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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작성자goldbach|작성시간07.02.01|조회수234 목록 댓글 3
 

먼지 날리는 시골구석 사거리 한켠에 쬐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사는 가장 큰 재미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예술회관에 가서 오케스트라의 <딴따라딴따>를 열공하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그것은 혼자와 함께가 나아가는 얘기입니다. 홀로 감상을 함께하는 연주자들에게 듣고 주위의 청중들과 함께 혼자 듣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열심히 연마한 각각 악기의 주자들이 절치부심해서(사실 절치부심이까지야 하겠습니까만) 고뇌와 환희를 뱉어내는 무대. 그건 지휘자의 카리스마와 합쳐서 빛나도록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많은 경우는 최악의 샘물이 돼서 마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신기루 같은 음의 세계를 날려 보내야 하는 경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의 고민!) 남다른 감흥을 뱉어 주지요.

 얼마 전 우린 모두 신년음악회를 갔었더랬습니다. 접때도 온 우리의 꼬마 호프 벤 킴.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했다면 미워했을 텐데 어쩜 그렇게 겸손하게 말을 하는지. 지금 딱 애인 만들어서 놀기 좋아할 나이인데 양심 속이고 여자 친구 없다는 뻔한 하얀 거짓말을 해버리는 녀석. 지난번에 독주할 때 보다 좀 조신해졌다는 생각이 듭디다. 나중에 쳐낸 드뷔시의 월광, 쇼팽의 에튜드 모두 좋았죠. 정확한 핑거레이션. 아무튼 잘 끊어내고 연결하는 프레이징처리, 자의성이 거의 없는 루가토 등등. 학습을 열심히 하면서도 낭만을 깨우쳐가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관현악의 반주가 시큰둥하고 삑사리 금,목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현들과 관들의 일정한 균형, 얏차차 때려주는 쾌도난마로서의 정확한 음. 음의 폭포가 비실거리는 것. 네~ 잘알다시피 그런 건 오랜 세월 음악성과 테크닉의 달인이 된 고귀한 단원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소리죠. 우리 시향이 따라가기는 세월과 지휘자의 막강 카리스마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대충 따라가고. 마음을 팍 누그러뜨리고 듣습니다.

변선생의 코랄판타지아는 내가 언젠가 해보고 싶은 곡입니다. 뭘로?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으로? 합창단원으로? 악장으로?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 글쎄 언젠가는 무슨 역이든 반드시 해보고 싶은 곡이었습니다. 꼭 뭘로 해 보고 싶으냐고 계속 묻는다면 아마 그 곡을 대빵으로 틀어놓고 온 몸을 털어버리고 그 곡 횐희의 절정을 같이 누리겠다는 얘기이겠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절묘한 주고받음이 다자간 주고받는 펜싱의 기량을 칼끝으로 느끼는 예리함이 순간순간 떨쳐나오잖아요? 그걸 자세히 보면 라벨의 <볼레로>보다 더한 엑스트시에 빠지죠. 지랄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우리의 시향의 콜렉션은 변선생이었지만 마음은 그저 노닥거리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감각이 무디어졌다는 것입니다. 원체 변금련의 서방 무대같이 주제 감각과 주위감각과 형평감각이 없어왔던 것도 맞는 얘기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그것! 그것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이죠. 나이가 듦에 따라 더 강해지는 강안남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늘 메말라서 허걱거리기는 하고.

감동! 감동을 받침하는 감각! 감각을 불러내는 오감! 오감을 주술하는 육감! 육감이 비리해서 결국 육갑을 떨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흐물흐물해 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무지 오케스트레이션이 재미가 없습니다. 울산 시향이라서 그럴까요. 디스크의 달콤한 완벽함에 습관처럼 소리가 박혀있어 쌩소리를 구분 못하는 어리석음일까요?

그래도 우리의 신년음악회는 아름답고(같이 음악을 들으시는 선남선녀들이 매우 그렇다는 얘깁니다) 행복하고(서로 마주보고 앉아 잠깐 노닥거리는 시간이, 그 시간 속에 내가 앉아있었던 거를 생각해 보니까 지금도 가슴이 몽땅 들끓는 겁니다) 므흣했습니다. 사람이 늙어가면서 많은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진짜 충고하건데(왜 갑자기 이런 용어가 나오는 것인지) 줄여야 합니다. 끈을 끊어야 합니다. 줄이 많이 묶여져 있음 자유롭지 못하죠. 그리고 대기 속에 몸을 팍 내 놓아야합니다. 무엇으로 이루어진 대기일까요? 그것은 자유을 향하는 염원과 닳아빠진 감성과 적당하게 완숙된 지성, 이들을 버머리고 힙합하고 그래서 결국은 진짜 글루미씨가 되는 겁니다.

<글루미>씨는 오늘 아침 조간에서 읽은 용어입니다. 홀로족. 우린 모두 혼자 태어나 비록 여럿이 함께 사는 것 같은 포즈를 취하긴 하지만 결국 또 혼자 갑니다. 혼자인 것을 잘 깨달아야 진정으로 우리 인간들이 신격이 될 수 있습니다. 신들은 우리를 질투했고 우리들의 능력을 부러워해 자신들을 최초의 때처럼 또 자신들을 까버릴까 봐 우릴 저주했습니다. 혼자있은 거를 두려워하는 것. 그것이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이죠. 우린 이 본능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몇몇 자유로왔던 자들로 예수님과 부처님들이 있었고 그들은 홀로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글루미씨들입니다.

그러나 올 때는 벌써 혼자 레테의 강을 건너왔었고 또 갈때도 혼자 갈것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우리와 함께 음악을 함께 하면서 온전한 글루미씨를 위한 과정으로 함께 하는 너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또 연주회가 오면 제대로 된 연주를 혼자, 함께 들으면서 언젠가 맞을 음의 엑스터시를 <고도>를 기다리듯이 그렇게 기다리고. 그리곤 은혜가 풍성한 혼자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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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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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담 j | 작성시간 07.02.01 그게 이런 뜻이군요!
  • 작성자물푸레나무 | 작성시간 07.02.01 혼자와 함께는 고슴도치같아요. 사람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고독하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가면 상처받고. 그 건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렇게 이해하면 맞죠?
  • 작성자아목동 | 작성시간 07.02.01 2월6일 시향 연주 "청년 베토벤" 연주있습니다.아시죠..? 함께 자리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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