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들을 준비시키는 예수님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 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다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4,35)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잠시 후면 사마리아 여인을 앞에 세우고 우물가로 몰려 올 사람들을 잘 맞이하도록 제자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하신 말씀이다.
제자들은 의심을 품고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그러한 내적 상태로는 사마리아인들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마을에 이틀 동안 머무시면서 그들을 가르칠 텐데(4,40) 제자들이 사마리아인들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는 한 예수님의 일에 제대로 협조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들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는 예수님 말씀은 당시 잘 알려진 속담이었다. 이 말을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려면 일정 기간 기다려야만 한다는 뜻이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지만 넉 달이 지나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어들이듯 수고하는 때가 있으면 수확하는 때가 있다는 의미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담과 비슷한 의미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속담을 말씀하신 것은 당신한테는 이 속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오심으로써 더 이상 파종과 수확이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렸는데, 여인이 신앙을 갖게 됨으로써 같은 날 신앙의 열매를 맺는다. 그뿐 아니라 사마리아 여인이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같은 날 많은 열매를 거두게 된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복음의 씨앗이 뿌려짐과 동시에 수확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기에 학자들은 요한복음서의 종말론을 현재적 종말론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다른 복음서들의 종말론은 미래에 완성되는 종말론이다. 예를 들어 마태오복음 8장 13,24-30절에 나오는 ‘밀과 가라지의 비유’에는 세상 종말에 수확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