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가(北遷歌-북쪽으로(함경도 명천) 유배를 간 과정에 대한 노래) - 김진형(金鎭衡)
-작자가 홍문관 교리(임무는 주로 외교문서의 작성·검토에 관한 것)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의 비행을 비판했다가 반대파에 몰려 함경도 명천으로 유배되었다. 이 작품은 그 유배생활로부터 방면되어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읊은 가사임.
[핵심 정리]
*연대 : 53세 유배시(철종 4년 7월)(1853년 6월∼10월)
*갈래 : 1026구의 장편 유배 가사, 기행 가사
*성격 : 기행문적, 체험적, 풍류적
*특징 ①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묘사와 서술이 돋보인다. ②부패한 정치 현실, 양반 사대부들의 방탕한 생활 및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 있다. ③유배지에서의 풍류 생활-유배생활에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측면이 있음을 반영(추자도에서의 고달픈 유배 생활을 바탕으로 한 안조환의 <만언사>와 대조적 생활 )
*주제 : 귀양지로 가는 여정과 군산월과의 연정, 임금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의의 : 1853년(철종4) 작자가 교리(校理)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을 탄핵한 사건으로 명천(明川)에 귀양 갔다. 당시 유배생활의 고락과 인정, 그리고 귀양에서 풀려 돌아오는 길에서의 견문 등을 읊은 가사이다. 모두 1,026구에 이르는 장편으로서, 가사의 형식을 빌린 기행문이다. ‘일동장유가(日東壯遊歌)', ‘연행가(燕行歌)'와 더불어 기행가사 문학의 빼어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김진형[金鎭衡:1801(순조1)∼1865(고종2)] 조선 후기의 문신. 1850년(철종1)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1853년 홍문관 교리로 있을 때 이조판서 서기순(徐箕淳)의 비행을 탄핵하다가 수찬 남종순(南鍾順)에게 몰려 한때 함경도 명천(明川)으로 유배되었다.
[이해와 감상]
철종 때 김진형이 함경도 명천으로 귀양 갔다가 거기서의 생활을 노래한 장편가사로 내용은 상소를 올렸다가 유배령을 받은 신세, 서울로부터 북관(함경도 지방)까지 가는 유배 과정, 북관에서 그곳 수령의 융숭한 대접과 칠봉산 구경 및 기생 군산월과의 사랑, 북관에서부터 유배지 명천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과정, 명천에 당도하자마자 방면된 소식을 접하고 고향에 돌아오는 과정과 강호․태평 등을 차례로 보여 주고 있다. 유배에 수반된 슬픔과 즐거움, 인정과 사랑을 보여주고 있어 옛날 귀양살이의 한 면모를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작자가 유배된 내력과 유배지에 있는 기생들과의 풍류, 기생 군산월과의 연정 등을 노래한 작품이다.
[지문 분석]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 보소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어조(대화 형식) 과거(科擧)를 하거들랑 청춘에 아니 하고 오십에 등과(登科)하여(화자가 50의 나이에 문과에 급제함) 백수(白首-흰 머리, 자신이 늙었다는 뜻) ㉠홍진(紅塵-붉은 먼지로 귀양을 말함) 무삼일꼬? 공명이 늦으나마 행세나 약바르지(약삭빠르지) 무단히 내달아서 소인(부정적 의미-서기준, 남종순을 말함)의 적(敵)이 되어 ㉡부월(斧鉞-도끼, 형벌)을 무릅쓰고 천문(天門-궁궐, 임금)에 상소(上疏)하니 이전(옛날의 법)으로 보게 되면 빛나고도 옳건마는(자신의 상소에 대한 소신과 신념) 요요(擾擾-시끄럽고 뒤숭숭한)한 이 세상(부정적이고 모순된 세상)에 남다른 노릇이라
소(蔬-화자의 상소문) 한 장 오르면서 만조(滿朝-온 조정)가 울컥한다 어와 황송할사 천위(天威-왕의 위엄)가 진노하사 삭탈관직(削奪官職-화자의 관직을 빼앗음) 하시면서 엄치(嚴治-엄중히 다스림)하고 꾸중하니 운박(運薄-운수가 좋지 못함 )한 이 신명(身命-몸과 목숨)이 고원(故園-고향의 옛 동산)으로 돌아갈 새 추풍에 배를 타고 강호로 향하다가 남수찬(수찬 남종순(南鍾順)을 말함) 상소 끝에 명천정배(함경도 명천으로 귀양 가라는 명령) 놀랍도다 창망한 행색(行色-화자의 처참한 모습)으로 동문에서 대죄(待罪-벌을 기다림)하니 고향은 적막하고 명천(함경도 명천)이 2천 리라 두루막에 흰 띄 띄고 북천(北天-북쪽 하늘. 임금이 있는 곳)을 향해서니 사고무친(四顧無親) 고독단신(孤獨單身) 죽는 줄 그 뉘 알리-설의법(모를 것이다) 사람마다 당케 되면 울음이 나련마는 군은(君恩-임금의 은혜)을 갚으리라 쾌함도 쾌할시고(유쾌하다) 인신(人臣-신하)이 되었다가 소인의 참소(讒訴-모함) 입어 엄지(嚴旨-왕의 엄한 분부. 즉 유배 명령)를 봉승하여 절역(絶域-아주 멀리 떨어진 곳, 유배지 명천을 말함)으로 가는 사람 천고에 몇몇이며 아조(我朝-우리 왕조)에 그 뉘런고 -자신의 불행한 신세에 대한 한탄하면서도 군신의 도리를 지키고 있음 칼 짚고 일어서서 술 먹고 노래하니(화자의 기상이 드러남) 2천 리 적객(謫客-유배객)이라 장부(丈夫)도 다 울시고 좋은 듯이 말을 하니 명천이 어디맨가 더위는 홍로(紅爐-벌겋게 달아오른 화로) 같고 장마는 극악(極惡-매우 심함)한데 나장(羅將-의금부의 하급 관리)이 뒤에 서고 청노(廳奴-의금부의 관노)는 앞에 두고 익경원 내달아서 다락원(서울 교외 지명) 잠간 쉬어 축성령 넘어가니 북천(北天-북쪽 하늘. 임금이 있는 곳)이 멀어간다 -유배지로의 여정 슬프다(직서적, 직설적) 이내 몸이 ㉢영주각 신선(비유-임금 곁에서 홍문관 교리로 벼슬하던 때)으로 나날이 책을 끼고 천안(天顔-임금의 얼굴)을 뫼시다가 일조(하루아침에)에 정을 떼고 천애(天涯-하늘 끝. 유배지 명천)로 가겠구나 구중(九重-대궐을 말함)을 첨망(瞻望-멀리서 우러러 봄)하니 운연(雲煙-구름과 연기)이 아득하고 종남(종남산, 목멱산, 서울의 남산)은 아아하여(아득히 멀어) 몽상(夢想-꿈속에서도)에 막연하다 밥 먹으면 길을 가고 잠을 깨면 길을 떠나 물 건너고 재를 넘어 십 리 가고 백 리 가니 양주땅 지난 후에 포천읍 길가이고 철원 지경(地境-경계) 밟은 후에 정평읍 건너보며 금화금성 지난 후는 회양읍 막죽이라 강원도 북관(北關)길이 듣기 보기 같구나(그만큼 험하구나) 회양서 중화(中火-점심을 먹고)하고 철령을 향해 가니 천험(天險-지세가 험함)한 청산이요 촉도(蜀道) 같은 길이로다 -중국의 ‘촉’으로 가는 길만큼이나 험한 귀양길 요란한 운무(雲霧-구름과 안개) 중에 ㉣일색(日色-햇빛)이 끝이 난다(어두워짐) 남여(藍輿-가마)를 잡아타고 철령을 넘는구나 -귀양 가는 데 가마를∼∼ 수목(樹木)이 울밀(鬱密-울창하고 빽빽함)하여 엎어지락 자빠지락 중허리에 못 올라서 황혼이 거의로다(거의 다 되었구나) 상상봉(上上峰-정상) 올라서니 초경(初更-저녁7시∼9시)이 되었구나 일행이 허기져서 기장떡 사먹으니 떡 맛이 이상하여 향기롭고 아름답다 횃불을 신칙(申飭-조심스레)하여 화광(火光-불빛)중에 내려가니 남북을 몰랐으니 산형(山形-산의 모습)을 어이 알리(설의법, 밤이라서 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 삼경(밤11∼1시)에 산을 내려(매우 힘든 귀양길) 탄막(炭幕-숯 굽는 사람들의 임시 움막)에 잠을 자고 새벽에 떠나서 안변읍 어디매뇨 할일 없는 내 신세야 북도적객(북쪽으로 귀양 가는 나그네) 되었구나
함경도는 초면(처음)이요 아(我) 태조(太祖-시조 이성계) 고토(故土-고향 땅)로다 산천이 광활(廣闊)하고 수목이 만야(滿野-들에 가득함)한데 안변읍 들어가니 본관(사또, 수령)이 나오면서 포진병장(鋪陳屛帳-자리를 깔고 병풍을 침) 신칙(申飭-단단히 일러 마련함)하고 공식(음식)을 공궤(供饋-음식을 주니)하니 시원케 잠을 자고 북향하여 떠나가니 원산(元山)이 여기런가 인가(人家)도 굉장하다 바다 소리 요란한데 물화(物貨-물자와 재화)도 장할시고(굉장하구나) 덕원읍 중화(中火)하고 문천읍 숙소(宿所-잠자고)하고 영흥읍 들어가니 웅장하고 가려(佳麗-아름답다)하다 -귀양지로의 여정 태조대왕(이성계) 태지(胎地-태어난 곳)로서 총총(겹겹이) 가거(佳居-아름다운 집)뿐이로다 금수산천 그림 중에 바다 같은 관새(關塞-국경에 설치한 관문이나 요새)로다 선관(仙官-신선 관리, 영흥읍의 관리를 말함)이 즉시 나와 위로하고 관대(款待-정성껏 대접함)하며 점심상 보낸 후에 채병화연(채색 병풍과 꽃돗자리) 등대(等待-준비하고 기다림)하니 죄명이 몸에 있어 치하(致賀-고마움을 표시)하고 환송(還送)한 후 고원읍 들어가니 본수령 오공신은 세의(世誼-대대로 가지는 친분)가 자별(특별)키로 날 보고 반겨 하네 천지객지 날 반길 이 이 어른뿐이로다 책방(冊房-수령의 비서실)에 맞아들여 음식을 공궤하며 위로하고 다정하니 객회(客懷-객지에서 느끼게 되는 울적하고 쓸쓸한 느낌)를 잊겠구나 북마(北馬-말) 주고 사령(심부름하는 하인) 주고 행자(行資-노잣돈) 주고 의복 주니 ㉤잔읍행세(가난한 고을의 형편) 생각하고 불안하기 그지없다 -화자의 귀양지까지의 여정(화자의 귀양길은 왜 이리 사치스럽고 수령들은 왜 이렇게 잘 대접해 주는 거지? 홍문관 교리라는 벼슬이 권력의 핵심이었고 비행을 일삼는 이조 판서를 비판한 것이 다른 벼슬아치들에게 의(義)롭게 보였나?) 능신하고 발행하니(길을 떠나니) 운수도 고이하다 갈 길이 몇 천리며 온 길이 몇 천린고 하늘같은 저 철령은 향국(고향) 을 막아 있고 저승 같은 귀문관은 올연(兀然-우뚝한 모양)히 서있구나 표풍(漂風-바람에 흘러감) 같은 이내 몸이 지향(指向)이 어디매뇨 초원역 중화하고 함흥 감영 들어가니 만세교 긴 다리는 십리를 뻗어있고 무변대해(끝없이 넓은 바다) 창망(滄茫-아득함)하여 대야(大野-벌판, 들)를 둘러 있고 장강(長江)은 도도하여 만고에 흘렀구나 구름 같은 성첩(城堞-성 위의 낮은 담) 보소 낙빈루(누각 이름) 높고 높다 만(萬) 인가(人家) 저녁연기 추강(秋江)에 그림이요(매우 아름다운 경치) 서산에 지는 해는 원객(遠客-멀리서 온 나그네, 화자)의 시름이다 술 잡고 누(樓)에 올라 칼 만지며 노래하니 무심한 ⓐ뜬구름(화자의 처지와 대조, 선망의 대상)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유의(有意)한 강적(江笛-강가에서 부는 피리) 소리 객회(客懷-나그네의 근심)를 더쳤세라(더하게 하는구나) 사향(思鄕-고향을 그리워하는)한 이 내 눈물(향수의 눈물) 장강에 던져 두고 백청루 내러와서 성내에서 잠을 자니 서울은 팔백 리요 명천은 백구 리라 비 맞고 유삼(油衫-기름에 결은 비옷) 쓰고 함관령 넘어가니 영태(嶺態-고개의 모습)도 높거니와 수목도 더욱 장타 남여(藍輿)는 날아가고 대로(大路)는 설였구나 노변에 섰는 비석 비각단청 요조(窈窕-아름답고 얌전함)하다 태조대왕 소시절(젊은 시절)에 고려국 장수(이성계는 고려의 장수였음)되어 말갈(靺鞨-오랑캐)에 전승(戰勝-승리)하고 공덕(功德-오랑캐를 물리친 공)이 어제 같다 -이성계의 업적을 기린 비석.
역(驛)말을 갈아타고 홍원읍 들어가니 무변해색(無邊海色-끝없이 넓은 바다의 풍경) 둘렀는데 읍양(邑樣-고을의 모습)이 절묘하다 중화하고 떠나니 평포역 숙소로다 내 온 길 생각하니 천만리 되었구나 실 같은 목숨이요 거미 같은 근력(힘겨워하는 화자의 모습)이라 천천히 길을 가면 살고서 볼 것인데 엄지(嚴旨-임금의 엄한 명령)를 뫼셨으니 일신들(잠시라도) 지체하랴(설의법-지체할 수 없음) 죽기를 가리잖고 수화(水火-물과 불)를 불분(不分-가리지 않음)하니 만신(滿身-온 몸)에 땀이 돋아 성종(成腫-종기가 날) 지경 되었구나 골수(骨髓-뼛속)에 든 더위는 자고새면 설사로다 나장(고을의 사령)이 하는 말이 나으리 거동 보소 엄엄(奄奄-숨이 곧 끊어지는 모양)하신 기력이요 위태하신 신관(얼굴을 높이 일컫는 말)이라 하루만 조리(調理)하여 북청읍에 묵사이다(나장의 말을 인용하여 화자의 고통과 고생을 강조함) 무식하다 네 말이야 엄지중일신(嚴旨中一身-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있는 몸, 즉 귀양 가는 화자)이라 생사를 생각하랴 일시를 유체(留滯-머물러 있음)하랴(설의법, 자신의 목숨보다 임금의 명령을 중시함-임금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보임) 사람이 죽고 살기 하늘에 달렸으니 네 말이 기특하나 가다가 보자꾸나 -화자의 대답(임금의 명령이기 때문에 유배지에 정해진 날짜까지 가야만 한다는 말). 대화(생동감, 현장감)
북청(北靑)서 유소(잠을 자고)하고 남송정 돌아드니 무변대해 망망하여 동천(東天)이 가이 없다(끝이 없다) 만산은 첩첩하여 남향(南向)이 아득하다 마곡역 중화하고 마천령 다다르니 안밖재 육십 리라 하늘에 맞닿았고 공중에 걸린 길은 참바(삼이나 칡 따위로 세 가닥을 지어 굵다랗게 드린 줄)같이 설였구나 달래 덤불 얽혔으니 ⓑ천일(天日-대낮)이 밤중 같고 층암(層巖-층층 바위, 절벽)이 위태하니 머리 위에 떨어질 듯 하늘인가 땅이런가 이승인가 저승인가 상상봉(上上峰) 올라서니 보이는 게 바다이고 넓은 것이 바다이다 몇 날을 길에 있어 이 재를 넘었던고 이 영(嶺)을 넘은 후에 고향 생각 다시 없네 천일(天日-해) 은근하여 두상(頭上-머리 위)에 비췄구나
원평읍 중화하고 길주읍 들어가니 성곽도 장커니와 여염(閭閻-백성의 살림집)이 더욱 좋다 비올 바람 일어나니 떠날 길이 아득하다 읍내서 묵자하니 본관폐(本官弊-본관에게 끼칠 폐) 불안하다 원(員-수령, 사또) 나오고 책방(冊房-수령의 비서) 오니 초면이 친구 같다 음식은 먹거니와 포진(鋪陳-방석, 돗자리) 기생 불관(不關-무관심)하다 엄지(嚴旨)를 뫼셨으니 꽃자리 불관하고 죄명을 가졌으니 기생이 호화롭다 운박(運薄-운이 없는)하온 신명 보면 분상(奔喪-먼 곳에서 부모가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급히 집으로 돌아감)하는 상주(화자를 말함)로다 기생을 물리치고 금연(錦筵-비단 자리)을 걷어내니 본관이 하는 말이 영남 양반 고집이라
모우(冒雨-비를 무릅씀)하고 떠나니 명천이 육십 리라 이 땅을 생각하면 묵특[한(漢) 나라 때의 흉노(匈奴)족의 우두머리 이름]의 고토(故土-옛 땅)로다 황사(黃砂)의 일분토(一墳土-한 무덤의 흙)는 왕소군(한 나라 때의 미인)의 청총(靑塚-무덤)이요 팔십리 광연못은 소부(巢父)[중국 요순시대의 은자(隱者)]의 만양도다 회홍동 이릉(李陵-중국 전한(前漢) 때의 무장) 뫼는 지금의 원억(冤抑-원통하게 누명을 씀)이요 백용해 때문관은 앞재 같고 뒷뫼 같다
고참역마(말) 잡아타고 배소(配所-유배지인 함경도 명천)를 들어가니 인민은 번성하고 성곽(城郭)은 웅장하다 여각(여관)에 들어앉아 패문(牌文-편지)을 붙인 후에 맹동원의 집을 물어 본관더러 전하니 본관 전갈하고 공형[공방(工房)과 형방(刑房)]이 나오면서 병풍 자리 주물(酎物-술과 안주)상을 주인으로 대령하고 육각(六角-악기) 소리 앞세우고 주인으로 나와 앉아 처소(處所)에 전갈하여 뫼셔오라 전갈하네 슬프다 내 일이야 꿈에나 들었던가 이곳이 어디매냐 주인의 집 찾아 가니 높은 대문 넓은 사랑(舍廊) 삼천석군(벼 삼천 석을 추수할 정도의 부자) 집이로다 본관과 초면이라 서로 인사 다한 후에 ⓒ본관이 하는 말이 김 교리(校理)(화자를 말함)의 이번 정배(定配-귀양) 죄 없이 오는 줄을 북관(北關-함경도) 수령 아는 바요(아, 그래서 대접이 융숭했구나.) 만인(萬人)이 울었으니 조금도 슬퍼 말고 나와 함께 노사이다 삼형 기생(妓生) 다 불러라 오늘부터 노잣구나 호반(虎班-무인(武人))의 규모런가 활협(闊狹-일을 처리하는 주변이 좋고 활동력이 강함)도 장하도다 그러나 내 일신이 귀적(歸適-귀양 온)한 사람이라 화광빈객(華光賓客-대단한 대우를 받는 손님) 꽃자리에 기악(妓樂-기생과 음악)이 무엇이냐(귀양을 온 사람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는 화자의 모습) ⓓ규문에 퇴송(退送-돌려보냄)하고 혼자 앉아 소일(消日-세월을 보냄)하니 성내의 선비들이 문풍(聞風-소문을 듣고)하고 모여들어 하나 오고 두셋 오니 육십인 되었구나 책 끼고 청학(請學-배우기를 청함)하니 글제 내고(글을 쓰고) 고쳐지라(고쳐주기를 바란다) 북관에 있는 수령 관장(關長-변방을 지키는 장수)만 보았다가 문관(文官-중앙 관리, 화자)의 풍성(風聲-소문) 듣고 한사하고 달려드니 내 일을 생각하면 남 가르칠 공부 없어 아무리 사양한들 모면할 길 전혀 없네 주야로 끼고 있어 세월이 글이로다(글로 세월을 보냄) 한가하면 풍월(風月-시) 짓고 심심하면 글 외우니 절세의 고종(孤蹤-외로운 처지에 있는 몸)이라 시주(詩酒-시와 술)에 회포 붙여 불출문외(不出門外-문 밖으로 나가지 않음) 하오면서 편케 편케 날 보내니 ⓔ춘풍에 놀란 꿈이 변산(변방의 산)에 서리 온다(시간의 흐름, 계절이 변했음) 남천(南天)을 바라보면 기러기(감정이입) 처량하고 북방을 굽어보니 오랑캐 지경(地境)이라 개가죽 상하착(上下着-아래 위에 입는 옷)은 상놈들이 다 입었고 조밥 피밥 기장밥은 기민(饑民-굶주린 백성)의 조석(아침·저녁밥)이라 본관의 성덕(聖德)이요 주인의 정성으로 실 같은 이내 목숨 달반(半)을 걸렸더니 천만의외(千萬意外-뜻밖에) 가신(家信-집의 편지) 오며 명녹(종의 이름)이 왔단 말가 놀랍고 반가워라 ㉮미친놈(화자 자신-너무 반가워서) 되었구나 절세(絶世-격리된 세상)에 있던 사람 항간(巷間-마을)에 돌아온 듯 나도 이럴망정 고향이 있었던가 서봉(書封-편지 겉봉)을 떼어 보니 정찰(情札-정다운 편지)이 몇 장인고 폭폭(幅幅-편지의 한 폭 한 폭)이 친척이요 면면(面面-지면 지면)이 가향(家鄕-집이 있는 고향)이라 지면의 자자획획 자질(子姪-아들과 조카)의 눈물이요(눈물로 번진 글자들) 옷 위의 그림 빛은 아내의 눈물이다 소동파(소식) 초운(사랑하는 첩)인가 양대운우(陽臺雲雨-남녀의 만남) 불쌍하다 그 중에 사람 죽어 돈몰(頓歿-갑자기 죽음)이 되단 말가 명녹(종의 이름)이 대(對)코(마주 대하고) 앉아 눈물로 문답하니 집 떠난 지 오래거든 그 후 일을 어이 알리 만수천산 멀고먼데 네 어찌 돌아가며 덤덤히 쌓인 회포 다 이룰 수 없겠구나 녹(종인 명녹)아 말 들어라 무사히 돌아가서 우리 집사람(아내)더러 살았더라 전하여라 죄명이 가벼우니 은명(恩命-임금이 귀양을 푼다는 고마운 명령)이 쉬우리라 -집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좋은 말을 하는 화자
거연(居然-모르는 사이)히 추석(秋夕)이라 가가(家家-집집마다)이 성묘하네 우리 곳 사람들도 소분(掃墳-무덤을 깨끗이 함)을 하나니라 본관이 하는 말이 이곳의 칠보산은 북관 중 명승지라 금강산 다툴지니 칠보산 한번 가서 방피심산(깊은 산 찾아가 구경함) 어떠하뇨 나도 역시 좋거니와 도리(道理-귀양 온 죄인의 신분)에 난처하다 원지(遠地-귀양지)에 쫓인 몸(화자)이 형승(形勝-뛰어난 풍경)에 노는 일이 분의(分義-분수에 알맞은 도리)에 미안하여 마음에 좋건마는 못 가기로 작정하니(화자는 자신의 분수를 생각해 안 가겠다고 말함) ㉯주인의 하는 말이 그렇지 아니하다 악양루(중국 동정호 주변의 누각) 환강경은 왕등(중국의 왕원지와 승자경)의 사적(事蹟)이요 적벽강 제석(除夕)놀음 구소(중국의 구양수와 소동파)의 풍정이니 금학사(화자) 칠보놀음(칠보산 구경) 무슨 험(잘못) 있으리요(설의법, 산 구경 가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화자를 설득하는 주인의 말, 대화) 그 말을 반겨 듣고 황망히 일어나서 나귀에 술을 싣고 칠보산 들어가니 구름 같은 천만봉은 화도강산(畵圖江山-그림 같은 아름다운 강산) 광경이라 박달령 넘어가서 금장동 들어가니 곳곳의 물소리는 백옥을 깨쳐 있고 봉봉(峰峰)의 단풍 빛은 금수장(錦繡帳-수놓은 비단 장막)을 둘렀세라 남여(藍輿)를 높이 타고 개심사에 들어가니 원산(遠山)은 그림이오 근봉(近峰-가까운 봉우리)은 물형(物形-물건의 모습처럼 생겼음)이라 육십 명 선비들이 앞서고 뒤에 서니 풍경도 좋거니와 광경이 더욱 장타 창망한 지난 회포 개심사에 들어가서 밤 한 경 새운 후에 미경에 일어나서 소쇄(掃灑-세수)하고 문을 여니 기생들이 앞에 와서 현신(現身-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보임)하고 하는 말이 본관사또 분부하되 김교리님 칠보산에 너(말하고 있는 기생 자신) 없이 놀음 되랴 ㉰당신(화자)은 사양하되 내(본관사또) 도리에 그럴소냐(귀한 손님을 기생 없이 놀게 할 순 없다는 본관 사또의 말) 산신(山神)도 섭섭하고 원학(학)도 슬프리라(과장-기생이 꼭 필요함을 말함) 너희들을 송거(送去-보내니)하니 나린(화자)들 어찌하랴 부디부디 조심하고 칠보청산 거행하다 사또의 분부 끝에 소녀들이 대령하오(본관 사또가 한 말을 기생이 대신 말하고 있음-사또가 억지로 기생들을 화자에게 보냄) 우습고 부끄럽다 본관의 정성(精誠)이여 풍류남자 시주객(詩酒客-시와 술을 즐기는 나그네)은 남관(南關-북관의 상대어로 함경도 남쪽 지방)에 나뿐인데 신선의 곳에 와서 너를 어찌 보내리오 이왕에 너희들이 칠십리를 등대(等待-준비하고 기다리니)하니 풍류남자(화자) 방탕성(放蕩性-방탕한 성격)이 매몰(매몰차게 거절)하기 어려왜라 방으로 들라하여 이름 묻고 나(나이) 물으니 한 년은 매향(梅香)인데 방년(芳年)이 십팔이요 하나는 군산월(君山月)이 십구 세 꽃이로다 화상(和尙-중) 불러 음식하고 노래시켜 들어보니 매향의 평우조(平羽調-높고 낮은 가락)는 운우(雲雨-구름과 비)가 흩어지고 군산월의 해금(奚琴)소리 만학청봉 푸르도다(기생들이 노래를 아주 잘한다는 뜻. 샘은 그것보다 절에서 기생을, 그리고 노래를, 허! 화자가 자신의 신분을 완전 망각한 것처럼 보임∼∼∼) 지로승(指路僧-산속에서 길을 인도하여 주는 중) 앞세우고 두 기생 옆에 끼고 연화만곡(蓮花滿谷-연꽃이 가득한 골짜기) 깊은 곳에 올라가니 단풍은 비단이요 송성(松聲-솔바람 소리)은 거문고라 상상봉(上上峰) 노적봉과 만사암 천불암과 탁자봉(卓子峰) 주작봉은 그림으로 둘러지고 물형(物形-물건의 생김새)으로 높고 높다 아양곡 한 곡조를 두 기생 불러내니 만산이 더 높고 단풍이 더 붉도다(계절적 배경-늦가을) 옥수(玉水-미인의 손)로 양금(洋琴-국악기) 치니 송풍(松風-솔바람)인가 물소리가 군산월의 손길 보소 곱고도 고을시고 ㉱춘산에 풀손(군산월의 손)인가 안동밧골 금랑(錦曩-비단주머니, 군산월의 손)인가 양금 위에 노는 손이 보드랍고 알스럽다 남여(藍輿) 타고 전향(앞을 향함)하여 한 마루 올라가니 아까 보던 산 모양이 홀지(忽地-갑자기)에 환형(換形-모습을 바꾸니)하여 모난 불(단풍인듯함)이 둥그렇고 희던 바위 푸르구나(색채의 대비-시각) 절벽에 새긴 이름 만조정(滿朝廷) 물색(物色)이라(비유-조정의 신하들의 전부 모습이로구나) 산을 안고 들어가니 방선암이 여기로다 기암괴석(奇巖怪石) 첩첩하니 갈수록 황홀할사 일 리를 들어가니 금강굴(金剛窟) 이상하다 차아(嵯峨-높고 험함)한 높은 굴이 석색창태(石色蒼態-이끼로 돌의 색이 초록으로 보임) 새로워라 연적봉(硯滴峰) 구경하고 회상대 향하다가 두 기생 간 데 없어 찾느라 골몰터니 어디서 일성가곡(一聲歌曲-한 곡조의 노래) 중천으로 일어나니 놀라서 바라보니 회상대 올라 앉아 일지단풍(一枝丹楓-한 가지의 단풍) 꺽어 쥐고 녹의홍상(綠衣紅裳) 고은 몸이 만장암 구름 위에 사람을 놀랠시고 어와 기절(奇絶-매우 신기함)하다 이내 몸 이른 곳이 신선의 지경이라 평생의 연분(緣分)으로 천조(天朝-왕이 있는 조정)에 득죄(得罪-죄를 져)하여 바람에 부친듯이 이 광경 보겠구나 연적봉 지난 후에 이 ㉲선녀(기생들을 말함)를 따라가서 연화봉 저 바위는 청천(靑天)에 솟아일고 배바위 채석봉은 면전(面前)에 버려 있고 생황봉 보살봉은 신선(神仙)의 굴혈(掘穴-동굴)이라 매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에 군산월 앉은 거동(擧動) 아주 분명 꽃이로다 오동 목판 거문고에 금사(金絲-금빛 실)로 줄을 매워 대[竹]쪽으로 타는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섬섬한 손길 끝에 오색이 영롱(玲瓏)하다 Ⓐ네 거동 보고 나니 군명(君命-임금의 명령)이 엄하여도 반할 번 하겠구나(욕망을 가진 인간의 본색이 드러나고 있음) 영웅절사(英雄節士-영웅과 절개가 곧은 선비) 없단 말은 사책(史冊-역사책)에 있느니라(미인 앞에서는 영웅도 약함) 내 마음 단단하나 네게야 큰 말하랴? 본 것은 큰 병이요 안본 것이 약이던가 이천 리 절세(絶世-세상과 인연을 끊음) 중에 단정히 몸 가지고 기적을 잘한 것이 아주 무두(모두) 네 덕이라 양금(洋琴)을 파한 후에 절집에 내려오니 산 중의 찬물 소리 정결(淨潔)하고 향기 있다 이튿날 돌아오니 회상대 놀던 일이 저승인가 몽중(夢中)인가 국은(國恩)인가 천은인가 천애(天涯-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이 행객(귀양 온 화자)이 이럴 줄 알았더냐 흥진(興盡)하고 돌아와서 수노(首奴-관에 있는 노비의 우두머리)불러 분부하되 칠보산 유산시(遊山時-산에서 놀 때)는 본관이 보내기로 기생을 다렸으나(데리고 갔으나) 돌아와 생각하니 호화(豪華-사치스럽고 호화로움)한 중 불안하다 다시는 지휘(指揮-기생을 불러오도록 지시하는 일)하여 기생이 못 오리라 선비만 다리고서 심중에 기록하니 청산(靑山)이 그림 되어 술잔에 떨어지고 녹수는 길이 되어 종이 위에 단청(丹靑)이라 군산월 녹의홍상(綠衣紅裳) 깨고 나니 꿈이로다 -군산월과의 만남과 연정
일월(日月-날짜)이 언제던고 구월구일 오늘이라 왕한림(王翰林-당(唐)의 시인 왕유) 이적선(李謫仙-이백)은 용산에 높이 쉬고 조선의 김학사(화자를 말함)는 재덕산에 올랐구나 백주향화(白酒香花-흰 술과 향기로운 꽃) 앞에 놓고 남향(南鄕-남쪽 고향)을 상상하니 북병산 단풍경(丹楓景-단풍 풍경)은 김학사(화자를 말함) 차지요 이하(篱下)의 황국화(도연명의 시구절-울타리 밑 국화)는 주인이 없었구나 파리한 늙은 아내 술을 들고 슬프던가 추월(秋月)이 낮 같으니(달빛이 낮처럼 환함) 조운(趙雲-삼국지의 조자룡)의 회포로다 칠보산 반한 놈이 소무굴(蘇武窟-중국 전한(前漢) 때의 충신) 보려하고 팔십 리 경성땅에 구경차로 길을 떠나 창연히 들어가니 북해상(北海上-소무가 흉노의 포로가 되었을 때 유배 갔던 곳) 대택중(大澤中-큰 못(바이칼호) 가운데)에 한가하고 외로워라 추광(秋光)은 가(끝) 없는데 갈꽃(갈대꽃-감정이입)은 슬프도다 창파(滄波-푸른 물결)는 망망하여 회색을 연(連-이어졌고)하였고 낙엽은 분분(紛紛-분분히 떨어져)하여 청공에 나렸구나 충신(忠臣) 높은 자취 어디 가서 찾아보랴 어와 거룩할사 소중랑(소무-‘중랑’은 그의 벼슬명) 거룩할사 나도 또한 이럴망정 주상님(임금) 멀리 떠나 절역(絶域-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몸을 던져 회포(懷抱)도 슬프더니 오늘날 이 섬 위에 정성(精誠)이 같았구나 낙일(落日-지는 해)에 칼을 잡고 후리쳐 돌아서니 병산의 풍설(風雪) 중에 촉도(蜀道-중국의 사천성) 같은 길이로다(길이 매우 험함) 귀문관(鬼門關) 돌아서니 음침(陰沈)하고 고이하다 삼척을 드러서니 일신이 송구하다 노방(路傍-길가)에 일분토는 왕소군[한(漢)나라의 미인]의 청총(靑塚-무덤)인가 처량한 어린 혼이 백야(白野)에 슬프도다 춘풍에 한(恨)을 먹고 홍엽(紅葉-단풍 든 잎)을 울렸구나 쟁쟁(錚錚)한 환패(環佩-문무백관의 조복(朝服)의 좌우에 늘어뜨려 차던 옥) 소리 월야(月夜)에 우느니라 술 한 잔 가뜩 부어 방혼(芳魂-왕소군의 꽃다운 혼)을 위로하고 유정으로 들어가니 명천읍이 십리로다 탄막(炭幕-오막살이)에 들렀다가 경방자(京房子-경저리(京邸吏)가 파견하던 하인) 달려드니 무슨 기별 왔다던고 방환(放還-귀양이 풀려서 돌아감) 기별 나렸도다(헐, 고통스런 귀양살이를 한 것이 아니라 여행와서 풍류를 즐기다 집으로 가는 경우로구만) 천은(天恩-임금의 은혜)이 망극하여 눈물이 망망하다 문적(文籍-공문서)을 손에 쥐고 남향(南向)하여 백배하니 동행(同行)의 거동 보소 치하(致賀-축하)하고 거록하다 식전(食前-밥 먹기 전)에 말을 달려 주인을 찾아가니 만실(滿室-방 안에 모인 사람 전부)이 경사(慶事)로다 광경이 그지없다 죄명이 없었으니 평인이 되었구나 천은(天恩)을 덮어쓰고 양계(陽界-세상)를 다시 보니 삼천리 고향 땅이 지척(咫尺)이 아니런가 행장(行裝)을 재촉할 제 군산월이 대령한다 선연(嬋娟)한 거동으로 웃으면서 치하하네 나으리 해배(解配-귀양에서 풀림)하니 작히작히 감축(感祝-축하)할가(군산월의 대사) 칠보산 우리 인연 춘몽이 아득하다 이 날에 너를 보니 그것도 군은(君恩)인가 그렸다가(그리워했다가) 만난 정이 맛나고도 향기롭다(군산월과의 대화) 본관의 거동 보소 삼현육각(三絃六角-피리가 둘, 대금, 해금, 장구, 북이 각각 하나씩 편성되는 풍류) 거느리고 이곳을 나오면서 치하(致賀)하고 손 잡으며 김교린가 김학산가 성군(聖君)의 은택(恩澤)인가 나(본관 사또)도 이리 감축커든 임자(화자)야 오죽할까 홍문(홍문관) 교리 정든 사람 일시라 전케하랴 지금으로 제안(除案-죄인 명부에서 제외함)하고 그 길로 나왔노라 이다지 생각하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군산월을 다시 보니 새 사람 되었구나 형극(荊棘-귀양살이) 중에 씻긴 난초(비유-군산월) 옥분에 옮겼구나 진애(塵埃-먼지와 티끌)의 야광주(夜光珠-군산월을 비유)가 Ⓑ박물군자(모든 사물에 정통한 사람-화자를 말함) 만났구나 신풍(辛風-매운바람)에 뭍힌 칼이 뉘를 보고 나왔더냐 꽃다운 어린 자질(資質-성품이나 소질) 임자(화자)를 만났구나 금병화촉(金甁華燭-금으로 수놓은 병풍과 꽃다운 촛불(혼인한 남녀의 첫날밤)) 깊은 밤에 광풍제월(光風霽月-비 갠 뒤에 부는 맑은 바람과 달) 닭 밝은 날 글 지으며 화답하고 술 가지면 동배(同盃-같이 마심)하니 정분(情分)도 깊거니와 호사(豪奢-호탕하고 사치함)도 그지없다 시월에 말을 타고 고향을 찾아 가니 본관(本官)의 성덕(聖德) 보소 남복(男服-남자의 옷, 군산월이 남복으로 입고 화자를 따라가는 상황) 짓고 종 보내며 이백 량 행재(行財-노잣돈) 내어 저 하나 따라주며 거행(擧行)에 하는 말이 뫼시고(화자를) 잘 가거라 나으리(화자) 유경시(遊京時-서울에서 놀 때에)에 Ⓒ네(군산월)게야 내외(內外-만나기를 꺼려함)할까 천리강산 대로 중에 김학사(화자) 꽃(군산월)이 되어 비위를 맞추면서 좋게 좋게 잘 가거라 승교(乘轎-가마)를 앞세우고 풍류 남자 뒤 따르니 오던 길 넓고 넓어 귀흥(歸興-돌아가는 길의 흥과 풍류)이 그지없다 길주읍 들어가니 본관의 거행 보소 금연화촉(錦筵華燭-비단 자리와 촛불) 넓은 방에 기악(妓樂-기생과 음악)이 가득하다 군산월이 하나이다 풍정(風情-풍류의 정취)이 가득하다 연연(娟娟-아름다운)한 군산월이 금상첨화(錦上添花) 되었구나
신조(晨朝-새벽)에 발행하여 익병에 중화하고 창해(滄海)는 망망하여 동천(東天)에 그지없고 병산(屛山-병풍 같은 산)은 중중(重重-같은 것이 겹쳐 있음)하여 면면이 섭섭도다 추풍에 채를 들고 성진을 들어가니 북병사(北兵使-조선조 삼병영(三兵營) 가운데 경성에 있던 북병영(北兵營)의 병마절도사) 마주 나와 두 군관 합석하니 상읍 관가 군병(軍兵)이오 길주 관청 홍안(紅顔-불은 얼굴, 젊은 사람의 얼굴)이라 금촉이 영롱한데 병사의 호강이라 북관이 하는 말이 학사(화자)에 다린(따르는) 사람(남장을 한 군산월을 말함) 얼굴이 기이하다 서울겐가-서울 사람인가? 북도겐가 -경기 이북의 도(道) 혹은 함경도 사람인가? 청직(廳直-마루에서 심부름하는 하인)인가 방자(房子)인가 이름은 무엇이며 나이는 지금 몇 살인고 손 보고 눈 대보니 남중일색(男中一色-남자 중 잘 생긴 사람, 즉 남복한 군산월) 처음 보네, 웃으며 대답하되 봉도 아이 데려다가 밤중에 옮긴 후에 장가들어 살리겠소 종적(군산월이)을 감추우고 풍악 중에 앉았으니 병사가 취한 후에 소리를 크게 하되 김교리(화자) 청직이(군산월)야 내 곁에 이리 오라 위령(違令-명령을 어김)을 못하여서 공손히 나아드니(군산월이) 손 내어라 다시 보자 어찌 그리 기이한고 총(말 꼬리털)모피 털토시에 옥수(군산월의 손)를 반만 내어 덥석 드리 쥐라할 제 빼치고 일어서니 계집(군산월)의 좁은 소견 미련코 매몰하다(쌀쌀하다) 사나이 모양으로 손 달라면 손을 주고 흔연(기쁘고 반갑게)하고 천연(자연스럽게)하면 위여위여(여자임이 밝혀지지 않고 대충 지나감) 하련마는 Ⓓ가뜩이 수상(殊常)하여 치보고 내려 보고 군관이나 기생이나 면면(얼굴)이 보던 차에 매몰이(매몰차게) 빼치는 양 제 버릇 없을소냐 병사가 눈치 알고(눈치를 채고) 몰랐노라 몰랐노라 김학사의 아내신 줄 내 정영 몰랐구나 만당(滿堂)이 대소(大笑)하고 뭇 기생이 달려드니 아까 섰던 남자몸이 계집 통정(通情-정을 통함) 하겠구나 양색단(兩色緞-빛깔이 서로 다른 실로 짠 비단) 두루막이 옥판(장식품으로 쓰는 옥 조각) 달아 애암쓰고 꽃밭에 섞여 앉아 노래를 받아 주니 청강(淸江)의 옥동(玉童-선녀)인가 화원의 범나비(비유-군산월을 말함)냐 닭 울며 일출(日出) 구경 망양정(望洋亭) 올라가니 금촉에 꽃이 피고 옥호(玉壺-옥으로 만든 술병)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동해(東海)를 건너보니 일색(日色)이 오르면서 당홍(唐紅-붉은)바다 되는구나 부상(扶桑-해 뜨는 곳)은 지척(咫尺)이오 일광(日光)은 술회로다 대풍악 잡아 쥐고 태산을 굽어보니 부유(蜉蝣-하루살이) 같은 이 내 몸이 성은(聖恩)도 망극하다 북관을 몰랐더면 군산월이 어찌 올까 병사를 이별하고 마천령(摩天嶺) 넘어간다 구름 위에 길을 두고 남여(藍輿)로 올라가니 군산월이 앞세우고 안전(眼前)에 꽃(비유-군산월)이 피고 군산월이 뒤세우면 후면에 선동(仙童-선녀, 군산월)이라
단천에 중화하고 북청읍 숙소(宿所)하니 반야에 깊은 정은 금석 같은 언약(言約)이오 태산 같은 인정이라 홍원에 중화하고 영흥읍에 숙소하니 본관이 나와 보고 밥 보내고 관대(款待-정성껏 대접함)하네 고을도 크거니와 기악(妓樂-기생과 악공)도 끔찍하다(굉장하구나) 대풍악 파한 후에 행절이만 잡아두니 행절이(기생) 거동보소 곱고도 고울시고 청수(淸秀-맑고 빼어남) 부용(芙蓉-연꽃) 평신이오 운우양대(雲雨陽臺-남녀의 만남) 태도로다 효두(曉頭-새벽 일찍)에 발행(發行)하여 고원(高原)을 들어가니 주수(州守-그 고을의 수령)의 반기는 양 내달아 손잡으며 경사를 만났구나 문천에 중화하고 원산 장터 숙소하니 명천이 천여 리요 서울이 육백 리라 주막집 깊은 밤에 밤 한경 새운 후에 계명시(鷄鳴時-닭이 울 때)에 소쇄(掃灑)하고 군산월을 깨워내니 몽롱한 해당화가 이슬에 휘젖는 듯 괴코도 아름답다-비유(군산월에 푹 빠진 화자의 모습) 유정(有情)하고 무정(無情)하다 옛일을 이를 게니 네(군산월) 잠간 들어봐라 이전에 장대장(張大將)이 제주목사 과만(瓜滿-지방 수령의 임기가 만료됨) 후에 정들었던 수청기생(守廳妓生) 버리고 나왔더니 바다를 건는 후에 차마 잊지 못하여서 배 잡고 다시 가서 기생을 불러내어 비수(匕首) 빼어 버힌(벤) 후에(허걱, 기생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구나, 그냥 죽이고 있구나) 돌아와 대장(大將) 되고 만고명인(萬古名人-유명인) 되었으니 나 본래 문관이라 무변[무관(武官)]과 다르기로 너를 도로 보내는 게 이것이 Ⓔ비수로다 내 본래 영남 있어 선비의 졸(拙-졸렬한)한 몸이 이천 리 기생 싣고 천고에 없는 호강 끝나게 하였으니 협기(挾妓-기생을 끼고)하고 서울 가면 분의(分義-분수)에 황송하고 모양이 고약하다 부디부디 잘 가거라 다시 볼 날 있으리라(분수와 체면을 생각해 군산월을 도로 명천으로 보내려는 화자) 군산월의 거동보소 깜짝이 놀라면서 원망(怨望)으로 하는 말이 버릴 심사 계셨으면 중간에 못하여서 어린 사람(자신, 군산월) 호려다가 사무친척(사방에 친척이라고는 없음) 외론 곳(외딴 곳)에 게발물어 던지시니 이런 일도 하나있가 나으리 성덕(聖德)으로 사랑이 배부르나 나으리 무정키로 풍전낙화(風前落花-바람에 떨어지는 꽃) 되었구나,(군산월의 대사) 오냐오냐 나의 뜻은 그렇지 아니하여 십리만 가잤더니 천리나 되었구나(화자의 대사) 저(군산월)도 부모 있는 고로 원리(遠離-멀리 이별함)한 심회(心懷)로서 Ⓕ웃으며 그리 하오 눈물로 그리 하오(군산월의 대사) 효색(曉色-새벽 빛)은 은은하고 추강(秋江)은 명랑한데 홍상(붉은 얼굴, 군산월)에 눈물 나려 학사두발(지은이 자신의 머리카락) 희겠구나 승교(乘轎-가마)에 담아내어 저 먼저 회송(回送-보내니)하니 천고에 악한 놈 나 하나뿐이로다(군산월을 보내는 아픈 마음) 말 타고 돌아서니 이목(耳目)에 삼삼하다 남자의 간장(肝腸)인들 인정(人情)이 없을소냐 이천 리 장풍류(군산월을 말함)를 일조에 놓쳤구나
풍정(風情-풍류의 정)도 잠간이라 흥진비래(興盡悲來-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닥쳐온다는 뜻) 되었구나 안변원(安邊員-안변의 수령)이 하는 말이 어찌 그리 무정하오 판관사도(判官使道-함경도 관찰사, 감사) 무섭던가 남의 눈이 무섭던가 장부(丈夫)의 헛된 간장 상하기 쉬우리라 내 기생 봉선이를 남복(男服)시켜 앞세우고 철령까지 동행하여 회포를 잊게 하소 봉선이를 불러드려 따라가라 분부하니 자색(姿色)이 옥골(玉骨)이라 군산월의 고은 모양 심중(心中)에 깊었으니 새낯(봉선이) 보고 잊을소냐(군산월을 잊을 수 없어 하는 화자) 풍설(風雪)이 아득한데 북천을 다시 보니 춘풍에 나는 꽃이 진흙에 구르다가 추천(秋天)의 외기러기 짝 없이 가는 이라 철령을 넘을 적에 봉선이(헉, 봉선이가 따라 왔네. 그럴 거면 군산월은 왜 보낸 거지)를 하직하고 에꾸즌 이 내 몸이 하는 것이 이별이라 조히(좋게, 잘) 있고 잘 가거라 다시 어찌 못 만나랴 남여로 내 넘으니 북도산천(함경도의 산천) 끝이 난다 서름도 지나가고 인정도 끝이 나고 풍류는 끝이 나고 남은 것이 귀흥(집으로 돌아가는 흥겨움)이라
회양에 중화하고 금화 금성 지난 후에 영평읍 들어가서 철원을 밟은 후에 포천읍 숙소하고 왕성(王城-한양)이 어디매뇨 귀흥이 도도하다 Ⓖ갈 적에 녹음방초(綠陰芳草-여름) 올 적에 풍설(겨울)이오 갈 적에 백의(白衣-죄인의 옷)러니 올 적에 청포(靑袍-푸른색의 관복)로다 적객(謫客-귀양객)이 어제러니 영주학사(瀛州學士-홍문관 교리(화자 자신)) 오늘이야-대조, 대구, 시간의 흐름 술 먹고 말을 타고 풍월(風月)도 절로 나고 산 넘고 물 건너며 노래로 예 왔구나 만사여생(萬死餘生-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모습) 이 몸이오 천고호걸 이 몸이라 축성령 넘어가니 삼각산(三角山-북한산) 반가와라 중천에 솟았으니 귀흥이 높아 있고 만수(萬樹-수많은 나무)에 상화(霜花-서리가 내려 꽃같이 보임) 피니 설상(雪霜-눈과 서리)이 Ⓗ춘광이라(봄빛처럼 화려하구나) 삼각(삼각산, 임금을 상징)에 재배하고 다락원 들어가니 관주인(원(院)에 설치된 여관의 주인) 마주 나와 웃음으로 반길시고 동대문 들어가니 성상(聖上-임금)님이 무강(無彊-건강함)할사
행장(行裝)을 다시 차려 고향으로 가올 적에 새재(문경새재)를 넘어서니 영남(嶺南)이 여기로다 오천서 밤새우고 가산에 들어오니 일촌(一村-마을 전체)이 무양(無恙-탈 없이 잘 있음)하여 이전 있던 행각(모습)이라 어린 것들 반갑구나 이끌고 안에 드니 애쓰던 늙은 아내 부끄러워 하는구나 어여쁠사 수득 어미(화자의 아내) 군산월이 네 왔더냐 박잔(박으로 만든 잔)에 술을 부어 마시고 취한 후에 삼천리 남북풍상(南北風霜-남북으로 다니며 겪은 고생) Ⓘ일장춘몽(一場春夢-봄날에 꾼 한바탕 꿈) 깨었구나 어와 김학사야 그릇타 한을 마라 남자의 천고사업(千古事業-오래 남을 훌륭한 일) 다 하고 왔느니라(화자가 자신에게 하는 말-자신을 위로하고 있음) 강호(江湖)에 편케 누워 태평에 놀게 되면 무슨 한이 또 있으며 구할 일이 없으리라 글 지어 기록하니 불러들 보신 후에 후세에 남자 되야 남자를 부러워말고 이 내 노릇 하게 되면 그 아니 상쾌할가
[문제]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부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 있다.
② 여정과 견문, 감상이 있는 기행문이라 할 수 있다.
③ 화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묘사와 서술이 돋보인다.
④ 대화와 서술을 통해 화자의 감정과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
⑤ 고달픈 유배 생활을 바탕으로 한 다른 유배 작품과 같이 유배지에서의 고통과 힘겨움이 잘 드러나 있다.
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홍진(紅塵)은 붉은 먼지의 뜻으로 귀양을 말함
② ㉡ : 부월(斧鉞)은 도끼의 뜻으로 형벌까지도 무릅쓰고 상소를 했다는 뜻
③ ㉢ : 임금 곁에서 홍문관 교리로 벼슬하던 화자를 말함
④ ㉣ : 나무가 너무 울창하여 햇빛이 막혀 어두워졌다는 뜻
⑤ ㉤ : 가난한 고을의 형편을 생각하고 불안하는 화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음
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화자의 처지와 같은 존재이다.
② ⓑ : 덩굴로 인해 햇빛이 차단되어 대낮이 밤중처럼 어둡다는 뜻이다.
③ ⓒ : 함경도 수령들이 화자를 융숭하게 대접한 이유이다.
④ ⓓ : 귀양을 온 사람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⑤ ⓔ : 귀양 올 때는 봄이었는데 지금은 서리가 내리는 가을임을 알 수 있다.
4.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너무 반가워서 화자가 자신을 미친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② ㉯ : 산 구경 가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화자를 설득하는 주인의 말이다.
③ ㉰ : 화자 입장에서 ‘당신’은 ‘본관사또’를 말하고 있다.
④ ㉱ : 비유법을 써서 ‘풀손’과 ‘금랑’은 군산월의 아름다운 손을 말하고 있다.
⑤ ㉲ : 기생인 매향과 군산월을 ‘선녀’에 빗대고 있다.
5.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모두 고르면?
① Ⓐ : 욕망을 가진 인간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② Ⓑ : 모든 사물에 정통한 사람으로 화자를 말하고 있다.
③ Ⓒ : 화자가 서울에 가서도 군산월을 가까이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④ Ⓓ : 남장을 한 군산월을 군장과 기생들이 수상하게 여겼다는 뜻이다.
⑤ Ⓔ : 날카로운 칼처럼 군산월이 화자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는 뜻이다.
⑥ Ⓕ : 돌아가라는 화자의 말을 따르는 군산월의 대사이다.
⑦ Ⓖ : 대조와 대구를 통해 귀양 올 때와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⑧ Ⓗ :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봄빛이 세상에 가득 찬 것을 표현하고 있다.
⑨ Ⓘ : 귀양의 여정에서 겪은 고생과 군산월과의 인연이 ‘봄날에 꾼 한바탕 꿈’이라는 것이다.
<정답과 해설> 1⑤-다른 유배가사와 달리 화자는 유배 과정과 유배지에서 풍류를 즐기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2④-구름과 안개 때문에 어둡다는 것이다.
3①-고향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은 화자의 처지와 대조되고 화자가 부러워하고 있다.
4③-본관사또의 말로 ‘당신’은 ‘화자’를 말한다.
5⑤-화자가 군산월을 돌려보내는 것이 ‘비수’라는 것이다.
⑧-눈과 서리가 봄빛처럼 화려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