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보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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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올해 섣달 그믐날 해를 지키며 날을 새는 밤은 바로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한차례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서 즐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잔칫상을 갖추지 못하는 데다 또 초대할만한 객도 없는지라, 고요한 방에서 등불을 돋우며 홀로 한잔 술을 마시고, 이어서 고인의 책을 가져다 읽을 따름이니, 그 또한 심사를 달랠 만하였다. 21년 전의 나를 생각하니, 비록 사람의 형체는 갖추었으나, 이날 밤이 제야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5, 6세에서 10여 세까지는 비록 제야가 제야라는 것은 알았지만, 또한 제야가 아쉬워할 만하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묵은해를 아쉬워하는 뜻은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으니, 오래도록 앉아서 가는 해를 지키면서도 지루함을 잊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지만 인정상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은 노년이 다가오면서 뜻이 어긋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야 아직 젊은 나이에 다행히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영광스럽게 할 수 있었으니, 나보다 늙고서도 뜻을 이루지 못한 자에 비하면 어떻겠는가?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이 꼭 남보다 많은 것은 아닐 것이나,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기쁨은 유독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째서인가? 오늘 야반(夜半)을 지나고 나면 곧 새해이니, 해가 새로워지고 달이 새로워지며 날이 새로워지고 때가 새로워진다. 천지의 만물이 다시 새롭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되니, 유독 사람만이 새로워지려는 생각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자신하는 것이 많다. 술은 많이 마셔서는 안 되니 그대로 절주를 해야 할 것이고, 말은 가벼이 해서는 안 되니 그대로 삼가야 할 것이다. 예법이 너무 소략하여 내버려둘 수 없다면 예를 닦아 검속할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요, 벼슬이 너무 빨라서 특진해서는 안 된다면 경계하여 억제할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여 날마다 모두 새로워질 수 있다면, 새해가 나에게 있어서 어찌 평범한 의미이겠는가? 내년 이날 밤에 이 글을 읽고서 부끄러움이 없다면, 거의 자신을 새롭게 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이런 내용을 써서 기록으로 남긴다. [원문]
古人於歲除夜。必呼朋聚客。或杯酒爲歡。或博塞爲娛。非謂一年之勝。必在此夜。何莫非惜舊而迎新也。今年臈蓂厭守歲之夜。卽吾墮地之辰。則不可無一會以相樂。而家貧未具酒食。且無可速之賓。靜室挑燈。獨酌一杯。仍取古人書以覽。亦足以自遣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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