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 잘 지내셨죠?
공지글을 쓰다 보니 장문의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간략한 요약을 처음에 남기고, 퍼참에 오래 활동하신 분들과 퍼스를 제2의 고향으로 선택하신 분들을 위해 긴 버전의 공지를 남깁니다.
간략 요약 버전
- 6년 만에 큰 개편을 하였습니다.
- 이번 개편을 통해, 카페로 옮겨오는 회원 간 분쟁과 이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입 정책과 회원 약관 등을 대폭 개선하였습니다.
- 비밀 댓글로 인한 소외감과 정보 비대칭 문제 등을 개선하고자 ‘닉네임 감추기 게시판’을 신설하였습니다.
- 특정 개인, 사업체, 단체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모든 회원들에게 쾌적한 공간이 되도록 하기 위해 운영을 도와주실 분들을 대거 초대하였습니다. 저만큼이나 카페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회원분들을 운영자로 모셨고, 운영진에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비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주신 이분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퍼스를 제2의 고향으로 선택하신 한인분들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기 부터는 조금 더 긴 버전의 공지글입니다.
잠 못 드는 어느 날 밤, 유튜브 알고리즘이 저를 “호주 한인 역사 기록자, 멜버른 저널 김은경 편집장” 이라는 채널로 이끌었습니다.
그 매체는 2001년 창간되어, 멜버른에서 정기적으로 간행된 최초의 한인 매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컴퓨터는커녕 한글 타자기도 없어서 손으로 직접 써서 발간했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한인들의 생활 역사를 담는다는 마음으로, 한인 사회 공지사항에 어떤 개인이 어머니 생신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소한 내용까지 정성껏 전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주는 한인 2만 5천여 명에 한국어 매체가 3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창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멜버른 저널을 포함한 2곳은 경영난으로 폐간되어 사라졌고, 나머지 한 곳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하였지만 살아남는 과정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퍼스에 한국인은 몇 명이나 살고 있을까요?
한인회에 정확한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수천 명에서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제 생각에 앞으로 서호주 한인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로 인구 이동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 카페에도 동부에서 이주해 활동하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퍼스에도 여러 한국어 잡지와 신문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을 뿐 남아 있는 매체는 없습니다. 퍼스 한인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한인회는.. 글쎄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퍼스… 참을 수 없는 그리움.
하루 평균 방문 회원 1,500명, 방문 횟수 10,000+ 회.
이곳은 유일하게 퍼스 한인들이 모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종교와 상관없고 유학, 워홀, 이민 등 비자와도 상관없습니다. 요즘은 외국인분들도 꽤 많이 활동하고 계십니다.
일기를 쓰셔도 되고 정보를 나누셔도 되며,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셔도 됩니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홍보를 하고, 중고 거래나 무료 나눔을 원하는 분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이곳에서 인연을 맺기도 하죠. 여러분이 하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을 이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사이트 운영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수월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이니까요…
카페를 개설한 지 23년. 이쯤이면 이제 퍼참도 잊혀지고 추억 속으로 사라질 때도 되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20년 만에 폐간된 멜번 저널처럼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퍼스에 남은 한인 커뮤니티는 퍼참 말고는 없습니다.
지금은 폐간된 ‘멜번저널’이 한인들의 역사를 20여 년 동안 담아냈다면,
어찌 보면 퍼스 한인 사회 구성원들의 23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은 바로 이곳, ‘퍼참’입니다.
제가 카페를 개설할 때는 취업을 준비하던 학생 신분이었는데, 그 당시 제 어머니는 쓸데없는 데 시간 허비한다고 제 등짝 스매싱을 날려 주시고 주무시러 가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퍼참에는 20여 년 전의 저와 같은 젊은 분들이, 그리고 제 어머님 같은 세대가, 그리고 지금의 저만큼이나 삶의 무게를 등에 업고 타지에서 살고 있는 분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모이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호주 지역 커뮤니티 중에 이런 공간이 어디 남아 있나요?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어 여러 개편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만큼 카페를 아끼며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여 추가 운영진으로 모셨습니다. 이분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오래 활동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운영 지속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고 그 과정에서의 성공과 실패, 비판 속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제가 카페 운영을 영원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퍼참이 사라지기에는 너무 커 버린 존재라면, 더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지막 시도를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퍼참이 퍼스 한인 사회에 대체 불가능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무언가를 시도할 것입니다.
성공할지 실패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무엇을 시도하든 한인 사회의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할 뿐, 지금과 같은 퍼참의 이용 방식과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퍼참을 아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6년에는 여러분 가정에 더 큰 행복과 발전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남십자성 드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Jasper 작성시간 46분 전 new
감사합니다
-
작성자Catherine 작성시간 34분 전 new
항상 감사드려요
-
작성자카멕 작성시간 19분 전 new
퍼참은 서호주 한국 커뮤니티 지키는 무명 군인입니다. 어떻게 개편될지는 모르지만 항상고마워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남십자성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작성자콤세마리 작성시간 12분 전 new
퍼참이 있어 살이갑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Fioren 작성시간 9분 전 new
전 café nomad 라
수술 전엔 20 여곳 넘게 활동
수술 이후 다 줄여서 5곳.
그 중 제일 애착가는 카페가 ㅡ 퍼참입니다.
아침 일어나 눈 뜨고 폰 잡으면 제일 먼저 여는 것이 퍼참!
ㅡ저만 그런 것이 아닐지도 ㅡ
하여간 퍼참 덕에 즐겁고 행복하고 재밌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등대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