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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유로 만든 쉐브르 치즈

작성자낚수해(鄭乙溶)|작성시간16.06.21|조회수606 목록 댓글 0

쉐브르 치즈

 

쉐브르(Chevre)는 프랑스어로 산양을 뜻하며, 산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를 통틀어 쉐브르 치즈로 분류한다.

우유로 만든 치즈는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진하고 농후한 맛으로 미식가를 열광케 하는 ‘쉐브르 치즈’에 대해 알아보자.

모유에 가장 가까운 ‘산양유’로 만든 치즈

쉐브르 치즈의 기원은 중동의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유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는 우유가 아닌 산양유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산양유는 착유량이 적은 대신 단백질과 지방 등 고형분 함량이 높다.

산양유로 만든 치즈가 우유로 만든 치즈보다 진하고 농후한 맛을 내는 이유다.

‘산양’이라는 명칭 때문에 ‘양의 젖’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양모 얻기 위해 기르는 면양(Sheep)과 산양(Goat)은 다른 동물이다.

산양유는 젖을 생산할 목적으로 키우는 유용종 염소의 젖을 가리킨다.

쉐브르 치즈를 ‘고트 치즈(Goat Cheese, 염소 치즈)’라 부르기도 하는 까닭이다.

산양유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품종은 자넨(Saanen), 토겐부르크(Toggenburg) 등 이다.

산양의 젖은 우유나 양유 등 다른 동물의 젖과 비교했을 때 모유와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백질과 지방분의 분자 크기가 작아 소화가 쉽고 영양분의 체내 흡수율이 높다.

예로부터 중동에서는 산양의 젖을 음용유로 마셨으며 남은 것은 보존식으로서 치즈를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오래 전부터 산양 젖을 짜서 마셨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에서는 신선한 상태의 쉐브르 치즈를 아이들의 이유식으로 먹이기도 한다.

 

산양유, 우유는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농후한 맛

쉐브르 치즈는 산양유 특유 향기와 푸슬푸슬한 질감이 특징이며, 우유에 들어있는 노란색 카로틴 성분 산양유에는 없기 때문에

뽀얀 백색을 띤다.

또한 지방과 단백질의 입자가 작아 커드(Curd, 우유응고물)가 부스러지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쉐브르 치즈는 크게 만들기가 어렵고,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지역 따라 동그란 동전 모양부터 원주형, 피라미드형 그리고 목탄가루 문질러서 회색과 검은빛을 내는 것, 밤나무 잎으로 감싼 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쉐브르 치즈의 ‘제철’은 봄부터 가을까지다.

산양은 일년에 한번, 1월에서 3월 사이에 출산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봄부터 가을까지만 쉐브르 치즈를 먹을 수 있었다.

현재는 인공수정이나 사육조절, 커드냉동 등 제조법의 발달로 쉐브르 치즈를 연중 맛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봄에 올라온 목초와 싱싱한 청초를 먹은 산양의 젖은 겨울에 건초를 먹은 산양유에 비해 유질이 월등히 좋다.

산양은 소에 비해 몸집도 작고 착유량도 적은 편이지만, 단위 용량당 고형분 함량은 우유보다 많다.

산양유에 비하면 우유는 ‘묽다’, ‘싱겁다’고 표현할 정도다.

사라센 군대의 고단백 전투식량, 쉐브르 치즈

프랑스에는 ‘쉐브르를 먹으면서 태어나 쉐브르를 먹으면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이 그만큼 쉐브르 치즈를 좋아하고 많이 먹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쉐브르 치즈는 세계 각국서 생산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종류의 AOC(지역명칭보호) 쉐브르 치즈가 생산되는 나라는 프랑스다.

특히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Loire) 강 유역이 쉐브르 치즈 생산지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쉐브르 치즈가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인 계기가 있다.

프랑크 왕국이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8세기,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사라센’이라 불리는 이슬람교도들이 침략해왔다.

남쪽 국경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북상하던 사라센 군대는 프랑스 중부 루아르 지역에서 패퇴하게 된다.

당시 사라센군은 전쟁터에 산양을 데리고 다녔는데, 환경 적응력이 강한 산양은 이동 중인 군인에게 식량 공급하는 좋은 수단

이었기 때문이다.

산양의 젖은 음용유로 적합하고 산양유 치즈는 고단백 영양식으로 요긴했다.

사라센 군대 내에는 산양을 치고 치즈를 만드는 사람도 따로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라센군이 데려온 산양 무리는 그대로 루아르 지역에 남게 됐고, 지역 농가에서 사육됨으로 쉐브르 치즈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산양은 척박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소를 키우는 데에는 넓은 목초지가 필요하지만 산양은 겨울철에도 건초를 먹으며 견딘다.

소를 기르지 못하는 가난한 농민도 몸집이 작고 번식력이 강한 산양은 키울 수 있었다.

농가에서 사육되는 산양은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기에 충분했고 남은 젖은 치즈로 만들어 가계 수입 일부를 보충해주었다.

 

섬세한 인내의 치즈 ‘크로탱 드 샤비뇰’

쉐브르 치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의 ‘크로탱 드 샤비뇰’이다.

샤비뇰(Chavignol)은 루아르 지역의 와인 산지로 유명한 상세르(Sancerre)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치즈로, 점토로 만든 컵 모양의 램프 ‘Crot’와 모양이 형태가 비슷하여 크로탱(Crottin)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크로탱 드 샤비뇰은 산양의 젖을 유산 발효해 만든다.

1~2일에 걸쳐 응고시킨 뒤 천을 사용해 커드의 수분을 뺀다.

구멍이 뚫린 치즈 용기에 담아 뒤집어가며 훼이(Whey, 유청)를 배출한 뒤 염분을 가한다.

신선한 상태의 치즈를 건조하여 숙성실에서 짧게는 10일, 길게는 3개월 숙성한다.

수분을 갓 빼낸 상태에서는 120g 정도지만 숙성이 진행되면 절반 수준인 약 60g으로 줄어든다.

크로탱 드 샤비뇰은 표피는 흰색이었다가 점차 푸른곰팡이가 앉으며, 치즈 내부는 흰색에서 점차 아이보리 색으로 변해간다.

이 모든 과정은 숙성사의 눈과 손의 촉감으로 이뤄지며, 제조과정에서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섬세한 주의가 요구된다.

크로탱 드 샤비뇰이 ‘인내의 치즈’로 불리는 까닭이다.

숙성 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팔색조 매력

크로탱 드 샤비뇰 매력 중 하나는 치즈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숙성되는 모든 과정을 기호에 맞게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숙성 기간이 짧은 치즈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질감의 변화가 뚜렷해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치즈숍에서 크로탱 드 샤비뇰 치즈 구매할 때는 숙성사에게 숙성 정도를 물어보고 용도와 기호에 맞게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 레스토랑에서는 크로탱 드 샤비뇰로만 구성한 치즈 플레이트 선보이며 숙성단계별로 변화하는 맛을 비교할 수 있는 즐거움

선사한다.

크로탱 드 샤비뇰은 숙성 단계에 따라 7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신선한 산미가 있는 드미섹(12일 숙성), 표면 건조하고 흰 가루 뿌린 듯한 쿠도레(18일 숙성), 표면이 푸른 곰팡이로 싸여 섬세한

향이 나타나는 브루디(21일 숙성), 버섯향과 숲향이 풍부하게 피어나는 브루무와르(5주 숙성), 표면이 마르고 쪼그라든 브루섹

(6~8주 숙성), 수분이 빠져 크기가 줄어들고 응축된 감칠맛이 나는 브루도레섹(2개월 이상), 5주 숙성한 브루무와르를 항아리에

넣어 수분을 보존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숙성향을 느낄 수 있는 르파쎄(repasse) 등이다.

 

같은 테루아에서 자란 ‘천생연분’ 마리아주

일본과 한국에서는 야생의 향이 나는 산양유나 쉐브르 치즈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프랑스에서는 가장 담백한 치즈 중

하나로 여겨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쉐브르 치즈는 디저트나 안주로 즐겨 먹는데, 얇게 썬 빵에 얹기도 하고 채소 샐러드와 함께 따뜻하게 먹기도 한다.

와인과 매칭할 경우 같은 ‘테루아(Terroir)’를 지닌 와인을 고르면 잘 어울린다.

크로탱 드 샤비뇰의 경우 상세르 와인의 주산지인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된다.

상세르 지역은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 모두 생산되므로 치즈의 숙성 단계에 맞춰 와인을 매칭하면 된다.

산미가 있는 숙성 초기 크로탱 드 샤비뇰은 화이트 와인을, 숙성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것에는 로제 와인을, 그리고 푸른곰팡이가

앉기 시작한 크로탱 드 샤비뇰에는 레드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다.

숙성이 덜 진행된 크로탱 드 샤비뇰 치즈는 산미가 있어 베리나 생과일 등과 잘 어울린다.

잘 숙성된 것은 프랑스식 냄비 요리인 ‘꼬꼬뜨(Cocotte)’에 넣어 먹어도 좋고, 감자 요리에 넣어 그라탱으로 활용해도 좋다.

<치즈마스터 강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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