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삐딴 리 - 전광용 바른♥국어
[줄거리]
이인국은 종합 병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의다. 병원은 매우 정결하여 먼지하나 없지만, 치료비는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싸다. 그는 양면 진단(병의 증세보다 경제적 능력을 판단)을 통해 철저히 부를 추구한다. 어느 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미대사관의 브라운과 만날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시계를 꺼내 보다가 30년 전 과거를 회상한다.
이인국은 일제시대에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회중시계를 부상으로 받는다.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정도로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동화되어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왔다.
해방 후의 격변기 속에서 그는 소련군 점령하의 사상범으로 낙인 찍혀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질 환자를 발견, 이인국은 수용소 안에서 응급 치료를 맡는 행운을 얻는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소련군 스텐코프 장군의 뺨에 붙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 그로 인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며 친소파로 돌변하여 영화를 누린다. 그 때 그는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키게 되며, 이것이 오늘날까지 부자간의 이별이 되고 말았다.
그는 1·4후퇴 때 가족과 함께 월남, 거제도 수용소에서 아버지를 잃게 된다. 이인국은 미군 주둔 시에도 그 상황에 맞는 처세술로 현실에 적응하며 일제시대에 같이 일했던 혜숙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대사관에서 브라운을 만난 이인국은 고려청자를 그에게 선물하며, 한국인으로서의 자책감보다는 그의 취향을 생각하여 고민한다. 아무튼 이인국은 그의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을 만족시키면서 국무성 초청장을 받을 목적을 달성한다.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하기에 이른다.
[구성]
*발단 : 이인국이 미 대사관의 브라운과 약속 시간을 맞추려고 회중시계를 바라보다가 과거를 회상한다.
*전개 : 일제 말에 이인국은 일본인에게 아부하여 부자로 산다.
*위기 : 해방 후 친일 행적이 드러나자 이인국은 감옥에 갇혀 고생한다.
*절정 : 극적으로 스텐코프의 혹을 수술해 준 뒤 그의 도움으로 다시 행복을 누린다.
*결말 : 월남 이후 영어로 처세술을 바꾼 이인국은 미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갈 꿈에 부푼다.
[등장인물]
*이인국 : 꺼삐딴 리의 ‘꺼삐딴'이란 영어 ‘캡틴(captain)에 해당하는 러시아어로 본 발음은 ‘까삐딴'이다. 꺼삐딴 리는 외과 의사로 인술(仁術)보다는 돈과 권력에 따라 살아가는 이기주의자이며,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는 인물. 지조나 신념, 공동체 의식이 희박한 변절적 순응주의자이다. ‘일제 말기-월남-미국 대사관 출입 과정'에 이르는 역사적 수난기에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변신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전형이다. 또한 그는 사대적 권력에 기생하여 일신의 안일을 추구, 직업이 의사이면서 인술을 펴는 일 한 번 없이, 다만 돈 버는 데만 의술을 이용하는 이기주의자의 전형이다. 따라서 주인공 이인국은 전형적 인물, 평면적 인물의 표본으로서 작가가 창조한 인물이다.
*혜숙 : 간호원 경력이 있는 이인국의 후처
*나미(일본식-나미꼬) : 이인국의 딸로 미국에 유학 간 후 동양학 전공의 외국인 교수와 결혼하려 함.
*스텐코프 : 이인국이 자신의 왼쪽 뺨에 있는 혹을 제거해 준 이후, 이인국을 돕는 소련인 장교
*브라운 : 미 대사관에 근무하며 이인국을 도와주는 인물
*원식(아들) : 광복 후 스텐코프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소련 유학을 갔으나 생사를 알 수 없음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인물소설, 풍자소설 *성격 : 풍자적, 비판적, 고발적, 희화적
*제재 : 매국노적 인물의 인생 편력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 시간(해방과 6·25를 전후한 시기), 공간(북한과 남한)
*구성 : 역순행적 구성, 몽타주 구성(몽타주 구성이란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교차적으로 서술되는 것을 타임 몽타주기법이라고 한다. 이인국 박사의 과거 회상은 항상 현재의 시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액자식 구성과는 구별된다. 이 소설은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960년대 초의 현재 시점에서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광복 이후에 이르는 시기를 회상하는 역전적 구성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인국이 미국인 브라운을 만나러 가면서 시계를 보는 장면에 뒤이어 본격적인 과거 회상으로 나아가는 것에서 보듯이, 회상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역전적 구성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이인국의 ‘십팔금 회중시계'이다. 이인국이 제국 대학 의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받은 이 시계는 역사적 전환기마다 변신하는 이인국의 행동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특징 : 타임 몽타주 수법, 역순행적 구성, 회상의 기법을 3인칭 시점으로 형상화하여 부정적 인물에 대한 비판함에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
*문학적 의의 : 격동과 격변의 현대사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아 사회 지도층으로 대중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의 오늘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하는 준엄한 비판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하며, 인간의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데 이 소설의 문학적 가치가 있다.
*주제 : 시대와 상황에 따라 능란하게 변신하는 기회주의자에 대한 풍자.
시류에 따라 변절적으로 순응해 가는 기회주의적 인간 비판.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인간에 대한 풍자와 비판.
*출전 : 사상계(1962)
*전광용(全光鏞, 1919∼1988) 소설가·국문학자. 본관은 경주(慶州). 호는 백사(白史). 함경남도 북청 출생. 주협(周協)의 아들이다. 1937년 북청공립농업학교를 졸업한 뒤, 1945년 경성경제전문학교(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전신)에 입학, 2년 수료하였다. 1947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1951년에 졸업하였으며, 이어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1953년에 졸업하였다. 1955년 서울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여 1984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봉직하였으며, 그 뒤 세종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였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주인공 이인국 박사는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에게 들러붙어 친일을 하고, 해방이 된 직후에는 소련인에게 아부하여 친소적 행동을 한다. 그리고 1.4 후퇴 때 월남한 이후로는 미국인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지위를 지켜 나간다. 한 마디로 말해 그는 세태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변신을 거듭하는 카멜레온 같은 기회주의자인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권력자와 결탁하여 자기만의 영달을 도모하는 해바라기성 인물의 모습을 통하여, 일제 말기에서 해방을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의 왜곡된 전개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의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회중시계'이다. 이 시계를 중심으로 하여 순차적이고 평면적인 전개 방식 대신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더 과거로, 다시 그 때로부터 현재로 돌아오는 역행적 전개 방식이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이인국은 변신을 거듭하는데, 거기에 일관된 점이 있다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매국노적인 태도이다. 이런 태도를 통해 그게 오로지 자신의 안녕과 영달만을 꾀하는 반민족적 인물임이 분명히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인국과 같은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식민지 시대 제국대학 출신의 일류 의사라는 것이다. 즉, 이인국은 한국을 이끌어 나가는 사회 지도층의 일원인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풍자함으로써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연구문제]
1.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에 대해 다음 사항을 알아보자.
(1) 성격상 특징 : 이기주의자, 기회주의자, 적응주의자, 출세주의자
(2)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 : 수난의 민족사에서 민족적, 시대적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무관심한 채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변신을 거듭하며 사회의 지도층으로 군림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의 편승하는 현실 추구적인 입장을 들어낸다.
2. 이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효과는 어떤 것인지 다음 사항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자.
(1) 문학의 인식적 기능 : 주인공 이인국을 통해 일제시대, 해방 이후의 북한, 남하한 이후 계속해서 외국인들에게 빌붙어 사회의 지도층으로 군림하여 온 낳은 인물들을 보여준다.
(2) 문학의 미적 기능 : 이인국이라는 부정적 인물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격동의 현대사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아 사회 지도층으로 대중 위에 군림하는 이인국의 처세술을 직접적 인물 제시와 간접적 제시를 통해 형상화하였다. 주인공이 시류에 따라 변신하는 상황에서는 심리 묘사를, 과거 사건들을 회상할 때에는 요약 및 압축적 제시를, 특히 극적으로 인물을 드러낼 때에는 풍자와 회화의 방법을 사용하여 부정적 인물의 전형성을 보여 준다.
(3) 문학의 윤리적 기능 : 부정적 인물을 풍자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인간의 진정한 삶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기주의자요 기화주의 자인 이인국의 모습과 대립되는 지점에서 인간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찾아보도록 한다.
3. 이 소설에서 작자가 이인국이라는 부정적 인물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토론해 보자. - 이 소설에서 주인공 이인국은 풍자의 대상이다. 그는 자신의 의술을 최대한 이용하여 일제시대, 해방 이후의 북한, 남하한 이후 계속 외국인들에게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린다. 이인국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무관심한 채 일신의 영달을 위해 한 시대 한 시대에 과잉으로 적응해 가는 적응주의자, 이기주의자, 출세주의자, 기회주의자로서 풍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부정적 인물의 제시는 수난의 민족사에서 민족적, 시대적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신을 거듭하며 사회의 지도층으로 군림하여 온 많은 인물들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작자가 이러한 인물을 부정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부각시키고자 했던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인공 이인국이 보여 준 삶의 모습과 대립되는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보는 안목을 갖추되 그것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삶의 정도를 걷기 위해 이용하는 것, 그리고 권력과 부를 잃더라도 올바름을 추구할 수 있는 자세, 또 시세의 변화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킬 줄 아는 태도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과도한 시대 적응력을 보여 주는 이인국의 모습을 통해 절개를 중시한 조선의 선비들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1) ‘이인국'의 입장에서 다음 <보기>의 ‘딸깍발이'를 비판해 보자.
<보기> 겨울이 오니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雪上) 삼척 냉돌에 변변치도 못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 팔 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곧아 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 하고 벼르더라는 이야기가 전하지마는, 이것이 옛날 남산골 ‘딸깍발이’의 성격을 단적(端的)으로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 사실로는 졌지마는 마음으로는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을 안 쬔다는 지조(志操), 이 몇 가지가 그들의 생활 신조였다. 실상, 그들은 가명인(假明人)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소중화(小中華)로 만든 것은 어쭙지않은 관료들의 죄요, 그들의 허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 강직하였다. 목이 부러져도 굴하지 않는 기개(氣槪), 사육신(死六臣)도 이 샌님의 부류요, 삼학사(三學士)도 ‘딸깍발이’의 전형(典型)인 것이다. 올라가서는 포은(圃隱) 선생도 그요, 근세로는 민충정(閔忠正)도 그다. -이희승, ‘딸깍발이’
- “지조나 신념만을 지키면서 이 세상을 융통성 없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세상이 얼마나 험악한데 그래.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면서 때로는 신념이나 지조도 과감히 버리고 변화에 적응해야 해. 그래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돈이 있어야 권력도 따르고 권력이 있어야 큰 소리 치면서 살아갈 수 있어."
(2) ‘딸깍발이'의 입장에서 ‘이인국'을 비판해 보자. -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고 할지라도 굳은 지조와 신념으로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자세야말로 참다운 선비의 자세라고 생각해.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면 지조나 신념 정도야 헌신짝 버리듯 버릴 수 있다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기회주의자에 불과하지. 대의를 저버리고 언제나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런 이기주의자야말로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만 해."
[지문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자동차 속에서 이인국 박사(박사라는 호칭을 씀으로써 거리를 유지함-비판, 풍자하기 위해)는 들고 나온 석간을 펼쳤다. 일면의 제목을 대강 훑고 난 그는 신문을 뒤집어 꺾어 삼면으로 눈을 옮겼다. / ‘북한 소련 유학생 서독으로 탈출’
바둑돌 같은 굵은 활자의 제목.(신문 기사의 제목-과거 회상의 매개체 역할) 왼편 전단을 차지한 외신 기사. 손바닥만한 사진까지 곁들여 있다.
그는 코허리에 내려온 안경을 올리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각은 활자 속을 헤치고 머릿속에는 아들의 환상이 뒤엉켜 들이차 왔다.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킨 것은 자기의 억지에서였던 것만 같았다.
출신 계급, 성분, 어디 하나나 부합될 조건이 있었단 말인가. 고급 중학을 졸업하고 의과 대학에 입학된 바로 그 해다.
이인국 박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기의 처세 방법에 대하여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이인국의 인생관이나 삶의 가치관은 흔들림이 없음-이기주의, 기회주의)
“얘, 너 그 노어(소련 말) 공부를 열심히 해라.” / “왜요?”
아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를 느끼면서 반문했다.
[A]【“야 원식아, 별 수 없다. 왜정 때는 그래도 일본말이 출세를 하게 했고 이제는 노어가 또 판을 치지 않니.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지. 아무튼 그 노서아(러시아의 음차) 말 꾸준히 해라.”】
아들은 아버지 말에 새삼스러이 자극을 받는 것 같진 않았다.
“내 나이로도 인제 이만큼 뜨내기 회화쯤은 할 수 있는데, 새파란 너희 낫세로야 그걸 못 하겠니?” / “염려 마세요, 아버지…….”
아들의 대답이 그에게는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이인국 박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어디 코 큰 놈이라구 별것이겠니, 말 잘해서 진정이 통하기만 하면 그것들두 다 그렇지…….”
이인국 박사는 끝내 스텐코프(소련 장교. 얼굴에 있던 혹을 이인국 박사가 제거해 주자 친일 행위로 죽을 위기에 있던 이인국을 적극 도와줌)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아들의 소련 유학을 결정짓고야 말았다.
[B]【“여보, 보통으로 삽시다. 거저 표나지 않게 사는 것이 이런 세상에선 가장 편안할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죽을 고비를 면했는데 또 쟤까지 그 ‘높이 드는’ 복판에 휘몰아 넣으면 어쩔라구…….” / “가만있어요, 호랑이 굴에 가야 새끼를 잡는 법이오. 무슨 세상이 되든 할 대로 해 봅시다.” / “그래도 저 어린것을 어떻게 노서아까지 보낸단 말이오.”
“아니, 중학교 야들도 가지 못해 골들을 싸매는데, 대학생이 못 가 견딜라구.”
“그래도 어디 앞일을 알겠소…….”
“괜한 소리, 쟤가 소련 바람을 쏘이구 와야 내게 허튼 소리(친일파, 부르주아) 하는 놈들도 찍소리를 못할 거요. 어디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살아 봅시다.”】
아들의 출발을 앞두고, 걱정하는 마누라를 우격다짐으로 무마시키고 그는 아들의 유학을 관철하였다.
‘흥 혁명 유가족두 가기 힘든 구멍을 이인국의 아들이 뚫었으니 어디 두구 보자…….’
그는 만장의 기염을 토하며[기고만장(氣高萬丈)] 혼자 중얼거리고는 희망에 찬 미소를 풍겼다.
그 다음해에 사변(6·25전쟁)이 터졌다.
잘 있노라는 서신이 계속하여 왔지만 동란 후 후퇴할 때까지 소식은 두절된 대로였다.
마누라의 죽음은 외아들을 사지(死地)로 보낸 것 같은 수심(愁心-근심, 걱정)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신문 다치키리(스크랩) 속에 채워진 글자를 하나도 빼지 않고 다 훑어 내려갔다. 그러나 아들의 이름에 연관되는 사연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 자식은 무얼 꾸물꾸물하느라고 이런 축에도 끼지 못한담……사태를 판별하고 임기응변의 선수를 쓸 줄 알아야지, 멍추 같이…….’
그는 신문을 포개어 되는 대로 말아 쥐었다.
‘개천에서 용마가 난다는데 이건 제 애비만도 못한 자식이야.’
그는 혀를 찍찍 갈겼다.
‘어쩌면 가족이 월남한 것조차 모르고 주저하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아니 이제는 그쪽에도 소식이 가서 제게도 무언중의 압력이 퍼져 갈 터인데……역시 고지식한 놈이 아무래도 모자라…….’ / 그는 자동차에서 내리자 건가래침을 내뱉었다.
‘독또오루 리, 내가 책임지고 보장하겠소. 아들을 우리 조국 소련에 유학시키시오.’
스텐코프의 목소리가 고막에 와 부딪는 것만 같았다.
1. 윗글의 서술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작품 밖의 서술자가 사건 내용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② 서술자가 중심인물의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③ 작품의 주인공이 직접 체험한 사건을 고백하듯이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다.
④ 작품의 주변 인물이 카메라의 눈처럼 작중 상황을 외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⑤ 작품 밖의 서술자와 작중 인물이 번갈아가며 사건 전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 <보기>의 관점에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문학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구체적인 현실 세계의 반영이다. 따라서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대상 세계의 진실한 모습을 어떻게 반영했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① 소설 속의 사건은 일정한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 글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과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기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② 소설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작품을 통해 교훈을 주는 것이다. 이 글은 세상을 살아가는 바람직한 태도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③ 소설은 사건과 관련된 갈등의 형성과 전개, 그리고 그 해소 과정을 다룬다. 이 글은 현실 대응 방식과 관련하여 인물간의 갈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편이다.
④ 소설은 독특한 표현 방식을 통해 사건이나 인물을 서술하게 된다. 이 글은 전혀 박사답지 않은 인물에게 ‘박사’, ‘독또오루’ 등의 호칭을 부여하여 오히려 인물의 본색을 부각시키는 반어적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⑤ 소설의 인물은 그 성격에 따라 전형적 인물과 개성적 인물로 나눌 수 있는데, 전형적 인물은 사회의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공통된 성격을 대표한다. 이 글의 주인공은 자기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적 지식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3. 윗글과 관련하여 삽화를 그려 보았다. 사건 발생 순서에 따라 바르게 배열한 것은?
<보기> A : 이인국 박사의 아들이 소련으로 유학 가는 장면
B : 자동차 안에서 이인국 박사가 신문을 보는 장면
C : 6·25전쟁 중 이인국 박사 부부가 월남하는 장면
D : 이인국 박사 부인의 죽음
① A ⇒ B ⇒ D ⇒ C ② A ⇒ C ⇒ B ⇒ D
③ A ⇒ C ⇒ D ⇒ B ④ C ⇒ D ⇒ B ⇒ A
⑤ D ⇒ A ⇒ C ⇒ B
4. [A]와 유사한 삶의 태도가 드러난 것은?
①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히어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② 내게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 남이 한다 하고 의(義) 아니면 좇지 말니.
우리도 천성(天性)을 지키어 생긴 대로 하리라. -변계량
③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딪히니 / 찬 기운 새어들어 잠든 매화를 침노한다.
아무리 얼우려 한들 봄뜻이야 앗을쏘냐. -안민영
④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 일도 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황진이
⑤ 말 없는 청산(靑山)이요 태(態) 없는 유수(流水)로다. / 값없는 청풍(靑風)이요 임자 없는 명월(明月)이라.
이 중에 병(病) 없는 이 몸이 분별(分別) 없이 늙으리라. -성혼
5.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아내는 남편의 결정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② 남편은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다.
③ 아내는 다가올 사태를 애써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④ 남편은 세태 변화를 핑계로 아내의 동의를 종용하고 있다.
⑤ 아내는 과거 경험을 근거로 남편의 행동을 만류하고 있다.
[정답] 1②-서술자는 작품 밖에 있으며, ‘이인국 박사’라는 주인공과 그 가족의 대화와 행동을 중심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즉, 서술자가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직접 드러내어 서술하는 방법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2①-<보기>는 작품에 대한 외재적 감상 방법 중 작품을 둘러싼 현실에 주목하는 ‘반영론적 관점’에 해당되는 설명이다. ①에서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과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기의 삶’이라 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 ③, ④, ⑤는 작품의 표현 방식이나 갈등, 인물의 성격 등 작품의 내적 구성 요소에 주목한 것으로, ‘내재적 감상’에 해당된다. ②는 독자가 작품에서 얻는 교훈에 주목한 것으로, ‘외재적 감상’ 중 ‘효용론적 관점’에 해당된다.
3③-제시된 장면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있는 부분(현재→ 과거→ 현재)임에 유의해야 한다. 이인국 박사가 자동차 속에서 신문을 보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고 있다.
4①-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에는 친일파, 해방 직후의 북한에서는 친소파, 월남 후에는 친미파로 시류에 편승하며 영달을 추구한 기회주의적 인물이다. ①은 이방원의 시조로, 세태에 맞추어 적당히 살아가자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인국의 삶의 태도에 가깝다. / ②는 천성을 지키는 의로운 삶의 태도를, ③은 매화의 지조와 절개를, ④는 덧없는 인생 속의 풍류를, ⑤는 자연 친화적인 삶의 태도를 노래했다.
5③-아내는 격변하는 시류로 인해 아들에게 다가올지도 모를 불행한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지문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전략) 이인국 박사의 병원은 두 가지의 전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병원 안이 먼지 하나도 없이 정결하다는 것과 치료비가 여느 병원의 갑절이나 비싸다는 점이다. / 그는 새로운 환자의 초진(初診)에서는 병에 앞서 우선 그 부담 능력(병원비 부담 능력)을 감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신통치 않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무슨 핑계를 대든, 그것도 자기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간호원더러 따돌리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중환자가 아닌 한, 대부분의 경우 예진(豫診)은 젊은 의사들이 했다. 원장은 다만 기록된 진찰 카드에 따라 환자의 증세에 아울러 경제 정도를 판정하는 최종 진단을 내리면 된다. / 상대가 지기(知己)나 거물급이 아닌 한, 외상이라는 명목은 붙을 수 없었다. 설령 있다 해도 이 양면 진단은 한 푼의 미수나 결손도 없게 한(손해 보는 일이 없게 한) 그의 반생을 통한 의술 생활의 신조요 비결이었다.(풍자적, 냉소적 어조)
그러기에 그의 고객은 왜정 시대(일제시대)는 주로 일본인이었고(친일) 현재는 권력층이 아니면 재벌의 셈속에 드는 측들이어야만 했다.
그의 일과는 아침에 진찰실에 나오자 손가락 끝으로 창틀이나 탁자 위를 훑어 무테 안경 속 움푹한 눈으로 응시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때, 손가락 끝에 먼지만 묻으면 불호령이 터지고, 간호원은 하루 종일 원장의 신경질에 부대껴야만 한다. / 아무튼 단골 고객들은 그의 정결한 결백성에 감탄과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중략)
㈏ 이인국 박사는 수술 직전에 서랍에 집어넣었던 편지에 생각이 미쳤다.
미국에 가 있는 딸 나미. 본래의 이름은 일본식의 나미코(奈美子)다. 해방 후 그것이 거슬린다기에 나미로 불렀고, 새로 기류계에 올릴 때에는 코자를 완전히 떼어 버렸다.
나미짱! 딸의 모습은 단란하던 지난날의 추억과 더불어 떠올랐다.
온 집안의 재롱둥이였던 나미, 그도 이젠 성숙했다. 그마저 자기 옆에서 떠난 지금 새로운 정에서 산다고 하지만 이인국 박사는 가끔 물밀려오는 허전한 감을 금할 길 없다. (중략)
‘결국은 그렇게 되고야 마는 건가…….’
그는 편지를 탁자 위에 밀어 놓았다. 어쩌면 이러한 결말은 딸의 출국 이전에서부터 이미 싹튼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영문과를 택한 딸, 개인 지도를 하여 준 외인 교수, 스칼라십(장학금)을 얻어 준 것도 그고, 유학 절차의 재정 보증인을 알선해 준 것도 그가 아닌가. 우연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류(時流-그 시대의 풍조, 유행)에 따라 미국 유학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것은 오히려 아버지 자기가 아닌가.(자승자박)
동양학을 연구하고 있는 외인 교수. 이왕이면 한국 여성과 결혼했으면 좋겠다던 솔직한 고백에, 자기의 학문을 위한 탁월한 견해라고 무심코 찬의를 표한 것도 자기가 아니던가.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하나의 암시였음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인국 박사는 상아로 된 오존 파이프를 앞니에 힘을 주어 지그시 깨물며 눈을 감았다.
꼭 풀 쑤어 개 좋은 일을 한 것만 같은 분하고도 허황한 심정이다.
‘코쟁이 사위.’(서양인 사위-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이인국 박사)
생각만 해도 전신의 피가 역류하는 것 같은 몸서리가 느껴졌다. (중략)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시류에 따르는 기회주의적 처세술을 비판하고 있다.
② 사건보다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
③ 상황이나 인물을 주로 요약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변화에 재빨리 순응하는 출세 지향적 인물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⑤ 서술자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드러내고 있다.
2. 대상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이 글과 가장 유사한 것은?
① 문득 김 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②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 하근찬, ‘수난 이대’
③ 문 서방은 딸을 품에 안으니 이때까지 악만 찼던 가슴이 스르르 풀리면서 독살이 올랐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이렇게 슬픈 중에도 그의 마음은 기쁘고 시원하였다. - 최서해, ‘홍염’
④ 점순이는 뭐 그리 썩 예쁜 계집애는 못된다. 그렇다고 개떡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 꼭 내 아내가 되야 할 만큼 그저 툽툽하게 생긴 얼굴이다. - 김유정 ‘봄봄’
⑤ 일찍이 윤 직원 영감은 그의 소싯적 윤두꺼비 시절에, 자기 부친 말대가리 윤용규가 화적의 손에 무참히 맞아죽은 시체 옆에 서서,(중략) “이놈의 세상, 언제나 망하려느냐?” / “우리만 빼놓고 어서 망해라!” 하고 부르짖은 적이 있겠다요. 이미 반 세기 전, 그리고 그것은 당시의 나한테 불리한 세상에 대한 격분된 저주요 겸하여 웅장한 투쟁의 선언이었습니다. - 채만식, ‘태평천하’
3. ㉠과 관련이 깊은 한자 성어는?
① 사면초가(四面楚歌) ② 새옹지마(塞翁之馬) ③ 자승자박(自繩自縛)
④ 자초지종(自初至終) ⑤ 점입가경(漸入佳境)
4. ‘이인국’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이 글에서 찾아 한 단어로 쓰시오.
<정답>1⑤ 2⑤ 3③ 4. 시류
[지문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차가 브라운 씨의 관사 앞에 닿았다.
ⓐ성조기(星條旗-미국의 국기)를 보면서 이인국 박사는 그 날의 적기(赤旗-붉은 기, 공산군의 기)와 돌려 온 시계를 생각했다.
응접실에 안내된 이인국 박사는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방안을 둘러보았다. 대사관으로는 여러 번 찾아갔지만 집으로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 년 전 딸이 미국으로 갈 때부터 신세진 사람이다.
벽 쪽 책꽂이에는 「이조실록(李朝實錄)」, 「대동야승(大東野乘)」등 한적(漢籍-한문으로 된 서적)이 빼곡이 차 있고 한쪽에는 고서(古書)의 질책(帙冊)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맞은편 책장 위에는 작은 금동불상 곁에 몇 개의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다. 십이 폭 예서(隸書) 병풍 앞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도 세월의 때 묻은 백자기다.
ⓒ저것들도 다 누군가가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이인국 박사는 얼굴이 화끈해졌다.(자신의 뇌물이 브라운을 만족시키지 못할까 하는 초조함, 망설임)
그는 자기가 들고 온 상감진사(象嵌眞砂) 고려청자 화병에 눈길을 돌렸다. 사실 그것을 내놓는 데는 얼마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국외로 내어 보낸다는 자책감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해 본 일이 없는 그였다.
차라리 이인국 박사에게는, 저렇게 많으니 무엇이 그리 소중하고 달갑게 여겨지겠느냐는 망설임이 더 앞섰다.
브라운 씨가 나오자 이인국 박사는 웃으며 선물을 내어놓았다. 포장을 풀고 난 브라운 씨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기쁨을 참지 못하는 듯 ‘댕큐’를 거듭 부르짖었다.
“참 이거 귀중한 것입니다.”
“뭐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만 그저 제 성의입니다.”
이인국 박사는 안도감에 잇닿는 만족을 느끼면서 브라운 씨의 기쁨에 맞장구를 쳤다.
브라운 씨의 영어 반 한국말 반으로 섞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인국 박사는 흐뭇한 기분에 젖었다. / “닥터 리는 영어를 어디서 배웠습니까?”
“일제시대에 일본말 식으로 배웠지요. 예를 들면 ‘잣도 이즈 아 캇도’ 식으루.”
“그런데 지금 발음은 좋은데요. 문법이 아주 정확한 스탠더드 잉글리쉬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들을 때 문득 스텐코프의 말이 연상됐다. 그러고 보면 영국에 조상을 가졌다는 브라운 씨는 ‘R’ 발음을 그렇게 나타내지 않는 것 같게 여겨졌다.
“얼마 전부터 개인 교수를 받고 있습니다.” / “아, 그렇습니까.”
ⓓ이인국 박사는 자기의 어학적 재질에 은근히 자긍을 느꼈다. (중략)
㈏ 빠르면 일주일 내에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브라운 씨의 말이 떠올랐다.
대학을 갓 나와 임상 경험도 신통치 않은 것들이 미국에만 갔다 오면 별이라도 딴 듯이 날치는 꼴이 눈꼴사나웠다. / ‘ⓔ어디 나두 댕겨오구 나면 보자!’(미국을 다녀와서 떵떵거리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미국을 가려하는 이인국 박사)
문득 딸 나미와 아들 원식의 얼굴이 한꺼번에 망막으로 휘몰아 왔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듯 긴장을 띠다가 어색한 미소를 흘려보냈다.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각다귀-모깃과의 곤충, 사람과 짐승의 피를 빨아 먹음) 같은 로스케(소련인)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 -자신의 기회주의적 삶을 합리화하는 이인국 박사, 견강부회(牽强附會)
그는 허공을 향하여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
이인국 박사는 캘리포니아 특산 시거(담배의 일종)를 비스듬히 문 채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는 스프링이 튈 듯이 복스(택시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반도 호텔로…….” / ㉡차창을 거쳐 보이는 맑은 가을 하늘은 이인국 박사에게는 더욱 푸르고 드높게만 느껴졌다.(기대에 부푼 이인국 박사)
1. 작가가 ‘이인국’에게 ‘박사’라는 호칭을 일관되게 붙이는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실제 박사 학위를 수여한 유능한 박사이므로
② 박사라는 호칭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므로
③ 이인국 박사가 자신이 박사로 불리어지기를 원하므로
④ 이인국 박사는 자신이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므로
⑤ 박사답지 않은 박사를 형상화함으로써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과 지도층을 풍자하기 위해서
2. 문학의 윤리적 기능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① 인간 본성의 이해 ② 진정한 삶의 가치 추구
③ 역사적 사실의 충실한 재현 ④ 모순된 삶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⑤ 시류에 대처하는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예찬
3. 이 작품에서 ‘이인국’의 분신이며 과거 회상의 매개체로 소설 구성상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를 찾아 쓰시오.
4. ㉠에 나타난 ‘이인국’의 행태와 관련이 깊은 것은?
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②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③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④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
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5. ㉡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신의 과거에 대한 뉘우침 ② 고국 땅에 대한 살가운 애정
③ 죄를 떨쳐버린 데 대한 후련함 ④ 가족을 생각하는 가장의 책임감
⑤ 미래의 삶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
6. ⓐ∼ⓔ 중, ‘이인국’이 미국에 갈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1⑤ 2② 3. (회중)시계 4⑤ 5⑤ 6⑤
[지문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벽 쪽 책꽂이에는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대동야승(大東野乘) 등 한적(閑寂)이 빼곡히 차 있고 한쪽에는 고서(古書)의 질책(帙冊)이 가지런히 쌓여져 있다. 맞은편 책장 위에는 작은 금동 불상 곁에 몇 개의 골동품이 진열되어 있다. 십이 폭 예서(隸書) 병풍 앞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도 세월의 때 묻은 백자기다.
저것들도 다 누군가가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이인국 박사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는 자기가 들고 온 상감진사(象嵌眞砂) 고려 청자 화병에 눈길을 돌렸다. 사실 그것을 내놓은 데는 얼마간의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국외로 내보낸다는 자책감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해 본 일이 없는 그였다. 차라리 이인국 박사에게는, 저렇게 많으니 무엇이 그리 소중하고 달갑게 여겨지겠느냐는 ㉠망설임이 더 앞섰다.
브라운 씨가 나오자 이인국 박사는 웃으며 선물을 내놓았다. 포장을 풀고 난 브라운씨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기쁨을 참지 못하는 듯 땡큐를 거듭 부르짖었다.
“참 이거 귀중한 것입니다.” / “뭐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만, 그게 제 성의입니다.”
이인국 박사는 안도감에 잇닿는 만족을 느끼면서 브라운 씨의 기쁨에 맞장구를 쳤다. 브라운 씨의 영어 반 한국말 반으로 섞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인국 박사는 흐뭇한 기분에 젖었다.
“닥터 리는 영어를 어디서 배웠습니까?”
“일제 시대에 일본말 식으로 배웠지요. 예를 들면 ‘잣도 이즈 아 걋도’ 식으루요.”
“그런데 지금 발음이 좋은데요. 문법이 아주 정확한 스탠다드 잉글리쉬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들을 때 문득 스텐코프의 말이 연상됐다. 그러고 보면 브라운 씨는 알(R) 발음을 그렇게 나타내지 않는 것 같게 여겨졌다.
그는 혈압 때문에 술을 조절해야 하는 자기 체질에 알맞게 스카치 잔을 핥듯이 조금씩 목을 축이면서 브라운 씨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 “그거, 국무성에서 통지 왔습니다.”
이인국 박사는 뛸 듯이 기뻤으나 솟구치는 흥분을 억제하면서 천천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 “땡큐, 땡큐.”
어쩌면 이것은 수술 후의 스텐코프가 자기에게 하던 방식 그대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인국 박사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구, 나의 처세법은 유 에스 에이에도 통하는구나 하는 ( ㉡ ) 기분이었다.
청자병을 몇 번이고 쓰다듬으면서 술잔을 거듭하는 브라운 씨도 몹시 즐거운 기분이었다.
“미국에 가서의 모든 일은 잘 부탁합니다.”
“네, 염려 마십시오. 떠나실 때 소개장을 써 드리지요.” / “감사합니다.”
“역사는 짧지만, 미국은 지상의 낙토(樂土)입니다. 양국의 우호와 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땡큐…….”
다음 날 휴전선 지대로 수렵하러 가기로 약속하고 이인국 박사는 브라운 씨 대문을 나섰다.
이번에 새로 장만한 영국제 쌍발 엽총의 짙푸른 총신을 머리에 그리면서 그의 몸은 날기라도 할 듯이 두둥실 가벼웠다. 이인국 박사는 아까 수술한 환자의 경과가 궁금했으나 희망이 부풀어 올랐다. 신체검사는 이미 끝난 것이고 외무부 출국 수속도 국무성 통지만 오면 즉시 될 수 있게 담당 책임자에게 교섭이 되어 있지 않은가? 빠르면 일주일 내에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브라운 씨의 말이 떠올랐다.
대학을 갓 나와 임상 경험도 신통치 않은 것들이 미국에만 갔다 오면 별이라도 딴 듯이 날치는 꼴이 눈꼴사나웠다.
‘어디 나두 댕겨오구 나면 보자!’
문득 딸 나미와 아들 원식의 얼굴이 한꺼번에 휘몰아 왔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듯 긴장을 띠다가 어색한 미소를 흘려보냈다.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고, 나라가 바뀌었으면 바뀌구 아직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
그는 허공을 향하여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면 우선 비행기 회사에 들러 형편이나 알아볼까…….:
이인국 박사는 캘리포니아 특산 시가를 비스듬히 문 채,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는 스프링이 튈 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반도 호텔로…….”
차창을 거쳐 보이는 맑은 가을 하늘은 이인국 박사에게는 더욱 푸르고 드높게만 느껴졌다.
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작품의 주된 흐름은 인물의 내적 갈등이다. ② 시간적 순서에 따라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③ 서술자는 주인공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④ 상황에 따라 변신하는 처세술과 속물 근성을 비판한다.
⑤ 심리주의적 수법과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중점적으로 제시하였다.
2. 윗글이 역사적 전환기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간성을 말살시켜 버리는 이념 체제 ② 좌절과 재기의 양상이 반복되는 민족의 삶
③ 시대적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④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야기시킨 개인의 불행
⑤ 진정한 삶의 가치와 방향을 상실한 비극적 현대사
3. 윗글에 나타난 ‘이인국’의 태도와 거리가 먼 것은?
①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 ② 자신의 처세 방식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③ 변질된 인생을 뉘우치기보다는 애써 합리화하고 있다. ④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이 생존의 한 방편이라 믿고 있다.
⑤ 직업적 윤리 의식보다는 출세 지향의 대인 관계를 중시한다.
4. ㉠의 의미를 올바르게 파악한 것은?
① 자책감마저 팽개쳐 버린 자신의 행위에 대한 회의 ② 브라운의 환심을 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불안
③ 브라운의 수집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자책감 ④ 서재의 진열품들과 유사한 것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 대한 낭패감
⑤ 앞서 온 사람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불쾌감
5. 내용으로 미루어, ㉡에 들어갈 말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만승천자(萬乘天子)의 ② 득의만면(得意滿面)한 ③ 기고만장(氣高萬丈)한
④ 의기양양(意氣揚揚)한 ⑤ 자창자화(自唱自和)의
<정답> 1① 2⑤ 3① 4② 5⑤
[지문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의 고객은 왜정 시대는 주로 일본인이었고 현재는 권력층이 아니면 재벌의 셈속에 드는 측들이어야만 했다.
㉠그의 일과는 아침에 진찰실에 나오자 손가락 끝으로 창틀이나 탁자 위를 훑어 무테안경 속 움푹한 눈으로 응시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이때 손가락 끝에 먼지만 묻으면 불호령이 터지고, 간호원은 하루 종일 원장의 신경질에 부대껴야만 한다.
아무튼 단골 고객들은 그의 정결한 결백성에 감탄과 경의를 표해 마지않는다.
1・4후퇴 시 청진기가 든 손가방 하나를 들고 월남한 이인국 박사다. 그는 수복되자 재빨리 셋방 하나를 얻어 병원을 차렸다. 그러나 이제는 평당 오십만 환을 호가하는 도심지에 타일을 바른 이층 양옥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전문의 외과 외에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개인 병원을 집결시켰다. ㉡운영은 각자의 호주머니 셈속이었지만 종합 병원의 원장 자리는 의젓이 자기가 차지하고 있다.
이인국 박사는 양복 조끼 호주머니에서 십팔금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보았다.
두 시 사십 분! / 미국 대사관 브라운 씨와의 약속 시간은 이십 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계에도 몇 가닥의 유서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인국 박사는 시계를 볼 때마다 참말 ‘기적’임에 틀림없었던 사태를 연상하게 된다.
왕진 가방과 함께 38선을 넘어온 피란 유물의 하나인 시계. 가방은 미군 의사에게서 얻은 새것으로 갈아매어 흔적도 없게 된 지금, 시계는 목숨을 걸고 삶의 도피행을 같이한 유일품이요, 어찌 보면 인생의 반려이기도 한 것이다.
밤에 잘 때에도 그는 시계를 머리맡에 풀어 놓거나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버려두지 않는다. 반드시 풀어서 등기 서류, 저금통장 등이 들어 있는 비상용 캐비닛 속에 넣고야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또 그럴 만한 연유가 있었다. 이 시계는 제국 대학을 졸업할 때 받은 영예로운 수상품이다. 뒤쪽에는 자기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후 삼십여 년,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은 변하여 갔지만 시계만은 옛 모습 그대로다. 주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은 얼마나 변한 것인가. 이십 대 홍안을 자랑하던 젊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머리카락도 반백이 넘었고 이마의 주름은 깊어만 간다. 일제시대, 소련군 점령하의 감옥 생활, 6・25 사변, 38선, 미군 부대, 그동안 몇 차례의 ⓐ아슬아슬한 죽음의 고비를 넘긴 것인가.
‘월삼(미국 시계 회사 ‘월섬’) 십칠 석.’
우여곡절 많은 세월 속에서 아직도 제 시간을 유지하는 것만도 신기하다. 시간을 보고는 습성처럼 째각째각 소리에 귀 기울이는 때의 그의 가느다란 눈매에는 흘러간 인생의 축도가 서리는 것이었고, 그 속에서는 각모(角帽)와 쓰메에리(목닫이) 학생복을 벗어 버리고 신사복으로 갈아입던 그날의 감회를 더욱 새롭게 해 주는 충동을 금할 길 없는 것이었다. ( 중략 )
“아마 소련군이 들어오나 봐요. 모두들 야단법석이에요…….”
숨을 헐레벌떡이며 이야기하는 혜숙의 말에 이인국 박사는 아무 대꾸도 없이 눈만 껌벅이며 도로 앉았다. 여러 날째 라디오에서 오늘 입성 예정이라고 했으니 인제 정말 오는가 보다 싶었다.
혜숙이 내려간 뒤에도 이인국 박사는 ㉢한참 동안 아무 거동도 못 하고 바깥쪽을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무엇을 생각했던지 그는 움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벽장문을 열었다. 안쪽에 손을 뻗쳐 액자틀을 끄집어내었다.
國語常用(국어(일본어를 가리킴) 상용)의 家(가).
해방되던 날 떼어서 집어넣어 둔 것을 그동안 깜박 잊고 있었다.
그는 액자틀 뒤를 열어 음식점 면허장 같은 두터운 모조지를 빼내어 ㉣글자 한 자도 제대로 남지 않게 손끝에 힘을 주어 꼼꼼히 찢었다.
이 종잇장 하나만 해도 일본인과의 교제에 있어서 얼마나 떳떳한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인가. 야릇한 미련 같은 것이 섬광처럼 머릿속에 스쳐갔다.
환자도 일본말 모르는 축은 거의 오는 일이 없었지만 대외 관계는 물론 집 안에서도 일체 일본말만을 써 왔다. 해방 뒤 부득이 써 오는 제 나라 말이 오히려 의사 표현에 어색함을 느낄 만큼 그에게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마누라의 솔선수범하는 내조지공도 컸지만 애들까지도 곧잘 지켜 주었기에 이 종잇장을 탄 것이 아니던가. 그것을 탄 날은 온 집안이 무슨 큰 경사나 난 것처럼 기뻐들 했었다.
“잠꼬대까지 국어로 할 정도가 아니면 이 영예로운 기회야 얻을 수 있겠소.”
하던 국민총력연맹 지부장의 웃음 띤 치하 소리가 떠올랐다.
㉤그 순간 자기 자신은 아이들을 소학교부터 일본 학교에 보낸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던 것인가.
1. 윗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화의 빈번한 사용을 통해 현장감을 높이고 있다.
② 인물 간의 대결 의식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③ 역전적 시간 구성을 통해 인물의 과거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감각적인 수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공간적 배경을 제시 하고 있다.
⑤ 현학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비판적인 지성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2.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 사소한 일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 빈틈없고 까다로운 인물임을 보여 준다.
② ㉡ : 다른 사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물의 사려 깊은 자세를 보여 준다.
③ ㉢ : 일이 뜻대로 이루어진 기쁜 마음을 감춘 채 사태를 주시하는 주인공의 침착한 태도를 보여 준다.
④ ㉣ : 시류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⑤ ㉤ :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자상한 모습을 보여 준다.
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전광용의 「꺼삐딴 리」는 일제 강점기부터 6・25 한국전쟁 이후까지 격동기를 살아온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작품의 시・공간적 배경을 제시하거나 사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독자에게 인물에 대한 부가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작품 이해를 심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① ‘왕진 가방’은 38선을 넘어온 피란 유물로서 유랑 생활의 고단함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의미를 형상화한 소재이다.
② 인생의 반려로 비유된 ‘시계’는 역사적 흐름을 한 인물의 삶에 담아 표현해 줄 수 있는 작품 구성의 주요한 장치이다.
③ ‘비상용 캐비닛’은 주인공의 성격을 형상화해 주는 소재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주인공의 주도면밀함을 보여 주는 사물이다.
④ ‘신사복’은 주인공이 사회생활의 시작 단계에서 가졌던 희망찬 기대를 표상하는 소재이다.
⑤ ‘라디오’는 소련군의 입성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전달하는 소재로, 주인공이 새롭게 직면하게 된 변화된 정세를 제시해 준다.
4. ⓐ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① 고진감래(苦盡甘來) ② 내우외환(內憂外患) ③ 맥수지탄(麥秀之嘆) ④ 사생결단(死生決斷) ⑤ 생사기로(生死岐路)
<정답> 1③ 2① 3① 4⑤
바른♥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