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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질 - 박지원 (2012년 수능 출제)

작성자정법샘|작성시간11.09.19|조회수5,216 목록 댓글 0

 

                                                 호질(虎叱-호랑이의 꾸짖음) - 박지원

< 1부 줄거리 >

   1. 범은 지혜, 용기, 덕을 갖추었지만, 제일 강한 짐승은 아니다.

   2. 그러나 사람들은 범을 제일 무서워한다.

   3. 하루는 범이 창귀들을 불러 먹이를 의논한다.

   4. 창귀들이 의사, 무당, 선비를 먹이로 추천했으나, 범은 이자들은 거짓된 자들이므로 고기 맛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호랑이는 지덕문무(知德文武)를 겸비하였고, 자애롭고 효성이 지극하며, 슬기롭고 어질고 용맹하기로 이름이 높아 하늘 아래 당할 상대가 없다. 그러나 비위(狒胃-전설상의 동물)는 호랑이를 먹고, 죽우(竹牛)도 또한 호랑이를 먹으며, 박(駮)도 역시 호랑이를 먹고 산다. 또한 오색사자(五色獅子)는 큰 나무가 서 있는 산꼭대기에서 호랑이를 먹고, 자백(玆白)은 날아다니며 호랑이를 먹고 표견도 날아다니며 호랑이와 표범을 먹고, 황요(黃要)는 호랑이와 표범의 염통을 꺼내서 먹는다. 활(猾)은 뼈가 없으니 호랑이와 표범이 삼켜도 뱃속에서 그 간을 먹는다. 추이(酋耳)는 호랑이를 만나기만 하면 갈가리 찢어서 먹는다. -호랑이도 절대 강자는 아님(상대적 강자임) 호랑이는 맹용(전설상의 동물)을 만나면 눈을 감고 감히 바라보지 못하는데, 사람은 맹용은 두려워하지 않되 호랑이는 두려워한다. 그러니 호랑이의 위엄은 그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범이 개를 잡아먹으면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하고 범이 사람을 한번 잡아먹으면창귀(호랑이의 먹이를 찾아 준다는 못된 귀신들)굴각이 되어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살면서 범을 남의 집 부엌에 인도하여서 솥전을 핥으면 그 집 주인이 갑자기 시장기를 느껴 한밤중이라도 아내더러 밥을 지으라 하게 되면 두 번째로 그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러면 이올이란 귀신이 되어서 호랑이의 볼에 붙어 다니며 모든 것을 잘 살핀다. 만약 산골짜기에 이르러서 함정이 있으면 먼저 가서 위험이 없도록 차귀(덫, 올가미)를 풀어 놓는다. 호랑이가 세 번째로 사람을 잡아먹으면 육혼이란 귀신이 되어서 늘 턱에 붙어서 그가 평소에 잘 알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댄다.

어느 날 범이 이 세 귀신(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귀신-굴각, 이올, 육혼)을 불러 놓고 하는 말이, / "오늘도 곧 날이 저무는데 어디 가서 먹을 것을 구한단 말이냐."

하니 굴각이 대답하기를,

"제가 전에 점쳐 보았더니 뿔을 가진 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검은 머리를 가진 것(사람을 말함)이 눈 위에 발자국이 비틀비틀 성긴 걸음,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 꽁무니를 감추지 못하는 그런 놈(머리를 길게 땋은 사람)입니다."

하고 다음에 이올이 말하기를,

"동문(東門)에 먹을 것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의 이름은 의원(醫員)이라고 합니다. 의원(醫員)은 약초를 다루고 먹으니 그 고기도 별미(別味)인 줄로 아옵니다. 그리고 서문(西門)에도 먹음직스러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무당 계집입니다. 그 계집은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온갖 미태(媚態-아양을 부리는 태도)를 부리고 매일 목욕재계(沐浴齋戒-부정을 타지 않도록 목욕하고 몸가짐을 깨끗이 하는 일)를 하여 깨끗하고 맛있는 계집이오니 의원과 무당 계집 둘 중에서 골라서 잡수시길 바라옵니다."

하니, 범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도대체 의원이란 무엇인가? 의(醫)란 의(疑-의심할 의)가 아니더냐? -호질(언어유희를 통해 의원을 풍자하고 있음) 저 자신도 의심스러운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해마다 남의 목숨을 끊은 것이 몇 만이 넘는다. 또한 무당이란 것이 무엇이냐. '무(巫)란 무(誣-거짓으로 꾸미거나 속일 무)라고 하지 않더냐? -호질(언어유희를 통해 무당을 풍자하고 있음) 결국 무당이란 공연히 뭇 귀신을 속이고 사람들에게 거짓말만 하고 있으니 이로 인하여 터무니없이 목숨을 잃는 자가 해마다 수만이 되지 않느냐. 그래서 여러 사람의 노여움은 그들의 뼈 속에까지 스며들어 금잠(여러 사람의 노여움이 무당의 몸속에서 변한 벌레 이름)이란 벌레가 되어서 그들의 뼈 속에서 득실거리고 있단 말이야. 그러한 독기가 있는 것을 어떻게 먹는단 말이냐." -그러니 잡아먹을 수 없다는 말(작가는 호랑이의 입을 빌어 의원과 무당을 비판하고 있음)

했다. 이에 육혼이 또 말한다.

"어떤 고기가 저 숲속에 있사온데 그는 인자한 염통과 의기(義氣)로운 쓸개며 충성스런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志操)를 품었으며, 악(樂)은 머리 위에 이고 예(禮)는 신처럼 꿰고 다닌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입으로 제자백가(諸子百家-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여러 학파)의 말들을 외며,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그의 이름은 석덕지유(碩德之儒-큰 덕망을 지닌 유학자)라 하옵니다.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오미(五味-다섯 가지 맛,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를 갖추어 지녔답니다."

하였다. 범이 그제야 눈썹을 치켜세우고 침을 내리 흘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씽긋 웃으면서 말한다. / "짐(朕)이 이를 좀 더 상세히 듣고자 하니 자세히 말하라."

했다. 그러자 모든 창귀들-굴각, 이올, 육혼)이 서로 다투어 가며 범에게 말하였다.

"음·양(陰陽-일(日), 월(月))을 도(道)라 하옵는데, 저 (儒-유학자, 양반)가 이를 꿰뚫으며 오행(五行-우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기운: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이 서로 얽혀서 낳고 육기(六氣-음과 양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기운: 차고, 덥고, 마르고, 젖고, 바람 불고, 불타는 것)가 서로 이끌어 주는데, 저 유(儒)가 이를 조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먹어서 맛이 있는 것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으리라."

범이 이 말을 듣고 문득 추연히 낯빛을 붉히며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아니야, 저 음·양이란 것은 한 기운의 생성과 소멸에 불과하다거늘 그들이 두 가지를 겸했으니 그 고기가 잡(雜)될 것이며, -호질(유학자는 불결한 고기임) 오행이 각기 제 자리에 있어서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이제 그들이 구태여 자(子)·모(母)로 갈라서 심지어는 짜고 신맛을 들여서까지 분배시켰으니 그 맛이 순하지 못할 것이며, -호질(유학자는 질기고 억센 고기임) 육기는 스스로 행하는 것이어서 남이 이끌어줌을 기다릴 것이 없거늘 이제 그들이 망녕되이 재성·보상[재성천지지도 보상천지지의(財成天地之道 輔相天地之宜-천지의 도를 재단하여 이루고 천지의 마땅함을 돕는다)]이라 일컬어서 사사로이 제 공을 세우려 하니, 그것을 먹는다면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목구멍에 구역질이 나서 순하게 소화가 되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호질(유학자는 먹을 수 없는 고기이다) 하였다.

 

< 2부 줄거리 >

   5. 어느 고을에 존경받는 선비 북곽 선생과 열녀로 소문난 과부 동리자가 있었다.

   6. 어느 날 밤, 북곽 선생이 동리자와 방에서 희롱하다가 그녀의 성이 다른 다섯 아들에게 들켰다.

   7. 다섯 아들은 여우가 북곽 선생으로 둔갑하여 어머니를 유혹한다고 생각하여 이를 잡으려고 했다.

   8. 북곽 선생은 도망을 하다가 똥구덩이에 빠진다.

 

 정(鄭-중국에 있었던 나라 이름으로 풍습이 음란하고 문란했음)나라 어느 고을에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그는 나이 마흔에 손수 교정(校訂-책의 잘못된 글자나 글귀를 바르게 고침)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또 육경(六經-역경, 시경, 춘추, 예기, 악기 혹은 악기 대신 '주례'를 넣기도 함)의 뜻을 부연해서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천자(天子-황제)가 그의 행의(行義-행동과 뜻)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 고장 동쪽에는 동리자(東里子)라는 미모의 과부가 있었다.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동리과부지려'(東里寡婦之閭-동리자라는 과부의 마을)라고 정표(旌表-세상에 널리 알림)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 -위선적 인물, 표리부동, 양두구육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지껄이기를,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찌도 그리 북곽 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

하고 다섯 놈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은근히 북곽 선생을 유혹하는 동리자

하고 간청하매, 북곽 선생은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는 것이 아닌가.

鴛鴦在屛(원앙재병)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병풍에 그려져 있는 원앙새(원앙새는 부부간의 금슬이나 정다운 남녀를 상징함)

耿耿流螢(경경유형) 반딧불이 흐르는데(깊은 밤) 잠 못 이뤄(전전반측)

維鐔維錡(유심유기) 저기 저 가마솥 세발솥은

云維之型(운유지형)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①가마솥과 세발솥은 모양이 다르므로 성이 다른 다섯 아들을 비유적으로 표현(동리자에게 희롱하는 말로서 은근히 동리자를 유혹하는 북곽 선생). ②가마솥은 여성, 세발솥은 남성을 본떠 만들었다는 말(세상 모든 만물이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음양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세상이라는 말로 은근히 동리자를 유혹하는 북곽 선생). -샘이 봤을 때 ②번 해석이 더 타당한 것 같음)

興也(흥야) 흥야랴[흥(興)이란 육의(六義)의 하나. 시에서 나타내려는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는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 '흥야'란 위의 시구가 '흥'이라는 말임] -명망 있는 학자가 지은 시라는 것이 고작 여자를 은근히 유혹하고 희롱하는 말에 그치고 있는 것은 북곽 선생의 명성과 모순된 것으로 이는 북곽 선생을 희화하고 있는 장치. 위선적 인물, 표리부동, 양두구육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북곽 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대. 저건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 -다섯 아들은 북곽 선생이 아니라 여우라 믿고 있음(북곽 선생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하고 함께 의논했다.

"들으니 여우의 갓(가죽)을 얻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여우의 신(생식기를 말함. 어떤 번역은 ‘신발’로 표현)을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더라. 우리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도록 하자."

다섯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갔다. 북곽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모가지를 두 다리 사이로 들이박고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 3부 줄거리 >

     9. 구덩이에서 나온 북곽 선생이 범과 마주친다.

    10. 더럽다고 외면하는 범에게,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려 아첨하며 살려 주기를 간청한다.

    11. 범은 선비들의 잘못된 형식 논리, 인의(仁義)도 없고 잔혹한 인간의 소행 등을 장황하게 꾸짖는다.

    12. 북곽 선생은 꿇어앉아 오래도록 빌고 있다가, 머리를 들어 보고 범이 사라진 것을 안다.

    13. 새벽에 밭 갈러 나온 농부를 만나자, 다시 근엄한 선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간신히 기어올라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뜻밖에 범이 길목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범은 북곽 선생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코를 싸쥐고 외면을 했다.

"어허, 유자(儒者)여! 더럽다." -호질(위선적이고 더러운 유학자인 북곽 선생 비판)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범 앞으로 기어가서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우러러 아뢴다.

"호랑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대인(大人-행실이 바르고 덕이 높은 사람)은 그 변화를 본받고,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거룩하신 이름은 신령스런 용(龍)의 짝이 되는지라, -용호상박(龍虎相搏) 풍운(風-호랑이가 다스림-용이 다스림)이 조화를 부리시매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천한 신하로 북곽 자신을 말함)은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나이다."

범은 북곽 선생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아첨할 유)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호질(아첨만 하는 유학자 북곽 선생 풍자)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죄다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누가 곧이듣겠느냐? 천하의 원리는 하나뿐이다. 범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너희들의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오륜(五倫)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내내 사강(四綱-예·의·염·치)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도회지(도시)에 코 베이고, 발꿈치 짤리고, 얼굴에다 자자(刺字-문신)질하고(조선 시대 형벌이 매우 잔인했군) 다니는 것들은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형벌 도구)를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이로 보면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범의 도리가 어찌 광명정대(光明正大-밝고 바름)하지 않은가.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노루나 사슴은 은혜가 없고 소나 말은 유공(有功-공이 있음, 즉 고기와 운송수단으로 사람들이 이용함)하기 때문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다 저버리고 날마다 도살하여 푸줏간을 채우고(인간들이 결국은 잡아먹음)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더구나. 심지어 우리의 먹이인 노루와 사슴까지 사냥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죽어서 나의 밥이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도(盜-도둑)라 하고,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적(賊-강도)이라 하나니,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심한 놈은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옛날 돈에는 가운데 구멍이 났는데, 이를 공방형 또는 가형이라 일컬었다함),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은즉(옛날 중국의 오기란 사람은 장수가 되기 위해 자기의 아내를 죽였다고 함)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벌을 막고 꿀을 따며, 심한 놈은 개미 새끼를 젓 담아서(헐~ 개미 새끼 젓까지 있었다니 대단한 걸) 조상에게 바치니 잔인무도한 것이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너희가 이(理-동양 철학에서 우주를 이루는 본체를 가리키는 말)를 말하고 성(性-동양 철학에서 사람이나 사물이 지닌 본바탕을 가리키는 말)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의 소명(所命-명령, 명한 바)으로 보자면 범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 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사람을 말함)이 되지 않겠는가?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큰 강도)이 아니겠는가? 범이 일찍이 표범을 안 잡아먹는 것은 동류를 차마 그럴 수 없어서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이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으며,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사람이 서로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다. 지난해 관중(關中-중국의 섬서성의 지명)이 크게 가물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헉~, 이런 잔인무도한 중국인들), 전해에는 산동(山東-중국 동부 연해의 지명)에 홍수가 나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헉~, 이런 잔인무도한 중국인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잡아먹기로야 춘추(春秋) 시대(중국) 같은 때가 있었을까? 춘추 시대에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그래서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버려진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범의 세계는 큰물(홍수)과 가뭄의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원수도 공덕(功德)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무(巫)와 의(醫)의 간사함에 속지 않고,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세속(世俗)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이것이 곧 범이 예성(睿聖-지덕이 높고 사리에 밝음)한 것이다. 우리 몸의 얼룩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족히 문채(文彩-글의 무늬, 글의 광택)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종이(宗彛-종묘의 제향 때 쓰는 술그릇으로 범의 그림이 그려져 있음)와 유준(猶尊-술그릇으로 꼬리가 긴 원숭이의 모양을 그려 넣음)은 효(孝)를 천하에 넓힌 것이며, -조상이나 부모님께 술잔을 올리는 것을 효라 말함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청마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대궁(먹이)을 남겨 주니 그 인(仁)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굶주린 자를 잡아먹지 않고, 병든 자를 잡아먹지 않고,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그 의로운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너희들(사람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새그물·노루 망(網)·큰그물·고기그물·수레그물·삼태그물 따위의 온갖 그물을 만들어 냈으니,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그 위에 또 가지각색의 창이며 칼 등속에다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천지에 불꽃을 쏟아 벼락 치는 것보다 무섭다.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아교에 붙여 이라는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그 모양은 대추씨 같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먹물)에 적셔서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시창 같고, 곧은 것은 화살 같고,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붓을 말함)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붓의 폐단을 가리킴. 서로 글로써 다른 사람을 헐뜯고 공격하는 모양을 비꼰 것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俯伏)해서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맹자(孟子)에 일렀으되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목욕재계(沐浴齋戒-부정을 타지 않도록 목욕하고 몸가짐을 깨끗이 하는 일)하면 상제(上帝-옥황상제)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천한 신하로 북곽 자신을 말함)은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니다."

북곽 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아무 동정이 없기에 참으로 황공해서 절하고 조아리다가 머리를 들어 우러러보니, 이미 먼동이 터 주위가 밝아오는데 범은 간 곳이 없었다. 그 때 새벽 일찍 밭 갈러 나온 농부(북곽 선생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가 있었다.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북곽 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성현(聖賢)의 말씀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하셨느니라." -자신의 행동이 하늘을 공경하고 땅을 조심하는 것이라고 변명하며 다시 근엄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북곽 선생(표리부동, 위선적 인물)

 

[핵심 정리]

*연대 : 조선 영조 때

*갈래 : 한문 소설, 단편 소설, 풍자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우의적, 풍자적, 순차적 구성

*주제 : 양반 계급의 허위적이고, 이중적인 도덕관을 통렬하게 풍자적으로 비판

*특징 : 인간의 부정적 모습을 희화화하고 있고,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고 있고, 서술자의 개입을 통해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으며, 가상의 존재를 등장시키는 환상적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박지원이 지은 '열하일기(熱河日記)'의 '관내정사(關內程史)' 속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북곽 선생은 도학(道學)이 높고 인격이 고매(高邁)하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었으며, 동리자는 수절 과부로 절행(節行)이 뛰어나 천자가 칭찬하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은 위선적 인물을 대표하는 북곽과 동리자를 내세워 당시의 양반 계급, 즉 다수 선비들의 부패한 도덕관념을 풍자하여 비판한 작품으로, 도덕과 인격이 높다고 소문난 북곽(양반 계급)은 결국 '여우'같은 인물이요, 온 몸에 똥을 칠한 더러운 인간이며, 끝까지 위선과 허세를 부리는 이중적인 인간임을 고발하고 있다.

또한 그 정절로써 천자와 제후들에게까지 우러름을 받는 동리자에겐 성이 다른 아이들이 다섯이나 있었으니, 그녀는 실은 음부(淫婦)였고, 과부의 다섯 아들이 모두 성이 다르다고 비꼰 것은 겉모습, 혹은 세상의 평판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음을 통렬히 풍자한 것이다. 또 북곽 선생은 이런 동리자와 밤에 밀회를 가졌으니, 그 역시 위선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북곽 선생은 아이들에게 여우로 몰려 곤욕을 당하고, 다시 똥구덩이에 빠졌다가 호랑이에게 질책을 당하고, 마지막으로 새벽에 만난 농부 앞에서 또 위선적인 행동을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도덕이 높다고 소문난 북곽 선생이 결국은 여우같은 인간이요, 온 몸에 똥을 칠한 더러운 인간이요, 끝까지 위선을 버리지 못한 파렴치한 인간이라는 것을 고발, 풍자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유학자의 위선과 아첨, 인간의 탐욕스러움을 호랑이라는 동물의 입을 빌려 질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 참고 ]

* "범"의 성격 : 이 작품의 범은 단순히 의인화된 동물이 아니라, 인격화되고 성화된 존재이다. 범은 선비로 대표되는 인간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주동적 인물이며,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영적 동물로서 연암을 대변하는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라, 제3부에 등장하여 인간을 직접 질타함으로써 작품의 유기적 구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질타의 대상

 제1부에서는 인간의 가치를 범의 먹거리로서 평가하고 있다. 사람의 상투를 짐승의 꼬리와 동일시함으로써 인간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고 나서 범은 의사, 무당, 선비를 먹이의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그들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다. 의사나 무당이나 선비는 모두 혹세무민(惑世誣民)을 일삼는 자들이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것이다.

 제2부에서는 위선적 인간의 모습이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존경받는 북곽 선생과 열녀로 칭송되는 동리자는 조선 사회가 숭상해 오던 인간상들이다. 그러나 북곽 선생은 과부의 집을 드나드는 바람둥이이고, 동리자는 성이 다른 아들을 다섯이나 둔 부정한 여인이다. 여기에서 조선 사회의 이중성, 허위성이 여지없이 폭로된 것이다. 특히, 북곽 선생이 똥구덩이에 빠진 것은 선비의 실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해학적으로 형상화한 부분이다. 북곽 선생이 똥과 동일시됨으로써, 그의 추한 모습이 분명하게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대중들은 이들의 명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동리자의 다섯 아들은 어머니의 방 안에 있는 남자가 북곽 선생일 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우가 둔갑하여 동리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이 작품은 북곽 선생과 동리자의 위선에 대한 풍자에 그치지 않고, 동리자의 다섯 아들을 포함한 고을 사람 전체의 어리석음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제3부에서는 제1부에 등장했던 범이 북곽 선생과 만난다. 여기에서는 똥과 동일시된 선비의 위선이 범의 입을 통해 직접 표현된다. 그런데, 범은 자신들의 자연스럽고 정직한 세계와 대비시켜 가면서, 선비의 위선과 허위를 지나 인간의 비정, 부도덕까지 비판의 범위를 넓혀 나간다. 그러나 새벽에 북곽 선생을 만난 농부는 눈앞에 나타난 이중적 선비의 모습을 간파하지 못한다. 선량하되 타자나 세계의 진실에 눈뜨지 못한 어리석은 대중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북곽 선생은 밤의 모습에서 다시 근엄한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범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마치 허생의 신랄한 비판에도 불고하고 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위정자들의 모습과 같이 평면적 인물들이다.

 

[문제]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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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鄭)나라 어느 고을에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그는 나이 마흔에 손수 교정(校正)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또 육경(六經)의 뜻을 부연해서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오천 권이었다.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나) 그 고장 동쪽에는 동리자(東里子)라는 미모의 과부가 있었다.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동리과부지려’(東里寡婦之閭)라고 정표(旌表)해 주기도 했다.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

(다) 다섯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삽는데, 오늘 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하고 간청하니, 북곽 선생은 옷깃을 바로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었다.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 반딧불이 흐르는데 잠 못 이뤄

저기 저 가마솥 세발솥은 /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흥야(興也)라.

(라) 다섯 아들들이 서로 소근대기를,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과부의 문을 함부로 들지 않는다.’ 하였다. 북곽 선생과 같은 점잖은 어른이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가 있겠나. 우리 고을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다는데,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저건 그 여우란 놈이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고 함께 의논했다.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아양을 잘 부려서 남의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다더라. 우리 저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도록 하자.”

(마) 다섯 아이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 갔다. 북곽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 볼까 겁이 나서, 모가지를 두 다리 사이로 박고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그 구덩이에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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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바른 것은?

 ① 서술자가 사건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② 서술자는 양반 사회를 전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한다.

 ③ 모순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④ 독자로 하여금 등장인물의 행위를 비웃도록 유도한다.

 ⑤ 과장된 표현을 통해 주인공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2. 이 글에서 풍자의 대상으로 가장 거리가 먼 것은?

 ① 다섯 아들들          ② 북곽 선생             ③ 동리자                    ④ 제후                       ⑤ 천자

 

3. (가)-(마) 중, 북곽 선생의 위선이 극적인 행동으로 잘 나타나 있는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4. (가)와 (나)에 표현된 북곽 선생과 동리자의 모습과 관련되는 속담은?

 ① 제 코가 석 자                         ② 우물 안 개구리                         ③ 빛 좋은 개살구

④ 개천에서 용 난다.                    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5. 북곽 선생의 학문을 지은이의 관점에서 비판한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곡학아세(曲學阿世)                 ② 공리공론(空理空論)                  ③ 촌철살인(寸鐵殺人)

 ④ 과유불급(過猶不及)                 ⑤ 견강부회(牽强附會)

6. 작가가 북곽 선생으로 대표되는 양반 계층의 위선을 비판하기 위하여 사용한 두 가지 사물을 찾아 쓰라.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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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내 듣건대 유(儒)는 ‘아첨한다’는 뜻의 ‘유(諛)’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惡名)을 죄다 나에게 덥어씌우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面前)에서 아첨을 떠는구나. 누가 곧이듣겠느냐. 천하의 원리는 하나뿐이다. 너희의 떠드는 천 가지 소리, 만 가지 소리는 오륜(五倫)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내내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도회지에 코 베이고, 발꿈치 잘리고, 얼굴에다 먹물 들이고 다니는 것들은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形具)를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이로 보면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나)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이 본래 명(命)한 것으로 보면 범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만물의 하나이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 누에, 벌, 개미, 및 사람이 다 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다)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함이 부족하여, 이에 부드러운 털을 입으로 쪽 빨아 다듬어서 아교에 붙여 ㉢붓[筆]이라는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그 모양은 대추씨 같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종횡으로 치고 찔러대는데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곧은 것은 화살 같고,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를 한 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라)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서 머리를 재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맹자(孟子)에 일렀으되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목욕 재계(沐浴齋戒)하면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감히 바람 밑에 있사옵니다.”

북곽 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오랫동안 아무 동정이 없기에, 참으로 황공해서 절하고 조아리다가 머리를 들어 우러러보니, 이미 먼동이 터 주위가 밝아 오는데 범은 간 곳이 없었다.

(마) 그 때, 새벽 일찍 밭을 갈러 나온 농부가 있었다.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치성(致誠)을 드리고 계십니까?”

북곽 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성현(聖賢)의 말씀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 하셨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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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마) 중, 북곽 선생의 ‘이중적 성격’이 표면화된 문단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8. (가)-(마) 중, ‘곡학아세(曲學阿世)’와 관련이 깊은 문단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9. ㉠과 표현법이 같은 것은?

 ① 창(窓) 내고쟈 창을 내고쟈 이 내 가슴에 창을 내고쟈

 ② 얘, 누가 찾아 왔나 보다. 그 누구냐? 대가리꼴 하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거야.

 ③ 얘야, 밤낮 주야로 오매불망, 올망졸망하고 기다리던 네 서방인지 남방인지 거지 신세 되어 찾아 왔다.

 ④ 요망한 별주부야, 네 내 말을 들어라. 강보에 싸인 아이 감히 어른을 능멸하니 이는 이른바 범 모르는 하룻강아지로다.

 ⑤ 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험 위에 치달아 앉아 건넌 산 바라보니 백송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금즉하여 풀떡 뛰어 내닫다가 두험 아래 자빠지거고.

 

10. ㉡에서 비판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과 관계 깊은 것은?

 ① 면종복배(面從腹背)                   ② 지록위마(指鹿爲馬)                   ③ 배은망덕(背恩忘德)

 ④ 조변석개(朝變夕改)                   ⑤ 동족방뇨(凍足放尿)

 

11. ㉢의 원관념을 쓰라.

 

12. ⓐ-ⓔ 중,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정답>

1.④ 2.① 3.⑤ 4.③ 5.② 6.여우, 똥 7.⑤ 8.③ 9.③ 10.①

11.지식, 또는 학식 12.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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