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갈대와 토르소' Oil on Canvas 72.7x90.9cm 2012
"굿바이~ 토르소여!" 展에 부쳐...
"Goodbye~ Torso!" Solo Exhibition
'The aesthetics of the torso' of Son Gui-ye,
손귀예, 그는 이름보다는 ‘붉은 목마’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진 작가이다. 그 이유는 그동안 작품에서 나타난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짐작된다. 한편 그가 여러 인터넷사이트에서 별명으로 ‘붉은 목마’를 사용했기에 그 영향도 컸으리라. 그런데 자신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붉은 목마 그리기를 접고, 그사이 새로운 모티브를 찾아 의미 있는 작업 여행을 해왔다. 이 여행은 산모의 아픔처럼 고통이 뒤따랐으리라. 그는 그렇게 울음을 터뜨리고 태어난 소중한 작품들에 아이러니하게도 ‘굿바이~ 토르소여!’란 이름을 붙여 야심차게 선보이기로 작정한다.
손귀예의 작품 속 소재 토르소란? 그는 작업 노트에서 밝혔듯이, “내가 선택한 토르소는 그리스 시대 조각가 벨베데레(Belvedere) 또는 기존 조각가에 의해 제작된 인체가 잘린 그런 개념의 조각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중고물상에 나뒹구는 무명 조각가의 토르소를 만난 뒤 그는 자기만의 회화적 감성 토르소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는 자신이 경험한 여러 현상 A와 자신일 수도 있는 여성의 숭고한 미 토르소(torso) B를 결합하는 형태로 천착한 것이다. 여기서 둘의 관계는 진지하게 구성되고 때론 부단한 몸부림으로 나타났다. 결국, 그 관계성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줘서 그만의 이상적-수학에서의 함수 관계 토르소 미학이 파생한다.
자연 감성에 대한 우연한 깨달음, 프랑스 현대 철학자 ‘미셀 세르’는 ‘오감’이란 저서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출발점은 논리가 아닌 감각 또는 감성이라 했다. 또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건 자신과 공동체의 자기 파괴를 막는 조절 능력, 즉 지성을 얻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의 장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산재하고 있다. 산, 강, 바다, 나무와 같은 자연은 감성의 터전이며 새소리, 바람소리, 웃음소리, 또 도시의 추억이 담긴 장소들은 모두 감성 계발의 학교이다. 미셀 세르는 이렇게 감성과 지성이 엮여 있다고 봤다. 이처럼 사색가들의 논리, 즉 자기규정은 시대에 따라 달리 나타났다. 손귀예 또한 이 사유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타냈으며, 일련의 작품 구상에 큰 밑바탕이 되었다.
'검은 토르소와 붉은 목마' Oil on Canvas 37.9x45.5cm 2012
'그 섬과 토르소' Oil on Canvas 45.5x53.0cm 2012
'해변의 토르소' Mixed Media on Canvas 40.9x53.0cm 2012
'초원의 토르소' Mixed Media on Canvas 40.9x53.0cm 2012
'생명의 강' Mixed Media on Canvas 21x49cm 2012
'대지를 깨우다' Mixed Media on Canvas 30x60cm 2012
'사막에 서다' Mixed Media on Canvas 40.9x53.0cm 2012
손귀예의 작품에 있어 모티브는 자연과 인간세계이다. 그리고 거기에 예술 토르소를 등장시켜,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초월적으로 풀어나갔다. ‘갈대밭과 토르소’, ‘그 섬과 토르소’, ‘검은 토르소와 붉은 목마’ 등을 보면 그렇다. 캔버스에 부드러우면서 사실적인 묘사와 단색에 가까운 유화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배경은 그가 여행 중 가장 인상적으로 만났던,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그리고 주변 개발 탓에 미래가 불안전한 와온 마을의 적막한 풍경 또 우주의 메카 고흥의 새로운 명소 나로도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 등을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 위에 무지개 우산과 자아-적 토르소를, 어떤 것에는 토르소를 거대한 기념비처럼 배치하기도 했다. 등등 이런 일련의 화면구성은 지극히 의도적인 것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관심 유발과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 자신이 이 사회에 묵시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 일종의 감성-퍼포먼스이기도 하다. 내용은 초현실적이지만 사실주의에 입각한 포맷이다. 또 다른 작품, ‘얼룩무늬와 토르소’에서는 기존의 기법을 탈피한 캔버스에 모래와 흙을 뿌려 말린 뒤 그리기의 대상인 얼룩말의 한 부분과 토르소의 만남, 즉 자연과 인간을 극대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술적이었던 회화 내용을 상징성과 색의 간결성으로 나타냈다. 이는 이성의 객관적 진리를 발견하기보다는 감성으로의 정직한 탐구자의 모습이다. 이처럼 그는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한다. 또 사막에 신기루를 찾아 헤매는 고행자처럼 사유를 즐기며 그림 그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손귀예의 회화 세계에는 미학이나 예술철학에서 흔히 말하는 일루전(illusion)의 환영(幻影) 또는 데자뷰(deja vu)의 기시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양식에서는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메시지 전달을 위해 멀티 的이거나 옵티컬 아트도 다소 나타난다. 또 작품 속에는 붉은 목마에 이어 그가 또다시 만들어낸 새 아이콘 토르소의 등장이 신선했다. 이 토르소를 자아-적 삶과의 연결 구조로, 더 나아가 당면한 현실과 꿈의 초월적 세계를 잘 꿰맞춰 분명한 메시지를 만들어 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작업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약간의 염려도 뒤따른다. 물론 그는 아직 작가로서 한참 뻗어 나가야 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기우일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처지에서 볼 때, 지나친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나르시시즘의 전형적인 화가로 변질할 우려에 대한 염려다. 단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평소 자신은 특별한 경우만 빼고 집안에서 박혀 산다는, 즉 그 닫힌 삶은 결국 자신을 홀대하고 작품에까지 어둡고 폐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많은 미술 평자는 이 시대의 미술은 정의할 수 없다고 한다. 현대는 다원화된 사회이며, 예술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평가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히 평가해 본다. 손귀예의 작품은 이 시대의 흐름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또 매우 감성적으로 미래가 보인다.
'멀티토르소 -|' Oil on Canvas 116.8x91.0cm 2012
'붉은 얼룩무늬와 토르소' 91.0x91.0cm & '자연과 함께 날다' Oil on Canvas 116.8x91.0cm 2011
'시공을 넘어 - |, ∥' Mixed Media on Canvas 116.8x91.0cm 2011
'멀티토르소 -Ⅳ' Oil on Canvas 13x13cmx45ea 2012
'토르소 3중주' & '멀티토르소 -Ⅲ' Mixed Media on Canvas 53.0x33.4cm 2012
'장미 한 송이' & '내안에 또 내가' Oil on Canvas 90.9x72.7cm 2012
'멀티 토르소' & '파란 꿈' Mixed Media on Canvas 50x50cm 2012
'밤하늘에 노래하는' Mixed Media on Canvas 45.5x53.0cm 2012
끝으로, 그는 작가 노트에서 “내 작품의 키워드는 분명 꿈과 현실/환경과 보전/억압과 자유/우주와 자연 등이다. 그리고 나는 완전한 화가는 아니지만, 어느 유명 화가처럼 같은 내용을 계속 우려먹는, 그런 그림은 절대 거부한다.”고 했다. 역시 자신의 회화를 위해 고독한 산책자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을 갖춘 작가이다. 오늘도 세상의 이미지는 죽어가고 새로 태어난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모티브를 끌어들여, 새로운 감성 세계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날지 벌써 궁금해진다. <글 / Aura 이성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