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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생활 이야기

펌 - 미국사람들의 유머 감각(DCSaram)

작성자듀크|작성시간14.04.23|조회수1,642 목록 댓글 2

(계속해서 디씨사람의 글을 올립니다.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대부분 10년 전의 글이고, 그 이후에는 이 분의 글을 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분의 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나는 미국에서 살고 일하면서 우는 때 보다, 웃는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이것은 슬픈 일을 겪지 않아서가 아니고, 슬프거나, 화가 나는 일에도 웃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미국인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머(sense of humor) 때문입니다. 


 당연히, 한국사회에도 있긴 하지만, 미국의 유머와는 조금 다른 듯싶습니다. 한국사회의 유머란, 일종의 만담 형식인 것 같아요. 미국의 조크(Joke)에 해당하는 것으로, 음담패설이나, 주로 성적인 맥락(sexual connotations)이 있는 희언들인 듯합니다. 반면 미국에서 말하는 유머감각이란 주로 상황적인 것으로, 우리말의 ‘재치‘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나 친구들 사이에도 어렵거나 어색한 상황에 처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과장되어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웃음으로 바꾸어 서로의 억하심정을 해소할 수 있는 요긴한 것이 바로 유머입니다. 조용하게 치열한 경쟁사회 안에서 살면서 저지르게 되는 실수나 자책에 웃음과 여유를 갖게 하는 아주 중요한 언어 문화적 요소입니다.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하지요. 천재적인 흑인 코미디언 리처드 프라이어 (Richard Pryor)는 미국의 흑백 인종문제에 대하여 법무장관과 논쟁을 하면서 장황한 설명을 하고 있던 백인 정치인에게 "We went downtown to look for justice, but all we found there was just us!" 라고 말하여 웃음으로 말문을 막아 버립니다. 단어의 음율(rhyme)을 절묘하게 사용하는 재치입니다. (justice, vs. just us) 흑인들이 모여 정부와(downtown) 시비를 따지려고 우르르 갔더니, 다 피해 도망가서 아무도 없고 다시 우리만 덩그러니 남더라! 라는 의미지요. 


 또, 주말 파티(aka, a shindig)에 처음 온 친한 직장동료의 남자친구에게 공손하게 "맥주 드릴까요?" 라고 묻는 데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곰이 숲 속에서 똥 누냐?(Do bears shit in the woods?)"ㅎㅎㅎ 라는 말로 초면의 어색함을 깨기도 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의 소리지요.


 인사말로 이름이 예쁘다고 말했을 때, "Hey, if you think my name is pretty, try my phone number. It's even prettier!" 라고 하면 내게 관심 있다는 소리입니다. ㅎㅎㅎ. 멍청하게 전화번호가 뭐냐고 되물으면 끝장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나의 이웃 중에 데이빗이라는 덩치 좋은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눈이 올 때면 새벽같이 일어나 새로 산 제설기계를 자랑하려고 온 동네 길을 시끄럽게 지나며 자는 사람 깨우는 것을 낙으로 삼는 성품 좋은 사람입니다. 흠이 하나 있다면 술을 좋아해서 어느 집 뒷마당 바비큐 파티가 있을 때면 구석에서 고기 굽는 척하면서 취할 때까지 마셔대는 것입니다. 조금 취기가 돌면, 이사람 저사람 말꼬리 잡아 시비를 걸기 시작합니다. "그래 너 잘났어~" 라든가, "너 같이 똑똑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이냐?" (How is it like to be you? ㅎㅎㅎ)같이 밉지 않은 시비 입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사람들이 구박하다가 이윽고는 이제 술 그만 먹고 집에 가서 자라고 쫓아내게 됩니다. 그럴 때는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야… 니들 너무 그러지 마라. 이래 뵈도 나는 너희 집보다 훨씬 더 멋있는 데서도 쫓겨난 적이 있는 사람이야!" (Hey, don't feel vindicated, cuz, I have been kicked out of a lot better place than this, you know! ㅎㅎㅎ) 웃지 않을 수 없고, 미워할 수 없는 그의 성품이 배여 있는 유머입니다. 쫓아내는 사람들이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배려도 하고, 얼핏 자기도 마치 유명한 사람처럼 되는 재치입니다. 


 재치는 이해(insight) 와 포용(tolerance)을 조장하는 구실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어색할 때, 남의 실수는 물론이고, 자기의 실수에 대한 건전한 시각을 갖게 하는 태도입니다. 재치란, 서로 다른 사물들 사이에 유사점을 보게 하며, 서로 비슷한 사물들 사이에서 다른 점을 보는 눈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유머 감각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가 있어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위사람의 말들을 개인의 자존심과 직결시켜 곡해하는 소심한 가슴은 그런 여유가 들어앉기에 너무 바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한국사람들은 친하고 가까운 사람끼리만 재치가 용납되는 것 같은 인상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끼리만 웃고 즐기는 게 편하기 때문에 계속 끼리끼리 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사실, 이 유머라는 것이 간혹 오해를 부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건전한 소양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영국 사람들의 유머는 꽤 정교해서 미국인들 취향에는 냉소적으로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유머는, 자신의 인식 뒤 안에 있는 일들을 볼 수 있는 솔직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가끔 유머는 카타르시스적인 요소가 있기도 합니다. 미국 흑인들의 만담을 들어보면 자기비하(self-deprecating)의 형식이 많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악습을 객관화시켜 자신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흑인들의 유머는 조금 다릅니다. 자기들 끼리만의 유머가 따로 있는 편입니다. 


 보편적인 사실을 근거로 한 부분적 과장이나, 또는 소리가 같은 반대의미의 단어이용, 같은 음률의 단어들을 사용한 유머들이 주종을 이루며, 무리가 없습니다. Friends 나, Will & Grace 같은 미국의 싯캄(Situational Comedy의 미국식 발음) 등을 보면 언제나 새로운 유머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Gay 친구가 지난 주에 데이트 했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 못해서 묻는 데에 "I don't know, it would be like finding a needle in the Gay stack" 이라고 하는 말에 웃지 않을 수 없다는 거지요.


 미국사회는 유머를 기대하고, 또 많이 사용됩니다. 심각한 연설하기 전에도,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재치 있는 말로 시작하여 그들의 귀를 사로잡습니다. 또 장례식을 가도 유머가 있습니다. 추모사를 하면서도 죽은 이와 재미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웃음과 눈물을 같이 나눕니다. 


 한국사회의 언어문화도 이미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터넷문화를 통해서, 여러 종류의 유머나, 재치들이 개발되고, 포용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군사정권의 압제 아래 죽었던 전래 어휘의 재생도 새롭고, 또 새로운 어휘와 용법 등을 통한 이해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곧, 사회적인 여러 습성의 다양성도 재치로 포용하고 웃는 일이 많아 질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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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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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orchid | 작성시간 14.04.23 다시 공감하고픈 스토리이네요, 한국의 유우머는 때에 따라 하나의 모음, 자음들이 빠져서 이상한 민망한 단어 형성이 되니 ,..조금 유치하지만 재치있게 스토리를 만든것에 기가막혀 웃음이 나지만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에는 웃음이 나질 않고 참으로 민망할때가 많더군요 ,..

    한국에 다녀온후 처음으로 영국친구들을 만났어요, 골프애기중, 개인레슨을 받아야 겠어 했더니"내가 소개해 줄께, 머리가 대머리이긴 하지만 아주 차밍하고 귀여워, 너는 좀더 젊어 보이니 더 얘교를 부릴지 몰라 조심해"하니, 옆에 있는 친구왈"어쩌면 예쁜동양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발을 쓰고 올지도 모르지",해서 우린 한바탕 웃었답니다,
  • 작성자두루두루 | 작성시간 14.04.24 배우고 싶습니다. 전부터 늘 이 적절한 유머감각을 배우고 싶은데 잘 안되더만요. 가끔 한국분들중에 본인은 유머감각이 있다고 자처하는데 옆에서 볼때는 남을 기분나쁘게 하는데 탁월한 언어능력을 가지신 분을 더 많이 보았고 진짜 감탄스러운 유머감각을 가지신분은 손가락에 꼽을만큼 적었어요.
    이 유머능력을 익히는 법 아시는 분 지혜를 좀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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