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무문(大道無門) - 큰 길에는 문이 없다, 바른 길을 가면 거칠 것이 없다.
[큰 대(大/0) 길 도(辶/9) 없을 무(灬/8) 문 문(門/0)]
큰 길(大道)에는 당연히 문이 없다(無門). 이 말을 거론하기만 해도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2016년 영면한 巨山(거산) 金泳三(김영삼) 대통령이다. 민주화의 거목이었던 대통령은 5공의 폭압정권에 맞서 단식으로 저항, 6.29의 결실을 맺는데 큰 업적을 이뤘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유명한 경구와 함께 휘호 작품으로도 많이 남긴 이 성어는 트레이드 마크로 등록이 됐을 만하다. 큰 길이라 삼척동자도 알 만한 말을 그저 했을 리는 없다. 옳은 길, 바른 길, 정당한 길을 향해 가는 데는 누구도 그것을 막지 못한다는 민주투사의 의지가 담겼다.
이 성어가 워낙 유명해서 당연히 출처도 김영삼 대통령인줄 알지만 실제는 역사가 오래 됐다. 중국 南宋(남송) 때의 선승 無門慧開(무문혜개, 1183~1260)가 ‘無門關(무문관)’의 서문에서 처음 썼다고 한다. 무문관은 무문혜개 스님이 설법한 것을 그의 제자 宗紹(종소)가 엮은 것으로 碧巖錄(벽암록), 從容錄(종용록)과 함께 禪林(선림)에서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화두를 사용하여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看話禪(간화선)에서 무문관 48則(칙)은 대표적 지위를 갖는다고 한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걸으면 속임수나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은데 실제 본래 뜻은 약간 다르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큰 길에 들어서는 문은 없으나, 천 갈래 길이 어디로도 통한다(大道無門 千差有路/ 대도무문 천차유로). 빗장을 뚫고 갈 수만 있다면, 천지를 홀로 걸을 수 있으리(透得此關 乾坤獨步/ 투득차관 건곤독보).’ 큰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에는 쉬운 길이 없다는 의미를 가져 깨달음에 이르기가 무척 어렵다는 은유라 한다.
너무나 유명한 이 성어를 약간씩 변형시켜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측에서 비아냥대기도 했다. 1990년에 3당 합당을 성사시켜 집권의 발판을 닦았을 때 대권 잡는 길에는 거침이 없다고 大權無門(대권무문)이라고 야권에서 공격했다. 큰 도둑이 재벌 집을 털었을 때는 큰 대문도 필요 없다며 大盜無門(대도무문)이라 했다. 이런 패러디 말고 거산의 행보처럼 국민을 위하고 바른 길만 걷는 지도자가 많았으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