데……. 그러니까 분장사가 내 얼굴을 분장해 줬다는 얘기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내가 텔레비전 프로에 나가게 됐다. 같이 출연하는 여자들은 진짜 오랜 시간에 걸쳐 화장인가를 해주고 상대적으로 나는 아주 쬐금만(그것도 한 4-5분은 된 것 같다) 화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입술을 립스틱도 첨 발라봤다. 얼매나 부끄러운지. 아. 립스틱의 맛이 이 맛이구나 했다. (참고로 달미는 립스틱 맛을 아직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불행한 생을 살고 있다)
‘어제 처음으로 화장이라는 걸 해 봤다’ 이래야 맞는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火葬이라는 말은 끼여들 틈이 없다. 어쨌거나 나는 처음으로 파우더 같은 것을 바르고 브러시로 모공을 막고 적당히 마사지를 받고 머리를 손질 받고 해서 멎진 화장발을 내세움으로 화장계에 데뷔했다.
여기서 화장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얘기의 결국은 무엇을 노리는 얘길일까? 내가 생각컨데 아마도 일요일 오전에 내가 나오니까 꼭 보라는 은연중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아마 그것 보다는 분장사의 이런 저런 말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지 싶다. 달미는 개똥같으니까.
분장사는 내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이 터치한 남성 중에 가장 완벽한 모공과 눈썹을 가진 분이라는 거다. 말할 것도 없이 피부도 넘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장발이 퍽퍽 먹힌다는 얘기였다. 아마도 브라운관에서 당신의 얼굴을 빛이 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순간순간 바뀐다. 분장사가 극찬으로 계속 씨부렁대더니 갑자기 낯빛이 달라졌다. 그리곤 울기 시작했다.
분장사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당신이 너무 빛이 나면 내가 곤란해 진다. 왜냐하면 우리 진행자인 질투 많은 교수가 당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이 죽었다고 자기를 막 할 키고 뜯고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여자의 손톱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은 그야말로 다음날 화장을 당할 형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꾸벅꾸벅 머리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해 줬다.
그래서 정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서 멋진 눈썹과 피부와 머리를 창조해 내고 싶지만 도리어 팍 죽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래서 나의 텔레비전 데뷔는 얼굴이 엉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그러니까 절대로 바탕이 못나서 이상하게 나온다는 생각은 버리기를 바란다. 오로지 남이 자기보다 나은 꼴을 못 보는 진행자 때문에 달미는 철저히 얼굴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라리 못 생기에 나오는 것이 더 속 편하지 않느냐 하는 마음이 위로를 먹여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