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말을 많이 하면 목이 아프다.
한두 시간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저녁쯤엔 목이 타들어가듯 아프고
피로가 밀려온다.
늘 그랬으니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
열이 나고 나서야 병원에 갔다.
코로나였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코로나를 가볍게 보면
폐렴으로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병명보다 ‘노인’이라는 말이
더 거슬렸다.
아닌 줄 알고 살았다.
약은 한 움큼이었다.
삼키는 것부터 일이었다.
숟가락을 들었는데
집에 있는 건
어제 먹다 남은 죽과
식은 국뿐이었다.
아프면 식사가 무너진다.
잘 먹어야 낫는데
잘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가족에게 아프다고 말해도
나쁜 의도가 아니라 모른다.
아픈 사람 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으니까.
같이 살아도
모르는 건 모른다.
남편은 부엌에 들어오겠다고 했다.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는 아끼던 컵 네 개의 이가 나갔고
플라스틱 통은 긁혀서 버렸다.
냉장고 문은 자주 덜 닫혔다.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니
내가 더 지쳤다.
결국 부엌 출입을 막았다.
물은 스스로 마실 수 있게 두었다.
그가 하는 일은
청소와 쓰레기 비우기 정도다.
이불은 잘 개킨다.
호텔처럼 각이 나온다.
그건 괜찮다.
나머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아프면
여자는 혼자 아파야 한다.
집에서의 병은
조용히 버티는 일이다.
먹는 일, 치우는 일, 회복하는 일까지
모두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도우미를 쓴다 해도 비슷하다.
덜 움직이는 대신
더 신경 쓴다.
결국
아픈 날에도
밥이 제대로 나오는가.
그 기준으로 보면 답은 단순하다.
실버타운은
특별히 더 잘해주는 곳이 아니라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곳이다.
아플 때
밥이 나온다.
별거 아니다.
하지만 그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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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카미 작성시간 26.04.24 코로나로 많이 아프셨다니..
아프면 몸만 아픈게 아니라
맘도 무너지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기를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기쁜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4.24 카미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가 회복이 어렵고, 오래가네요.
우리 나이는 항상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고 조심해야겠어요. -
작성자김빌리 작성시간 26.04.25 저는 일주일 내내 주민센터 다니면서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 합니다. 배우고 싶은것 맘것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밤에 잠도 잘자고 밥맛도 좋고. .
기쁜날님. .땡기는거 있어면 아무거라도 무조건 드셔야 됍니다. 일단 잘드셔야 기운 나지요. .전 입맛이 없을땐 신김치 쏭쏭 썰어넣고 새콤달콤 하게 비빔국수 만들어 먹어요. . -
작성자Starwood 작성시간 26.04.25 기쁜날님은 글쓰는 재주가 참 아까워요
건강 잃지않도록 늘 조심하시고요 -
작성자말미잘 작성시간 26.04.27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아프지 마세요ㅜㅜ
남편의 부엌이야기는 우리집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제 막 70된 선배언니네가 얼마전 실버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일주일에 반은 외식하면서 그나마 남편 밥해주기 싫다고...
그리고 우리를 초대해서 그곳 자랑을 맘껏 하시네요.
영양 가득한, 남이 해주는 밥 잘 드시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