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억제하는 천사들
"그다음에 나는 네 천사가 땅의 네 모퉁이에 서서 땅의 네 바람을 붙잡고서는 땅에도 바다에도 그 어떤 나무에도 바람이 불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또 다른 한 천사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인장을 가지고 해 돋는 쪽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땅과 바다를 해칠 권한을 받은 네 천사에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7,1-2)
천사가 땅의 네 모퉁이에 서서 땅의 네 바람을 붙잡고 불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땅의 네 모퉁이는 온 세상을 의미합니다. 이 바람은 2절에 나오는 '땅과 바다를 해칠 권한'입니다. 바람은 하느님의 진노,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심판의 재앙입니다. 하느님의 진노가 온 세상에 내릴 준비는 이미 다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유보되고 있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천사가 바람을 붙잡은 손을 놔버리면 재앙이 온 세상으로 확 들어갑니다. 지금은 천사가 붙잡고 있어서 못 들어가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릅니다.
"그때에 큰 환난이 닥칠 터인데, 그러한 환난은 세상 시초부터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 그 날수를 줄여 주지 않으시면 어떠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된 이들을 위하여 그 날수를 줄여 주실 것이다."(마태 24,21-22)
이 천사는 바람을 붙잡은 네 천사들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듯합니다. 네 천사들에게 명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카엘 대천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우리 하느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장을 찍을 때까지 땅도 바다도 나무도 해치지 마라."(7,3) 천사가 하느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장을 찍을 때까지 바람을 불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마에 인장을 찍는다는 것'은 요한 묵시록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라, 구약성경에도 나옵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처녀도 어린아이도 아낙네도 다 죽여 없애라. 그러나 이마에 표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마라. 내 성전에서부터 시작하여라.' 그러자 그들은 주님의 집 앞에 있는 원로들부터 죽이기 시작하였다."(에제 9,6)
첫째, 소유를 의미합니다. 인장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소유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어린양의 인장을 찍는다는 것은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예수님께 속하게 될까요? 하느님께서 베푸신 십자가 은총의 복음을 우리가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인장을 찍으십니다. 하느님을 거역한 세상에 심판이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 심판 가운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펼쳐나갈 하느님의 종들이 준비될 때까지 최악의 상황은 유보됩니다. 세상이 환난을 감당할 영적 준비를 하느님께서 먼저 하느님의 종들을 통해 시키시는 것입니다.
둘째, 보호하심을 의미합니다. 인장을 찍는다는 두 번째 의미는 보호하심입니다. 사람도 자기에게 속한 사람이나 물건은 철저하게 보호합니다. 예수님에게 속한 사람은 예수님께서 철저하게 보호하십니다. 이집트를 탈출할 당시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의 완고한 마음을 깨기 위해 열 가지 재앙으로 이집트를 심판하셨습니다. 마지막 재앙은 이집트의 모든 맏이들을 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집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앞집과 뒷집에 사는 이집트인의 맏이가 죽으면서 부모가 통곡하는 비명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 재앙이 자신들에게 미칠지도 모른다는 두러움이 엄습해 왔을 것입니다.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의 집은 죽음의 천사가 그냥 지나갔습니다. 어린양의 피,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이루신 구원,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인장을 찍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인장을 찍힌 백성은 재앙과 심판이 임하는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 어떻게든 지키시고 보호하십니다.
이 보호하심을 세상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지진이 나고, 질병이 돌며, 불경기가 엄습하는데 하느님의 백성들만 슈퍼 히어로처럼 끄떡없이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세상과 육체와 마귀에 의해 시련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영적으로 하느님의 진노를 경험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육체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우리의 영혼이 악한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하느님의 진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몸은 피곤하고 상해도 영혼은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