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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Re: 한국여행일정을 보름 줄이고 돌아왔습니다.

작성자Piapi|작성시간26.06.20|조회수458 목록 댓글 11

미국 40년, 한국 3년 살며 느낀 주관적인 한국 생활의 명과 암

 

캐나다의 이웃 나라인 미국에서 약 40년을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 산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다. 나는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내가 3년간 한국에 살면서 느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철저히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내가 보기에 근본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집단적인 사고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즉, 모든 걸 집단으로 함께해야 안전하고 정답이라고 믿는다. 다들 서울로 가니까 나도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 생각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 유행, 여행지, 음식, 운동 등 인생 전반에서 '남이 하면 나도 바로 해야 한다'로 바뀐다. 한국에 다시 정착할 때 이 점이 나에게는 가장 힘들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개인이 자기 신념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한국 사람들은 '이기적인 개인주의'라며 싫어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하지도 않는다.

 

만약 한국에 돌아와 산다면 가장 가성비 있는 곳은 중소도시다. 물론 인구 감소 위험이 있지만, 잘 찾아보면 아직 그런 현상이 없는 곳도 있다. 내가 있는 거제나 제주는 이미 인구 소멸 우려가 지나간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퇴한 사람에게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들 서울에 살더라도 나는 조용한 시골에 살면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 물론 문화 활동이나 유명 음식점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AI 시대이자 버추얼(Virtual) 시대인 지금, 서울이든 지방이든 인터넷 연결 속도(Connection speed)만 좋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게다가 나는 채식주의자라서 서울의 화려한 음식점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의료기관이 서울에 집중된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한국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하면 하루 만에 모든 게 가능한 '일일 생활권'이다. 서울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면 2~3시간 내에 서울로 가면 그만이다.

 

한국의 병원은 어딜 가나 붐빈다. 나는 병원이 붐비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붐비는 병원은 나쁜 점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점이다. 미국의 병원은 어디를 가나 고급 호텔 같은 기분이지만, 그만큼 이용자가 적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비싸다. 또한 수술 역시 워낙 많은 환자에게 시술하기 때문에, 한국 의사들의 일반적인 수술 실패율은 세계 어느 곳보다 낮다. 한국 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접근성이다. 나는 올해 76세이지만 아직 한국 암병동이나 큰 병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작년에 치과 방문 중 조언을 받고, 그 자리에서 임플란트 2개를 총 미화 700불에 곧바로 시술했다(65세 이상 정부 보조 덕분이다). 또 다음 주에는 오른쪽 회전근개 파열(Rotator Cuff Tear)이 있어서 예약 없이 전문의를 방문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국 국민건강보험은 중병일 경우 본인 부담 최대가 20%이고, 간단한 질환은 예약 없이 언제든 10~15불 내외로 진료가 가능하다. 나는 이런 저렴한 가격과 훌륭한 시술 실력이 결국 '박리다매'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고생하고 슬픈 사람들은 60대 전후에 돈 없이 은퇴한 분들이다. 사회연금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개 그 연령대는 자영업이나 배달직으로 생계를 연명해야 한다. 미국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나 같은 사람이 그분들의 노고를 곁에서 지켜보자면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인구 25만 명의 중소도시인 거제에서도 쿠팡 새벽 배송이나 미국 아마존 배송이 막힘없이 잘 돌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분들 덕분이다. 미국의 배달원은 대부분 젊은이들인 반면, 한국은 60대 노인들이 많다. 분명히 힘든 일임에도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하는 분들이다. 쿠팡의 경우 저녁 9시 전에 주문한 식재료를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배달해 준다. 나는 이 편리한 물류 시스템(Logistics)은 한국 외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 생활, 특히 중소도시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에 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한국을 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저렴한 생활비를 몸소 겪고 나니 다시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살러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월세(방 3개, 화장실 2개, 약 42평)와 공과금, 전화비, 아파트 관리비를 모두 합해도 미화 900불이 안 된다. 나는 1년 중 6개월은 해외여행을 다닌다. 즉, 6개월간 이 집을 비워두어도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며칠 전 LA에 사는 아들에게서 한 달 생활비가 7,500불이나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내는 900불에는 한 달에 3~4회 정도의 외식비는 물론, 스포티파이,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넷플릭스 구독료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실 나는 오늘 이 비밀을 이야기할까 말까 망설였다. 예전에 멕시코의 '산 미겔 데 아옌데'라는 아름다운 은퇴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인구 10만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미국인들이 이 비밀을 알고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인구 25만의 비싼 도시로 변해버렸다. 내가 사랑하는 거제는 그렇게 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역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을 지금 살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와 평면적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 가장 편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미 익숙하니까. 그리고 자기가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 착각하곤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한국의 어느 지역이든 최소 반년 정도는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는, 역이민에 대해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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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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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Piapi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다행이네요. 네 미국생활은 은퇴하면 너무 Boring and Sterile.
  • 작성자Hummingbird | 작성시간 26.06.21 이글이 역이민 마음준비하는대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Piapi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new 감사합니다. 너무 제이야기가 아닌가 걱정했읍니다.
  • 작성자향득 | 작성시간 26.06.22 new 역이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제 입장에서 아주 유익한 글입니다. 몇년 남지 않은 은퇴후의 삶이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반 걱정반 입니다. 아직 다리 튼튼할때 또 열심히 다닐려고 노력중이고요. 역이민 생활과 여행 얘기 많이 풀어 주세요 ㅎㅎ
  • 작성자어기여차 망고 | 작성시간 26.06.22 new 한국 사람들 -
    한국 돌아가 살기 -
    내가 찾아나서 여생을 살아갈 곳 ? -
    실재의 경험을 토대로 하시는 모든 말씀들 완전 동감입니다 . .
    그리고 한 마디 추가ㅎ 합니다 . .
    무얼, 생각해보고 나름의 판단해서 답을 찾아보는것 당연하오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 " 정답 正答" 은 없다 ..
    정답은 내가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고 자족하는
    기준을 찾아 내는 것에
    있습니다 . . 정 답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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