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홍두깨(속담)
*뜻 : 예상치도 않았는데 갑자기 뭔가가 나타나는 것을 이르는 말. 뜻하지 않은 말을 불쑥 꺼내거나 별안간 무슨 짓을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유래 : 홍두깨는 본래 다듬이질 하는데 쓰는 도구로써, 나무를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길고 굵직하게 깎은 것을 말한다. 옛날 여인들은 남편을 잃고 홀로 된 뒤에도 개가(改嫁)하는 것을 금지 당했다. 이 때문에 젊어서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여인들은 어쩔 수 없이 수절(守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여자들은 밤중에 몰래 남자들이 업어가거나 담을 넘어와 정분(情分)을 통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런 사회적인 인습 속에서 생겨난 말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여기서 ‘아닌 밤’은 밤이 아닌 대낮을, ‘홍두깨’는 남성의 성기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바뀐 뜻 : 뜻하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나거나, 느닷없이 어떤 일이나 말을 꺼내는 것을 가리킨다.
(예1) 아니, 뭐야? 지금까지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동차 정비 학원에 다니겠다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너가 바로 그 짝이로구나!
(예2) 남편의 사고 소식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난 격이었다.
*또 다른 설명
별안간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함을 빗대어 이를 때 ‘아닌 밤중에 홍두깨’ 혹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이라는 속담을 쓴다. 홍두깨는 다듬잇감을 감아서 다듬이질할 때에 쓰는, 단단한 나무로 만든 도구를 말한다. 박달나무 등을 지름 7∼10cm, 길이 70∼90cm 정도로 둥글게 깎아 표면을 곱게 다듬어서 만든다. 홍두깨에 풀을 먹인 옷감이나 홑이불 같은 것을 감아 홍두깨틀 위에 올려놓고 혼자 혹은 둘이 마주앉아 다듬이 방망이로 두들기면 홍두깨가 빙빙 돌며 구김살이 펴진다.
위 속담은 말 자체로만 보면 느닷없이 대낮에 홍두깨가 들이친다는 뜻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질 않는다. 대낮에 다듬이질을 하려고 홍두깨를 내온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도둑이 홍두깨를 들고 나타났다는 얘기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속담은 남녀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두깨가 남자의 성기를 뜻한다고 본다. 옛날에는 과부가 된 여자들이 재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밤중에 몰래 과부를 업어가는 보쌈이 행해지기도 했고, 주변에선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곤 했다. 봉건사회가 만들어 놓은 관습과 제도에서 오는 억압을 정면으로 거스르지는 못하니까 그런 은밀한 행위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풍습을 염두에 두고 위 속담을 읽으면 매우 그럴 듯하게 해석이 된다. 실제로 속담 중에는 남녀의 성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것들이 꽤 있다.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내용을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감칠 맛 나는 말을 만들어 낸 민중들의 지혜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은 홍두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속담에서는 그 자취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크게 내놓고 말할 만한 자랑을 빗대어 이를 때 ‘홍두깨 같은 자랑’이라는 속담을 쓰고, 뜻밖에 좋은 일을 만남을 이를 때는 ‘홍두깨에 꽃이 핀다’는 속담을 쓴다. 그리고 홍두깨와 소를 연결한 속담이 여럿 있는데, ‘홍두깨로 소를 몬다’는 적합한 것이 없거나 몹시 급해서 무리한 일을 억지로 함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고, ‘홍두깨로 소를 몰면 하루에 천 리를 가나’는 모든 일을 능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홍두깨 세 번 맞아 담 안 뛰어넘는 소가 없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 말은 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사람도 혹심한 처우에는 저항을 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홍두깨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재질이 단단한 나무로 만드는데, 문경 지방의 박달나무가 홍두깨를 만드는 데 제격이었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필요에 따라 다 쓰임을 이르는 말로 ‘문경 새재 박달나무는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는 속담이 전해진다. 장사꾼들이 문경 새재를 넘으며 불렀다는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도 좋아 / 큰애기 손질에 놀아난다’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 역시 성적인 분위기가 흠씬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