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둘째와 쇼핑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자 남편과 첫째가 둘째를 보며 말했다.
"어? 새 옷으로 다 차려입은 거 처음 아니야?"
순간 웃음이 났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다.
둘째는 올해 열두 살이 되도록
제대로 새 옷을 산 적이 거의 없었다.
첫째 언니 옷.
언니 친구들이 입던 옷.
심지어 자기 친구들이 작아져서 준 옷까지.
선물 받은 옷이나
속옷, 양말,
특별한 행사 때 필요한 옷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물려받은 옷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큰아이의 작아진 옷 박스를 꺼낼때면
둘째는 늘 신나 했다.
"와! 새 옷이다!"
"나 옷 진짜 많다!"
그때는 자기 취향도 없었다.
언니 옷을 사준 할머니 취향,
엄마 취향,
엄마 친구들 취향,
그리고 언니 취향만 있었을 뿐.
참 고마운 아이였다.
그리고 나는
아꼈다고 생각하는 돈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이들 투자 계좌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첫째가 어릴 때 특정 바지의 촉감을 싫어해서
온통 레깅스만 입었더니
둘째 옷장에도 레깅스가 가득했다.
물려받다 보니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기 취향과 상관없이 옷장이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곧 열세 살.
이제는 자기 취향도 생길 나이
"이건 싫어."
"이건 안 입을래."
'아, 이제 자기 기준이 생기는구나.'
그래서 말했다.
"우리 쇼핑 가자."
그렇게
청바지 두 벌,
티셔츠 두 장을 골랐다.
둘째는 계속 가격표를 보며 말했다.
"엄마, 너무 비싼 거 아니야?"
"티셔츠는 Kmart 가서 사자."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그래서 모아둔 계좌를 보여주었다.
"이거 봐.
네가 그동안 물려입으면서 아낀 돈도 여기 들어있어."
"이번엔 마음에 드는 옷 사자."
그 순간 아이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기가 직접 고른 새 옷을 입고
거울 앞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대신 선택해 주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해 보는 경험이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이런 선택의 순간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그 순간마다
돈 때문에 아이의 가능성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을 때,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세상을 넓게 경험해 보고 싶을 때,
"해봐."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준비하는 중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호잇지니 작성시간 26.06.03 new
어머 보고있는데 왜 눈물나죠??
저도 물려입히는 옷 대신 계좌에 두둑히 모아줘야겠어요.. 두둑히는 어렵고 도토리모으듯 해야겠지만요.... 🙂 -
답댓글 작성자어메이징02(육성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56분 전 new
도토리 모으듯이... 너무 따듯한 표현이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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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카멕 작성시간 26.06.03 new
어머니의 지혜로움과 아이의 바른성장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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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어메이징02(육성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56분 전 new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