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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

어제 겪은 은퇴해서 좋은 점 하나

작성자brianyoon|작성시간26.03.27|조회수659 목록 댓글 15

와이프와 함께 6개월 정기 검진차 닥터 다녀왔다. 두 사람 다 올 첫 방문이고 Medicare Annual Wellness Visit 을 겸해. 이 내과의는, 2021년초 메디케어 가입 후 기존 닥터의 무성의한 진료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친구의 권유로 방문하게 되었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 (나는 고향이 서울로 원래 55년 7월생이나 그 무렵 드물지 않았다던(?) 동회 서기의 실수로 엉둥하게 56년 2월생으로 둔갑하여 호적에 등재되었다. 결과적으로 소셜연금 신청시기와 액수를 고려 할 때 손해를 조금 본 셈이다.)

 

와이프와 함께 가니 저는 운전사가 생긴데다 개스비도 절약돼 좋아하는 눈치다. 은퇴 전에는 따로 날을 잡아 다녔으나 이제 아무 때고 와이프 시간이 되는 날을 내가 맞출 수 있으니 은퇴자의 장점이려나. 약속된 시간은 10시와 10시 반이나 둘 다 같이 들어오란다. 6개월 만에 다시 본 Dr.Lee 는 귀 밑 힌머리가 조금 늘어났을 뿐 여전히 날렵하고 잘 웃는 50세 초반의 1.5세다. 은퇴해서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냐" 기에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거 모르시냐며 하하호호. 나도 처음엔, '아침 먹은 후 한 ~ 참 있다 점심 먹고 또 다시 하 ~안~참 있다가 저녁 먹는 줄' 로 생각했었으나 하루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그게' 아니더란 말씀.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자라 U PENN 과 제퍼슨 의대를 거친 닥터 리는 "아버지가 70 은퇴 후 신학교에 들어가 몇 년 공부해 졸업했고 올 91세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다" 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인생도처 유상수' 라더니 정말 세상엔 이런저런 '고수' 천지.

 

70세 까지 미루어 연금액수를 Full 로 늘리려 계횟을 세워 그리 해오다 특별한 계기도 없던 지난 해 어느 날, 알람 소리에 눈을 뜨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이구 지겨워' 소리가 저절로. 흡사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모멘트가 도래하신 것 처럼. '에잇, Why not now' 그리하여 69.7세에 온라인으로 연금신청을 하였고 2주 후 첫 입금. 처음엔 꼭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고 한동안은 '다 들 일하는 데 이렇게 놀아도 돼나' 묘한 Guilty Feeling 비슷한 감정이 떠나질 않았다.

 

하루 일과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은퇴선배들이 아신다면 '야 그것도 은퇴냐' 하시겠지만. 아침에 와이프 출근시키고 머지않은 강변 공원에서 4마일 걷고 계단(128 X 3회) 오르내리고. 집에 와 미리 발라놓은 Costco roasted chicken(가성비 짱)과 야채 샐러드로 점심을 마치면 대개 11시경. 집 안밖을 잠시 둘러보곤 별 일 없으면 평생의 취미인 책을 잡는다. 본시 정적인 성향에 운동에 취미가 없어 모두가 다 하는 골프를 안하니 더욱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다. 

 

골프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옆으로 새기로 하자. 89년에 첫 집을 사 이사간 동네에 얼마 후 Driving Range 가 오픈을 했고, 지금도 가까이 지내는 후배가 "형 지금 안 배워두면 나이 들어 혼자 놀아야 되우" 꼬임에 넘어가 당시 Saddle Brook 에 있던 꽤 큰 골프스토어에서 장갑, 신발 포함 하여튼 몽땅 세트로 구입을 했다. '매일 방구석에서 책하고 씨름하는 것보단 차라리 났겠다' 싶었는지 골프셔츠와 바지를 세 벌씩 사다주는 이변도. 그리하여 새 옷 좍 빼입고 두세번 레인지에 가서 한 바께쓰식 쳐보고는 끝! 지하실에 처박아논 골프백에 먼지와 거미줄이 덮이고, 마눌님에게 바가지 단단히 긁히고 골프와의 인연은 종을 쳤다. 나도 안다, 아마 나 같은 놈도 드물거라는걸 하지만 어쩌겠는가 That is my nature. 

 

오후엔 와이프 픽업 전까지 주로 책으로 소일을 하지만 가끔 근처 샤핑쎈터로 진출하여 Home Depot, HomeSence, TJMAXX, 요즘 단골이 된 J.Crew, Trader Joe's, 그리곤 Wineshop 을 거쳐 다시 집으로. 정말 우연한 기회에 '추조' 님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로 본 후 홀리듯 결국은 역이민카페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전까지는 다음이나 네이버를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클릭 한 번 해 본 일이 없었고, 카페 가입 후 '등업' 이 무슨 뜻인가 구글링 할 정도로 여러모로 깜깜이임을 실토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고 가입한 지 채 삼 주도 않된 시점에서 여러개의 글을 올리는 '만행' 을 저지르고 있는데 굳이 변명을 하자면 첫째로, 지난 사십여년의 이민생활중에 겪은 수많은 사연, 사건, 실패담, 해프닝등... 털어 놓을 마땅한 멍석이 없어 밀리고 싸여서 쓰러진 이야기들이 서로 먼저 나오려 아우성이라, 둘째로는 아직 카페의 글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전에 분란과 소동이 있었다는 '추조' 님의 글에서 저간의 사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고. 더하여 2월 공지사항에 올라온 '게시글 운영원칙' 또한 카페의 활성화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추조' 님에게 일말의 빚진 자 같은 마음도 들고해서 나름의 빚 갚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허나 한편으론 괜시리 주접을 떨어 여러분들을 피곤하게 하지나 않았는지...하여튼 그런 심정이다.

 

쓰다 보니 글이 두서 없이 길어진 점, 회웡님들의 해량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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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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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노스텔져 | 작성시간 26.03.28 저는 54년 생인데 그 무렵 드물지 않았다던 동회 서기의 실수(?)로 56년 생으로 서류상 2년 늦게 태어난 사람입니다.
    서류상 70세까지만 일하면 미국 사람들도 그정도는 이해는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부로 72세로 미국회사를 퇴직했습니다.
    한국회사에서 15년 근무, 미국회사에서 31년 근무, 46년을 일을하고 72세에 일에서 손을 놓으니
    정말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은 이상한 마음이 들어......
    그래서 너무 마음이 뒤숭숭해 하루 종일 패티김, 조용남,
    투윈폴리오, 뚜아에모아 노래를 듣다가 역이민에 들어와 보니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분 이야기가 있어 공감한 김에 몇자 올립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brianyoo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8 저보다 더 손해를 보셨군요. 정말 당시엔 그런 일들이 제법(?)있었는지 제 큰 형은 이름 뒷자가 틀리게 호적에 등재되었구요. 46년 일을 하셨으니.. 정말 장하십니다. 말씀하신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뒤숭숭한 마음' 100% 공감합니다. 여러 감정이 믹스된 이상한 기분이죠. 옛날 학교에서 친구들은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혼자 땡땡이 쳐 뒷산에서 내려다 보며 느끼던 쾌감과 죄책감이 뒤섞인듯한...
  • 작성자노인네 | 작성시간 26.03.28 윤 박사님, 올만에 뵙습니다.여전 하시네요?현재 은퇴후 의료 보험 백프로 커버 되는 보험을 갖고 있기는 한데 해외 나갔을 경우 해외 나가 본지가 오래 되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해외 나갔을 경우 대 부분 본인이 보험을 들어야 하는걸루 알고 있는데…확실히 기억이 안나구요 나갈 경우 보험 회사에다 보험료를 지불 해야 되는 걸루 알고 있씀니다.아직 해외 나갈 기회가 없어 정확하게 알수 없씀니다만,한국에서 보험료는 어느쪽이 좋을지 그냥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작성자Hummingbird | 작성시간 26.04.13 글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다음 글도 기대되네요.
  • 답댓글 작성자Bri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12 죄송합니다 답글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위 글은 돋보기 없이 서둘러 쓰느라 철자가 너무 많이 틀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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