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가족 이야기

막내야, 언제 올 거니

작성자테리우스|작성시간26.03.20|조회수357 목록 댓글 9

꿈을 좀처럼 꾸지 않는 나에게, 엄마가 어제밤 꿈에 다녀가셨다.
꿈 속에서, 엄마가 사셨던 서울의 방화동에 있는 식당에서 엄마와 함께 추어탕을 먹고 있었다.

새벽녘에 눈이 떠지자 마자 불안한 마음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유난히 엄마의 목소리가 또렸하고 나를 바로 알아보신다.
힘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속상하고또렷한 목소리를 들어도 공연히 마음이 불안하다.
"막내야엄마 보러 언제 올거야온다더니  빨리 안오니?.

엄마 ~ 지난 달에 엄마 보러 갔었쟎아조금만  기다려 엄마 보러 갈께 !"


엄마 생각에 잠겨, 3년전에 엄마를 뵈러 서울에 다녀와서  일기장을 꺼내 읽었다.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복받친다.


***********************************

2023 2 20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5개월전에 엄마를 봤을때 보다 조금 야위신 듯했다.

늙고 야윈 엄마의 모습을 보는 아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86 되신 엄마는 혼자 사신다.

한국에  때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토란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셨는데
이번에는 끓이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미안해 하신다.
내 딴에는 엄마가 어디 몸이  좋으신  싶어 마음이 무거워 진다.
사실 엄마가 끓여주는 토란국을 먹는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분주해지는 엄마의 손길을
떠올리는  또한 나를 기쁘게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과 늙으신 엄마가 겸상을 앞으로 얼마나    있을지
생각하면 목이 멘다.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 묘소가 있는 동작동 국립묘지에 다녀 왔다.
힘에 부친 엄마는 아버지의 묘석에 털퍼덕 걸터 앉으셨다,
여보성규랑 당신 보러 왔어요.

내가 지금  살인지 당신 알기나 해요?”
라고 말씀하시는데나는 그만 울컥해지고 말았다.


마흔 다섯에 혼자 되시고 40여년을 혼자 사신 엄마의 쓸쓸한 인생이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
출국하는  엄마와 함께 인천공항에 갔다.
엄마는 공항에서 버거킹 햄버거를 드시는  좋아하신다.
불편한 이로 맛있게 드시지만,
드시면서 음식을 옷위로 흘리시는 늙으신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는  마음이 무거워 진다.
엄마 돌아가시면  어떻하지... 엄마...미안해요사랑해요.


***********************************

노인의 시간은 화장실에서 넘어지신 그 짧은 순간을 기점으로 다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대전의 요양원 침상에 계신 엄마와 마주 앉아 토란국을 먹을 수도, 휠체어를 밀며 아버지를 뵈러 갈 수도 없다.

엄마를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제는 야윌 대로 야위어 뼈마디가 만져지는 그 손을 꼭 붙잡아 드리는 것뿐.

엄마 생전에 내게 허락되었던 소중한 풍경들이 모래알처럼 하나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엄마, 비록 예전처럼 음식을 차려주지 못해도 괜찮아요.

 

내 꿈속에 찾아와 함께 추어탕을 먹어주었던 그 밤처럼, 그저 거기 계셔만 주세요. 미안하고,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d1u5nUv7Mk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버밀리언 | 작성시간 26.03.27 저도 막내인데 오랜만에 엄마라고 불러보고 먹먹함을 느꼈어요
  • 답댓글 작성자테리우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7 엄마라는 단어는 늘 그렇게 우리를 먹먹하게 하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버밀리언 | 작성시간 26.03.27 테리우스 ♡♡♡
  • 작성자에이미/여/1963 | 작성시간 26.04.07 울컥해지는 글 읽으면서 울엄마 살아계실때가 떠오르네요. 갈때마다 삼계탕을 해주셨었죠. 오빠의 절친이신 분이 49제를 저대신 지내주신 날, 꿈에서 만난 엄마는 젊고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얼싸안았어요. 너무 반가웠어요. 머리맡에 사진놓고 자기 전에 엄마의 환한 미소를 들여다보곤 합니다. "사랑해요 미안해요 엄마!"
  • 답댓글 작성자테리우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4.09 엄마라는 단어 언제나 그렇게 우리의 맘을 울컥하게 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