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집의 Landline 이든 식탁 위의 쎌폰이든 벨이 울린다치자. 누구일까 반갑거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냉큼 '헬로, 여보세요' 응답을 하는가, 아니면, '뭐지? 헬로 한 마디만 말해도 AI를 이용해 음성을 따 Scam call 로 사기를 친다며' 하는 마음이 들어 상대방이 먼저 무슨 말을 할까 숨을 죽이고 귀 기울여 기다리시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터넷이니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기행각을 비롯한 온갖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인 칠십 년대가 지금 생각해볼 때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내 견해인뿐이다) 그 당시를 한 번 다시 소환해보자. 통금이 있었지만(찬성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래도 할 짓 다 하고 살았다. 술 마시고 아슬아슬 막차로 방범대원 피해 집에 들어왔다. 시내에서 줄서서 차례 오면 10짜리 동전 넣는 공중전화 이용해서 약속도 하고, 저녁 먼저 드시라 집에 전화도 했다. 친구 만나고 연애도 하고 학교 다니고 직장생활 하고 결혼 하고 그런 줄 알고 다 그렇게 살았다.
맛집 정보 없었어도 강릉에, 부산에, 전주에, 온양온천에, 제주도에, 홍도에 가서 다 맛있게들 잘 찾아 먹었다. 인터넷, 인스타그램 없었어도 청평 강변가요제, 연포 해수욕장, 용평 스키장도 잘들 찾아 다녔다. 백운대, 천마산, 치악산, 설악산 심지어 한겨울에도 올라갔다.
Do not Call, Scam, Phishing, Hacking 이런 단어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라, 최소한 '구렁이 알 같이 소중한 내 은행예금' 을 몇 초 만에 빼앗겨 인생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크레딧 카드 시스템도 아직 상륙하기 전이라 소득없는 이들이 인생 초반부터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불상사도 물론 발생할 수 없었고.
재산 불리는 일은 주식을 잘 아는 일부를 빼놓으면 거의 대다수가 은행 밖에 몰랐고(펀드도 없었다) 재형저축이니 적금이니 매 달 착실히 부어 씨드 머니를 만들고(계도 하고) 불리고 해서 집을 마련하곤 하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팔십 년대의 미국, 잘 발달된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way) 를 타고 여행을 갈랴치면 50개 주가 다 나오는 Road Atlas 지도책 한 권 있으면 든든했다. TomTom 이나 Garmin GPS 없이도 잘들 찾아다녔다. 밤이 되면 종이책 Motel Directory 이용해서 Holiday Inn, Howard Johnson, Quality Inn, Days Inn 찾아들어가 잘 쉬었다.
여담 한 꼭지, 85 년경 Arkansas 제 2 도시라는 Pine Bluff 다운타운에 차를 세우고 미터기 Slot 을 흘깃 보고 쿼러를 넣으려는데 영 들어가지를 않아서 뭐가 잘못됐나 자세히 보니 Nickel(10분) 혹은 Dime(1시간)만 넣을수 있게 만들어져 아예 쿼러를 넣을 수가 없었다(당시 뉴욕 뉴저지는 1시간에 쿼러) 나중 알고보니 주 평균 소득이 상당히 낮은 주여서 그랬던 것.
다시 돌아와서, 신문 연재소설을 아버지나(아시지요, 들고 화장실 가시면 함흥차사) 형보다 먼저 읽으려고 조간신문 기다리는 초조함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신동아니 문학사상이니 월간지 다음달치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방에 가게 되면 집이나 친구들에게 그림엽서도 부쳤고 해마다 십 이월에 접어들면 보낼 대상 머릿속에 더했다 뺐다 하며 크리스마스 카드 고르는 설레임도 이젠 아득한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때에 맞춰 미국과 캐나다에서 날아오던 'Par Avion' 글씨 인쇄된 봉투 안의 두툼한 편지며, 눈 덮인 교회당의 빨간 뾰족지붕과 썰매들 같은 이국적인 풍경의 크리스마스 카드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때의 푸르른 청춘은 지금 어디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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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스텔져 작성시간 26.06.03 삐삐 호출에 공중전화를 찾아 뛰어가던 기억들,
통금 사이렌 소리에 방범없는 골목길만을 헤메며 발걸음을 재촉하던 밤,
손끝으로 꾹꾹 눌러 쓴 크리스마스 카드의 온기,
낯선 길 위에서 지도를 펼치고 묻고 묻던 여행의 낭만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향수를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시절의 공기와 온기가 생생한 글 속에 살아 숨 쉬네요.
낭만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Bri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3 지금은 지금대로 문명의 이기에 둘러싸인 편리한 세상이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그 시절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은 '해외토픽' 난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의 몰라도 되는(모르는게 차라리 나은) 지지한 연예인 위주의 가십들, 가짜뉴스들은 주위에 없었으니까요. 댓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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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ichaelY 작성시간 26.06.19 Hi Brian,
Hopefully, you don't mind me addressing you by your first name. I agree that back in the 80s and 90s, things were simpler. Now every body knows too much, too fast. But I like the fact you can look up anything on the internet. LOL.
Michael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