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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신 분과의 만남

작성자추조|작성시간24.05.11|조회수712 목록 댓글 2

 카페를 시작한 후 제주에서도, 여수에서도 가끔 나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초창기에 거의 매일 올리다시피 하는 글을 보고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찾아오지만, 별 볼 일 없는 한량에게 실망한 탓인지 대부분 다시 찾는 분은 없다. 물론, 몇 분은 연락을 지속하고 우정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카페 회원이 아닌 분이 찾아온 적은 없었다. 한 달 전인지 두 달 전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여수에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한 분이 있어서 당연히 카페 회원인 줄 알았다.

 

 2주 전쯤 다시 전화가 왔다. 일요일에 여수에 오겠다고 했으나 이미 등산하기로 선약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물었다.

 “왜 저를 만나려고 하시죠?”

 “여수 생활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서요. 캐나다에서 역이민하려고 하는데, 여수 주택이나 생활비는 얼마나 드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 번을 더 연기한 끝에 지난주에 만났다. 광주에서 고속버스로 여수에 온 그분에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의껏 설명했다. 54년생 말띠인 그분은 카페 회원이 아니었고, 어느 분의 소개를 받았다고 했다. 소개한 분 기억이 났다. 2년 전인가, 모르몬교도로 토론토에 사는 분이 2년 기한으로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여수에 살았던 분이었다. (관련 글 보기)

 

 1980년대 호주에 이민했다가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에 산다는 그분의 음식점과 트럭 운전사(Trucker)를 했다는 말에서, 뉴질랜드에 이민했다가 미국 동부와 서부를 전전한 나처럼 적잖은 고생이 느껴졌다. 그분이 여수를 역이민 정착지 후보로 삼은 이유는 취미인 낚시였다. 무인 커피숍에서 대화를 끝내고 내가 사는 아파트를 보여주고, 낚시가 취미인 옆집에 사는 분과 잠깐 대화한 뒤, 백야도 등 주변의 낚시터를 보여드렸다.

 

 캐나다에 산 적이 없는 나는 캐나다의 연금제도를 잘 알지 못한다. 단지, ‘토론토백수’ 선배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캐나다 연금은 두 개로 나뉘는데 하나는 외국에 살아도 나오지만, 다른 하나는 캐나다에 연간 180일 이상 거주해야 나온다고 했다. 즉, 시민권자라도 캐나다에 1년 절반 이상 거주하지 않으면 절반밖에 못 받는다는 거다. 많은 코리안 캐나디안이 역이민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까.

 

 이분도 그게 걱정되어 연금 반으로도 한국에서 살 수 있는지 타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기초연금과 내가 경험한 노인 일자리에 관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 절반의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직업이 요리사라는 부인과 함께 건강하다면 한국의 노인 복지제도를 이용해서 얼마든지 살 수 있음을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분은 역이민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심지어, 거소증의 필요성이나 이중국적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하루빨리 거소증과 함께 국적회복을 신청하라고 조언했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해본 적이 없으니 역이민 카페의 존재를 알아도 이용할 방법이 없는 거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제공해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분이라면 안타까워도 도울 방법이 없다. 한눈팔 시간 없이 평생 생업에만 종사한 우리 또래의 최대 약점이다.

 

 저녁에 숙소인 광주로 떠난 이분이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지만, 고국에서 나처럼 긴장하지 않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들리겠다며 떠났다. 이분을 포함해서 지난주에는 총 여섯 분이 여수를 방문했는데, 그중 두 분(부부)이 감기 기운으로 아직 몸져누웠다고 한다. 어서 빨리 완쾌하기를…

 

 <후기>

 저도 감기 기운이 있었으나 살짝 왔다가 지나갔을 뿐입니다. 이것도 거의 매일 뛰고 땀흘리며 운동하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0여 년 전 한국에서 직원이 3~40명인 부서의 장이었습니다. 일보다는 사람들과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이민을 선택했었는데, 부장이었던 제가 사표 내고 이민하자 과장과 대리였던 몇 사람이 캐나다에 이민했다는 말을 훨씬 나중에 들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그분 때문에 그들을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민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 저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지나고 보니 모두 운명이었습니다. 제가 이민한 것도, 그들이 저를 만난 것도, 그들이 이민한 것도.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가 남은 시간 동안에 유일한 할 일입니다. 그 운명이 무엇이든 간에.

Amor fati.

 

 ▼ 어제와 오늘 운동 중에 찍은 사진. 비가 예보된 오늘은 짙은 회색 구름이 낮게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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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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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sunami1492 | 작성시간 24.05.11 컴퓨터도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는 분이시라니...
    담백하게 써내려간 추조님 글에 뭔가 울컥하면서 마음이 쓰이네요.
    그 분 부디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빕니다

  • 작성자긴가민가 | 작성시간 24.05.11 글 잘읽어보았습니다.
    저도 캐나다시민권자로서 복수국적을 신청해놓고 있지만 캐나다에서 역이민하시려는 분들이 미국에서 오시려는 분들보다 좀더 어려운 현실에서 결정해야하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이점을 예전에 어느분의 토로에 답글을 올린적도 있죠.
    여하간 그분이 원하는길로 잘해결되기를 기원드릴뿐입니다. 작은도움의 손길이라도 드리고 싶네요.
    추조님께 쪽지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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