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날씨가 좋았습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화요일 새벽까지 내린 비는 봄철의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 주었고, 흰 구름마저 알맞은 맑은 하늘과 적당히 부는 바람은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을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좋은 날씨와 활짝 핀 벚꽃을 즐기려고 나온 인파였습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석촌 호수는 일방통행인 반시계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2호선 잠실역 1번 출입구에 11시쯤 모인 일행은 열네 분으로, 10분쯤 더 기다리다가 석촌호수로 가서 한 시간 넘게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새 얼굴이 많아서 더 반가웠습니다. ‘얼음님’, ‘학쿠님’, ‘Bena120님’ 등 처음 보는 분이 몇 분이나 계셨습니다. ‘수니아’ 부부는 여수에서 ‘말미잘’은 뉴저지에서 이미 뵌 분이지만, 한국에서의 오프라인 모임은 처음입니다. 특히, 최근에 익산에 정착하신 ‘수니아’ 남편분은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보행기를 갖고 참석하셔서 감동이었습니다.
일행이 모이기를 기다려 걸어서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해서, 집안일로 뒤늦게 참석한 ‘야생화’님까지 15명이 소개의 시간과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23,000원짜리 한정식은 식사는 물론이고 장소까지 훌륭해서 더할 나위 없어서, 역시 로컬에 사는 분이 주관한 모임다웠습니다. 음식을 일일이 나르지 않고 차림이 끝난 상을 마치 서랍처럼 테이블 위로 밀어 넣는 서빙하는 방식은 처음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시간의 식사와 소개, 대화시간을 갖고 길 건너 올림픽 공원을 걸은 후, 최근 입주한 조안님의 신축 아파트 단지 내 공용 휴식 공간으로 이동해서 조안님이 준비한 커피와 음료 등 다과로 모임의 여운을 즐겼습니다. 이번 모임을 주관하신 조안님을 비롯해서, 익산에서 KTX로 오신 ‘수니아’님 부부, 이천에서 오신 ‘차향’님을 비롯한 참가자 모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번 모임의 느낌을 간단히 정리합니다.
- 카페 세대교체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지난 세월 주축이었던 사람들은 어느덧 70대가 되었고, 다수의 60대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서 세대교체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공지를 한 달도 전에 일찍 올리는 바람에 조금 느슨해진 감이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직접 올리시지 말고 저에게 아이디어만 주셨으면 합니다.
- 모임을 주관하신 조안님의 차원이 다른 단톡방 운영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참석자를 일일이 초대하는 방법으로 단톡방을 구성하는 저와는 달랐습니다. 모임을 위한 단톡방은 공지만 전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어야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음부터 모임 단톡방은 공지 외에 인사 같은 문자는 제한해야 초점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 모임 장소에 사는 분이 주관한 덕분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나 우왕좌왕 없이 편한 모임이 되었습니다. 단지, 주관해 주신 일도 감사한데 폐까지 끼친 듯해서 송구합니다만, 다음 모임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모임 주관할 분 어디 없을까요? 아무도 안 나서주시면 제가 강제로 지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가 쓰는 글을 재밌다는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방문객 수를 늘리려는 마음으로 창피함도 모르고 글을 쓰고 있어서, 비록 립서비스일지라도 그런 컴플리멘트가 큰 힘이 됩니다.
- 술 마시는 분이 거의 없으신 점도 특이했습니다. 테이블당 그 맛있는 동동주 한 통을 비우지 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술은 시키지 말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쪽 카페 분들에게 전합니다.
- 컨닝을 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우리 모임 하루 전에 모임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이렇듯 비양심적일 수 있죠?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여기서 독립해 나갔으면 최소한 비굴하지는 맙시다. 이쪽 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유인해서 빼가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영업(?) 방해까지 합니까? 나 같으면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들겠네요! 양심이 부족하면 염치라도 있어야지, 원!
- 3년 전 겨울 카페 소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그쪽에서 쫓겨났다고 들었습니다. 쫓겨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기서와 같은 이유라면 최소한 홍위병 운운했던 사람들은 저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다섯 달 전 함께 식사 자리에서 하신 ‘Annie’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 앞으로 양쪽에 적을 두고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을 강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우리 활동을 방해하지 않으면 가만있겠지만, 지금처럼 비열하게 스파이질 하면 강퇴하겠습니다.
<후기>
식사한 장소가 1988년부터 5년 동안 살았던 동네 근처라서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두 딸은 그곳에서 유치원과 방이초등학교에 다녔고, 아들은 올림픽 수영장을 다녔었습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하던 골목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한 시간 반 걸려 동생 집에 가느니, 세 시간 동안 KTX에 편히 앉아 여수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귀가했습니다만, 체력이 전과는 달라서 여간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계속할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4월 모임을 주관하실 분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다음은 정산내역입니다. 조안님 덕분에 음식점 비용이 전부입니다.
- 총비용: 399,000원 (식사 15인분 345,000 + 동동주 넷 44,000 + 콜라 다섯 10,000)
- 현재까지 11분이 입금해 주셨습니다. (253,000 = 23,000 x 11)
- 23,000원 이상을 입금하신 분들 덕분에 추가 입금 16,000원 있습니다.
- 제 음식값을 내주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추가로 잡으려다가 성의를 생각해서 제 음식값으로 충당했습니다.
- 부족분 38,000원은 후원금으로 충당하겠습니다.
이상으로 모임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만개한 벚꽃 아래를 걷는 인파
▼ 하루 전 날 미국에서 도착한 산신령님이 여독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셨다.
▼ 일행을 기다리며
▼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들
▼ 조안님이 준비한 다과
▼ 아파트 내 공용 시설에서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07 유쾌하신 분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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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니야 작성시간 26.04.02 추조님 이하 조아나님 고생 하셨어요
말미잘님 외 모인님들 만나뵈서 좋았습니다 우리남편이 걸음이 늦어서 낙오됀점 죄송해요.
허지만 우린 그래도
좋았어요. 남편은 다음에 또 간다네요. 미국같으면 전동 휠체어 가지고 가면 좋지만 여긴 아직 복잡한 구조라 타고 다니기 아주 불편해서 보조기구만 가지고 다녀요
이런건 정말 미국이 좋아요.
그렌드케년 브라이스케년 국립공원 산책로에 전동차 이동 구간이 넓게 있어 좋아서요.
여긴 그러네요.
벗꽃이 만개한 석촌호수 처음 가본곳이에요.
둘레길 좋아요.
근교 사시는 님들 나들이 하기 아주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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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07 한국도 찾아보면 전동차 빌려주는 곳 많습니다.
물론 석촌호수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닙니다만.
멀리서 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뵈요. -
작성자카미 작성시간 26.04.02 88 올림픽 끝나고 올림픽 훼미리아파트 입주하고 가끔 들렀던 곳이예요..
한국 방문때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그립네요 -
답댓글 작성자추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07 저도 그 근처에서 4년 살며, 휴일이면 아이들 데리고 롯데백화점을 자주 갔었던 곳이라 감개무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