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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마당

살벌한 이별(시간 있으신 분만 읽으시도록......)

작성자진달ㄹH|작성시간07.03.16|조회수109 목록 댓글 4
 

오늘 조간신문을 읽는데 작은 꼭지로 “화이트데이 붉게 물들인 참극”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바로 잘난 우리 울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그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많아졌다. 자랑스러워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 울산인 것에서 내가 할일이 더 많다는 굳은 결심을 다시 각오하는 그런 대목이 된다. 


요 며칠 전 우리는 목룐이 쓴 예언적인 글 ‘화이트데이에 생각하는 이별이야기’라는 시시콜콜한 글을 읽었었다. 목룐의 말은 한마디로 만남과 같이 이별이 중요하고 만남의 소중함이 강조되듯이 이별의 소중함도 존중돼야 되지 않는가는 얘기일 것이다. 목룐의 대부분의 주장이 별 볼일 없지만 그래도 이 말은 뭔가 의미가 있다. 목룐의 화이트 데이의 어쩌구저쩌구 하는 글을 그들이 읽었으면 아마도 좀 다른 결과 이를테면 혹 아이까징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마이너스 하나가 아니고 플러스 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최악의 이별을 한 셈이다. 사실 알 수 없지만 그들도 기막힌 만남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닭살스런 커플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남부럽지 않게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들 낳고 집을 사고 뭐 그러다가 화이트데이를 맞이했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한 순간 정확히 이별을 하고 말았다. 물론 이별의 조짐이 무수히 있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린 목룐의 평소 소행에 대해서는 절대로 찬성하는 바가 아니지만 그의  serial 이별의 프로그램을 높이 받들지 않을 수 없다. 이별연습이 너무나 없었던 것이다.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가 맺고 열매가 떨어지고 눈이 덮이고 다시 새싹이 돋고.......

삶이란 이별과 만남의 연속인 것을.


내용은 다 알겠지만 화이트 데이를 맞아 즐겁게 고기를 함께 먹었던 30대의 부부에 관한 것이다. 술을 네 병 마셨다는 얘기다. 이것까지는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꼬치꼬치 의미를 따지자면 남녀가 주고받거니 함서 요즘 남자처럼 약해진 두꺼비를 마시는 일은 최근의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단 고전적인 행사로 볼 수는 없다. 술상을 차리고 남자들이 술 먹으면 여자들은 조용히 안주를 준비하고 했던 풍경이 고전이었다. 각각 두 병씩 먹는 일은 탈근대화이다. 여성의 힘의 강함이 드러나는 일상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물론 이 얘기에서는 술의 힘으로 자신이 그랬다는 진술을 토하면서 술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지만 어차피 술은 힘을 배가시킨다는 데 모든 인본주의 학자들은 동의하고 있으니까 일단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꼬이기 시작한 것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자는 여인의 제의를 남성이 거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날도 날인만큼 커피를 한잔 하고 들어갑시다!“


(이 대목을 유의해야 한다. 이 제의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이고 하루에도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흔하다)

 

남편이 피곤해서 그냥 집에 들어가자 라고 응답했는데 이것이 화이트 데이를 맞이한 마님의 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남편이 “피곤하다 그냥 집에 들어가자” 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고전적인 대사다. 어쩌면 산업화된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수컷들의 관습이다. 그에 대해 또 부인이 화이트 데이를 맞이한 남다른 무드를 조성하고자 했던 것도 역시 고전적이 될 수 있다. 될 성 했다면 여기서 서로 한 쪽에서 양보했을 것이다. 그리고 양보하는 것이 일종의 적당한 고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양보가 없었고 남편은 여성이 투덜거리는 가운데서 먼저 귀가하고 말았다.


이 대목에서도 우린 남성의 형편없음에 크게 분노한다. 어떤 세상인데 이런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화가 난 여성을 혼자 두고 온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이건 잘 생각해 보면 고전적이기도 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봐도 몹시 잘못된 일인 것이다. 그러니 일이 크게 나게 생겼다.


여자는 혼자 돌아왔다. 걸음걸이 안 봐도 알 수 있다. 터덜터덜했을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머리를 싸매고 남편이 없는 작은 방에 드러누웠다. 이때도 돌이킬 수 없는 기회였다. 남자가 화해를 해야 했었다.

 


싸움은 계속됐다. 아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라운드의 싸움은 폭력으로 시작한다. 고전적인 싸움이 아니고 현대전이 발발했는데 여기서부터 우린 싸움의 새로운 트랜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극이 벌어졌는데 그것조차도 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비극자체가 벌써 정상이 아닌데 다시 그 비극도 정상이 아니래서 부정의 부정으로 그것이 평범하게 되었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가만히 누워 있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참을 수가 없었던 여자는 화분을 집어던졌다는 얘기다. 바로 여기다. 여러 가지 현대전의 양상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가만있다가 즉각적으로 행동에 들어가는 여성성을 보시라. 사유와 행동이 일치되는 근육맨들의 특징이 여성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마도 옛날엔 남자들이 주로 육식을 했었는데 요즘은 여자들도 남자 이상으로 육식을 많이 해서 훨씬 공격적이 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다음에 여자가 먼저 화분을 집어던진다는 얘기다. 여긴 화분이 매우 가벼워졌다는 우리시대의 생명공학적인 테크놀로지의 위대성을 찬탄할 수도 있고 반면 여자들의 힘이 매우 세졌다는 것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근육맨은 근육우먼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애들의 발육이 몹시 빠르고 대충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남자에 비해 여자가 큰 덩치를 자랑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대부분의 던짐과 차는 것은 남자들의 차지였다. 남자들은 길거리에 깡통이 있으면 절대로 그냥 지나지 않는다. 발로 찬다. 이것은 원시축구의 전형이 된다. 또 남자들은 조약돌이나 솔방울을 만지고 나면 반드시 그것을 던져버린다. 이때부터 투구의 폼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것도 고전이 됐다. 여자들도 차고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화분 두 개를 한 손에 각각 들고 던졌다. 이것은 한 손에 의한 전통적인 남성의 투구행위를 넘어선 새로운 경지의 투구행위다. 여성은 그만큼 위대한 것이다.


어쨌거나 남자는 여자의 뺨을 두 서너 차례의 갈김으로 이에 대한 보복 행위를 했다.

이 대목이다. 남자는 연방 커다란 실수를 하고 있다. 여자의 뺨을 때리는 것은 역사적으로 남성의 승리를 선언하는 첨병 구실을 했었다. 남성의 전통적인 특권이었다. 이에 대한 여성의 반응은 흐느끼면서 완전히 항복하거나 가끔 대들었다면 손톱을 세워 남성을 위협하는 정도였었다. 그러나 뺨에 관한 행위는 남녀의 현대전에서 절대적으로 금기가 되고 있다는 것은 남자는 깨닫지 못했다. 그는 현대의 여러 사회문화적인 경향이 무던하고 있었다고 봐야한다. 뺨을 맞은 여성은 정신일도가 됐다. 드디어 여자는 정신일도면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뭐든 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


화분을 던졌으니 다음은 무엇으로 보복을 할까하고 여자가 잠깐 생각했을지 모른다. 본능적으로 칼을 가져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본능이 뭐 그렇게 꼬였겠나? 그렇담 벌써 여러 번 칼을 들었을 것이고 이에 익숙했다면 남자는 일단 도망가고 말았을 테니까. 여자는 자신이 화분을 던진 것은 생각하지 않고 커피제의에 거절당함에 이어 뺨을 맞았으니 세기말적인 강력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칼을 든다.


“칼을 들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 대장부라는 말이 있는데 여자는 아무 생각 없이 단칼에 남자의 복부를 찔렀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에 없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단칼 내지는 한 두 번만에 끝났을 것이다. 즉사했다는 말은 있으니까. 원한이 깊었다면 찌르고 찌르는 것이 통상적이다. 한두 번에 끝났다면 발작적인 순간적 힘에 의한 것이다. 이것은 모욕과 연결된다.


쓰다보니까 또 길어졌다. 목룐이 이별이야기를 해서 약간 공감은 하고 있었지만 우린 역시 이별에 대해 서투른 것이 확실하다.


이 게시판에 보면 뭐 치열한 이별이라느니 그것을 준비하느니 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는데 고민들이 많으신 것 같다.


이별을 목룐의 말대로 가슴 두근거림서 준비할 수 없을 것인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또 글이 길어졌지만 이건 분명히 해야겠다. 여자들이 커피 먹으러 가자면 무조건 가야한다. 집안에 화분을 놓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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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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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목동 | 작성시간 07.03.16 나도 옛날에 커피 싫다고 했다가 혼날 뻔 했다.
  • 작성자비타민 | 작성시간 07.03.16 머리 아프다....
  • 작성자주막집 | 작성시간 07.03.17 커피 마시러 가자는 여자하나 있었으면 ...
  • 작성자여리지어 | 작성시간 07.03.18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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