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서막
펠로 전쟁에서는 유명한 코씨 삼형제가 등장한다.
코린토스인의 핏줄로 탄생한 이들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마 이들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다.
맏형 코린토스는 전쟁의 기획에서 연출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였고
둘째 시라쿠사는 불가능했던 전쟁의 판도를 뒤집었으며
막내 코르키라는 전쟁의 규모를 대형화 시키는데 일익하였다.
한 마디로 코씨 삼형제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형제들이 남다른 우애를 발휘한 것도 아니다.
철저히 자신만을 위해 움직였으나 그 유전적 성향은 완전한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상대의 불행을 위해서는 어떠한 짓도 서슴치 않는다.
둘째 싸움은 좋아하지만 늘 누군가를 앞에 세워야 한다.
셋째 음모와 공작은 우리 가문의 전통이다.
자 지금부터 이들 형제들의 활약이 본격화 될 것이다.
기원전 434년, 드디어 코씨 형제들이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에피담노스에서 패배한 코린토스가 재군비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자 당황한 코르키라가 서둘러 아테네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테네는 여전히 그들을 반기지 않았다.
실망한 코르키라는 마지막으로 경고를 날렸다.
“당신들은 지금 300대의 함대를 가지고 있소.
그러나 200대의 함대를 가진 코린토스가 우리의 함대를 병합한다면
당신들의 해상 지위는 크게 위협받을 것이오"
이 경고는 아테네 지도부를 뒤흔들었다.
"당신들의 함대가 지금 얼마쯤 되오?"
"우리는 뛰어난 건조술로 120대의 함대를 준비해 놨소"
"그렇다면 그리스의 해상 지위가 뒤바뀌겠군!"
"그렇소. 하지만 그 반대가 된다면 당신들은 두 배의 전력을 갖게 될 것이오"
결국 아테네는 코르키라의 동맹 제안을 받아 들였다.
이로써 강력한 해상국 코르키라가 민주정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이것은 아테네가 코르키라의 꾐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테네는 이를 알고도 나름의 계산 때문에 움직인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은 식민지 확보를 위한 독무대를 원하고 있었다.
아테네는 110대의 함대를 선발대로 하여 코르카라로 출항시켰다.
이 소식을 들은 코린토스는 재빨리 메가라와 엘리스를 끌어 들였고
150대의 함대를 준비하여 코르키라의 길목으로 갔다.
곧 양측의 함대가 마주치게 되었고 시보타 전투가 벌어졌다.
해상전투에선 아테네가 우월했으므로 코린토스의 함대가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교묘한 유인작전이었다.
뒤늦게 이것을 깨달은 아테네가 빠져 나오려 했지만 이미 포위된 상태였다.
그래도 아테네는 무작정 도망친게 아니었다.
노련하게 전열을 가다듬으며 후퇴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게다가 멀리서 100여대의 함대가 지원부대로 달려오고 있었다.
코린토스는 1차전 승리만 챙기고 서둘러 철수해 버렸다.
그래도 패배는 패배였고 아테네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여기서 비운의 나라 엘리스가 등장한다.
이 나라는 민주정 국가였지만 불행히도 펠로 반도에 속해 있다.
이 반도는 스파르타와 코린토스를 중심으로 한 과두정의 소굴이다.
이 소굴에서 약소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알아서 기는 거였다.
또 이 반도에는 민주정 국가가 두 개나 더 있다.
민주정 클럽의 2인자 아르고스와 약소국 만티네아다.
역사가들은 이들을 가리켜 펠로 전쟁의 '3대 지못미'라 부른다.
순박한 시골 아낙네 같은 이들은 이 전쟁에서 정말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아무튼 시보타 전투를 계기로 펠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 전쟁은 27년 동안 벌어지게 되며 그리스 전체를 황폐화 시킨다.
포티다이아의 음모
그 해 아테네에 속한 포티다이아라는 도시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정치체제는 과두정이었고 목표는 민주정 클럽의 이탈이었다.
포티다이아의 밀사가 코린토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얼마전 시보타 전투에서 승리한 코린토스가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 믿었다.
코린토스는 당연히 이들을 반겼다. 게다가 스파르타의 지원 약속까지 받아주었다.
용기를 얻은 포티다이아는 독립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정보를 입수한 아테네는 포티다이아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요새구축과 무기제조의 금지 그리고 관련자 소환이었다.
포티다이아는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하던 일을 계속 진행시켰다.
아테네가 북쪽의 불온한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남쪽에선 못된 메가라가 국경 부근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었다.
최근까지 국경부근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눈감아 주고 있었는데
이번엔 아예 국경 안쪽까지 들어와 버젓이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이들은 코린토스를 도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았는가.
아테네는 분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예상외의 강수를 두었다.
단호한 금수조치가 담긴 메가라 법령이었다.
통보를 받은 메가라는 깜짝 놀랐다.
아테네와의 무역 단절은 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메가라는 아테네와 가장 인접해 있었고 경제 의존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이 조치는 거미줄처럼 얽힌 동맹의 철선을 연쇄적으로 반응하게 한다.
속아준 대가로 단독 공연을 준비하는 아테네.
코린토스 떡밥으로 대어를 낚은 코르키라.
오프닝 공연에서 1승을 챙긴 코린토스.
악플로 활동정지를 먹은 메가라.
그리고 슬럼가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 엘리스.
이제 이 전쟁의 명분은 분명해졌다.
간판은 이데올로기였으나 실상은 헤게모니였다.
여기에 두 대표의 면허를 빌린 2인자들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출처] 도널드 케이건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