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전화의 아날로그 감성

작성자Fioren|작성시간26.06.19|조회수146 목록 댓글 0

폰을 집어 든다.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손가락 끝으로 번호를 하나씩 누른다.
꾸욱 꾸욱 ㅡ
잠시 뒤, 신호음이 규칙적으로 울린다.
상대가 받기까지의 짧은 기다림이 요즘은 오히려 낯설다.
“엄마?”
내가 누구라고 밝힐 것 없이
상대는 알아본다.
전화기 화면에 저장된 "엄마"가
받기 버튼 누르기 전 먼저 보였겠지.
“어쩐 일?”
아들은 정확히 10시 반 ~ 12시에
매일 어김없이 전화한다.
오전 근무 중간 휴식 시간에 산책하면서 또는 점심 시간에
그러고 보니
내가 먼저 하는 적은 없으니
아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당연히 아무 일 없으리라 안심 묻어나는 목소리로 묻는다.
""생각해 보니
아들, 전화번호 정도는 외우고 있어야겠더라.
그래서 저장된 번호 1~ 또는 2~가 아니라
이렇게 10자리를 다 누르는 아날로그식 습관도 좋을 것 같아."
"그러네~~~"
"넌 엄마 전번 기억해?"
"아니 ㅡ 모르지."

그렇다.
나도 딸과 아들 비롯 모든 지인들의 전번은 전화기 속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외울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급한 약속으로 지인을 만나느라 서두르다
폰을 깜빡하고 나갔다.
참으로 난감.
꼭 받아야 할 중요한 전화가 있었기에 안절부절하다
퇴근할 딸이 상각났다.
그러나
번호를 모른다.
매번 홈 화면에 있는 얼굴을 눌러 통화했으니 번호를 알 턱이 없다.
지인의 전화를 빌려
온갖 경우의 수를 총 동원
종이에 유사한 번호를 적어가며 걸다가
마침내 통화 성공.
낯선 번호라 받을까 ㅡ 말까 ㅡ
했다는 딸.
"엄마가 전화기를 두고 나왔는데
집에 가거든 지금 이 번호로 착신전환 좀 해 줘"
"알았어~~~"
그 덕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딸의 번호도 기억하게 됐고
중요한 전화도 차질 없이 잘 받고.

딸 번호는 외웠으니
이젠 아들 번호 외울 차례.
원터치 호출의 편리함도 좋지만 때론 아날로그 감성으로
번호 몇 개쯤은 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보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