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백전(梁山伯傳) - 작자 미상 바른♥국어
[줄거리와 구성]
·발단 : 적강(謫降-신선이 인간으로 태어남)해 명문거족의 집안에 출생해 자라던 양산 백과 추양대가 운향사에서 만나 동문수학하게 됨
·전개 : 남장하고 있던 추양대의 성(性)을 의심하던 양산백이 추양대가 여자임을 알게 됨.
이후 양산백은 추양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추양대는 후일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감.
·위기 : 추양대의 부친이 그녀를 강제로 심 재상의 아들과 정혼시키려 함. 양산백이 이를 알게 되나 추양대는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혼인하고 양산백도 집으로 돌아옴. ·절정 : 양산백이 상사병으로 죽자 이를 알게 된 추양대도 그의 무덤에 뛰어들어 함께 죽
음. 두 사람의 사연을 알게 된 옥황상제가 두 사람을 회생(回生-소생)시킴.
·결말 : 두 사람은 양가의 승낙 하에 부부가 되고 양산백이 문무 양과에 장원급제함. 양산 백은 오랑캐를 무찔러 그 공을 인정받아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승천함.
[핵심 정리]
*성격 : 전기적, 신비적, 염정적,
*특징 : ·서술자가 작중 상황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요약적으로 제시
·대화를 통해 상황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태도를 드러냄
·사실적, 구체적 표현이 두드러짐
·가달군의 침략에서, 명에 대한 불만과 소수 민족의 민족의식이 드러남.
·추 상서(가문 중시, 가부장적) ⇔대립⇔ 양산백, 추양대(사랑과 개인의 감정 중시)
*주제 : 죽음을 무릅쓴 여인의 사랑과 재생 후의 성취
[이해와 감상]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조선 영·정조 시대에 창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중국의 양축(梁祝) 설화를 소재로 하여 소설화한 작품이다. 중국의 설화는 사랑하는 남녀 두 주인공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이야기로 끝나지만,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다 두 사람의 재생하고 혼인해 사랑을 이루고, 양산백이 영웅적 활약을 펼쳐 입신양명하는 이야기가 덧붙어 있다. 그래서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크게 전반부의 염정담(艶情談-사랑 이야기)과 후반부의 군담(軍談-전쟁이야기)으로 나눌 수 있다. 두 이야기가 기계적으로 결합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적강 → 만남 → 이별 → 시련 → 사망 → 회생 → 극복 → 성취 →승천’이라는 서사(敍事-이야기) 흐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지문] 추양대에게는 이날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중대한 사건이 임박하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혼례를 치르기 며칠 전이었다. 그래서 그 중대한 행사를 위하여 바쁘게 돌아갔다. 벌써부터 경사스러운 준비를 하느라고 야단들이었다. 상대방 혼가(婚家-심 재상의 집)에서도 몇 사람인가 와 있는 듯하였다.
그러나 추양대 자신은 이러한 경사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기쁜 줄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기쁘기는커녕 절망하고, 절망이 넘쳐서 죽음을 각오하고까지 있었다. 추양대는 출가(결혼)를 강요당하는 것이었다. ▷심 재상 집으로 출가를 강요당하는 추양대의 처지
신랑은 성주 땅에 있는 심천이라는, 이름난 재상의 외아들이었다. 아버지의 벼슬이 재상이고 보니 부귀영화가 온 집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의랑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등과(登科-과거에 급제)해서 그 이름이 조야(朝野-조정과 민간)에 떨치고 있는 재주덩이였다. 그의 재주만 가지고도 십분 장래의 영화를 예측할 수 있었다. -편집자적 논평
그래서 자식의 백년 배필(아내)을 찾는 부모의 허영심은 클 대로 컸다.(편집자적 논평) 웬만한 규수는 쳐다보지도 않고, 문벌과 재치와 교양과 미모와 재산에 있어서 최고가 아니면 아니 되고, 군자가 애써서 바라는 요조숙녀가 아니면 아니 되었다.
이러한 고상한 취미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심 재상이 힘써서 간택한 결과 평강 땅에 있는 추 상서의 무남독녀 추양대가 제일 적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추 상서로 보더라도 명예가 아닐 수 없었다. ▷추양대가 심 재상 집으로 출가를 하게 된 경위(까닭)
이렇게 해서 매파(중매쟁이)가 오고가고, 양가의 통혼(通婚-두 집안 사이에 혼인 관계를 맺음)은 서로의 기쁨 속에 완전히 성공하였다. 그것은 매우 급속히 이루어졌다. 딸이 심 재상의 자제와 혼사를 반대하자 추 상서는 화를 내며 강제하였다.
“네 3년을 집을 떠나 공부는 유명무실(有名無實-이름만 그럴 듯하고 실속은 없음)하고 너 같은 불효녀를 두어 문호(門戶-가문)를 더럽힐 줄 어찌 알았으리오, 다시는 그런 욕된 말을 내지 말라.” -딸의 의견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더 생각하고 있음. 가부장적
하고, 딸이 양산백의 이야기를 하자 분격한 그는 언성을 높이며 호령하였다.
[A]【“규수의 몸으로 학업을 위하여 산간에 들어가옴이 그 죄 크오나, 이제 소녀가 고한 말씀은 예절에 마땅하온 바이거늘 어찌 문호에 욕된다 하시나이까. 비록 납폐지례(納幣之禮-혼례 때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푸른 비단과 붉은 비단을 보내는 일)는 없사오나 맹약(盟約-양산백과의 굳은 약속)이 있사오니 중도에 배반하오면 이 또한 절개를 지키지 않는 것이오니 바라건대 아버님께서는 이것을 숙찰(熟察-깊이 살핌)하소서.”[추양대는 효(孝)라는 유교적 가치를 들어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아버지에게 유교적 덕목(절개, 지조)을 들어 아버지를 설득하려 하고 있음] 추양대는 최후로 아버지에게 그렇게 선언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혼례 문제로 인한 추양대와 추 상서의 대립
그러나 추 상서의 결심은 대단하여 딸의 반대를 무시하고 혼사를 정해 버렸다. 아버지의 권위로 딸을 처리하자는 결심이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당연한 권리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혼사는 결정되어 납폐를 행하고, 이제는 길일(吉日-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혼사 준비를 위하여 양가는 서로가 바쁘게 돌아갔다. 추양대는 그것을 지켜보며, 그때가 오면 죽으리라 결심하였다. 부모의 뜻을 어기면 불효가 되고, 그 뜻을 받들면 자신의 가치는 없어져 실절(失節-절개를 지키지 못함)한 누명을 만대에 남긴다고, 순결한 그녀의 마음은 이 두 가지의 어려운 문제(진퇴양난, 진퇴유곡)를 놓고 밤낮으로 근심에 싸여 있었다.
▷애정과 효 사이에서 갈등하는 추양대
어느덧 혼례 일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문득 그녀에게 시비의 급한 전갈이 왔다. ‘남양 땅에 사는 양산백이라는 사람이 소저를 찾아왔노라.’라는 이야기였다. 추양대는 깜짝 놀라 누워 있던 자리에서 소스라쳐 일어나 앉았다.
운향사에서의 온갖 추억이 일시에 그녀의 기억 속에서 살아 올랐다.
그날 밤의 그 잊을 수 없던 일(양산백이 사랑을 고백한 일)이며, 공부하던 일이며, 의형제를 맺던 일이며, 편지를 써 두고 도망해 오던 일들이 주마등(走馬燈-돌아가는 대로 그림이 따라 돌아 보이는 등, 사물이 빨리 변함을 비유)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 아버지에게로 달려가서 양산백이 집 앞에 와 있음을 알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크게 화를 내어 하인을 불러 그 남양 땅에서 왔다는 소년 놈을 당장 내쫓으라고 호령하였다. 추양대는 울면서 아버지에게 애원하기를,
“아버님, 무슨 일이든 아버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사오니 불원천리(不遠千里-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음)를 찾아온 그 소년을 한 번만이라도 만나 보게만 해 주십시오.”
하였다. 추 상서는 마지막 딸의 애원이 너무나 간절해서 마지못하여 허락을 하였다. (중략)
▷집으로 방문한 양산백을 만나고자 하는 추양대
“첩이 운향사에 있을 때 부친이 이미 심 상서의 집과 청혼하였는지라, 일이 이렇게 되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나 스스로 몸을 버릴지라도(죽는다 할지라도) 구약(舊約-옛 약속)을 지키고자 하니, 낭군은 나 같은 인생을 생각하지 말고 타문(他門-다른 가문)에서 어진 숙녀를 취하여 백년을 동락(同樂-함께 즐거움을 누림)하소서.”
그녀의 눈에서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마치 안개 깊은 아침의 풀잎처럼 주르륵 주르륵 소리가 날 만큼 흘러내렸다.(생동감, 현장감) 양산백은 얼굴을 번쩍 쳐들어 말을 하려 하였으나, 그녀는 또 막으며 계속해서 말하였다.
“첩은 타일에 지하에 가서 낭군과 상봉을 비나이다.”-저승에서 재회하기를 바람
양산백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말이 목구멍에서 막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대는 고문대가(高門大家-높은 가문)의 군자를 맞이하여 백년동락하려니와 박명한 이 양생은 그대로 하여 황천(黃泉-저승)의 원객(怨客-원한 맺힌 귀신)을 면하지 못하리니 어찌 가련하지 아니하리오.”
“내 어찌 구약을 무신무의(無信無義-신용도 의리도 없음)하리요마는 창천(蒼天-푸른 하늘)이 우리를 업신여기사 차생(此生-이승, 현세)의 연분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니 누구를 한하리오[원망할 수 없다-수원수구(誰怨誰咎)]. 첩은 가히 구약을 지키려니와 군자는 일개 여자를 위하여 귀체(貴體-귀한 몸)를 버린다는 것은 만만불가(萬萬不可-절대로 불가)하니 바라건대 낭군은 천금 중신(千金重身-매우 중요한 몸)을 보중하사 불효를 깨치지 마소서.”
양산백의 눈에서는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루지 못하는 이 행복(추양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가 생각하니 더구나 미친 듯이 슬퍼졌다.
㉠양산백은 손을 잡은 채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파묻어 어린아이처럼 흐느껴 울었다. 추양대도 그의 등에 얼굴을 대고 울기 시작하였다.[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헤어져야만 하는 절망감] 불행한 연인들의 이 광경은 누가 옆에서 본다면 처량해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편집자적 논평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양산백과 추양대의 비극적 처지
[문제]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보기> ㉮ 공간의 이동과 함께 사건이 전개되는 국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서술자가 직접 인물들이 미래에 취할 태도에 대해 논평을 하고 있다.
㉰ 대화를 통해 상황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 서술자가 작중 상황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2. <보기>를 참조해 위 글을 감상한 의견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고전 소설에는 ‘양산백전’처럼 주인공의 탄생이 ‘천상(天上)에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 온다.’라는 적강(謫降) 화소(話素)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설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천상계→지상계→천상계’로 공간이 변화하며, 이 변화를 축으로 삼아 서사를 전개한다. 그런데 서사 전개 과정을 보면 적강한 인물들의 지상계에서의 생활은 고난으로 점철되어 있다. 고난은 인물들이 천상계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성숙의 과정이다. ‘양산백전’에서도 적강한 두 주인공 양산백과 추양대는 현실 세계에서의 고난을 겪고 뜻하는 바를 성취한 다음 천상계로 다시 승천(昇天)하고 있다.
① 무기력하고 세속적인 존재에서 신성하며 성숙한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양산백이 처한 고난의 상황들을 중심으로 보여 주고 있다.
② 주인공들과 대립적 관계에 있는 추 상서의 인물됨을 통해 인물들 간의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해소될 것인지를 암시하고 있다.
③ 주인공들이 개인의 자유로운 감정을 억압하는 가치관과 힘겹게 대립하도록 함으로써 주인공들의 성숙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④ 천상계 인물인 주인공들과 지상계 인물들 간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해소하는 과정을 통해 천상계와 지상계의 조화의 가능성을 부각하고 있다.
⑤ 추양대와 양산백의 죽음을 무릅쓰는 태도는 두 사람의 고난 극복 의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두 사람이 승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3. [A]의 말하기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영탄적인 어조를 사용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② 양산백을 향한 마음을 강조해 상대의 연민을 유발하고 있다.
③ 유교적 덕목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주장의 전제로 삼고 있다.
④ 자신의 잘잘못을 밝혀 부친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전망을 통해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4. ㉠의 ‘양산백’과 ‘추양대’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한 것은?
①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잇달아 불행한 처지에 놓이게 되어 서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②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헤어져야만 하는 처지로 인해 두 사람 모두 얼마나 절망감이 컸을까.
③ 긴장된 상황 속에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도 나누지 못하여 얼마나 많은 서글픔을 삭혔을까.
④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나아지지 않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의 상황 속에서 얼마나 많이 당황했을까.
⑤ 자신들의 사랑을 지지해 줄 사람을 찾았으나 결국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처지에 놓이게 되어 얼마나 많이 낙심했을까.
<정답> 1⑤ 2③ 3③ 4②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양산백과 추양대는 삼 년 동안 절에서 함께 공부하다 사랑에 빠져 혼인을 약속하였다. 그러나 추양대는 부모의 명에 의해 절에 있을 때 집안끼리 정혼한 심의량과 혼인하게 되었다. 이에 상심한 양산백이 추양대의 집을 찾아온다.
“그대는 고문대가(高門大家)의 군자를 맞이하여 백년동락하려니와 박명한 이 양생은 그대로 하여 황천(黃泉)의 원객(怨客)을 면하지 못하리니 어찌 가련하지 아니하리오.” / 소저 듣기를 다하고 덧붙여 왈,
“내 어찌 구약(舊約)을 무신무의(無信無義)하리요마는 창천(蒼天)이 우리를 업신여기사 차생(此生)의 연분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니 누구를 한하리오. 첩은 가히 구약을 지키려니와 군자는 일개 여자를 위하여 귀체(貴體)를 버린다는 것은 만만불가(萬萬不可)하니 바라건대 낭군은 천금중신(千金重身)을 보중하사 불효를 깨치지 마소서.”
하고 눈물이 비 오듯 하며 인하여 일어나 침소로 돌아가매, 상백이 어린 듯이 바라보다가 하릴없이(어쩔 수 없이) 창연히 돌아가니라.
차설, 소저 산백을 보낸 후 심신이 산란하여 주야 번민하더니, ⓐ일월이 무정하여 길일이 되어 심생이 위의를 차려 홍보금관에 수안백마로 추부에 이르니, 추 상서 이리하여 연회를 열어 친척 배객을 모아 심생을 맞아 견면지례(見面之禮-얼굴을 보는 예. 여기서는 혼인을 치렀음을 의미함)를 마친 후 신부 폐백함을 재촉하는지라. 소저 이날을 당하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지라,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進退維谷) 심중에 생각하되,
‘잔명이 아직 죽지 못하였은즉, 부모의 명을 거역하여 불효의 죄를 짓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임시방편으로 예식을 치르고 앞으로의 상황을 보아 일을 처리하리라.’
하여, 마음을 억누르며 약간 단장을 수식하고 신랑을 맞을 새 칠보찬연 중에 수색이 가득하매 음력 보름날 밤 밝은 달이 떼구름에 싸였는 듯, 일지 홍련이 안개 속에 잠겼는 듯, 선녀 자태와 풍화 용모 짐짓 장부의 간장을 사를러라. -편집자적 논평 ( 중략 )
산백이 병세 더욱 침중하여 황황하더니, 일일은 산백이 부모께 고 왈,
“소자 삼 년 공부하옵기는 입신양명하여 부모를 잘 모시고 문호를 빛내고자 함이러니, 괴이한 병이 들어 부모께 불효를 끼치오매 이제 구천지하(九天地下-저승)에 죄인이 되올지라. 인력으로 하올 바 아니오니, 다만 바라건대 부모는 불효자를 다시 생각지 말으시고 만수무강하소서. 추 씨를 다시 보지 못하온 한(恨)은 죽어도 풀리지 아니하올지라. 서찰 일봉을 이뤄 둘 것이오니, 소자 죽은 후에 서간을 추 씨께 전하여 한을 품고 죽은 것을 알게 하시고 소자의 시신을 추 씨 왕래하는 길가에 묻어 주시면, 죽은 혼백이라도 추 씨 얼굴을 다시 볼까 하나이다.” / 하고 말을 마치며 긴 탄식과 한 마디 말로 명이 다하니, 상서 부부 대성통곡 왈,
“우리 부부 만년(晩年-늦은 나이)에 너를 두었다가 의외의 정상을 당하매, 이제 누구를 바라고 세상에 일시나 머물리오.” / 하고 자로(자주) 기절하니, 좌우 구하여 인사를 차린 후 택일 안장할 새, 망자의 소원을 좇아 추 씨 신행하여 가는 길가에 장사하니 이곳은 본디 항림이라 하더라.
차시, 심생이 추 소저와 동네 어른 배한 후 신방에 들어가니, 소저 단장을 폐하고 침석에 엎어졌으매, 심생이 민망하여 좌우를 명하여 회유하나 종시 움직이지 아니하기로 심생이 괴이히 여겨 연고를 묻고자 할 즈음에 문득 공중에서 선녀 왈, -전기성
“추 소저는 바삐 신방으로 들어가라.” / 하니, 소저 그 소리를 듣고 비로소 몸을 일어 신방에 들어가는지라. 심생이 소저의 화용월태를 한번 보매 심신이 황홀하여 춘정을 이기지 못하여 정히 옥수를 이끌어 침상에 나아가고자 하더니, 홀연 공중으로서 붉은 옷을 입고 누른 관을 쓰며 백옥홀을 쥐고 왕연히 나려와 소저의 일신을 옹위하여 심생으로 감히 범치 못하게 하거늘, -헉, 심생이 약간 불쌍한 걸∼∼∼ 심생이 정신이 당황하여 갈팡질팡하고 한구석에 앉았더니 날이 밝아 오거늘, 소저 침소로 돌아가 침석에 누워 생각하되,
‘가련한 낭군(양산백)은 살아 나를 생각하는가, 죽어 나를 잊었는가. 외로운 이내 몸은 죽기도 임의로 못하고 낭군도 다시 못 보니 그 아니 설울손가. 아직은 내 몸을 더럽히지 아니하였으나 필경은 욕을 당할 것이니, 장차 어찌하리오.’ -양산백에 대한 절개를 지키려는 추양대
하고 탄식하며 생각하다가 잠깐 눈을 붙인즉, 사몽비몽간에 산백이 학을 타고 소저의 누운 곳으로 들어오거늘,(전기성) 소저 반겨 일어나 들입다 붙들고 문(問) 왈,
“낭군은 어디로조차 오시나뇨. 차세 다시 못 보고 죽을까 하였더니, 이제 상봉하매 죽어도 한이 없을까 하나이다.” / 한대, 산백이 눈물을 흘리며 왈,
“나는 그대로 말미암아 지하의 원혼이 되었거니와, 우리 백발 양친에게 불효를 끼치어 죽은 혼이라도 죄를 면치 못할지라. 그러하나 나 죽을 때에 부친께 청하여 낭자의 신행하여 가는 길가에 묻어 주시고, 한 봉서(편지)를 낭자에게 부쳐 주소서 하였으니, 낭자는 그 서간을 찾아보라.” / 하며 슬피 울거늘, 소저 그 말을 듣고 또한 체읍(涕泣-눈물을 흘리며 슬피 욺)하다가 놀라 깨달으니 침상일몽이라. 이에 일어나 슬퍼하며 왈,
“낭군은 남자로되 신(信)을 지키어 능히 죽었거늘, 나는 여자로서 오히려 그저 살았으니, 후일에 무슨 낯으로 양랑을 보리오.” / 하더니, 이후로부터 산백이 밤이면 소저와 침석을 한가지로 하여 즐기는지라. 일일은 소저 문 왈,
“㉠낭군은 어찌하여 낮이면 종적이 없고 밤이면 오시나뇨.”
산백이 탄식하며 왈, / “유명(幽明-저승과 이승)의 길이 다르기로 그러하거니와, 미구(未久-오래지 않아)에 백주(대낮)에도 다니며 즐기리라.” / 하더라.
㉡일일은 소저 문득 한 계교(‘양산백’을 만나기 위한 방법)를 생각하고 내당에 들어가 모친께 고 왈, / “㉢소녀 듣사온즉 부창부수(夫唱婦隨)는 삼종지의에 떳떳한 바라 하거늘,(시댁에 가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 소녀 군자(심생)와 성례한 지 이미 오래오되 시부모께 현알치 못하였사오니 시댁에 가고자 하나이다.”
한대, 상서 부부 대희하여 즉시 엄숙한 차림새로 갖춰 칠보금덩(칠보로 호화롭게 꾸민 가마)에 채의 시녀 옹위하여 시댁으로 보낼 새, 소저 하직 왈,
“㉣소녀 금일 슬하를 떠나오매 이후 자안(慈顔-인자하신 부모님의 얼굴)을 다시 뵈올 기약이 없사오니, 바라건대 부모는 만수무강하소서.” -산백을 따라 죽을 것을 결심하는 추양대
하거늘, 상서 부부 왈, / “㉤네 이제 신행하여 시댁으로 가거늘 어찌 불길한 말을 하여 나의 심사를 어지럽히느뇨.” -‘상서 부부’는 앞으로 ‘추양대’가 ‘양산백’을 뒤따라 죽을 것임을 예상하지 못하고 딸이 불길한 말을 해 불안해하고 있음. / 하더라.
[문제] 1. 위 글의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배경이 되는 시대 상황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② 인물의 내적 독백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③ 상징적 소재를 통해 인물 사이의 갈등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④ 비현실적 요소에 의해 사건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⑤ 서술의 초점을 한 인물에 맞추어 인물의 비범성을 드러내고 있다.
2.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양산백을 그리워하던 추양대는 시댁으로 가는 길에 양산백의 봉서를 받아 보고 그의 무덤에서 제사를 지낸다. 그러자 무지개가 비치며 양산백의 무덤이 갈라지고 추양대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위 글에서는 인물의 생각, 대화, 서술 등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예고하고 있다.
① ㉠ : ‘추양대’는 ‘양산백’과 다시 만나게 될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② ㉡ : ‘추양대’는 시댁에 가는 것을 ‘양산백’을 만나기 위한 계교로 삼고 있다.
③ ㉢ : ‘추양대’는 시댁에 가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④ ㉣ : ‘추양대’는 하직 인사를 하며 자신의 죽음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⑤ ㉤ : ‘상서 부부’는 앞으로 ‘추양대’가 ‘양산백’을 뒤따를 것임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3. <보기>를 참고로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고전 소설은 소설이 창작된 시대를 살았던 대중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관을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투영한다. ‘양산백전’에서 다루고 있는 당대의 중요한 가치관은 부모에 대한 ‘효(孝)’와 남녀 간의 애정을 지키려는 ‘절(節)’이다. 여기서 ‘절’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요구되는 서로 간의 의리를 말한다. 위 글에서 등장인물들 또한 자신들의 애정이 장애에 부딪힐 때 ‘효’와 ‘절’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① ‘추양대’는 부모의 명을 존중하여 ‘효’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양산백’을 잃게 되었다.
② ‘효’와 ‘절’ 사이에서 갈등하던 ‘추양대’는 혼사를 통해 우선 ‘효’를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③ ‘추양대’의 혼사 소식을 듣고도 애정을 버리지 않는 ‘양산백’은 ‘절’을 추구하다 목숨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④ ‘추양대’가 다니는 곳에 자신을 묻어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양산백’은 죽음 이후에도 ‘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⑤ 혼사를 치르기 전, 혼사를 치르고서 죽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으로 보아 ‘추양대’는 죽음을 통해 ‘효’를 추구하려 한다.
4. ‘추양대’의 입장에서 ⓐ의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고진감래(苦盡甘來) ② 수주대토(守株待兎) ③ 풍수지탄(風樹之嘆)
④ 사필귀정(事必歸正) ⑤ 진퇴유곡(進退維谷)
<정답과 해설> 1④ 2① 3⑤-죽는 것은 ‘절’을 추구하는 것이지 ‘효’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죽는 것은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불효다. 4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