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아립니다.
추억과의 재회는 늘 마음을 아리게 만듭니다.
옛 추억이 그 자리에서 없어진 걸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옛 추억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아있어도 가슴이 아립니다.
그냥 ‘추억’이란 것이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저만의 느낌일수도 있어서 글쓰기를
망설다가 오늘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민생활 25년 만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국적상실 신고도 하고… 언제일지 알
순 없지만,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참을 이곳 미국에서 살아야할
처지이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요즈음은 여러 선배님들의 글을 읽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Google maps의 도움을 받아 제가 살아왔던
추억의 장소들을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의왕시 내손동… 제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살았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Google maps로 찾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변해버린 골목들… 수많은 고층 아파트들…
상점들…
섬기던 교회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교회 가던 길을 거꾸로 올라가다 보니,
조금씩 낯 익은 곳들이 등장하고, 드디어 제가
살던 그곳, 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곳은 모두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는데,
저희 살던 동네는 많이 안변했더군요.
저처럼 늙어버린 주택들이 애써 화장을 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참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대문을 열면, 곧바로 보였던 시장통은 딴
세상이 되었고…
경사진 길을 조금만 내려가 오른쪽에
있던 잔치국수집, 조개구이집도 흔적이
없습니다.
이민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 너무 고된 준비를
하다가 지쳐서 포도당 주사 맞던 동네 병원도
없어졌습니다.
아내와 함께 수시로 들락거리던 마켓에는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었고, 당시 개발에
열심이던 부동산은 약국으로…
그런데 자화수 목욕탕은 그대로 있더군요.
세상에… 25년을 버텨온 목욕탕이
대견해보입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연을 날리던 체육공원도,
가족이 함께 오르던 약수터도, 교회와 성당도
그대로 있습니다.
25년 전 저희 가족을 떠나보내시며 마지막
예배 자리에서 눈물로 안수기도를 해주시던
목사님이 그리워졌습니다.
교회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벌써 은퇴를
하셨고 원로목사님으로 사진을
올려놓으셨네요.
카톡 전화를 해보았더니 25년 전 목소리
그대로 저를 맞아주셨습니다. 한참을 반갑게
통화했습니다. 조만간 미국에 갈
계획이시라며 그때 만나기로 했습니다.
추억은…
그 단어 자체로 저는 참 아립니다.
변한 것, 떠나고 없는 것들…
변치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
그것들이 그냥 다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아직도 그 자리에 있어 준 것들은,
언젠가 가서 재회할 수 있으니 좋고…
이미 떠나서 없는 것들은,
추억의 보석 상자를 열어
재회할 수 있으니 여전히 귀합니다.
나중에 우리가 이 땅을 떠나면, 이 땅에 없을 우리를
누군가가 그렇게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토론토 白壽 작성시간 24.06.07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저두 30년 캐나다 이민생활을 하고. 고국이 그리워 6년전에 나홀로 역이민 생활을 하고 있어요. 구구절절히 마음에 와 닫는 글 감명깊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다음 편을 고대해 봅니다. 고맙고,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DavidH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6.08 나홀로 역이민... 외롭지 않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카페식구들과 함께 늘 행복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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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염원 작성시간 24.06.07 글 읽다보니 저도 찾아 보고싶어 지네요 구글맵에 들어가서 어떻게 찾나요? 컴맹이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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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DavidHan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6.08 (1)구글 멥을 여시고
(2)원하시는 주소를 입력하시거나, 주위에 있는 관공서, 학교, 은행, 교회 같은 이름을 넣으시면 map이 나오구요
(3)우측하단에 있는 사람모양 아이컨을 누른 상태로 살짝 움직이면, 자세히 볼 수 있는 길들이 coloring됩니다.
(4)사람모양 아이콘을 누르신 상태로, 보시기 원하는 길 위에 갖다가 놓으시면 됩니다.
(실은 사람모양 밑에 있는 동글뱅이를 가져다 놓으시는 겁니다)
(5)그리고 길바닥에 꺽쇠모양이 나오는데요, 이걸 원하시는 길 위에 놓고 누르시면 그 주위를 다 돌아다니실 수 있습니다. -
작성자별떵이 작성시간 24.06.10 제가 태어난 곳은 아예 흔적도 없는 도시 한 가운데로 변했지만, 잔뼈가 굵은 곳은 그 유명한 ‘이태원 참사’ 가 발생한 그곳이랍니다. 해밀톤 호텔이 117번지고, 우린 119번지였죠. 달라진 건 지금 더 빽빽하게 집들이 밀집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또 달라진 건 기다란 계단을 밀어 찻길을 만들어 자동차가 오르내립니다. 기막힌 변화죠. 아~ 추억은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