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물 ** 안정순 ** 새벽 첫 닭이 울기도 전에 성근 잠에서 깨어 굼뜬 삭신을 일으킨다 밤새 칼바람에 떨고 있을 누렁이를 떠올리며 청솔가지 한 입 베어 문 여물솥 아궁이에 솜저고리 덕지덕지 찌든 세간살이는 할아베의 세월을 토해내기라도 하 듯 메케한 송진내를 까맣게 품어내며 잔생의 노고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생솔가지 빨갛게 사그라지면 구수한 냄새 여물이 익어갈 즈음 어둠은 물러가고 붉은 영그락에 시린 아침이 달려와 언 몸을 녹인다. / 20141104 |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