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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

덤으로 사는인생

작성자captsim|작성시간26.04.09|조회수551 목록 댓글 18

십이라는 숫자가 내게 왔을 때, 나는 비로소 인생의 ‘덤’이라는 근사한 보너스 봉투를 받아 든 기분이었다. 예전 같으면 고희(古稀)라 하여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오히려 정규 시간 다 끝내고 얻은 ‘추가 시간’에 골을 넣으러 달리는 공격수처럼 가슴이 뛴다.
 
이 ‘덤’으로 얻은 인생은 참으로 홀가분하다. 이제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 숨 가쁘게 허덕일 필요도 없다.
세상이 정해놓은 규격에서 벗어나니, 비로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장난질이 시작된다.

그중 으뜸은 바로 드럼 스틱을 손에 쥐는 순간이다.
전쟁이 어떻고 해운 불황이 어떻고 하는 골치 아픈 세상사들은 잠시 연습실 문밖에 세워둔다.
칠십 먹은 노인이 드럼 의자에 앉아 베이스 드럼을 ‘쿵쿵’ 밟아대면,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세상이 나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흔들고 있다는 이 짜릿한 역전극! 엇박자가 나면 좀 어떤가. 이 또한 ‘덤’으로 사는 인생의 맛깔나는 추임새인 것을.

 젊은 시절엔 먹고 사느라 바빠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가 드럼 소리에 섞여 터져 나온다.
스틱으로 심벌즈를 시원하게 내리칠 때면, 가슴속에 맺혀 있던 사업상의 스트레스가 파편이 되어 날아간다.
남들은 "그 나이에 무슨 드럼이냐"고 하겠지만, 나는 "이 나이니까 드럼을 친다"고 답한다.
덤으로 사는 인생인데, 체통 좀 버리면 어떻고 구슬땀 좀 흘리면 어떠랴.

 이제 나의 하루는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즐기는 축제’다.
사업의 풍랑은 여전히 거세지만, 드럼 비트에 맞춰 파도를 타는 법을 배웠다.
덤으로 받은 이 소중한 시간들을 한탄으로 채우기엔 너무나 아깝다.
내일은 또 어떤 신나는 박자로 세상을 두드려볼까. 칠십 줄의 드럼 치는 소년은 오늘도 흥겨운 비트 속에 인생의 가장 찬란한 ‘보너스 타임’을 기록하고 있다.

 ... 그래, 그냥 두드리는 거야. 그것도 아주 신나게! 어차피 덤으로 살면서 덤으로 가는 인생인걸.
영희야,
철수야!
모두모두 모여라. 오늘도 우리 모두 신나게 두들겨 보는 거야. 이 험난하고 힘든 세상, '덤'이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면 신나게 못 두들길 이유가 하나도 없지 않니?

그러니 우리 인생, '고락낙락(苦樂樂樂)' 아니겠느냐! 괴로움은 살짝 얹고 즐거움은 곱빼기로 두드리다 보면, 저세상 염라대왕도 내 드럼 소리에 박자 맞추느라 데려가는 걸 깜빡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 마지막으로 크게 외쳐보자! 무조건 고(Go)!
무조건 두드려! 인생은 어차피 ‘덤앤더머(Dumb & Drummer)’ 아니겠니!

 원-엔, 투-엔, 쓰리-엔, 포-엔! 쾅!!!"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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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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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Brian | 작성시간 26.04.11 인생 후반전, 'John Bonham' 이라는 골문이 저 앞에 있네요, 열심히 드리블 하셔서 '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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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에이미/여/1963 | 작성시간 26.04.12 즐거운 취미를 찾으셨다니 축하드립니다.ㅎㅎ
    저는 서예를 다시 시작해서
    너무 즐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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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수영만 | 작성시간 26.04.14 응원합니다. 저도 올해 꼭 70(한국식으로)이 되었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입니다. 저도 악기 중에서 드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워낙 콩나물대가리와는 거리가 멀어서ㅠ.ㅠ. 대신 책 읽고 글쓰는 일을 취미로 삼았습니다. 혼자 도서관 가서 책읽고 영감이 떠오르는데로 메모하면서 글감을 축적하고. 덕분에 작년에 소설 하나를 e-book으로나마 출간하기도 했구요. 각자 취향에 맞춰 연장전을 뜻깊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cheers!
  • 답댓글 작성자captsi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4.14 축하해요!
  • 답댓글 작성자수영만 | 작성시간 26.04.15 capt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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