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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 이강백

작성자바른샘|작성시간12.12.11|조회수6,694 목록 댓글 0

 

                                            파수꾼 - 이강백(李康白, 1947∼)                                         바른국어

[줄거리]

 이리 떼의 습격을 미리 알리기 위해 세 명의 파수꾼이 망루에서 들판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다'는 이리 떼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파수꾼들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소년은 이리 떼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촌장이 나타나 소년을 설득한다. 촌장은 사실은 이리 떼가 없지만, 이리 떼가 나타난다는 거짓 정보도 때로는 '마을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년에게 말한다. 소년은 거듭 따지지만 촌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점차 소년조차 거짓말에 동조하게 한다. 소년은 다시금 제자리에서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인 양철북을 두드리는 일을 하게 된다.

 

[구성]

*발단 : 편지를 받고 촌장은 소년 파수꾼을 찾아옴. (만남)

*전개 : 소년 파수꾼이 말한 이리 떼가 없음을 촌장은 인정함(소년 파수꾼의 승리)

*위기 :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하루 연기해서 알리기로 함 (촌장의 설득)

*하강 : 그러기 위해서 소년 파수꾼이 오늘 거짓말을 해야 함(소년 파수꾼의 타협)

*대단원 : 소년 파수꾼이 거짓말을 한 뒤 그는 망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됨. (촌장의 승리)

 

[등장인물]

*이리 :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 적대 세력 1970년대를 상황으로 보아서는 ‘북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촌장 :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 왜곡마저도 서슴지 않는, 교활하고 위선적인 권력자를 상징한다.

*파수꾼 가 · 나 : 독재 권력의 지배 질서를 합리화하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하수인, 또는 권력의 나팔수라고 할 수 있다.

*파수꾼 다 : 처음에는 독재 권력에 저항하여 진실을 추구하지만, 결국은 지배자의 회유에 굴복하고 마는 나약한 지식인이다.

*마을사람들 : 독재 권력과 하수인에게 기만당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우매한 민중을 상징한다.

 

[핵심 정리]

*형식 : 희곡, 단막극, 풍자극           *성격 : 현실 풍자적, 교훈적, 상징적, 우화적

*표현 : 상징적. 우화적   *제재 : 파수꾼의 위선,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

*특징 : ①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림    ② 상징성이 강한 인물과 소재 사용

           ③ ‘양치기 소년과 이리'라는 우화 형식을 빌려 당대의 정치 상황을 풍자하고 권력의 위선과 허위를 폭로한 작품이다.

*주제 : 진실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의 비극 또는 진실을 향한 열망

*이강백(李康白, 1947∼) 극작가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함. 극단 ‘가교(架橋)'의 일원으로 현대 사회의 모순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희곡을 많이 씀. 주요 작품, <파수꾼>, <보석과 여인>, <알>, <우리들의 세상>, <쥬라기의 사람들>, <북어 대가리>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 정책'을 향한 통렬한 풍자이다. 들판 저 너머에는 흰구름만 있을 뿐 이리 떼라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난다'라는 공포 속에서 평화를 유지한다는 아이러니의 상황이 계속된다. 그러던 중 한 파수꾼에 의해 알려진 진실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가상의 적이 필요하다는 촌장의 설득으로 철저하게 무시된다. 이렇듯 진실은 외면되고 청년 파수꾼도 굴레의 테두리에서 봉사하게 된다. 독자는 처음에는 파수꾼에게 연민을 느끼며 그 역시 희생자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는다. 그러나 결국 파수꾼의 나약함을 목격하고는 진실을 끝까지 밝히지 못하는 모습에 분노마저 치솟는 것이다. 그리고는 진실의 의미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용기의 중요성을 함께 깨닫게 된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진실을 용기 있게 외치는 고통보다는 지배자의 달콤한 유혹을 선택하는 소년의 모습이 극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우화적 기법은 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나 내용을 상징적으로 함축해 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올바른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우화(寓話)의 의미와 변용

 우화(寓話)란 동식물을 인격화하여 인간적인 상황이나 인간의 행동이 묘사된다. 도덕적인 교훈이 담겨 있으며, 그 분위기가 아이러니(반어적)하거나 현실적이며 때때로 풍자적이기도 하다. 동식물에 관습적이고 전형적인 인간의 성격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우화의 주제는 일상생활의 상식적인 도덕적 교훈이다. 주로 미래의 가상적인 커다란 이익을 기대하여 현재의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어리석음, 약한 자가 강한 자처럼 행동하려다가 낭패를 보는 어리석음 등 주로 무모함을 극화시키거나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연구 문제]

1.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과 이리'라는 우화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점을 말해 보자. -파수꾼과 ‘양치기 소년과 이리’는 진실의 왜곡과 그로 인한 결과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세부족인 내용을 비교해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먼저, 진실을 왜곡하는 주체가 ‘양치기 소년과 이리’에서는 ‘소년’이지만, ‘파수꾼’에서는 소년이 아니라 ‘촌장’이다. ‘파수꾼’에서는 ‘소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원작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현상적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촌장의 말대로 마을의 질서를 유지시켜 온 원동력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촌장의 거짓말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으로, 심심풀이로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의 경우와는 다르다. 결과 면에서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은 자신의 피해로 이어졌지만, ‘촌장’의 거짓말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피해자가 된다. 거짓말로 인한 피해가 ‘양치기 소년’의 경우에 비해 더 크고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2. 이 작품은 권위주의 시대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하여, 작자가 우화적인 장치를 사용한 이유와 그 효과에 대해 말해보자. -이 작품은 권위주의에 의해 통치되던 1970년대 하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1970년대 체제 유지를 위해 거짓말을 일삼던 당시의 안보 정책과 지배 권력에 관한 것이다. 철책 저 너머에는 흰 구름만 있을 뿐 이리 떼라고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쳐 국민들을 위협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하여 독재 권력을 유지하던 억압적 권력에 대한 풍자인 것이다.

이 작품이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지 않고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억압적인 시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시기는 일제 시대와 같이 이중적인 검열 제도가 횡행하던 시기로, 권력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되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우화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당대 권력의 위선적인 실체를 건드려 보고자 한 매우 의욕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화적인 시도는 인물을 간의 첨예한 갈등과 투쟁으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켜 나가는 일반적인 형태의 극 양식에 비해 극적인 효과가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대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다면, 관객들은 우화라는 상징적 장치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우화적인 장치가 가지는 연극적 의미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망루 아래에서 마을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리의 습격을 막기 위한 임무를 배우던 소년 파수꾼 ‘다’는 어느 날 망루에 올라가게 되고 울타리 너머에는 이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촌장 : 얘야, 이리(거짓)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진실)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 뭐라구?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는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구,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구, 양철북도 두들기구,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구 함께 외치세요. / 촌장 : 그래, 외치마.

: 아, 이젠 됐어요!(단순하고 순진한 파수꾼 다

촌장 :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구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 뭘 망설이시죠?

촌장 : 아냐, 아무것두……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간사하고 교활한 성격이 드러남)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 살인이라구요? / 촌장 :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얘,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의도 확대의 오류, 동정심에 호소)

: 아니에요, 그건! / 촌장 : 아니라구?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 거야.

: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 촌장 :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구,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구,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얘,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역공격, 공포심 유발, 의도확대의 오류)

: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

: 꼭 약속하시는 거죠? / 촌장 : 물론 약속하지. / : 정말이죠. 정말?

촌장 :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 또,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보면 달아나구 없어요.

촌장 :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 :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구 싶었는데…….

촌장 :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 중략 >

촌장 : (관객들을 향해) 어서 오십시오, 주민 여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꾼입니다. 저기 빙긋 웃고 있는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림없지요? 네,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아니면 흰 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파수꾼 ‘다’,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나’가 근심스럽게 좇아간다. / : 얘야, 괜찮겠니?

: …… 네. / :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인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응? / 촌장 :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 이리 떼다! 이리 떼가 몰려온다!

 

1. 위 글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은?

 ① 촌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리에 대한 진실을 숨겼다.      ② 파수꾼 ‘나’는 촌장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인물이다.

 ③ 파수꾼 ‘다’는 파수꾼이라는 신분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④ 마을 사람들은 파수꾼 ‘다’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망루로 왔다.

 ⑤ 식량 운반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오기 전부터 파수꾼 ‘다’를 알고 있었다.

 

2. <보기>에 대한 학생의 대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선생님 : 선생님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철학자 벤담이 말한 바 있는 ‘파놉티콘’을 떠올렸어요. 파놉티콘은 바깥쪽에 높고 긴 담이 둘러쳐진 원형(圓形)의 감옥이에요. 감옥 중앙의 이층으로 되어 있는 감시용 탑에서는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지만, 수감자들은 감시자의 행동을 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수감자들은 완벽하게 격리되는 거예요. 자, 여러분! 이 작품과 파놉티콘을 연관 짓는다면 어떤 상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① ‘마을 사람들’과 ‘수감자들’은 ‘촌장’과 ‘감시자’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② ‘파수꾼’과 ‘감시자’가 내부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교류할 수 없다는 공통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③ ‘마을’과 ‘감옥’ 모두 권력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④ ‘망루’와 ‘감시용 탑’ 모두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장치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⑤ ‘울타리’와 달리 감옥의 ‘담’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넘나들 수 없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보기>는 위 글에 나타난 파수꾼 ‘다’의 태도 변화를 도식화한 것이다. 변화의 계기로 ㉮와 ㉯에 들어갈 내용을 적절하게 묶은 것은?

<보기> 촌장이 부여한 임무를 그대로 수행함

                             ↓ ㉮

          자신의 생각대로 할 것을 촌장에게 요구함

                             ↓ ㉯

          어쩔 수 없이 촌장의 의도를 따름

   

                       ㉮                                                      ㉯

 ① 흰 구름을 보고 속은 것을 깨달음                  촌장이 약속한 말을 믿음

 ② 황야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함                    마을의 미래에 대해 걱정함

 ③ 과중한 업무에 부담을 느낌                          촌장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함

 ④ 이리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남                       촌장에 대해 공포를 느낌

 ⑤ 늙은 파수꾼을 보며 연민의 정을 느낌            끔찍한 상상에 두려움을 느낌

 

4. ⓐ~ⓔ에 담겨 있는 촌장의 발화 의도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동의하는 듯한 말로 파수꾼 ‘다’를 방심하게 한다.      ② ⓑ : 자신의 속마음을 넌지시 파수꾼 ‘다’에게 알린다.

 ③ ⓒ : 파수꾼 ‘다’의 감정을 자극하여 동정심을 유발한다.    ④ ⓓ : 파수꾼 ‘다’에게서 자신이 기대한 반응을 유도한다.

 ⑤ ⓔ : 이리가 곧 잡힐 것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한다.

 

<정답> 1③ - 이 글에서는 울타리로 고립된 마을의 상황 뒤에 숨은 진실을 알게 된 파수꾼 ‘다’와 권력자인 촌장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파수꾼 ‘다’는 처음에 자신의 직분을 그대로 수행했지만 우연히 울타리 너머에 이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신적 갈등 상황을 겪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 이리를 경계하는 파수꾼의 역할은 무의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③에 제시된 사실은 적절하지 않다.[오답체크] ② 지문에 제시된 촌장의 첫 번째 대사에서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고 말한 것과 제시된 지문의 후반부에서 파수꾼 ‘나’가 들어온 이후 촌장에게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물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2①-<보기>는 파놉티콘이라는 감옥의 형태에 대한 설명이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파놉티콘은 담으로 싸여 있고, 중앙에 탑이 있으며 감시자에 의해 수감자들이 철저히 통제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파놉티콘과 마을의 상황을 비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가장 적절한 대답은 ①이다. 울타리 안에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은 권력자인 촌장의 실체를 모르고 있으며,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은 권력을 갖고 있는 감시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답체크] ② 이 글에서 파수꾼은 마을 내부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마을은 권력자인 촌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다. ④ 망루는 마을의 외부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이다. ⑤ 마을의 울타리 역시 감옥의 담처럼 장애물의 작용을 한다.

3①-<보기>는 이 글에 제시된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파수꾼 ‘다’의 태도 변화를 도식화한 자료이다. <보기>에 따르면 파수꾼 ‘다’는 세 단계의 변화 과정을 거치는데, 처음에는 촌장의 명령에 따라 파수꾼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우연히 울타리 바깥에 이리가 없고 흰 구름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파수꾼 ‘다’는 촌장에게 이 비밀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촌장은 회유의 방법으로 파수꾼 ‘다’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며, 특히 비밀이 밝혀질 경우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는 말로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파수꾼 ‘다’는 촌장의 약속을 믿고 다음날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겠다는 촌장의 약속을 따르고 만다.

4⑤ - 이 글에서 촌장은 파수꾼 ‘다’를 회유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말하기를 사용한다. 그런데 ⓔ의 전후 상황은 촌장이 파수꾼 ‘다’의 마음을 돌려 비밀을 폭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이후이다. 그러므로 촌장은 다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파수꾼 ‘나’와 마을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 이런 심리와 관련지을 때, ⓔ에서 촌장은 이리가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 거짓으로 말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오답체크] ① 촌장은 파수꾼 ‘다’에 대해 공감하는 듯한 태도로 방심하게 만들고 있다. ② 촌장은 이리 떼의 존재를 숨기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기는 마음을 살짝 내비치고 있다. ③ 촌장은 자신의 죽음을 말함으로써 파수꾼 ‘다’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있다. ④ 촌장은 파수꾼 ‘다’의 행동 변화를 위해 의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문제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 파수꾼 가 :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나’는 확신 있게 양철북을 두드린다. ‘파수꾼 다’는 여느 때와는 달리 침착하게 일어선다. 그리고 담요를 벗어 네모반듯하게 갠 다음 식탁 위에 놓는다. 그는 북을 두드리는 ‘파수꾼 나’를 바라보면서 몹시 안타까운 표정이 된다.

파수꾼 가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 파수꾼 다 : 정말 이리가 있다구 믿으세요?

파수꾼 나 : 보렴, 방금도 이리 떼가 오질 않았니?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양철북을 치며 평생을 보냈겠느냐? 서운하다. 아무리 아픈 애라지만 너무 심한 말을 하는구나.

파수꾼 다 : 죄송해요. 하지만 어쩜 그 많은 나날을 단 한 번도 의심 없이 보내셨어요?

파수꾼 나 : 넌 그렇게도 무섭니, 이리가? / 파수꾼 다 : 오히려 이리가 있다구 믿었던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땐 숨기라도 했으니까요. 땅에 엎드리면 아늑하게 느껴졌어요. 지금은요, 이리가 없으니 땅에 엎드려야 아무 소용 없구요, 양철북도 쓸모가 없게 됐어요. 오직 이제는 제가 본 그 사실만을 말하고 싶어요.

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 검은 옷차림.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도.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 중략 >

촌장 :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습디다. / 파수꾼 나 :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 파수꾼 나 : 드디어 잡는군요!

‘파수꾼 나’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파수꾼 다’에게 보인다.

촌장 : 이것, 네가 보낸 거니? / 파수꾼 다 : 네, 촌장님.

촌장 :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 달라구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더라.

파수꾼 다 : 도끼는 왜 들고 와요? / 촌장 : 망루를 부순다고 그런단다.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이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고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파수꾼 다 :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 촌장 :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파수꾼 다 :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 촌장 : 난 알고 있지.

파수꾼 다 :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촌장 :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 파수꾼 다 :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는데 그게 더 좋아요?

촌장 :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1.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극중 시간의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                     ② 공간적 배경은 황야에 위치한 마을이다.

 ③ 무대 밖의 사건이 무대 내의 사건에 영향을 준다.   ④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협력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⑤ 중심 갈등은 ‘파수꾼 나’와 ‘파수꾼 다’ 사이에 나타난다.

 

2. <보기>를 참조하여 [A]를 서사극으로 공연하기 위한 의견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정통 연극은 무대의 모든 사건과 인물이 현실 그대로라는 것을 강조한다. 무대 위의 햄릿은 진짜 햄릿이지 특정한 배우가 아니며 무대 위의 상황도 현실의 상황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서사극은 현실과 극중 상황을 분리하여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에게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연극’일 뿐이다. 그리고 그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서사극에서는 ‘낯설게 하기’의 기법을 활용하여, 일부러 무대 장치를 노출하기도 하고 배우가 관객에게 극중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① 무대의 배경 그림이나 망루를 실감 나게 제작한다.

 ② 배우들의 표정에서 내면이 잘 드러나도록 조명을 활용한다.

 ③ ‘촌장’이 해설자의 역할도 맡고 있다는 점을 관객이 알게 한다.

 ④ 파수꾼들에게 각각 고유한 이름을 부여하여 개성을 드러낸다.

 ⑤ ‘파수꾼 다’는 역할에 어울리는 연기로 관객의 연민을 이끌어낸다.

 

3. 위 글의 [팻말]과 [딸기]에 대한 해석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딸기’는 본연의 직무에 충실한 파수꾼에게 촌장이 제공하는 보상을 뜻한다.

 ② ‘팻말’은 촌장이 지난날을 돌아보며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③ ‘팻말’은 명분 뒤에 숨겨진 ‘딸기’라는 실리를 촌장이 차지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④ ‘팻말’은 이리 떼라는 위협으로부터 ‘딸기’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⑤ ‘딸기’는 ‘팻말’이라는 금기와 이리 떼라는 위협 아래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나타낸다.

 

4. ‘촌장’과 ‘다’가 나눈 대화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로 적절한 것은?

 ① ‘다’는 촌장을 속이기 위해 아는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② ‘다’는 촌장이 진실을 알면서도 감추어 왔기 때문에 분노하게 된 것 같아.

 ③ ‘다’가 진심을 담아서 말한 것이 촌장을 감동시켜 촌장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아.

 ④ ‘다’는 촌장의 말투가 온화하고 부드러워서 더 촌장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

 ⑤ ‘다’의 말을 촌장이 결국 인정하면서 촌장 자신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아.

 

5. 윗글은 1970년대의 정치 상황을 우화적으로 풍자한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윗글을 바탕으로 당시의 정치 상황을 추론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허위 공포를 조장한 ‘촌장’처럼, 당시 권력도 국가의 위기를 과장해서 국민을 통제했나 봐.

 ② 진실한 정보를 접하고 도끼까지 들고 온 ‘마을 사람들’처럼, 당시에도 불의한 권력에 맞서 항쟁한 민중들이 있었나 봐.

 ③ 진실을 알고 있는 ‘다’마저 회유에 넘어간 것을 보면, 개인이 국가 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나 봐.

 ④ 개인의 편지를 중간에 읽고 퍼뜨린 ‘운반인’처럼, 사생활을 검열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권력의 기관원들이 존재했나 봐.

 ⑤ 진실 여부를 떠나 충직하게 임무를 수행한 ‘가’와 ‘나’처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권력이 유지되는 데 이용당한 사람도 적지 않았나 봐.

 

<정답> 1③ - [파수꾼 다]가 마을에 전한 쪽지 내용이 [촌장]과 [파수꾼 다]와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오답체크] ① 극 중의 시간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 ② 중심배경은 마을로부터 떨어진 망루이다. 파수꾼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밖에서 망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④ [파수꾼 다]와 [파수꾼 나]․[촌장] 사이의 갈등이 드러난다. ⑤ 중심 갈등은 진실을 밝히려는 [파수꾼 다]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촌장] 사이의 갈등이다.

2③-<보기>에서 서사극에서는 낯설게 하기의 방법으로 배우가 관객에게 극중 상황을 설명한다고 하였다. [촌장]은 배우로 상황을 설명하면 이 내용에 부합한다. [오답체크] ①, ②, ⑤는 <보기>에서 현실과 극중 상황을 분리한다는 서사극의 특성과 어긋난다. 이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④는 인물의 고유한 이름을 부여하면 사실성이 더 잘 드러나게 된다.

3③-가상의 적인 이리 떼를 내세워 마을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명분을 내세워 그 결과물로 ‘딸기’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오답체크] ① 파수꾼의 본연의 임무는 이리 떼를 지키는 것이고 ‘딸기’는 그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다. ② ‘팻말’은 마을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적이 필요하다는 거짓정보를 상징한다. ④ ‘팻말’은 있지도 않은 이리떼를 통해 마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어 체재를 유지하려는 비열한 방법을 나타낸 것이지 공동체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⑤ 거짓된 정보에 이용당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지 희망은 아니다.           4②          5④

 

[문제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촌장 :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습디다. / 파수꾼 나 :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 파수꾼 나 : 드디어 잡는군요!

파수꾼 나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파수꾼 다에게 보인다.

촌장 : 이것, 네가 보낸 거니? / 파수꾼 다 : , 촌장님.

촌장 :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져온 운반인이 도중에서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넌 나 혼자만을 와 달라구 하지 않았니?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어떤 사람은 도끼까지 들고 온다더라.

파수꾼 다 : 도끼는 왜 들고 와요?

촌장 : 망루를 부순다고 그런단다. ‘이리 떼는 없구, 흰 구름뿐.’ 이것이 구호처럼 외쳐지고 있어.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 파수꾼 다 :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니? / 파수꾼 다 :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 촌장 : 난 알고 있지.

파수꾼 다 :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촌장 :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 파수꾼 다 :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는데 그게 더 좋아요?

촌장 :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진실)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 뭐라구?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는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구,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구, 양철북도 두들기구,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구 함께 외치세요. / 촌장 : 그래, 외치마.

: , 이젠 됐어요!(단순하고 순진한 파수꾼 다)

촌장 :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구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 : 뭘 망설이시죠?

촌장 : 아냐, 아무것두……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간사하고 교활한 성격이 드러남)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 살인이라구요? / 촌장 :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의도 확대의 오류, 동정심에 호소)

: 아니에요, 그건! / 촌장 : 아니라구?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 거야.

: ,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구,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구,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역공격, 공포심 유발, 의도확대의 오류)

: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 촌장 :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

: 꼭 약속하시는 거죠? / 촌장 : 물론 약속하지.

: 정말이죠. 정말? / 촌장 :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가 들어온다.

: ,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보면 달아나구 없어요.

촌장 :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 :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구 싶었는데…….

촌장 :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 : (촌장에게 안겨 있는 다를 가리키며)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촌장 : , 열이 있는 것 같군요.  / :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어요.

촌장 :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 줘야 하는 건데. (다에게) 얘야, 난 널 좋아해. 아픈 것 빨리 좀 나아주렴.

: (힘없이 웃으며) ……고마워요. / : (관객석 쪽으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죠?

촌장 : 마을 사람들이지요.  / : 마을 사람들요?

촌장 : (관객들을 향해-서사극적 성격, 관객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극을 관람함) 어서 오십시오, 주민 여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꾼입니다. 저기 빙긋 웃고 있는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림없지요? ,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아니면 흰 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파수꾼 ’,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가 근심스럽게 좇아간다.

: 얘야, 괜찮겠니? / : …… .

: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인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

촌장 :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 이리 떼다!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는 신이 나서 양철 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이 운반인의 처벌을 의논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을 물어뜯으러 옵니다.

망루 위에서 파수꾼 가 내려온다.

: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은 몰랐구나. / 촌장 :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다.

 

1. ‘촌장가 나눈 대화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로 적절한 것은?

 ① 는 촌장을 속이기 위해 아는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② 는 촌장이 진실을 알면서도 감추어 왔기 때문에 분노하게 된 것 같아.

 ③ 가 진심을 담아서 말한 것이 촌장을 감동시켜 촌장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아.

 ④ 는 촌장의 말투가 온화하고 부드러워서 더 촌장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아.

 ⑤ 의 말을 촌장이 결국 인정하면서 촌장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아.

 

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촌장이 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를 멀리 보내려고 한 거짓말이다.

 ② ㉡ : 사람들이 의 편지 내용을 듣고 촌장에게 속았다고 생각해서 항의를 하는 것이다.

 ③ ㉢ : 촌장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바라는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④ ㉣ : 촌장은 진실을 밝히려는 의 태도를 젊은 날에 잠시 겪는 과정쯤으로 여기고 있다.

 ⑤ ㉤ : 촌장은 주민들을 다시 속이는 데 성공한 후 다시는 진실을 말하는 이가 없도록 하기 위해 처벌하려 하는 것이다.

 

3. 윗글은 1970년대의 정치 상황을 우화적으로 풍자한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윗글을 바탕으로 당시의 정치 상황을 추론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허위 공포를 조장한 촌장처럼, 당시 권력도 국가의 위기를 과장해서 국민을 통제했나 봐.

 ② 진실한 정보를 접하고 도끼까지 들고 온 마을 사람들처럼, 당시에도 불의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나 봐.

 ③ 진실을 알고 있는 마저 회유에 넘어간 것을 보면, 개인이 국가 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킨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나 봐.

 ④ 개인의 편지를 중간에 읽고 퍼뜨린 운반인처럼, 사생활을 검열하고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권력 기관원들이 존재했나 봐.

 ⑤ 진실 여부를 떠나 충직하게 임무를 수행한 처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권력이 유지되는 데 이용당한 사람도 적지 않았나 봐.

 

4. ‘촌장파수꾼 다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 말하기 방식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지위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지켜지고 있는 질서와 안정의 효용성을 언급한다.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언급함으로써 동정심을 자극한다마을의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척하며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

 

5. 위 작품을 통해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자 할 때, 그 대상으로 어울리는 상황은?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       구세대가 자신의 권위를 내세워 신세대들을 억압하려는 상황

독재자가 내부의 갈등을 막기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상황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줄 모르고 정서가 메말라 가는 상황

인종 차별주의자가 그릇된 편견을 바탕으로 인종 차별을 일삼는 상황

 

6. 위 글을 공연으로 제작하기 위한 연출자의 생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촌장의 교활한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는 누가 적절할까?

파수꾼 다가 겪는 내면적인 갈등을 어떻게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이 촌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드러낼 사건은 뭐가 좋을까?

파수꾼 다를 걱정해 주는 파수꾼 나의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도록 연기자에게 주문해야겠어.

군중들이 망루 위의 파수꾼 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음향이나 조명에 신경써야겠어.

 

7.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보기> 사회를 보는 관점으로 크게 기능론적 관점갈등론적 관점을 들 수 있다. 기능론적 관점에서는 사회 구조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과정으로 사회화를 규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는 유지, 존속된다고 본다. 반면 갈등론적 관점에서 본 사회화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들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를 교묘하게 학습시켜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① ㉠에서는 파수꾼 ’는 양철북 소리를 사회악의 하나로 간주하겠군.

② ㉠에서는 운반인의 떠벌림 또한 사회화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겠군.

③ ㉡에서 딸기는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지배층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겠군.

④ ㉡에서 흰 구름은 촌장과 파수꾼들에 의해 질서가 유지되는 모습의 상징이겠군.

⑤ ㉠에서 으로 관점이 전환되는 계기가 파수꾼 의 긴 침묵이겠군.

 

8. 파수꾼 ’의 마지막 행동을 <보기>와 같이 이해한다고 할 때, 그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인물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 (그 상황에서 인물은 어떤 선택을 하였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선택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 (그 선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① ⓐ :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이들과 대면하고 있다.

② ⓑ : 이리 떼가 몰려온다고 소리치며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

③ ⓒ : 사회의 질서를 중시하는 촌장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④ ⓓ : 사람들이 더 이상 속지 않겠다며 촌장과 파수꾼을 공격할 것이다.

⑤ ⓔ : 허위의식을 통해 얻은 집단의 안정이 과연 진정한 평화일지 더 깊이 고민했어야 한다.

 

                                                                                       <정답> 1②   2③    3④    4①    5③    6③    7③    8

 

[문제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바람 소리? 아니면 이리 떼가 몰려오는 소리일까? 무서워지는데. 난 어쩌면 좋아! (잠든 파수꾼 에게 다가간다.) 아니, 깨울 순 없어. 좀 더 주무시도록 해야지. (의 얼굴을 램프 불빛에 비추어 보며) 이 주름진 얼굴, 햇빛과 바람에 거칠어진 피부, 근심 많은 분이 잠드신 것을……그런데 무섭다구 깨운다는 건 염치없는 짓일 겁니다. 황야는 어젯밤보다 수천 배나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난 외톨이에요. 지금 내가 얼마나 쓸쓸한지 아시겠지요? 하지만요, 주무십시오. 어떻게 난 견뎌 보겠어요. (잠든 나에게 담요를 벗어 주고 물러난다.) 왜 새벽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울까? 손발이 얼어붙는 걸. 이럴 때 말야, 이리 떼가 와서 덤벼들면 난 꼼짝없이 죽겠지? 반항 한 번 못하고 죽는 건 억울해. 여기 계신 파수꾼님도 당하고 말 거야. 그리고 마을의 가축들은? 그 순한 양이며 염소들은 지금 곤한 잠을 잘 텐데? 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리 떼 밥이 되겠다. , 무서워! (식탁으로 뛰어갔다가 멈칫 서서) 아니, 주무십시오. 난 견디겠어요. (사이, 얼굴 표정이 밝아지며) 그래, 괜한 걱정을 했군. 망루 위에 파수꾼이 계시잖아. 그분은 잠들지 않았을 거야. 그분이 이리 떼를 감시할 테니까, 안심해도 돼. (망루 위를 향하여) 망루 위의 파수꾼님, 눈을 뜨고 계셔요? ……왜 대답이 없으시죠? (침묵) 망루 위의 파수꾼님, 당신마저? 당신까지 잠드셨군요! ……나 혼자다. 눈을 뜨고 있는 건 난 혼자뿐야. ……바람 소리? 아니면 이리 떼가 몰려오는 소릴까? 아무래도 수상해. 난 어쩌면 좋지? 그래, 망루 위에 올라가자. 눈을 뜬 건 나뿐이잖아. 내가 이리떼를 감시해야지.

파수꾼 는 양철북을 메고 망루 위로 올라간다. 는 여느 때와 같은 부동자세. 는 숨어들 듯 가의 등 뒤에 서서 황야를 바라본다. 사이.

: 아름다워라. 새벽의 황야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 :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기겁하듯 놀란다. 망루 아래로 급히 내려온다. 그는 양철북을 두드리려고 하지만, 겁에 질린 듯이 헛치기만 한다. 그는 땅에 엎드린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 흐유! (망루 위를 향하여) 이리 뗀 정말 다 물러갔나요? 대답해 주세요. (침묵) 왜 말이 없으시죠? 잠드셨군요? 파수꾼님, 당신은 또 잠드셨군요?

파수꾼 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 이리 떼만 없다면 이곳은 얼마나 평화로운 곳일까? 지평선 저 멀리 하늘가를 좀 봐. 하얀 구름이 흘러가네. 사이

: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황급히 망루 아래로 내려와 엎드린다. 그러나 어떤 의아로움이 두려움 속에서 생겨난다. 그는 망설이듯 일어나 망루 위에 올라가 사방을 바라본다.

: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는 망루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는 와 황야를 번갈아 바라본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긴 침묵. 밝아지는 아침. 식탁 위의 석유램프 불빛은 희미해졌다. 파수꾼 가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너무 잤다는 듯이 흠칫 놀라며, 그는 램프 불을 끈다. 그리고 뒤돌아서다가 망루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다를 발견하다.

: 잘 잤니? / : (힘없이) …….

: , 어디 아픈 게 아니냐? / : ……아뇨.

: 날 일찍 깨우지 않고. (다의 이마를 짚어 보며) 열이 많다. 담요를 덮지 않아서 그래. 난 괜찮대두 날 덮어 주었구나.

: 아뇨. 담요는 밤새껏 제 차지였어요. 새벽 무렵에야 덮어 드린 걸요.

: 아무래도 너 아픈 것 같다. (의 몸을 담요로 감싸 주며) 몸을 덮혀라.

: (방치해 둔 이리 덫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저 덫으로 흰 구름을 잡나요?

: ? 흰 구름을? / : . 하늘의 흰 구름을요. / : 구름을 어떻게 덫으로 잡니?

: 그래요. 구름은 흘러가는 거예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서 고요히 흘러만 가요. 이리 덫으론 잡을 수 없죠.

: 헛소릴 하는구나. . 몸을 덥히고 있으면 곧 나을 거야. (덫을 어깨에 짊어지고) 아침이 됐으니 덤불 속도 훤해졌겠지. 그럼 덫 놓구 오마.    < 중략 >

: 뭘 망설이시죠? / 촌장 : 아냐, 아무것두……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 살인이라구요?

[A]촌장 :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 아니에요, 그건! / 촌장 : 아니라구?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 거야.

: , 그렇게 말씀하세요. / 촌장 :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구,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구,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 :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테니.

: 꼭 약속하시는 거죠? / 촌장 : 물론 약속하지.

: 정말이죠. 정말? / 촌장 :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1. [A]를 통해 알 수 있는 촌장의 말하기 방식에 해당하는 것은?

상대방에 모르는 진실을 새롭게 밝히고 있다.               다수와 타협하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포심과 동정심을 유발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상대방에게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고 있다.

도덕성과 정의감을 우선시하며 가치 판단을 수정하도록 이끌고 있다.

 

2. 윗글에서 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파수꾼 는 잠꼬대를 하는 것일까?              파수꾼 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파수꾼 는 혹시 잠든 척하는 것이 아닐까?   파수꾼 는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닐까?

파수꾼 는 이리 떼가 덤벼들면 어떻게 행동할까?

 

3. <보기>와 관련하여 윗글의 소재가 의미하는 바를 파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알레고리(allegory)란 우의(寓意)와 동일한 의미로, 추상적 관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구체적인 대상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문학의 형식이다. 하나의 관념적 주제를 말하기 위하여 유사성을 적절히 암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조 관념을 사용하여 주제를 나타내거나 풍자한다. 이 작품 역시 체제 안정을 명분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외부로부터의 긴장 관계를 지속하던 시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양철북 : 대중의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을 의미한다.

마을 사람들 :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떠는 어리석은 대중들을 의미한다.

이리 떼 : 위선적인 권력이 체제 유지를 위해 내세운 가공의 적을 의미한다.

도끼 : 겉모습과 달리 시민들에게 폭력성과 이중성이 내재함을 의미한다.

흰 구름 : 실체가 없는 이리 떼의 진실로, 망루 밖 세상은 자유롭고 평화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망루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파수꾼 에게는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다.         파수꾼 에게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자유의 공간이다.

파수꾼 에게는 공포와 아름다움이 병존하는 공간이다.   촌장에게는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정당화해 주는 공간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5.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이 작품에서 핵심 공간은 망루, 황야, 그리고 마을이다. 물리적으로 본다면 이 공간들은 무대 안과 밖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공간들은 이리 떼라는 정보의 전달로 연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분리되기도 하며, 이로 인해 다양한 사건이 발생한다.

① ⓒ에 있는 사람들은 에서 전달되는 정보로 인해 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군.

무대 안의 에 의해 무대 밖의 에 대한 정보가 무대 밖의 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고 볼 수 있군.

촌장은 에 대한 진실된 정보가 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볼 수 있군.

④ ⓐ를 통해 촌장은 의 사람들에게 에 대한 거짓 정보를 조장하나 파수꾼 는 진실된 정보를 알리려 한다고 볼 수 있군.

⑤ ⓐ에 대한 정보가 위와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있다는 점에서 와 연결되어 있으나 의 사람들에게는 차단되어 있다는 점에서 와는 분할되어 있다고 할 수 있군.

 

<정답> 1③   2②   3- ‘도끼는 촌장이 파수꾼 를 설득하여 진실을 왜곡하기 위해 과장해서 위협하는 소재이다.     4

              5-정보가 도 단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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