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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만두 VS 개성 만두

작성자樂水海(鄭乙溶)|작성시간14.10.07|조회수907 목록 댓글 0

(좌) 개성식 궁 만두, (우) 평양식 평양면옥 만두

평양면옥 만두

평안도만두집 만두

궁 만두

개성집 만두

 

이북 음식은 대체로 큼직하고 푸짐합니다.

겨울이 길고 추워 음식의 간이 세지 않고 매운맛도 덜합니다.

만두는 냉면 다음가는 인기를 누리는 이북 음식입니다.

냉면의 계절이 가면서 만두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냉면은 평양과 함흥이 서로 호각지세를 이룬다면, 만두는 평양뿐 아니라 개성에도 뿌리를 둔 음식입니다.

그래서 세간에선 평양만두와 개성만두를 은연중 비교 대조합니다.

두 지방의 만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분단과 상업화로 지역적 차이 흐릿해져

우리가 평양만두, 또는 개성만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모양은 어떻게 생겼고, 만두 소는 무엇이 들어갔고, 맛은 어떤지 등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이 기준이 서로 다릅니다.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출신지가 같은 사람끼리도 상이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모호하고 막연했던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정체성을 전문점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양 지역의 만두를 대표할 만한 만두집을 각각 두 곳씩 들렀습니다.

이 집들은 대중적 지명도가 높고 비교적 오랜 업력을 지닌 곳들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의미 있는 정체성을 귀납적으로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여전히 모호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평양만두와 개성만두는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평양과 개성이라는 지역과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점포 환경이나 점주 성향의 차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했습니다.

또한 개성만두집 끼리, 평양만두집끼리 ‘정체성’으로 묶을 수 있는 선명한 공통 요소들이 희박했습니다.

과연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실체가 본래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입니다.

우선 만두의 근거지를 이격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음식도 문화이므로 특정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공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합니다.

그런데 평양과 개성이라는 만두 문화의 토대와 멀어진지 반세기 넘게 지났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살았던 소수 사람들의 기억과 음식 솜씨에 의존해 명맥만 겨우 유지하다보니 원형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향토음식이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고객 입맛과 타협하면서 그 정체성이 탈색된 측면도 있습니다.

반세기 전 개성과 평양 사람의 입맛과 지금의 남한 사람 입맛은 다릅니다.

자기네 식구나 손님 접대용 가정식 만두가 외식사업 메뉴로 전환하면서 상품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냉면도 비슷한 처지나, 만두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크고 투박한 평양만두, 작고 세련된 개성만두

디테일한 정리는 어렵지만 일단 거칠게나마 평양과 개성의 만두 특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만두 크기는 평양만두가 개성만두에 비해 큽니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도 대만두(大饅頭)는 의주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처럼 잘 만든다고 적었습니다.

대체로 중국에 가까울수록 만두 크기가 컸던 듯합니다.

즉, 의주-평양-개성-서울 순으로 큽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양만두는 서민적이고 투박하며 실속을 중시하는 반면, 개성만두는 귀족적 세련미를 중시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개성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고기가 들어간 귀족적 만두를 먹었을 리는 없습니다.

평양 만두는 주로 두부, 김치, 숙주나물, 부추, 돼지고기를 소로 넣습니다.

풍성한 만두소를 푸짐하게 씹는 맛과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개성만두를 자임하는 어떤 업소에서는 오히려 두부, 김치, 숙주나물을 개성식 만두소의 필수 재료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개성만두는 두부와 김치 비율이 평양만두보다 적고 호박 부추 생 채소가 많이 들어가 퍽퍽한 맛이 적고 깔끔합니다. 특히 여름철에 호박이나 오이를 고기와 섞어 만두소를 채운 편수의 존재는 개성 만두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편수 얘기가 나온 김에 편수의 명칭 유래에 대한 필자의 평소  견해를 간단히 밝히고 싶습니다.

궁중에서 물만두를 병시(餠匙)라 했는데(숙종조, 진연의궤) 아마도 ‘고깔모양의 병시(물만두)’란 뜻으로 고깔 변자를 써서, ‘변시

(弁匙)’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뒤에 ‘편수’로 정착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조심스런 생각입니다.

‘동국세시기’와 ‘웅희잡지’에는 편수를 ‘변씨만두’로 소개하면서 변씨가 처음 만들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민간어원설에 근거한 소박한 추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규합총서‘에는 변시만두, ‘훈몽자회’에서는 변시로 표기하였습니다.

[평양] 큼지막한 외형에 고소한 두부 맛 여운 남아


①서울 도곡동 <장충동 평양면옥>
   몇 대째 이어오는 평양냉면의 명가로 유명한 집입니다.

   첫눈에도 큼직한 만두는 어린애 주먹만 합니다.

   생김새는 마치 커다란 교자의 양 끝단을 접어서 붙인 모양새입니다.

   만개하기 직전의 모란 꽃봉오리 단면과 흡사합니다.

   1만1000원에 큼지막한 만두 6개를 줍니다.

   만두가 큼지막할 뿐 아니라 만두소가 꽤 단단하게 들어있어 성인 남성이 먹어도 배가 든든합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불만스럽지는 않습니다.

   만두피는 두께도 적당하고 쫀득해 씹는 느낌이 좋습니다.
   만두소는 숙주, 두부, 돼지고기, 파, 양파 등을 넣었습니다.

   씹으면 미약한 후추향 같은 느낌이 감돕니다.

   두부와 숙주나물이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있는데 특히 두부의 고소한 맛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만둣국의 국물은 소고기 양지 국물이라고 하는데 얼핏 닭 육수처럼 당기는 맛이 납니다.

   간이 세지 않으면서 묵직한 맛입니다.

   많은 양은 아니나 양지를 얇게 찢은 고명을 고춧가루 양념과 함께 얌전하게 올려 내옵니다.

   주문하기 전에 따끈한 면수를 줍니다.

   면수의 구수한 맛이 만두와도 제법 잘 어울립니다.

   단아하게 담은 김치와 무절임이 나옵니다.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아 개운하고 생각보다 맛이 들었습니다.

[평양] 고향의 맛 원형 간직하려 양파 넣지 않아


②서울 광화문 <평안도만두집>
   서울 여의도에서 17년을 운영하다가 이전해 현 위치에서 10년째 성업 중입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주인장의 부친이 평북 용천 출신으로 만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다고 합니다.

   만두는 주인장이 직접 빚습니다.

   투박한 유선형의 만두는 평양만두 치고는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만두는 작지만 단단한 편인데 6개에 9000원입니다.
   만두소는 숙주, 두부, 김치, 돼지고기, 대파를 넣습니다.

   다른 집들은 조미 차원에서 양파를 다져넣는데 이 집은 양파가 없습니다.

   평안도 지방 만두 맛의 원형보존 차원에서 일부러 양파를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래 평양만두에는 양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과 두부나 숙주의 맛이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맛으로 느껴집니다.

   만둣국은 <장충동 평양면옥>처럼 양지로 국물도 내고 고명으로 얹어줍니다.

   빨간 고춧가루 양념도 비슷합니다.

   다만 고춧가루 양념이 진해서 국물이 좀 더 매콤합니다.

   특이하게 적은 양이지만 공기밥을 함께 내줍니다.

   반찬도 버섯장아찌, 김치, 마카로니 샐러드 등 만두의 찬으로는 푸짐합니다.

 

[개성] 깔끔한 맛에 세련미 물씬


③서울 인사동 <궁>
   개성만두로 잘 알려진 75년 전통의 4대 전승을 자랑하는 집입니다.

   만두 모양은 서울지방에서 익히 보았던 둥그런 형태입니다.

   평양만두와는 다르게 외형이 작고 얌전하며 단아합니다.

   만두 6개에 9000원입니다.

   만두소 재료는 두부, 숙주, 돼지고기, 부추, 배추가 들어갔습니다.

   고기보다 채소 비율이 더 높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개성만두의 특징으로 꼽기도 합니다.

   속이 꽉 찬 만두를 뜯어보면 초록의 부추와 연둣빛 배추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돼지고기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양파, 마늘, 다진 파에 고기를 재웠다가 씁니다.

   채소 비율이 높아 담백한 맛을 기대했는데 돼지고기의 느끼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우월했습니다.

   그러나 찬으로 나온 동치미나 깍두기 김치가 충분히 상쇄시켜줍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입니다.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 동치미, 김치가 모두 시원하고 개운합니다.

   김치 맛은 매콤한 맛이 도드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장충동 평양면옥>이나 <평안도 만두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게 해서 내온 동치미는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끝까지 시원하고 개운합니다.

   특히 생강 맛의 여운이 좋았습니다.

   국물은 소고기 양지를 씁니다.

   멸치국물 맛도 살짝 비치는데 어쩌면 고명으로 올린 김가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고기, 파와 함께 올린 김 가루는 다소 양이 과합니다.

   <궁>은 창가 쪽에 자리를 마련해 만두 빚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관광객이나 외국손님들에겐 좋은 볼거리도 제공하는 셈입니다.

 

[개성] 두부 파 빼고 멸치로 국물 낸 꾸밈없는 소박한 맛


④서울 목동 <개성집>
   처음 서울 역촌동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81세의 주인할머니가 30년째 운영하는 만두집입니다.

   할머니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나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개성의 외가에서 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쌈과 빈대떡만 했습니다.

   그런데 단골로 출입했던 방송국 직원들이 술 먹으면서 ‘국물 좀 없느냐’는 말에 집에서 만들어둔 만두를 끓여냈습니다.

   그때 방송국 직원들이 맛있다며 손님들에게 돈 받고 팔라고 권유해서 메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만두는 굵고 투박하며 거친 듯한 대륙적 스타일입니다.

   오히려 <평안도 만두집>의 평안도 만두보다 덩치가 더 큽니다.

   커다란 만두가 5개에 7000원입니다.

   만두뿐만 아니라 만두소의 입자도 어느 곳보다 거칠고 굵습니다.

   겉모양보다 실속에 더 무게를 두려고 작정한 듯한 만두입니다.

   돼지고기, 호박, 부추, 숙주에 내부에서 접착제 구실을 하게 하려고 달걀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두부와 파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두부는 금방 쉬기 때문에 넣지 않았고 파는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마늘과 참기름을 충분히 넣어 맛을 냈습니다.

   국물도 양지가 아닌 멸치국물입니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마늘이 많이 들어가 맛이 좋은데 칼국수와 먹으면 더 좋을 맛입니다.

 

<장충동 평양면옥> 서울 강남구 논현로 28길 28 ☏02-577-7784
<평안도만두집>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02-723-6592
<궁>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11-3 ☏02-733-9240
<개성집>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서로 47 ☏02-2642-5695

<기고= 글, 사진 이정훈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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