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주인
좋은 뜻을 품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십니다. 다니엘은 기도하면서 자신의 주위 환경을 예리하게 살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왕실의 책임을 맡고 있는 내시장을 통해 이 일을 성사시켜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영감이었습니다. 다니엘은 내시장에게 궁중 음식과 술을 먹지 않겠다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내시장이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내시장이 다니엘에게 말하였다. “나는 내 주군이신 임금님이 두렵다. 그분께서 너희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정하셨는데, 너희 얼굴이 너희 또래의 젊은이들보다 못한 것을 보시게 되면, 너희 때문에 임금님 앞에서 내 머리가 위태로워진다.”(1,10)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관을 말해줍니다. 내시장은 임금의 최측근이면서도 임금을 두려워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임금을 모셨기 때문에 임금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잘 알았습니다.
그는 권력자가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총애하는 신하라도 한 번 눈 밖에 나면 그날로 끝이라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습니다. 이처럼 국가나 기업 등 거대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평생 살아갑니다. 우리가 볼 때는 잘나가는 사람들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항상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롭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시장은 임금을 가리켜 주군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인생의 주인은 임금이었습니다. 때문에 그는 평생 임금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했습니다. 반면에 다니엘의 인의 주인은 임금이 아니라 하느님이셨습니다. 두려워하는 대상이 달랐기 때문에 둘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다니엘은 신앙 양심 때문에 바빌론 신들에게 바친 제물이었다가 식탁에 오른 최고급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내시장은 바빌론 신들에 대한 신앙 때문에 걱정하는 게 아니라 다니엘이 음식을 못 먹어서 외모가 초췌해지면 그를 관리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서 두려워했습니다. 자기방어 본능은 모든 사람의 기본입니다. 이 당시는 임금의 눈 밖에 나면 단순히 직업을 잃는 것뿐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시장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이 “네 부탁을 들어주기 어렵구나”라며 구차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다니엘에게 호의와 동정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시장은 다니엘에게 자신의 입장을 헤알려달라고 말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