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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정착기

알바의 경험

작성자듀크|작성시간12.02.22|조회수718 목록 댓글 7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고등학생을 가르쳐 본이래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다. 아르바이트의 뜻은 '단기 또는 임시로 고용되어 일하는 것'일 것이다.


주유소에서 일할 때는 몇 번의 실수로 기름을 쏟은 적이 있었다. 방아쇠를 풀지 않고 주유기를 걸어서 다음에 주유기를 들었을 때 기름이 쏟아지기도 했고, 기름 탱크에 건 주유기가 주유의 압력으로 튀어나와 기름이 쏟아지기도 했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주유 서비스가 의무적으로 시행이 되어 직접 펌핑 할 일이 없었지만, 다른 주에 가면 의례 직접 주유했기에 주유가 어려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녹이 슨 낡은 주유기와 잘 동작하지 않는 계기판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게다가 주인이라는 친구의 잔소리는 참 짜증났다. 카드를 긁을 때 장갑을 벗어라, 현금으로 5만 원 이상 결재하는 손님들에게는 휴지를 갖다 주어라, 외상장부에 기입하는 단골들을 외워라 등등 시간이 가면 저절로 알아서 할 일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아직 수양이 부족한지 모르겠으나 철부지 어린애도 아닌데 반복되는 같은 이야기는 거슬렸다.


임무인 주유하는 일은 오히려 쉬웠다. 세차기를 조작하는 것이 힘들었다. 5만 원 이상 주유하면 무료로 서비스하는 세차가 끝나면 옆에 지켜 있다가 윈도우의 물기를 닦아주어야 했다. 낡은 세차기가 문제인지 물기가 남아있는 탓이다. 또 따로 부착된 장식물을 있는지 살펴보고 파손되지 않도록 간단하지만 신경 써서 조작을 해야 한다.


급성장염으로 탈이 나서 입원하는 바람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는 2주로 끝났지만, 탈이 나지 않았다면 기왕 시작한 것이니 수양하는 셈치고 두어 달은 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서도 배우고 느낀 것들이 있었다.


- 한국에서 보는 차들이 깨끗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시로 세차를 한다. 세차를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깨끗한 차들도 무료니까 한다. 


- 제주의 주유소 대부분은 세차장을 구비하고 있고, 5만 원 이상 주유하면 세차가 무료다. 3만원 주유하고 나서도 공짜세차를 하려고 떼쓰는 사람들도 있다. 세차비 천원을 아끼려고 이리 저리 말을 갖다 붙이는 사람도 있다.


- 세차장의 물은 리사이클 되었다. 즉 세차한 물을 여과해서 재사용하니까 세차는 구정물로 하는 셈이다. 비가 내리면 구정물이 희석되어 깨끗해진다.


- 만원이나 심지어는 5천원 주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정오 무렵 대낮에도 만취상태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로 트럭을 모는 사람들이었는데 입에서 술 냄새가 몹시 났다. 저러고 어떻게 운전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 대부분 운전자들은 주유 포인트 카드를 갖고 다녔다. 1리터 주유하면 몇 십 원이 적립된다고 했다.


- 3만원 어치 넣어달라고 했는데 실수로 4만원을 주유하면 억지를 부리며 만원을 떼먹는 사람도 있다. 특히 렌트카는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 외제차량들 중에는 디젤차임에도 불구하고 주유구가 휘발유 차량처럼 좁은 것들이 있었다.


- 카드결제 시 수수료는 1.5%다.


- 기름보일러를 쓰는 가정이나 빌딩에 배달하는 것이 주요 수익원이다. 최소 단위가 100리터이기 때문에 겨울철 보일러 기름배달이 꽤 중요시 되었다.


- 어떤 사람들은 리터 단위로 기름을 넣는다. 차계부를 작성해서 정확하게 마일리지를 계산하는 것으로 보였다.


<후기>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인생사 모든 일에는 레슨이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그냥 그랬지만, 문제는 인간이 쪼잔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짜장면 하나 사먹으려 해도 이거 벌려면 한 시간도 더 차도 쪽을 쳐다보며 멍청하게 있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이 든다는 거지요. 웃기지요. 또 인간미가 없는 주인을 상대하는 것도 상쾌하지는 않았습니다. 덕분에 앞으로도 주유소에서는 얼마든지 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6살 되시는 분과 같이 일했는데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귀감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오래 사셨다는 그 분도 다음 달에는 그만 두겠다고 합니다. 2년이 넘도록 성실하게 일하시는 분에게도 최저임금만 준답니다. 나중에 쉬는 날 점심이나 같이 하시자고 제가 이야기 했더니,


- 에고, 너무 짜고 떽떽거려서 나도 그만 두려고 해요. 3월에 일본에 있는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데 그때까지만 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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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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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woodside | 작성시간 12.02.22 걸려있으니 이놈들은 빨간놈들인지 도대체가 정신병자들인지 한심한자들이라 혈압이오른다
    http://newstand.co.kr/sisa.htm
  • 답댓글 작성자듀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2.23 한국의 2012년 최저임금은 \4,580원입니다. 2011년은 \4,320원 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주유소는 \4,300원을 주었습니다. ㅎㅎㅎ 재밌는 사람들이지요.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으니까요.
    한국언론들은 사람들의 정서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이 살아남기 위해 보수나 진보 등의 일부층의 호불호에 편중하는 거지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됩니다.
    한국의 집값은 한국은 재산세가 무척 싼 편이어서 보유하는데 돈이 들지 않습니다.
    집을 유지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 미국과는 그 구조가 틀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성자God Bless America | 작성시간 12.02.23 뉴져지주 최저임금은 $ 7.75 일겁니다. 저는 요즘 백수랍니다. 하지만 푹 쉬다 일하면 몸이 따라주질 않으므로 수도원이나 사찰에서 자원봉사를 해줍니다, 지금은 뉴욕주 태판에 있는 불광사 175년된 건물의 방 하나를 리모델링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공사 끝나면 업스테이트 뉴욕에 있는 원각사라는 절에 가서 soffit install 공사를 해줍니다. 원각사에 갈때는
    천체망원경도 가져갈겁니다. 별보는것을 좋아하거든요.
  • 답댓글 작성자듀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2.24 삶에 대한 좋은 자세와 생각을 가지셨읍니다, 그려. 배울 점이 많네요.
  • 작성자우리 | 작성시간 12.03.10 하나하나따져 가며 비교를 할라치면 한국에서도 여기에서도 살기가 어려울것같습니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뿐......암튼, 듀크님의 경험담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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