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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기

여친 구하기 프로젝트 1편 - 홍아무개tv

작성자추조|작성시간26.03.25|조회수686 목록 댓글 25

 ‘여자 친구 구하기’를 올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나섰어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방법이 없어서 막막했다. 작년에 대구 여인과 시작은 장대(?)했으나 3개월 만에 허무하게 접은 연애 감정 이후, 탈퇴했던 ‘시놀’에 다시 가입하고 열심히 찾아보고 비슷한 연배의 여인을 찾아 쪽지를 보내봤으나, 이미 7학년이 된 사람에다가 가까운 수도권도 아니고 여수에 사는 늙은이에게 답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큰돈을 요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찾는 짓은 더 쪽(?)팔렸다. 아니,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쪽팔림을 무릅쓰겠지만, 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나설 수가 없었다.

 

 막막할 때마다 도움을 청했던 AI도 이번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 산악회나 파크골프 같은 취미 동호회, 교회나 성당에 나가라는 등의 조언만 늘어놓았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우선 나 자신이 이성에게 남자로서의 시장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겠기에, 학력, 경력, 취미, 건강 상태, 경제력 등 내가 가진 모든 상황을 AI에 알리고 평가를 요구했다.

 

 예상한 대로 AI는 Flirting이 심해도 너무 심해서, 뛰어난 체력과 지력을 언급하며 1등급이라는 등의 뒷덜미 간지러운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캐나다 ‘메이플’님이 소개한 ‘홍아무개tv(이하 홍tv)’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았다. 세상에 그런 유튜브가 있다는 건 꿈에서조차 상상도 못 했다. 어떻게 유튜브로 사람을 소개할 수 있다는 거지? 처음에는 너무 유치한 정지한 화면에 전화 목소리만 나오는 동영상이 너무 허접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백두 번째 ‘잡담한설’에 썼듯이 한두 번 보다가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느날 한 여인이 눈에 확 들어왔다. 작년 12월 초 녹음된 내용으로 58년생 미국 교민 여성이 원하는 남성이 딱 ‘나’였다. 역이민을 원하는 데다가, 컴퓨터 사용에 서툴러서 불편이 크다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친구 같은 남자를 원했다. 월 4천 불로 나보다 많은 연금이 약간 걸렸으나, 신세 질 생각이 1도 없으니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터뷰 당시에는 한국에 있었지만, 내가 그 영상을 볼 때는 미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문제는 여인과 연락할 방법을 쥔 사람이 홍 아무개뿐이며, 그를 통하지 않고는 여인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유튜브 동영상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대부분 통화 중이었고, 어렵게 통화가 되더라도 운전 중이라는 둥, 저녁이라는 둥 핑계로 예의 없이 그냥 끊어버렸다. 정말이지 몇 살이나 처먹었는지는 모르지만, 버르장머리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인간이었다. 동영상에 나오는 60대 초반의 촌스러운 모습과 구수하고 서글서글한 경상도 사투리 어조의 목소리와는 딴판이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상 한 번 홍tv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자, ‘중xtv’, ‘가파xxtv’, ‘새xxtv’ 등 비슷한 동영상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러다가 알게 되었다. 홍 아무개는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보내야만 통화할 수 있다는 거다. 촌스러운 모습을 보고 선의로 좋은 일하는 줄 착각한 내가 바보였다. 유튜브에 나온 후원 계좌로 10만 원을 보냈더니 대뜸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자기소개서와 함께 40만 원을 더 요구했다. 후원금 명목으로 50만 원을 받고 열 명의 연락처를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와, 기가 막혔다. 여성들이 하는 전화는 받고, 남자 목소리가 들리면 끊는 게 수법이었다. 여성들 전화는 상냥하게 응대하며 신뢰를 쌓아서 계속 전화가 오게 하고, 녹음한 통화 내용으로 수많은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버 수입원으로 삼고, 더불어서 그 허접한 영상에 혹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락처를 묻는 나 같은 머저리(?)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구조가 한눈에 보였다. 50만 원이나 쓸 가치가 있는 일인지 생각이 필요했다. 되든 안 되든 통화는 꼭 해보고 싶었다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깟 오십만 원이 아니라 오백만 원도 아깝지 않다는 결론까지 20분이 필요했다.

 

 왜? 이번에도 AI를 의지했다. 인터뷰 영상을 AI에게 알리고 판단을 요구했더니, Flirting의 AI는 이번에도 내 예상과 다르지 않게, 여인이 원하는 사람이 바로 ‘추조’님이라고 했다. 40만 원을 추가 입금하고 나서 홍 씨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 제가 선생님 소개와 연락처를 미국 분에게 드렸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계시는 분하고 잘 되겠습니까? 근처에 계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처에 계시는 분을 찾아보세요!

 

 섬머타임 시작 전이라 전화해도 될 듯한 시간이라서 카톡에 등록하고 바로 전화했다. 대화는 순조로웠다. 애틀랜타에 산다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뽀리의 0시니어’ 유튜브 이야기가 나왔고, 그 동영상을 보고 인터뷰한 내 연락처를 알고 싶어서 유튜버인 ‘최o숙’ 씨를 찾고 있었다니, 대면이 아닌 전화로 하는 첫 데이트가 이보다 순조로울 수는 없었다. 꽤 오래 통화했고, 이후에도 시차를 살펴서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 전화하며 친분을 쌓아갔다. 숨길 게 없는 나는 역이민카페를 비롯해서 어떤 인간인지 알리는 데 전념했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녀관계는 변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대면하지 않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이성에게 매력이 없어서일까? 2~3일 지나면서 여인과 통화 후에 몹시 피곤하고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잘 보이려고 걱정하는 척하며 어렵게 말을 꺼내면, ‘난 원래 그래요.’라는 식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들며 여인은 말꼬리를 잡아 대화를 비틀고 있었다. 마지막 통화도 그랬다. 소개받고 열 명과 문어발식으로 만나시면 되겠다는 말에는 심한 피로감과 함께 짜증이 났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10년 넘도록 혼자서도 잘 살았는데, 왜 사서 스트레스를 지금 받고 있는 거지? 문득, 작년 대구 여인이 떠올랐다.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웃자고 한 농담에 화를 내는 거나, 친해지려고 걱정하는 투의 말을 비트는 거나, 다를 게 없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나 재산이 아니다. 건강이고 웃음이다. 시답잖은 작은 농담에도 크게 웃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다. 건강해지려고 귀찮은 운동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평소에 즐기던 음식도 기꺼이 피하고 멀리한다. 건강에는 운동보다 음식보다 더 나쁜 게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주는 일이나 사람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스트레스 저항력이 있는 젊음이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얻고자 어떤 노력도 기울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누구든 이성 친구나 재혼을 꿈꾸는 노년이라면 내가 먼저 편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편한 사람이 돼 달라고 상대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참, 쉬운 일이 아니다.

 

 <후기>

 홍 아무개와 싸우다시피 해서 40만 원은 돌려받았습니다. 내가 가진 도덕 기준으로 볼 때, 그는 철저한 위선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자기 유튜브를 보고 마음에 드는 여성을 알려주면 계속 연락처를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관심이 가는 여성은 이미 인연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나: 아니, 그런 분은 동영상을 지워야죠. 동영상 하나 보는데 10분 이상 걸리는 데 시간만 괜히 낭비했잖아요!

홍: 선생님, 여기 동영상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시청하는 겁니다.

나: 이 봐요, 그럼 인연을 찾은 사람의 인터뷰 동영상은 그렇다고 표시해 둬야지, 시간 낭비하지 않을 것 아니에요. 돈을 받고 서비스하려면 그 정도는 하고 소개료를 요구해야 맞는 것 아니에요?

홍: 그러니까 최신 영상을 보세요. 1년 이상 지난 영상 보시지 말고요.

나; 필요 없어요. 안 할래요, 돈 돌려줘요.

홍: 30만 원 드리면 되겠어요?

나: 왜 30만 원이죠? 한 사람만 소개 받았는데! 45만 원 돌려받아야 하는데, 내 실수도 있으니까 40만 원 돌려주세요.

홍; 두 사람 전화번호 드렸잖아요.

나: 아니, 내가 여자에 환장한 놈도 아니고, 프로필도 모르는 사람에게 뭐 하러 전화해요. 필요 없어요.

 

 하하하, 홍 씨와 마찬가지로 유사한 유튜브도 여성 연락처 하나 정가가 5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홍tv가 처음으로 시작한 선구자 탓인지 동영상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50만 원을 요구하는 홍 씨가 최악이었고, 다른 곳은 10만 원을 보내면 두 사람을 소개했습니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홀로 어렵게 살다가 늙어서 이성을 찾는 가련한 처지의 여성들 사연을 들어주는 척하며 돈벌이로 이용하는 홍 씨의 위선적인 두 얼굴이 씁쓸했습니다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애잔하고 구차한 사연을 들어주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글을 잠시 고심했으나 직접 체험한 경험만큼 살아있는 글이 없다는 생각으로 작성했습니다. 일단, 마음먹은 이상 여자 친구가 구해질 때까지 노력하면서 그 과정을 글로 옮겨볼 생각입니다. 그게 글쟁이의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 덕분에 카페에 글 쓸 시간이 없습니다, 하하하.

 

 ▼ 홍tv에서 보았던 미국 교민 여성 인터뷰 동영상. 혹시 이분의 연락처가 필요한 분은 홍tv에 문의하지 마시고 제게 연락주세요. 저는 감당할 수 없는 분이니, 감당할 자신이 있으신 저같이 싱글이신 분만.

https://www.youtube.com/watch?v=IFbfyg8lqsw&t=3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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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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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Mgl toolbox | 작성시간 26.03.26 선배님 포기하신 사교댄스 주민센터에서….해보심이.
    일년동안 열심히 하시면50~70대 신체건강 하고 정신건강하신 여사님들이 운동장 에 이열종대로 헤쳐모여
    선배님의 인품과 피지컬에 충분히 빠져들거라
    확신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brianyoon | 작성시간 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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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7 감사합니다만, 주민센터에서 사교댄스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하고, 어울려서 좋은 사람들이나 만나며 살고 싶습니다.
    사교댄스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멉니다.
  • 작성자김빌리 | 작성시간 26.03.28 요즘 시니어분들 파크골프나 게이트볼 많이들 치시던데 동네분들 모임에 함께 하시다 보면 여친이 금방 나타 나실것 같은데요 ㅎ 아무턴 일을 만들어야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8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런 모임에 참가하는 건 제 성격에 안 맞습니다. 미끼를 달고 고기가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낚시 같은 취미는 도무지 저는 못합니다, ㅎㅎㅎ.
    우연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찾아 나서야 성격에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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