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8월 13일 — July, 2005. Seoul, South Korea.
Sumi Jo & Hvorostovsky, Duo Concert.
Conductor - Constantine Orbelian
Moscow Chamber Orchestra
'그림자의 노래'는 디노라가 자기의 그림자를 보며
자기곁을 떠난 연인을 기다리며 부르는 아리아 입니다
기교를 요하는 곡이죠. 조수미 잘 부르죠? 감탄.
옛날 사진 이런 거 잘 보지 않는데 어쩌다가 2004년도의 사진을 보게 됐다. 여럿이서 지리산엘 가 찍은 사진이었다. 묵었던 펜션과 산 정상에서의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꽤 감상적인 형태로 바뀌어 갔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깔깔거리는 사진, 다들 담배를 피지 않지만 객기를 부려 모두들 담배를 한 까치씩 피어 물고서는…… 춤을 추고 있는 모습들, 좋아라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들, 너와 나 우리들의 표정.
사진의 바로 그 순간에서 그 때의 기억들이 사진 밖으로 하나씩 들춰 나왔다. 저 장면 속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때 내가 왜 저런 표정을 지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안개처럼 혹 뚜렷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진 하나하나에서 친구들이 기어 나오고 들어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수많은 구절초가 하늘거리는 모습들 제각각 살아 움직였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는데 웬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이냐고. 내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는 사실에 일단 나 스스로 놀랐다. 이건 반사신경에 관한 문제도 아니고 파블로프의 개에 관한 일도 아니다. 일종의 미스터리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나를 보는 것이 아니고 어설픈 나, 이를테면 나의 희미한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림자가 그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내가 나 스스로를 최선으로 내놓고 있지 않았다는 어떤 부족함, 죄송함, 비겁함, 유약함, 서러움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동돼서 내 그림자로 나타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내가 그 때 당신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심리적으로 안정이 돼있지 않았고 막돼 먹었었다는 것이 맞겠지만 너무 아쉽다. 날 완전히 해체시키고 또 온전히 드러나 있는 자연과 하나로 되는 것, 할 수 있음 해야 했다. 할 수 있고 없고가 아니고 그런 개념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난 불만이 많은 그림자였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또 혹 즐겁다고 해도 날 완전히 던지지 못했고 늘 어정쩡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당신들을 대했던 것이고 그 사실이 몹시 안타까운 것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진실할 기회를 너무 쉽게 흘려 보내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 든다. 지금도 그렇거구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림자로 당신을 만났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 되는 것일까. 내 곁의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당신의 향기에 빠져들고 당신의 몸짓을 사랑하고 당신을 언제고 쳐다보며……같이 즐겁게 해야 될 것들 도 많겠지. 뿐만 아니다. 듣고 있는 곡을 완전히 빨아들임 좋겠다. 보고 있는 그림에, 풍경에 내가 푹 젖어 들었음 좋겠다. 읽고 있는 책에 깊이 감동됐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나랑 지금 함께 하는 내 주위의 모든 것에 푹 빠지고 싶다. 날 푹 던져 주고 싶다.
그림자를 내게서부터 멀리 때놓고 싶다. 거울을 봐도 사진을 봐다 온전한 내가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럼 당신도 언제나 온전한 날 느낄 수 있을 테지. 그렇게 해서 내 주위의 모든 것들에 속속들이 내가 투영되고 나도 그들에게서 진짜의 모습과 속 알갱이들을 받아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