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한국살기

여친 구하기 프로젝트 2편 - 나를 Pick한 일본 여성

작성자추조|작성시간26.03.28|조회수666 목록 댓글 11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홍 씨는 농촌의 낡은 집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활동하다가 중매로 돌아섰다고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과 좋은 뜻으로 시작한 듯싶다. 홍 씨에게 남자 소개를 부탁하는 여성들은 존경하는 듯한 말투와 태도로 홍 씨를 대한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홀로 자식을 키우며 힘들게 살다가, 나이 들어 자식을 다 떠나보낸 후 느끼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채워줄 남성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60대 여성들의 마음은 그럴 수밖에 없다.

 

 홍 씨의 질문은 거의 일률적이다. 사는 곳이 가장 중요하다. 거리가 가까워야 뭐가 되든 하기 때문이다. 나이와 신장, 체중이 그 뒤를 잇는다. 생김새와 성격을 간접적으로 묻는다. 연애인 중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지, 남들이 성격을 어떻다고 평가하느냐는 식이다. 모두 여성 출연 유튜브를 보는 남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다음은 경제력이다. 자가인지, 세 사는지,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에 이어서, 원하는 남자의 성격이나 경제력도 질문한다. 여기까지는 아주 정상이다. 어떤 문제도 없다.

 

 인터뷰 여성들은 홍 씨가 그런 유형의 남자를 찾아 소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여성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전하지 못한 속마음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 전화기를 쥐었다 놓았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홍 씨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홍 씨의 그다음 행동은 여성의 기대와는 딴판이다. 여성들이 바라는 남성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5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는 남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여성을 소개한다. 홍 씨는 인터뷰 말미에 그런 분을 찾아서 꼭 소개해 드리겠다고 한다. 이건 사기다.

 

 홍 씨가 있는 그대로, ‘선생님 – 그가 인터뷰 여성을 호칭하는 방법 – 영상을 보고 돈을 내고 소개를 부탁하는 남성을 소개해 드리겠다’라고 했다면 사기라고 할 수 없다. 여기서 2023년 겨울의 기억을 소환한다. 소란의 원인이었던 양 아무개도 같았다. 모임을 성공적으로 주관한 그의 수고를 부인하는 게 아니다. 공금 성격의 회비가 남았으면 그 내용을 공개하고 남은 돈은 수고비로 갖겠다고 했으면 문제 될 리 없었다. 그러나 남은 회비를 구렁이 담 넘듯 아무 언질 없이 유용하고 착복했다면 그건 도둑질이다. 이 간단한 논리를 인정하지 않고 소란을 피운 사람들이라니!

 

 홍 씨가 전화를 안 받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렇다고 여친 구하기 프로젝트를 단념할 수는 없어서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유튜버 영상에 보이는 번호로 전화했으나 응답이 없어서 잊어버렸다. 다음 날 오전, 빌린 도서를 반납하려고 도서관 가는 길에 리턴콜이 왔다. 아주 상냥하고 예쁜 목소리로 어디에 사는 누구시냐고 물었다. 홍tv 인터뷰 내용과 비슷한 순서로 물었다. 운전 중이라 통화에 집중할 수 없어서 대충대충 답하는 동안 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자신도 미국에서 살다 왔다며, 전화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려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마음대로 하라고 답했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유튜브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사연에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쉬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옆으로 누워 태블릿을 세워놓고, 홍tv나 연이어 올라오는 유사한 동영상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다시 어떤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거주 갑장 여성으로 차분하고 조리 정연한 말투가 마음에 쏙 들었다. 게다가 문학과 독서를 좋아하고, 여행과 걷기가 취미라는 말에 영상에서 본 번호로 전화했더니, 홍 씨와 비슷한 어투의 경상도 사투리가 반대쪽에서 나왔다.

 

 “서울 5xx번 여성분 소개받고 싶은데 어떡하면 되죠?”

 “후원금 10만 원 보내시면 두 분 소개해 드리고, 20만 원 내시면 다섯 분 소개합니다.”

 아, 젠장, 돈이었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이게 유튜브를 이용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그가 원하는 대로 이름부터 사진, 건강 상태까지 열다섯 가지 답변을 문자로 보내고, 후원금으로 20만 원을 입금하니까 곧바로 전화가 왔다.

 “여수에 사시잖아요. 여수에도 좋은 분 있습니다. 61년생 사별 여성분인데 그분부터 만나 보시죠.”

 

 내가 가진 문제의 하나는 대화 중 예상하지 않았던 말이 나오면 당황해서 엉뚱한 답을 하곤 하는데 이때가 그랬다. ‘서울 5xx번’ 대신 받은 여수 여성에게 전화했다. 남편과 금실이 좋았다면서도 사별 1년도 안 돼 남자를 찾는 여성과의 대화는 겉돌았다. 언젠가 씻고 양치질까지 끝낸 저녁 7시 넘어 전화한 여성이 자기 아파트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나자는 바람에 황당했다. 아니, 가진 게 시간밖에 없다는 사람이 훤한 대낮을 두고 잘 준비를 끝낸 시간에 만나자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잖아도 찜찜하던 차에 그 시간부로 끝내고 다시 연락하지 않았다.

 

 다시 전화해서 서울 여성분 연락처를 요구하니까, 유튜버는 그분은 다른 남자와 연결 중이라며 다른 분을 찾아보라고 종용했다. 관심 없다고 하자 그 유튜버는 순순히 15만 원을 돌려주었다. 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홍 씨는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주어야만 응답한다는 정보를 여수 여성에게 들었으며, 작년 대구 여인과의 실패를 생각해서 외국살이 경험이 있는 56년부터 59년생까지로 여성으로 범위를 좁히며, 여성들의 애잔한 사연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아닌(?) 정지영상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뿐이 아니다. 고집을 꺾고 급하게 차를 바꿀 생각도 그때 했다.

 

 어느 날 저녁 나를 인터뷰한 여성에게 전화가 왔다. 일본에 사는 58년생 여성이 내 인터뷰 영상을 보고 Pick 했다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정한 두 가지 조건에 맞으니 당근이었다. 그녀는 매칭비로 10만 원의 송금을 요구했다. 업계 담합(?)인지는 몰라도, 이 세계에서는 무조건 연락처 하나당 정가(?)는 5만 원이었다. 1월의 일본 여행을 떠올리며, 일본에 사는 여성과의 보이스톡 데이트는 그렇게 시작했다.

 

 <후기>

 “오빠, 돌싱의 특권이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기셔!”

 같은 여자로서 판단해 보라고 일본 여성의 인터뷰 영상 링크를 여동생에게 보내고 들은 말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유부남이라면 죄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험한 팔자를 만나 살다 보니 이것도 기회일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꿨습니다. 곧 적당한 사람이 나타나리라고 확신합니다만, 저 또한 그 이후에는 이따위 유튜브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

 

 칠순을 훌쩍 넘은 나이에 이성을 찾는다는 사실이 남사스럽고 쪽팔려서, 글을 쓸까 말까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에 계신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나이를 불문하고 남자 여자 이야기만큼 재밌는 소재도 없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글을 쓰고 있으니 재미로 읽어주시고 너무 흉보지 않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 나를 인터뷰한 유튜브 영상, 제목은 저희들 맘대로 작성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iGEJA2KQag&t=5s

▼ 일본 여성의 인터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NploEduisTo&t=6s

▼ 오늘 새벽에 본 밝아오는 여수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30 읽는 분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글감을 찾고 있습니다.
    재밌었다니 시간과 공을 들여 쓴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노스텔져 | 작성시간 26.03.30 뜻있으면 길있는법,
    반드시 확신대로 될것같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 3편
    기대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4.01 ㅎㅎ 곧 올리겠습니다.
  • 작성자말미잘 | 작성시간 26.03.31 이런게 있는지 처음 알았네요.
    좋은 분 만나시길 소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4.01 매니매니 땡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